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얼음 속에 잠든 미라의 저주
- 악령은 있는 것일까? 원래부터 없는데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인간이다. 없는 것은 불안하다. 신(神), 또는 창조주도 마찬가지다. 있어야 한다. 있다고 생각해야만 안전하다.
우연인가, 저주인가? 한여름 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미라의 저주는 이집트 파라오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다. 알프스 얼음 계곡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미라에게도 일어났다.
우연인가, 저주인가?
그러나 주위에 발견된 소장품을 비롯해 검시(檢屍)한 결과 놀랄만한 결론이 나왔다. 무려 5천300여 년이나 된 미라였다. 철기시대보다도 훨씬 전인 청동기 시대에 농사와 가축을 기르며 살았던 남성이다. 그런데 알프스 빙벽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아이스맨 외치가 처음 발견됐을 때의 모습.
독일 출신의 등반객 헬뮤트 지몬이 직접 찍었다.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다. ‘파라오의 저주’의 주인공 투탕카멘(BC1361~BC1352)보다도 무려 2천년 선배다. 오늘날과 비교하자면 세상의 판(板)이 새로 바뀌는 밀레니엄이 5번이나 바뀌고도 다시 300년이 지날 정도로 오래된 미라다.
성경 속의 예언자 모세는 말할 것도 없고 BC 900년 경의 다윗보다, 그리고 간음의 자식이자 지혜의 왕으로 꼽는 솔로몬보다 오래된 인간이다. 아마 전설과 신화 속의 인물로 유대와 이슬람의 최초의 조상으로 일컫는 아브라함이 BC2000 년경이라면 그보다도 훨씬 옛날 사람이다.
아브라함보다도 오래된 인간 미라
분노에 찬 그는 그래서 자신의 몸에 손을 댄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기 시작했다. 뿐만이 아니다. 그 사람들을 도운 사람에게도 저주의 화살을 날렸다.- 1991년 9월 19일 알프스 산맥 피나일봉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던 독일인 등반가 헬무트 지(Helmut Simon)몬과 아내 에리카(Erika)는 해발 3천200m 부근 외츠 계곡 빙하지대에서 얼음 위로 상반신이 드러난 사체를 발견했다. 이 지역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접하는 국경지대였다. 사체는 알몸이었다.
지몬 부부는 조난당한 등산객의 시신으로 여기고 곧바로 신고했다. 사실 이 곳에서 조난 사건이 자주 일어났으며 일부 시신들은 수습했으나 일부는 행방불명이 된 채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 1차대전과 2차 대전 중에 죽은 병사들의 시신들도 때로 발견된 지역이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모습 드러내
아마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얼음이 점차 녹자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시신이 고개를 내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년설을 자랑하는 알프스의 설경도 최근 온난화로 점차 그 화려한 경관을 잃어가고 있다. 20년 후 알프스에서 스키를 구경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외신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풀로 엮은 외투, 가죽옷과 모자, 칼, 도끼, 활과 화살이 담긴 화살통 등 고대 물건들이 함께 발견되자 고고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지구온난화로 알프스의 경관도 변하고 있다.
원래 얼음으로 덮여있던 지역이 이제 하천을 이루고 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시신은 5천300년 전 청동기시대(Chalcolithic) 유럽 사람으로 밝혀졌다. 가장 오래된 인간 미라가 출현한 것이다.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 외치(Oetzi)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얼음인간(아이스맨)은 163㎝ 정도의 키에 40대 후반의 남자로 DNA 분석 결과 유럽인의 조상으로 판명되었다.
1대3으로 적과 격렬히 싸우다가 죽어
외치가 죽은 시기는 늦봄이나 초여름께로 추정되며 사망 직전 두 차례 곡식과 야채, 고기로 식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 늑골 부근에 화살을 맞은 흔적이 있어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외치는 다른 사람들과 격렬하게 싸우다가 결국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옷에 묻은 혈흔을 분석한 결과 각기 다른 네 사람의 피가 묻어있었다. 아마 알프스로 도망을 다니다가 결국 끝까지 따라온 적과 1대3으로 용감하게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상대방이 후려갈긴 방망이에 머리를 얻어맞아 죽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치는 북부 이탈리아 볼차노 지역에 있는 사우스 티롤 고고학 박물관(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에 보관돼 있다.
그러나 외치는 그저 고고학적 연구대상으로 침묵만을 지키지 않았다. 자신의 잠을 방해했으며 자신을 한갓 돈벌이의 대상으로 만든 인간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아이스맨 ‘외치의 저주(Otzi’s curse)’가 시작됐다.
