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새벽의 어두 컴컴한 속에서 아침해의 붉은 첫 햇살이 비치니,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바위로 꽉 막힌 거친 산길이 그 원시적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히말라야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하늘 속에 뚜렷이 나타났다. 울퉁불퉁한 바위가 엉켜 있는 사이를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나가고 있는 포니종의 조랑말을 탄 한 사나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쪽으로는 또 한 사나이에 이끌린 짐말이 따르고 있었다. 말에 탄 사나이는 키가 180cm쯤 되고 당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니, 강한 바이탈리티(활력)를 발산시키고 있었다. 머리칼은 검고, 브론즈(청동색)의 얼굴빛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검은 눈은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레슬리 세턴은 미국인으로서 아이 때는 미국의 큰 도시에서 자랐다. 그는 자기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주의의 광적인 분류(奔流)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고, 그것에 의하여 떠내려 간다고 느낀 일도 결코 없었다. 그는 자기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마저도 언제나 고독을 느끼고 있었다. 가족들이나 세턴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애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거나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쪽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이상한 아이라고 여겼다. 이 앉기 좋아하는 아이는 전형적인 성공자인 실업가의 아버지에게는 골칫거리였으니, 취약하고 병 많은 아이가 될 것이라고 늘 걱정했다. 그러나 세턴은 단 혼자서 줄곧 앉아 있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래의 딴 아이들보다도 훨씬 건강하게 커 나갔다.
레슬리가 사물을 알 때쯤에는 전생의 장소나 육체에 관한 실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억이 처음엔 다소 멍하고 불충분한 것이었지만 후에는 완전하고 똑똑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가 성장하여 청년이 되자 과거세의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나 아이 때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던 신에의 사명감이 뚜렷해져 왔다. 그리하여 과거세에 있어서 위대한 성자 앞에 앉아서 우주의 대법칙을 배우고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내었다. 그는 과거세에서 받은 종교적 테스트를 상기하였다. 그 테스트는 궁극적인 신비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레슬리는 그 테스트를 받을 것을 허가 받았으나 그 최초 단계에서 공포심이 일어났고 그 탓에 시험에 멋지게 실패한 일을 되 생각해 내었다. 그 테스트 후 곧 윤회의 물결에 휩쓸리어 미국에 태어났고 그리하여 레슬리는 바야흐로 다시 신에의 상승길에 발을 들여 놓을 참이었다.
레슬리는 과거세에서 얻은 지식에 의하여 자기의 육체와 마음을 자유로이 부릴 수 있는 완전한 도구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오라는 것을 믿고 스승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양친은 자동차사고 때문에 급사했다. 얼마동안 가족의 유산 (청산)의 번거로움 속에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그 유산은 레슬리를 자기 생활을 지탱하기 위하여 이 물질계에 관계하지(쫒기지)않아도 좋을 만큼 여유있게 해주었다. 그는 곧 유산의 일부를 팔아서 얼마간 혼자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자기의 혼과 교류하면서 자기의 전 능력을 다하여 안의 지혜의 보물을 덮어 감추고 있는 검은 베일을 제거하려고 매일 노력을 거듭했다.
어느 날 레슬리는 난로 앞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온 정신력을 제3의 눈에 집중하고 있었다. 눈부시게 돌아가는 빛의 플래쉬가 머리 안에서 보이자 동시에 심안(心眼)으로써 직감적으로 그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경(憧憬)의 표적인 광경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자기가 석벽으로 둘러싸인 큰 방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끼었다. 그곳은 천장이 높은 방이었다. 천장의 한복판으로부터 부드럽고 맑은 푸른빛으로 차있는 투명한 광구(光球)가 비추이고 있었다. 그 방 한가운데의 푸른빛 아래에는 35세 가량의 사나이가 혼자 서 있었다.
그 사나이는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옷 끝은 발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 의복에는 진한 자색의 이상한 표지가 붙어 있었다. 그 사나이는 오른손을 올려 손바닥을 밖으로 보이면서 축복해 주는 식으로 동작했다. 그리고 한마디 「오십시오.」라고 말하였다. 세턴의 마음은 등산가가 높은 산정(山頂)을 밟았을 때에 느끼는 포근한 평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침묵 사이로 「티베트.」라는 한마디가 방울의 맑은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러자 그 광명은 사라지고 심안(心眼)이 닫혔다. 세턴은 자기가 쭉 앉아 있던 자기 방의 현실로 되돌아 왔다.
