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둘레에 앉아 잠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 받노라니 서로 완전히 조화되어 있는 느낌이 아련히 솟아났다. 막상 육체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이지만 전혀 아무런 어색함이나 긴장됨이 없었다. 어느 때보다도 크고 깊은 계시가 내릴 것만 같았다. 우리는 엿새씩 걸려-그래도 보통 소요되는 시간의 반도 못된다고 한다-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피로는 없었다. 그만큼 말할 수 없는 평화의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던 것이다. 오히려 나는 새로운 기운이 솟는 느낌이었다. 이런 때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상쾌할까……. 은자님은 나의 이런 생각을 느끼신 듯 호수로 나가는 소로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 길을 따라가면 호수로 나가니 거기서 목욕을 하게나. 물이 따뜻하지. 섬 끝에 온천이 있다네. 호수 가장자리에 목욕할 곳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