- 그저 등반을 하다가 조난을 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헬무트 시몬과 그의 아내 에리카는 생각을 바꿨다. 왜 바꾸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봉’을 발견했는데 말이다. 두 사람은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이로 따지자면 성서 속 인류의 조상 아브라함보다 훨씬 연배가 많은 인간을 발견한 것이다. 아브라함이 실존 인물이냐, 신화 속 인물이냐는 비록 주장이 약하지만 논쟁거리다.
돌도끼 향수에 대한 추억으로 관광명소가 돼
그러나 그보다 무려 1천 년이 앞선 ‘돌도끼’의 석기시대 인간의 시신을 발견했으니 아브라함은 저리 가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을 발견했으니까 그렇다.
눈에 드러나는 사실 앞에서는 어떤 주장도 통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외치의 나이를 측정하는 과학적 방법까지 잘못된 것이라고 무시한다면 그건 모를 일이다. 세상에는 화석을 부정하고, 탄소연대가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다. 또 지구가 평편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외치’가 급작스럽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따라서 외치의 가격 역시 급상승했다. 당연히 외치를 발견한 사람의 공로도 인정받아야 한다. 국내 모 국회의원의 재미 있는 비유처럼 헬무트 부부는 그야말로 “길가다 지갑 주운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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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 그러니까 돌도끼로 사냥하고 짐승의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은 그야말로 원시인의 시체가 알프스의 한 얼음 골짜기에서 발견됐다는 소문이 들리자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
“와, 아브라함 보다 더 오래된 사람이 알프스에서 발견됐다고? 쇠로 만든 칼이나 창도 없이 돌도끼를 갖고 다니면서 짐승을 사냥했다고? 그러면 알프스가 이스라엘보다 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곳이 아닌가?”
‘인간의 기원’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바로 외치가 발견된 알프스 골짜기에 생생하게 숨쉬고 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언어의 문자조차도 없었던 원시시대가 생생히 숨쉬고 있는 곳이 이탈리아 소속 알프스 골짜기였다. 왜 호기심이 안 가겠는가?
알프스에서 발견된 미라 외치는 가장
오래된 인간의 시신이었다
아브라함보다 더 오래 된 미라
미라 외치를 발견한 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당연히 많아 호텔과 레스토랑과 같은 관광시설이 돈을 많이 벌었다. 뿐만이 아니다. 외치의 고고학적 가치가 대단했다. 고대 이집트 미라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미라다. 그리고 시신에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100% 자연산 미라다.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겠는가?
헬무트는 발견자의 몫(finder’s fee)을 달라고 주장했다. 발견자의 몫이란 고대로부터 내려온 서양사람들의 관습이라는 틀에 박힌 말이다. 예를 들어 사슴 사냥을 온 사냥꾼에게 사슴이 어디에 있다고 말해주면 사슴을 사냥한 사냥꾼은 발견한 사람에게 일정한 몫을 지불하는 것이다.
아마 발견자의 몫의 개념이 발전하면서 소개비라는 용어가 생겼을 것이다. 요즘 공인중개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복덕방도 그래서 자리를 잡은 것이고, 아주 화려하게 보이는 직종 컨설턴트도 마찬 가지다.
또 변호사도 마찬 가지가 아닐까? 따지자면 발견자의 몫,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는 이미 알고 있는 자신만의 지식에서 출발한 업종이다.
헬무트는 외치를 발견한 것에 대해 돈으로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주 정부는 관광객이 늘어 주의 수익이 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은 지불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결국 법원은 부부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주정부는 미라 외치를 보관하는데 엄청난 많은 비용이 들어 지급할 수 없다며 항소하기도 했다. 수익은 늘어났지만 외치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이다.
밀고 댕기는 법적 공방이 무려 17년이나 계속 됐다. 외치를 둘러싼 ‘돈 싸움’이 오랫동안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엄정한 법을 집행하는 법원은 결국 헬무트 부부에게 15만 유로(약 26억 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발견자의 몫 26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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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횡재(橫財)를 만난 것이다. 26억이 얼마인가?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50평, 60평 가격 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 돈이면 외국에서는 성(城)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성을 살 수 있다는 돈은 그야말로 자기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자기의 나라를 살 수 있다는 돈이다.
이제까지 발견된 시신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외치는 화가 났다. “적어도 내가 살았던 시대에는 서로 맘에 맞지 않으면 돌도끼로 싸우기는 했지만, 돈으로 만사(萬事)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돈 갖고 장난치는 컴퓨터 시대인 인간들 정말 골 때리는 사람들이군!”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외치를 처음 발견한 헬무트 시몬 부부.
독일 출신의 그들은 외치를 발견한 대가로 26억 원을 요구했다.
그래서 자신을 발견한 헬무트를 시작으로 저주를 내리기 시작했다. “야, 나를 발견하지 말고 얼음 속에서 자도록 가만히 놔두지, 왜 날 깨웠나? 그리고 난 돈 갖고 장난치는 인간들이 너무나 미워!”