세턴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초대’가 드디어 온 것이다. 그는 즉시 장기여행의 준비를 시작했다. 세속의 일은 아버지 때부터 잘 아는 변호사에게 맡기고 레슬리는 인도로 향하는 최초의 배에 탔다. 항해중에 지금부터 취하여 갈 길에 관한 아무런 표시도 광명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내부 자아는 자기의 지금 행동에 대하여 조그마한 의혹도 품지 않았다. 배가 상륙지점인 켈커타에 도착하자 세턴은 거기에서 인도 평원을 지나 북쪽의 다지링까지 갔다. 거기에서 세턴은 내심에서 반드시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새로운 지시를 기다렸다.
세턴이 다지링에 도착한 후 며칠이 지난 어느날, 해돋이를 구경하기 위하여 일찍 일어났다. 해돋이의 멎진 대장관에 취해서 있을 때였다. 뒤에서 「자네, 가이드가 필요한가?」라고 묻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턴이 뒤돌아보니 키가 크고 마른 수행자 풍의 얼굴을 한 인도인이 서 있었다. 검게 빛나는 눈 아래로 가늘고 보기 좋은 코가 서있는 그 사나이에게서 짙은 영적인 힘을 느끼었다. 「아니요, 인간은 자기 이외의 가이드가 필요치 않습니다.」라고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자 그 사나이는 「나는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준비가 되겠습니까?」고 말했다. 세턴이 끄덕이자 그 사나이는 세턴의 목전에서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다.
불모(不毛)의 황폐한 땅을 며칠동안 지나 왔을 때, 세턴은 이제 목적지에 다 왔다고 여겼다. 곧 그들은 까칠까칠한 좁은 산 사이의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길동무였던 인도인이 세턴이 있는 데까지 말을 몰고 와 세턴과 나란히 발걸음을 멈추고 섰다. 앞 계곡의 아득히 먼 저쪽 건너 끝에 가로 뻗쳐 솟아 있는 산을 가리키며 「저기가 우리들이 갈 곳입니다.」고 툭 한마디 혼잣말처럼 그 사나이는 말했다.
그 큰 산기슭까지 이르는 데에 몇 시간이나 걸렸다. 거기에 도착하자 동행의 사나이가 재차 말을 멈추고는 「자, 나는 여기에서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은 이 산을 올라가 턱수염을 한 사나이 얼굴 같은 바위가 있는 곳까지 가서 거기에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이 사나이가 한 아침부터의 첫 얘기였다. 세턴은 말에서 내려 고삐를 그 사나이에게 건네주고 길고 험한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새빨간 석양이 먼 산의 봉우리 밑으로 잠길 무렵 세턴은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조금 평평했다. 60m 이상이나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를 지탱해 주는 벽처럼 생긴 곳 앞에 세턴은 멈춰 섰다. 그 암벽 면으로부터 돌출한 바위가 하나 있었고 거기에는 관을 쓴 얼굴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그 얼굴에는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긴 수염이 붙어 있었다. 그 두 갈래의 수염과 빠져 가는 태양이 바위를 비추는 광선의 중간 점에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세턴이 거기로 다가가 보니까 그 사나이는 세턴 정도 또래로서 용모의 윤곽이 뚜렷했고 수염은 깨끗이 깎여 있었다. 머리칼은 검고 짧았다. 또 그 눈은 세턴이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빛을 내고 있었다. 넓은 이마 밑으로 사이 폭이 넓은 두 눈의 빛은 암갈색이었지만 황금빛깔의 작은 별이 반짝거리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이 멋있는 용모의 사나이가 오른손을 들어 세턴에게 인사하자마자 굵고 투명한, 활기에 찬 목소리로 「잘 왔네. 길 잃고 헤매고 있던 속계(俗界)로부터 본디의 광명길로 잘 되돌아 왔다. 나는 제런, 너의 가이드다. 지금 너 자신의 혼의 화염이 가냘프게 가물거리고 있는 상태에서 더욱 억세게 타야 할 초차원의 곳으로, 말하자면 신비한 불멸의 불의 산 정상으로 이끌어줄, 가이드가 바로 나네.」 세턴은 조금 앞으로 나아가 제런의 손을 쥐었다. 그러자 오싹오싹하게 기쁜 조화감이 세턴의 몸 안을 흘러 돌았다. 제런은 세턴의 손을 쥔 채로 뒤를 돌아보며 바위 사이에 끼여 있던 버튼과 같은 작은 돌을 밀었다. 그러자 바위에 새겨져 있던 두 가닥 수염 사이의 폭 2.4m, 높이 3m의 바위가 1m 쯤 안쪽으로 쑥 빠져들면서 소리도 없이 옆으로 또 미끄러져 나갔다. 제런과 세턴은 손을 꽉 쥔 채 열린 문으로 들어서니 그 바위 문은 소리도 없이 닫혔다. 그 길로 대략 300m 쯤 가니까 작은 방과 마주쳤다. 그 방은 입구가 한 곳밖에 없는 것같이 보였고 중앙에는 특수한 회색금속의 낮은 의자가 둘 놓여 있었다.
