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의 시스템클럽/지만원 족적 17

지만원 족적[2] 6~8

6. 군수물자 해외조달 오지랖 넓은 연구 연구소에서 다른 팀들은 국방부로부터 과제 한 개씩만 할당받아 그것으로 일년을 보내지만 나는 과제를 내가 만들어 1년에 평균 4개씩 연구했다. 사실 대한민국 땅 높은 고지들에 있는 공군레이더와 방공포의 전투력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는 내 연구분야가 아니었다. 해안에 깔려있는 해군레이더의 신뢰성 평가도 내 분야가 아니었고, 유사시 전방특정지역 포병차량들이 늘어서면 어느 지역까지 뻗히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 같은것도 내 과제수행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서 그런 과제도 수행했다. 첨단장비 구매시의 정산 군 조달은 조달본부가 수행한다. 이 분야는 원체 복잡한 분야라 장군들의 관심분야가 아니었다. 나는 이 분야에도 손을 댔다. 가장 큰 조달항목은 미군장비였다...

지만원 족적[2] 3~5

3. 연구소의 전라도 박사들 전라도 3총사가 지배하는 오웰 연구소 1981년 9월, 나는 국정원에서 곧장 홍릉에 있는 국방연구원으로 부임했다. 주거지는 전 카이스트 바로 옆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어주신 32평 아파트였다. 나는 연구소가 평화롭고 학구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양지의 마을이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살벌한 독재 문화가 전개되어 있었다. 전라도 출신 3명이 통치하는 조지 오웰 공화국으로 이들의 눈 밖에 나면 끝이라는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이 세 사람은 ‘오황차’로 불렸다. 오 씨, 황 씨, 차 씨 성을 가진 이 3총사는 모두 육사 출신이었다. 육사 교수부 출신으로 육사를 졸업한 이후 실무 부대 근무하지 않고 공부 계통으로만 돌다가 ..

지만원족적[2] 1~2

1. 카지노 소령 내 제2의 고향 존 스타인 백 컨트리 1974년 7월, 미 해군대학원에 입교하려고 김포에서 출발해 LA 공항으로 날아갔다. LA 공항에서 지방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40분 비행하여 몬터레이 작은 공항에 내렸다. 덕이 있게 생긴 미국인 부부가 나를 반갑게 맞으면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미국에 처음 온 내가 미국에 잘 정착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스폰서를 자원했다고 했다. 이것이 미국이 이방인을 끌어안고 가는 시스템이었다. 몬터레이 반도는 태평양과 접해있으며 바다가 푸르고 파도가 아름다운 곳으로 존 스타인 백 컨트리라고도 불린다. 존 스타인 백이 살던 곳이며, 존 스타인 백 작품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성난 파도가 가파른 절벽을 때릴 때면 물웅덩이와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다가 뽀얗게 부..

지만원 족적 13~16

⑬ 국방연구원 6년 나의 첫 연구, 처녀 연구는 “단위 부대별 책임관리자”였다. 이에 대한 발표는 1982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육해공군 해병대 수뇌들과 대령급 이상의 고위 간부들이 대형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연구원들은 뒤의 영상실에서 슬라이드를 비추고 나는 단상에서 시나리오를 낭독했다. “장관님, 각 군 총장님, 혹시 1개 사단이 1년 동안 얼마의 예산을 쓰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마 아무도 모르실 것입니다. 왜냐? 군에 가계부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빗자루로 대략 쓸어 담아보니 제1사단의 연간 운영비는 300억 원이었습니다. 이는 삼성, 대우의 연간 운영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돈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있습니까? 국방장관님과 육군총장님께서 제1사단 비용을 책임관리 해주..

지만원 족적 10~12

⑩ 29세, 포대장 시절이 내 인생의 꽃 “여기는 더운 지역이다. 치렁거리는 바지를 잘라 입어라. 궁둥이까지 잘라도 된다.”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상 이상으로 파격적이라는 눈치였다. “야, 인솔해가면 천당도 싫다더라. 나도 육사생도 시절에 그런 생각 했었다. 아침점호, 아침집합, 모두 생략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체 집합이 없다. 그 대신 분대장은 매일 저녁 토의를 하고, 매일 일과는 분대장 인솔 하에 분대별로 수행한다. 식사도 분대별로 한다. 식당에 노트가 있으니 각 분대는 다른 분대 식사시간을 피해 식사시간을 예약하라” 병사들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천지였다. 나는 매일 분대장들을 모아놓고 토의를 했다. 내일 무슨 일을 할 것이며,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할 것이며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지만원 족적 7~9

⑦ 정인숙과 정일권 1969년 5월, 나는 22개월의 베트남전 참전을 종료하고 귀국하여 육군본부 관리참모부 모 처장인 원스타의 전속부관을 했다. 부속실에는 중령 보좌관과 당번인 정 상병, 그리고 타이피스트(미스 윤)가 함께 일했다. 점심때면 점심을 일찍 마친 이웃 사무실 아가씨들이 부속실에 모여들었다. “미스 윤, 미스 윤은 왜 그렇게 인기가 좋아요?” 대답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저 보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지 중위님 보려고 몰려 오는거에요” “뭐? 왜요?” 얼굴을 숙이면서 또 입을 열었다. “지 중위님이 육군본부 전체에 소문이 퍼져있대요. 영락없는 베트콩이라고요. 얼굴은 깡마르고 검은데다 몸집은 작고 눈만 걸어다니는데 한번 구경 가보라고요” 당시 사병들은 배경에 따라 국방..

지만원 족적 1~6

① 나의 족적은 인간 상상력 밖에 있다 ② 신체검사에 두 번이나 불합격했는데도 육사생 ③ 자습시간 70%를 독서에 ④ 병사들에 물어가면서 병사 지휘 ⑤ 복종이냐 정의나, 하극상 ⑥ 포탄에 눈을 달다 ⑦ 정인숙과 정일권 ⑧ 담배의 애교 ⑨ 불리한 위치에서 베트콩 제압 ⑩ 29세 포대장 시절이 내 인생의 꽃 ⑪ 유학의 전설 ⑫ 중앙정보부 1년 ⑬ 국법연구원 6년 ⑭ F/A-18을 F-16으로 바꿔 ⑮ 장관자리, 전국구자리, F-16사업권 사양 ⑯ 결론 ① 나의 족적은 인간의 상상력 밖에 있다 “하늘의 연자매는 느리게 돌지만 가루는 아주 곱다”. 워즈워스 롱펠로의 표현이다. 시간이 걸려도 신의 섭리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나는 신만이 아는 그림을 내 인생 캔버스에 그려왔다. 내가 그린 그림은 거의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