외치는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외치는 그저 알프스 산골짜기에서 발견돼 그 곳 주민들에게 관광수입으로 돈이나 안겨다 주는 그저 반응이 없는, 영혼이 없는 미라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해(害)를 가한 자에게는 그에 걸 맞는 철저한 복수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애증(愛憎)의 그림자가 가득 찬 미라였다.
복수를 생각할 줄 아는 미라가 외치였다. 복수는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의 생존을 위한 삶의 본능이다. 우리를 공격하는 각종 바이러스가 그렇다. 외치도 그런 것 같다. 자신을 여지 없이 깎아 내리고 자존심을 갈겨 뭉긴 인간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 고대 그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다. 기원전 1천500년 전의 일이면 대부분 전설과 신화로 묻어버린다. 우선 당시 기록이 없을뿐더러, 그저 전해 내려오는 구전(口傳)이나 설화만으로는 실제상황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천300년 전 원시시대에 살았던 외치는 어쩌면 아틀란티스 대륙이 물에 잠기는 것을 직접 목격한 아틀란티스 침몰 미스터리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누가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옛날에 살았던 사람이다.
이처럼 그것도 한참 오래 전의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할법한 세계 가장 오래된 시신으로 발견된 외치가 화가 난 것은 비단 자신의 긴 잠을 깨웠다거나, 또 자신의 발견을 둘러싸고 흥정하는 돈 거래뿐만이 아니었다.
“외치의 精子로 그의 애를 갖고 싶어요”
자기의 몸을 갖고 요리저리 장난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였다. 특히 금기나 다름 없는 중요한 성기(性器)를 갖고 장난치면서 깔깔대며 웃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여자와 바람 피우다가 들통인 나, 결국 성기가 잘린 채 알프스 속으로 도망 왔다는 저질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남자라면 당연히 몸 속에 정액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냉동된 정액 속의 정충을 살린 다음 인공수정을 통해 외치의 후손을 갖고 싶다는 여성들도 나왔다. 따지자면 얼음 속의 냉동인간 외치는 정자은행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하긴 석기시대에 살았던 인간 최고(最古)의 자손을 갖겠다는 여성들의 바람을 나무랄 것은 아니다. 유명해지려는 생각이나, 아니면 순수혈통을 이어보려는 마음 등 현대적 시각으로 본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부분일 수도 있다.
외치의 몸 속에 얼마만한 정충이 남아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죽은 바이러스를 복원하고 동물복제가 가능할 정도로 생명과학이 발전했다.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학자도 많다.
그러나 어쨌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얼마나 기분이 상하는 일이겠는가? 심지어 자신의 정액까지도 흥정이 대상이 된다면 놀라 자빠질 일이다. 수백 대가 넘는 고조 할아버지를 말이다. 외치는 사자(死者)다. 분노를 표출할 수 없는 사자의 원한은 저주로 이어진다.
女神에게 제물로 생식기를 바쳤다는 소문도
하긴 시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긴 것은 그가 남자냐 여자냐는 것, 그리고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사인(死因)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외치를 둘러싸고 별별 이야기들이 호사가들을 통해 흘러 나왔다.
처음 시체를 검사했을 때 얼음인간 외치는 음낭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음경이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남자의 고환은 있었지만 생식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 말이 전해지자 별의별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알프스 산중에 죽어 누워 있자 날짐승들이 서로 다투면서 가장 돌출된 그의 성기를 먹어 치웠을 것이라며 깔깔대며 웃었다. 외치의 성기는 그야말로 노변정담(爐邊情談)의 대표적인 화제가 됐다.
시체를 얼음 속에서 꺼낼 때 떨어져나갔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가 몰래 절단하여 수십만 달러를 받고 고대 성기를 수집하는 사람에게 팔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물론 다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려 돈 버는 대중 잡지들의 이야기들이다.
심지어는 고고학자로 외치발굴 조사단장이었던 콘라드 스핀들러(Konrad Spindler) 박사가 훔쳐 갔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물관으로 가져가기 앞서 기념으로 몰래 슬쩍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간통으로 생식기가 잘려 알프스로 도망갔다”
외치의 성기를 둘러싸고 얄팍한 상술을 노리는 잡지들 가운데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가 있다. 외치가 다른 사람과 간통하다가 그 남편에게 현장을 들켜서 성기를 잘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현장에서 도망쳐 알프스로 와서 살다가 결국 얼어 죽었다는 내용이다.
또 외치는 제사장(무당)이었는데 여신(女神)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스스로 잘라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간통, 여신에게 바치는 제물. 얼마나 재미있는 스토리인가? 이런 스토리를 누가 읽지 않고 넘어가겠는가?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재미있는 스토리다. 학식을 불문하고 남녀를 떠나 흥미 있는 스토리가 아닌가?