제런은 세턴에게 의자를 권하고는 자기도 자리에 앉았다. 제런이 자기 의자 곁의 장식 단추를 누르자 그 방 전체가 움직이며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벽면이 소용돌이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으며, 두 사람을 휘감고 있던 하늘거리는 불가사의한 빛이 멀어지자 급히 방의 움직임이 그쳤다. 세턴은 어질어질하던 느낌을 진정하면서 바라보니 처음 방과는 싹 바뀐 광대한 방이었다. 미국에서 출발 전에 본 것과 같은 무수한 광구(光球)가 비추이고 있었고, 문이 벽의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제런은 세턴을 그 중의 한 문으로 안내했다. 제런이 도어를 여니까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장식된 방이 또 나타났다. 「세턴군, 피곤하지. 여기에서 쉬고 내일의 준비를 해둬요.」라고 말하고 제런은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세턴이 주위를 둘러보니 낮은 테이블 위에는 막 조리된 요리를 그득히 담은 접시가 놓여 있었다. 또 옆에는 안락의자도 놓여 있었다. 문의 건너편에는 은 파이프로부터 바위로 만든 대야 안으로 물이 흘러들어 그 밑바닥의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세턴은 곧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하룻길의 때를 씻어 내었다. 시원했다. 그는 탁상의 음식을 먹고는 옷을 벗고 보드라운 침대에 누워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아침, 세턴은 따르릉 따르릉 울리는 벨소리에 잠이 깨었다. 일어나 보니 엊저녁의 잠으로 온 몸에 생기가 차고 넘쳤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접시에 담겨 있던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오늘은 어떤 일이 준비되어 있을까 기대하면서 기다렸으나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세턴에게는 지루하다고 느껴졌으나 곧 문이 열리더니 제런이 들어왔다. 제런은 세턴에게 말했다. 「세턴군. 네가 오랜동안 열망(熱望)하고 있던 일이 바야흐로 자네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과거세에 있어서도 우리들은 자네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의 동료로 삼으려고 했다. 전생에서도 우리들은 네가 지닌 영력을 알고 있었다. 그 힘은 선에도 악에도 또 건설적으로도 파괴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초능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너에게 어떤 테스트를 부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너는 그 테스트에 보기좋게 미끄러졌다. 그러나 실패하면서도 너는 인생은 희생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그래서 너는 재차 너 자신을 고양시켜 초인 동포들과 접촉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너는 진리인 빛 속으로 들어서는 것을 목마르게 바라겠지.」 세턴은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네가 바라는 것은 자력으로써 획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력에 의해서만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가 있는 것이다.」라고 제런은 덧붙였다. 거기서 세턴은 「내 구도(求道)의 인생에 있어서 ‘빛’만이 참인생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야말로 제1조건이며, 희생이 없는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최초 지금의 육체에 갇힌 너에게 있어서는 전생의 기억으로부터 회상해 내지 않으면 안될 많은 원리원칙이 있다. 그것을 위하여 일련의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제런에 답하여 세턴은 「각오는 다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제런은 세턴의 손을 잡고 길을 내려가서는 중앙의 큰방에 들어갔다. 바로 세턴이 미국을 출발하기 전에 비전으로 본 그 방이었다. 제런은 푸른빛 광구 아래에 앉아 세턴에게도 앉도록 손짓했다. 그러더니 제런은 아무 전제도 없이 강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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