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솔롱고스에서 백의 천사들이 왔다
일간 스포츠 ㅣ11506호 2006. 5월 10일(수) 27면
"솔롱고스에서 백의 천사들이 왔다"
뜸사랑, 몽골에서 인술 자원 봉사
92세 김남수 옹 왕성한 활동에 주민들 휘둥그레
"솔롱고스(무지개 뜨는 나라: 한국)에서 산신령이 왔다."
몽골이 한국의 뜸과 침에 반했다. 지난 3~5일 몽골의 테레지국립공원 내 주민을 상대로 인술
자원봉사 활동을 편 한국의 `뜸사랑`(회장 김남수)에 몽골이 경악의 회오리에 빠졌다.
몽골의 iTV가 진료 활동과 환자 반응을 화면에 담은 것을 비롯, 현지 언론의 대대적 보도 속에 화제를 모았다.
몽골은 특히 자그마한 체구의 김 회장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침과 뜸을 놓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더구나 그가 아흔두 살이라는 데 이르러서는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90분 동안 인터뷰한 iTV는 "겉으로 봤을 때 갓 일흔을 넘긴 듯한 노인일 뿐인데 …. 화타와 편작이 다시 살아온 것 같다"라고까지 표현했다.
▲1. 뜸요법사가 감기걸린 아이에게 뜸을 해주고 있다. 2. 김남수 회장이 침을 시술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겔의 내부가 흥미롭다. 3. 몽골 전통의상 '델'을 입고 진료를 기다리는 노인들. 4. 쌀쌀한 날씨에도 새벽부터 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
■전통 복장 `델` 입고 새벽부터 대기
뜸사랑은 이번에 교수 2명과 뜸요법사 11명으로 봉사단을 구성, 아직 뜸에 대해 눈이 뜨이지
않은 몽골에서 사랑의 의술 봉사 활동을 펼쳤다. 비록 사흘 동안의 짧은 시일이었으나 300명을 넘는 주민들이 찾아올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예상 인원을 하루 최대치 100명 정도로 잡았던 봉사단은 이를 넘어서는 인파 행렬에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강행군해야 했다.
아침 9시부터 진료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이른 아침부터 전통 복장 `델`을 입은 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자연스레 몸은 고달펐다. 그래도 봉사단 모두 싫은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뻐했다.
봉사단은 델 때문에 시간이 지체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델은 바람 한 점 파고들 수 없도록 만들어진 방한복이다. 한겨울엔 영하 40도가 예사인 이곳은 지금도 눈이 내릴 정도다. 그래서인지 주민 대부분이 아직도 목이 긴 가죽구두를 신고 타이츠 같은 검은 속옷을 입고 있었다. 옷을 조금만 벗고 입는 데만 15분 정도 걸려 그만큼 치료 시간도 길어졌다. 통역을 맡은 강체첵(38) 교수(몽골 나담대학교 한국어과)는 "겨울에 비하면 많이 얇아졌다"라고 한다.
■신장병.허리 통증 많아
증상은 한국의 연령별 증상과 유사했으나 열에 아홉은 허리.신장.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불면증도 많았다. 간혹 심장병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신장 통증과 관련해서 김 회장은 "물이 귀해 물 섭취량이 적고 섭취한 물마저 석회질이 많아 신장에 무리가 오고 허리까지 아프다. 무극보양뜸이면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8년 만에 출산한 어트건투(38)는 젖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4일 된 사내아이를 안고 왔다. 천종에 뜸하고 소택에 침을 꽂아 놓으니 젖이 나왔다. 아이는 못 먹어서 배가 부풀어 올라 중완에 뜸을 석 장 떠서 돌려보냈다. 어트건투는 또 어릴 때 나무에서 떨어져 30년 동안 척추만곡증에 시달리다가 뜸을 뜨고 나서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편한 얼굴로 문을 나섰다. 다음날 야뇨증을 앓고 있는 열살 된 아들을 데리고 왔다.
■약간 뜨겁지만 효과는 굿
<황제 내경>에는 뜸의 근원은 북방이라 밝혀 놓았다. 지금의 몽골 지역도 포함된다.
추운 지방이라 뜸은 그렇게 안 뜨겁다고 할 줄 알았는데 처음엔 뜨겁고 아프다고 "요이"를 연발했다. 쑥봉의 크기를 한국에서보다 적게 하여 석 장만 떴다. 한 장을 뜨기도 했다.
이틀째 다시 온 환자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저마다 효과를 봤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오랜만에 푹 잤다", "밥을 먹고 수태차를 마실 때 땀이 났다" 등 상태가 호전됐다며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김 회장은 "생각보다 뜻밖의 반응과 열기에 놀랐다. 의료 혜택을 못 받은 지역이라서 그런지
효과가 빨랐다. 우리를 믿고 따른 이들을 보며 곧 다시 한 번 이곳에서 인술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인근 골프 클럽 캐디 3명을 치료한 뜸요법사 5기인 주부 유주현(38)씨(경기도 수원시)는
"몽골까지 봉사 활동하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에서는 20~30대 여성들이 뜸을 안
뜨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뜸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 놀랐다"라고 말했다.
■뜸사랑은 어떤 곳인가?
