4. 영혼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상인가?
육신을 가진 사람과 영혼들의 관계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영혼들과 접신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빙의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육신을 버린 영혼은 저승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승과 저승은 분명히 다른 세계이며 한번 저승의 문턱을 넘은 사람은 다시 이승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죽은 경위야 어떻든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최대한의 예를 표한다.
그러나 죽음에도 각각 차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승에서 주어진 삶을 다 누리고 죽은 영혼은 모두 저승으로 간다.
육신의 호흡이 끊어지고 나면 저승으로 안내할 영혼이 그를 맞으러 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영계의 법에 의하면 이때 저승으로 안내하기 위해 오는 영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저승사자일 수도 있지만 여자의 경우 대개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혈육관계로 맺어져 있던 조상의 영혼이 찾아오게 된다. 결혼을 한 여자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며 시댁의 조상이 오는 것이 아니라 친정쪽의 영혼이 그녀를 맞으러 오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죽어서도 시댁의 귀신이 되라는 옛말은 사실과 완전히 다른 셈이다. 그렇게 저승으로 간 영혼은 다음에 환생할 인연을 기다려 다시 윤회의 바퀴를 굴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비명횡사를 했다든지 원한으로 인해 이승에 애착이 많은 혼령은 저승으로 갈 수가 없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죽음이라 저승으로 안내할 영혼이 데리러 오질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망은 육신이 죽어 영혼이 된 상태에서도 훌훌 벗어 버리지 못한다.
이처럼 원망이 맺힌 영혼은 육신이 없으니 이승에서 사람처럼 살 수도 없고 저승으로 가자니 제 혼자 힘으로 갈 수가 없다. 그야말로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는데 이 영혼이 저마다의 애착과 갈망에 따라 이승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깃들게 된다. 이런 경우가 바로 귀신들림 다시 말해 빙의된 상태인 것이다.
육신을 얻은 영혼이 태어나기도 전에 육신이 없어져 버린 낙태일 경우 그 낙태령은 인위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버린 어머니의 몸에 들어가 어머니의 삶을 질곡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빙의된 어머니는 제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빙의된 다른 영혼에 의해 휘둘림을 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가지의 의문을 떠올릴 수 있다. 수태중인 아기에게도 영혼이 있는지, 영혼이 몸에 들어오는데도 일정한 절차와 방법이 있는지, 영혼은 어떤 사람에게 들어가는지, 영혼이 일단 몸 속에 들어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일단 빙의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이 그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우리는 영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영계라는 것은 지금의 인간계와 전혀 무관하게 떨어져 있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영계는 멀고 가까운 거리개념이나 너와 나의 구분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량형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 세계, 즉 시공을 초월하는 세계가 영계이다. 인간의 세계가 이렇게 우리의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처럼 다른 세계는 그 너머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음양의 조화에 따라 우주의 모든 만물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陽의 세계라면 그 너머에 있는 것은 陰의 세계일 것이다. 따라서 그곳도 나름대로의 질서와 조화로움이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세계와 거의 같다. 단지 그곳에는 눈에 보이는 육신이 없고 이승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생각으로 쉽게 추측할 수 없는 질서가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陰의 세계는 과학적으로 쉽게 증명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는 알 수 있다. 아주 옛날부터 내려오는 괴담이나 전설을 통해 우리는 귀신의 존재를 알고 있고 간접적이나마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은 가지고 있다. 물론 나의 기수련을 통해서 금방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