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경숙/마음의 여행

글을 쓰기에 앞서

기른장 2022. 5. 21. 21:21

마음의 여행 (과학으로 풀어 본 삶·죽음·영혼)

저자 : 벽운 이경숙
출판사 : 정신세계사
출판사편제 : 정신과학총서 제4권
초판발행일 : 1999년 7월 31일(단기 4332년)
기 타 : 2001년 4월-5월 교보문고, 종로서적, YES24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글을 쓰기에 앞서

 

집안의 종교가 불교이고 어머니가 독실한 불자였던 탓에 나는 어려서부터 절에 다니면서 불교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나이가 들면서 몰두하게 된 선(禪)과 명상(暝想)의 수행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 가지 영적인 체험의 기회를 가지게 해 주었다. 이런 종교적인 공부와 수행의 체험들은 나에게 더욱 본질적인 의문을 던져주었고 가르침에 대한 원리의 탐구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이 책은, 내가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체험들의 이유와 원리를 찾아 종교의 하늘과, 과학의 바다와, 신비의 땅을 헤매고 다닌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쓰는 방랑기이자 견문록이다.


나는 처음에 영적 체험의 항구에서 출발해서, 선(禪)을 지도(地圖)로 삼고 수행을 돛의 바람으로 삼아 나의 내면 세계에 펼쳐진 거친 황파의 바다와 고요한 적막의 호수들을 건넜다. 그리고 여러 종교의 성전들과 철학의 대양을 지나 과학이라는 나라를 거치게 되었다.

 

나의 여행 중에 내가 보고 듣고 알게 된 것들은 아주 단편적이고 극히 작은 일부분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매우 소중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불교의 가르침과 선(禪)의 수행으로 엿볼 수 있었던 의식의 세계와, 우주물리학과 양자론을 비롯한 과학에의 여행은, 애초에 내가 찾으려고 했던 것들의 상당부분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얻은 결론들이 아직은 완전치 못하고 또 이 여행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긴 여행의 기록들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진 많은 사람들, 그리고 불자들과 다른 종교를 믿는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고, 사고의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리적으로 불교의 근본을 이루는 전생과 윤회는 이 세계의 생명들이 태어나고 죽는 생사의 문제와, 영혼과 사후 세계의 실상을 모르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인간이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를 인정한다면 그에 따르는 수십, 수백 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한데 그러한 대답을 나는 어떤 책에서도 어떤 스승으로부터도 명확하게 듣지를 못했다.

 

전생과 윤회가 왜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법칙으로 행해지는 지에 대한 답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답에는 이 세계의 실상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생과 윤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심령술사들의 영매 실험이 보여 주듯이 부정하기 어려운 영혼의 존재와 실상에 대한 의문들도 마찬가지였다. 영혼이 있고, 그것들이 사는 영계가 있다면, 그 세계도 분명히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이 세계의 일부인 것이며, 그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 역시 엄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 혹은 부처는 어디에 있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나는 그에게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들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여행기가 약간의 도움이 기를 바란다. 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려서부터 불교적인 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오랜 여행에서 잠시 돌아온 지금에도 여전히 나는 불자의 한사람이다. 나는 불자로서 떠난 그 여행에서 여전히 불자로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통하여 불교의 교리들에 대하여 가져왔던 몇 가지 의심을 풀 수 있었던 과학적인 근거들을 얻었으며, 불교와 과학의 일치성을 규명해볼 수 있었다. 내가 재가불자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이 글은 다분히 불교적인 관점에서 쓰여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불교만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과, 다른 여러 종교의 세계관을 모두 고려하여 씌어졌으므로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무신론자이거나를 막론하고, 한시적인 생명을 받아 태어난 인간인 이상 무관심할 수 없는 탄생과 죽음 그리고 생명과 사후세계에 대한 약간의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몇 년 전에 직장에서의 업무상 컴퓨터 통신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곧 개인적으로도 취미 차원의 통신 생활을 하게 되어 천리안의 통신 모임방에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나의 법명이었던 벽운(璧雲)에서 통신의 아이디를 ‘clouds’로 만들었고, 통신 이름(대화명)을 ‘구름’이라 정했다.

 

처음으로 모임방에 나의 통신 이름인 구름으로 올린 글이 ‘삼청궁 선녀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의 전생의 기억과, 그로 인한 인연으로 내가 접하게 된 어떤 고서(古書)의 내용을 간추려 올린 환단(桓檀) 시대의 역사 이야기다. 많은 분들이 그 내용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개천록(開天錄)’이란 제목으로 다시 정리하여 연재를 하였고 두 번째로 이 ‘마음의 여행’을 연재했다. 다행히 나의 글들에 많은 통신 벗들이 관심을 표해 주었고 출판하기를 권유하므로 한 권의 책으로 선보이겠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내가 구름(clouds)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간의 통신 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들과 교유했던 한 모임방에 연재했던 ‘전생과 윤회’, ‘영혼과 귀신에 대하여’, ‘기란 무엇인가?’ 등의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쓸려고 노력했으나 그렇게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마음의 여행’이지만 원래는 ‘삶과 죽음의 의문들에 대하여…’라고 붙였다. 삶과 죽음에 있어서 품을 수 있는 의문들과 그 답이 결코 쉽게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흥미삼아 서너 시간 내에 읽고 던질 수 있는 책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명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의문들에 대하여 답을 얻고 싶었다면 이 정도의 수고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나는 감히 이 세계를 설명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의 마음이다. 만약 나의 이야기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면 나는 씻을 수 없는 구업(口業)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속죄하게 될 것이다.


이 글들이 연재되는 동안 여러 가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통신 벗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1999년 6월 어느 날에.


벽운(碧雲) 이경숙 합장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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