1984년부터 65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침뜸 봉사를 해 오고 있다. 국회.감사원.과천 정부
종합청사 등 전국 스물다섯 곳에 상설 봉사처를 개설, 자원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봉사 혜택을 받은 연 인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잠비아에서도
에이즈 치료를 위한 뜸 봉사 활동을 가져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몽골 나담대학교(총장 문기복)가 올 가을 학기에 설립하는 침구학과에 교수를 파견할 예정이다.
울란바토르(몽골)=김천구 기자 <dazurie@ilgan.co.kr>
기사 링크 - http://isplus.joins.com/news/general/200605/09/200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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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뜸으로 100세건강 추구하는 김남수씨(92세·침구사)
“하루 10분간 뜸뜨며 휴식에 들어가요”
1915년생. 올해 나이로 92세. 100세를 불과 8년 앞두고 있는 김남수 남수침술원 원장은 언뜻 보기에도 90대의 나이를 못 믿을 정도다. 흔히 90대라고 하면 겨우 뒷방에 누워 있는 노인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는 정통침뜸교육원의 2층 사무실 계단을 거침없이 올라왔다. 김경아 뜸사랑회 교무과장은 “(김 원장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다 보면 숨이 차서 못 따라 간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20대 젊은이 못지않게 강행군이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남수침술원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하루에 50명을 상대하면서 직접 침을 놓고 뜸자리를 잡아준다. 아침 6시부터 시작된 진료는 오후 5시면 끝난다. 저녁시간은 정통침뜸연구소에서 만드는 책을 검토한다. 90대의 나이에도 안경을 쓰지 않고 책을 읽는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매일 5시에 일어나므로 하루 5시간의 수면으로 90대의 나이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인근 창신동 금호빌딩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활동을 펼친다. 월요일 오전에는 국회, 오후에는 감사원에서 역시 봉사활동을 한다.
건강비결을 묻자, 김 원장은 한마디로 대답한다.
“뜸이 제 장수 비법이죠.”
아침 9시가 김 원장이 뜸을 놓는 시간이다. 아들이 뜸을 놓으면 김 원장은 10분 동안 휴식에 들어간다. 뜸을 놓는 시간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다. 10분 동안의 뜸으로 100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어요. 제가 100세를 살면 사람들이 뜸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저절로 알게 될 거예요. 저 혼자만 건강하면 잘 모르잖아요. 원래 체질이어서 그렇구나 할 테지만 뜸사랑회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오래 살아요. 뜸이 그만큼 좋은 거예요.”
미국으로 여행할 때에도 같이 따라간 젊은 사람들보다 시차적응을 잘 한다고 한다. 김경아 교무과장은 “(김 원장은) 보약이나 건강음료를 전혀 먹지 않는다”면서 “제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적당한 양 이상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하루에 한 번 뜸을 뜨는 것만큼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젊었을 때는 담배를 많이 피웠다고 한다. 피울 때 몰랐지만 끊고 난 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 술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김 원장은 침구사였던 부친의 가업을 이었다. 일제시대였던 1943년 침구사 면허를 딴 후 60여 년의 세월 동안 침뜸을 놓아왔다. 어려서 잔병치레를 전혀 하지 않았던 만큼 건강체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부친도 75세에 돌아가실 정도로 장수한 편에 속했다.
인터뷰 도중 간간이 다른 건강 비결을 물으면 “내가 조금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뜸이 비결이에요”라고 답변한다. “의학하는 사람이 오래 못 살면 안 되지”라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하루 종일 서서 진료하는 그는 운동할 시간조차 없다. 그런데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뜸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어릴 때부터 뜸을 뜨면 더욱 좋다고 말한다. 자신도 어릴 때부터 뜸을 맞아왔다는 것. 손자·손녀 역시 낳은 지 이틀 만에 뜸을 떠 주었을 정도로 뜸 예찬론자이다. 그는 집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무극보양뜸을 권한다. “지금 같으면 백 살까지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마지막 인터뷰 내용도 뜸 예찬으로 끝났다.
“요즘 누구나 오래 살잖아요. 그런데 무조건 생명만 붙어 있다고 사는 게 아니에요. 활동을 할 수 있어야지. 뜸을 뜨면 건강하게 활동하면서 오래 살 수 있어요.”
장수혈에 뜸을 뜨면 장수한다
김남수 원장은 중국과 일본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중국에서는 백 살 넘은 노인이 문란한 성생활로 나라에 고발당해 관청에서 신체검사를 해본 결과 배꼽 밑에 밤 같은 뜸자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200세 이상 사는 자리는 뜸밖에 없다’(중국), ‘족삼리에 뜸을 뜨고 백 살까지 살았다’(일본)는 이야기도 소개했다.
일본에서 장수 가문으로 유명한 만평(萬平)의 집안은 3대에 걸쳐 6명이 100세가 넘도록 살았다. 이 집안의 장수비결은 삼리(三里)혈에 뜸을 뜨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삼리혈은 장수혈로 불린다. 상체에 몰린 기운을 하체로 내려오게 하는 자리인 만큼 하체에 힘을 되살리게 하는 곳이다. 어린이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어른에게 쓰는 성인용 혈이다.
위치는 무릎 아래 쏙 들어간 곳이다. 정확한 자리는 무릎을 같은 쪽 손으로 감싸안으면서 네 손가락 아래, 그리고 중간 큰 뼈에서 바깥쪽으로 엄지손가락만큼 옆이다. 이곳에 뜸을 뜨면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나도 장수혈에 뜸을 뜬다”면서 “벼슬·돈에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은 자리에 뜸을 뜨는 것이기에 뜸은 차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