그러나 1993년에 발표된 최종 검시결과를 보면 외치의 성기는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음경과 고환이 남아 있었지만 추위와 얼음으로 인해 지나치게 건조했기 때문에 오그라들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후(前後)의 사정이 이렇다고 해도 외치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야 더 이상 자신을 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준엄하게 꾸짖고,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할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야만 했다.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최초의 발견자 헬무트, 등반 도중 의문의 죽음
파라오의 저주에서 재미를 본 언론들은 외치의 저주를 대서 특필했다. BBC방송과 내셔날지오그래픽도 마찬가지였다.
떠벌려야 유명해지고 돈 버는 언론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다. 언론들은 파라오의 저주에서 엄청난 재미를 봤다. 영국의 BBC 방송은 투탕카멘의 관을 처음으로 열었던 카르나본 경의 죽음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미라의 저주가 죽음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외치의 저주’, ‘아이스맨의 저주’는 그야말로 떼돈을 벌 수 있는 금(金) 노다지였을 뿐만 아니라 BBC를 세계 최고의 방송으로 견고한 반석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관련된 사람 가운데 사망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기는 더 있게 마련이다.
외치의 저주가 처음으로 고개를 든 건 얼음에 묻혀 있던 외치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헬무트 지몬이다. 외치의 발견을 둘러싸고 흥정을 벌이고 있던 그는 외치가 발견된 곳에서 다시 등반을 즐기다가 갑자기 불어 닥친 눈보라에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그는 조난 당한지 8일만에 한 개울가에서 발견됐다. -
파라오의 저주에서 재미를 본 언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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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의 저주를 대서 특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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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방송과 내셔날지오그래픽도 마찬가지였다.
외치 발견 관련자 7명이나 죽어
헬무트의 장례식이 있고 나서 한 시간 뒤에는 그의 조수 디터 워네크(Dieter Warnecke)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헬무트가 조난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조대장으로 대원들을 이끌고 알프스로 떠났던 사람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외치를 처음으로 조사했던 고고학자 콘라드 스핀들러도 다발성 경화증에 다른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비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어붙은 외치를 맨손으로 자루에 담아 운반했던 법의학자라이너 헨(Rainer Henn) 박사는 외치 관련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숨졌다.
헨 박사를 외치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던 산악인 커트 프리츠(Kurt Fritz)도 눈사태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또 아이스 맨 발굴작업을 필름에 담았던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언론인 라이너 호엘츠(Rainer Hoelz)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이상 6명의 사망으로 외치의 저주는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그의 저주가 되살아 났다. 외치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를 시작한 호주 퀸즐랜드 대학 분자생물학연구소의 고고학 연구실장인 톰 로이(Tom Loy) 박사가 2005년 자신의 연구 작업에 관한 책을 마무리하다가 자택에서 숨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외치의 DNA샘플 연구에 매달린 로이 박사도 죽어
외치를 둘러싸고 소위 ‘아이스맨의 저주’와 관련돼 사망한 사람의 명단을 죽은 순서로 보면1. 라이너 헨 2. 커트 프릿츠 3. 라이너 호엘츠 4. 헬무트 지몬 5. 디터 워네크 6. 콘라드 스핀들러 7. 톰 로이다.
한편 외치의 후손은 현재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학자들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최근 DNA와 미토콘드리아 분석 검사를 받았으나 현재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에 따르면 외치는 K라고 알려진 반수염색체그룹의 K1 하부그룹에 속한다는 결과를 얻었으나 현존 인류가 속해있는 K1 3개의 집단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돼 전문가들은 외치의 자손이 있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결론을 냈다.
“외치의 자손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때로 ‘저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세속적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지나친 이기심에 누군가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도, 악령도 따지면 그런 셈이 아닐까?
“인간은 도구를 먼저 만들고 종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방어력을 갖춘 후에 종교를 만들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고, 먹고 살만하고, 여유가 있으니 여가를 달래려고 종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도구(과학)가 종교를 지배하려 것도 볼썽사납지만 종교로 도구를 설명하려는 근본주의 종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가 극을 향해 무한정 질주할 때 파라오의 저주, 외치의 저주는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다.
지렁이와 풀벌레 같은 미물에서부터 인간과 같은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이끼를 낀 채 아무 말 없이 영원을 버티는 바위에서 길가의 조그마한 꽃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하늘의 별과 은하수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은 단절(斷切)이 아니라 영속성이라는 미묘한 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외치의 저주의 마지막 7번째 희생자는 외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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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샘플 연구에 매달린 톰 로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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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자택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 [출처] DNA로 풀어보는 고대 미스터리 |작성자 모두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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