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② - 7. 상하이

기른장 2025. 5. 1. 21:21

7. 상하이

여기가 지옥인가? 사이훙은 상하이의 선창에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이국적이고 너무 놀라워서 차라리 지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사이훙은 흔들거리는 배다리를 걸어내려가면서, 소리치고 침을 뱉는 혼잡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 속에 펼쳐진 상하이의 지평선을 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이 긴 성벽으로 유명한 부두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빌딩들은 이제껏 그가 본 어떤 건물보다도 높았다. 쭉쭉 뻗은 빌딩의 선들, 네모반듯한 창문들, 그리스 로마의 건축 양식을 본뜬 건물들 그리고 위풍당당한 회색 기둥과 마천루는 사이훙이 본 어떤 것보다도 기이하였다. 그것들은 하늘을 뾰족한 선으로 그어 놓고 유럽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한때 상하이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푸른 하늘엔 구름이 둥실둥실 높게 떠다니고 대양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넓게 펼쳐진 상공으로 불어왔다. 황푸 강과 우쑹 강이 상하이를 관통했으며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양쯔 강이 있었다. 기름진 옥토가 상하이 서쪽으로 끝없이 펼쳐졌다. 전쟁으로 인해 농토는 많이 유실되었지만, 여전히 그 땅은 신선한 농산물과 녹색의 아름다움도 가져다 주었다.

〈바닷가〉라는 뜻을 가진 상하이는 맑은 햇살이 비추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러나 시계탑과 호텔, 빌딩이 들어선 상하이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사이훙이 보기에는 추했다. 선창의 생선 냄새와 노동자들의 땀 냄새로 상하이는 불쾌하기까지 했다. 모터 소리, 경적 소리, 고함 소리가 난무하는 상하이는 결코 천국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바위 같은 건물들 속에서 인간의 물결에 묻혀 상하이의 일부분이 되어 갔다.

선창에 발을 딛고 서니, 사이훙과 두 동료는 인파에 파묻힌 어린아이들 같았다. 사람들이 어찌나 밀어대는지 신경질이 났다. 걸어갈 수조차 없었다. 사이훙은 팔꿈치로 밀며 군중 속을 헤집고 나갔지만, 몇 걸음 떼어놓기가 쉽지 않았다. 거리의 모퉁이까지 간신히 갔을 때, 그의 감각은 냄새와 소음으로 완전히 마비 상태가 되었다. 강에서 들이 마셨던 그 신선한 공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제 그는 기름 타는 냄새밖에 맡을 수 없었다.

사이훙은 거리를 바라보았다. 나이든 남자들이 삼륜자전거를 끌고 거리를 누볐다. 사이훙은 자동차에 몇 번이나 치여 죽을 뻔했다. 기름 타는 냄새는 바로 그것들 때문이었다. 부르릉 소리를 내고 연기를 뿜어내며 광택을 발하는 검은 자동차들은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태우고 번잡한 대로를 마구 달리고 있었다.
 
사이훙과 우잉, 우콴은 식민 세력의 거대한 전초기지인 도시의 감각적 이미지에 완전 무방비 상태였다. 홍콩과 상하이 방파제의 빗장 걸린 창문, 롤스로이스에서 야하게 걸어나오는 러시아 여인, 찻집에 가면 성공한 선박 중개상들이 있었고 시궁창에는 뻣뻣한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 몹시 여윈 늙은 도붓장수가 사과를 팔았다. 동양인 은행원이 멋진 비단 모자에 서양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를 킁킁대는 헤로인 중독자, 만취한 군인들, 사이훙은 난징 거리에서도 보았던 도시의 혼탁한 모습을 거슬러 길을 재촉해 갔다. 사이훙이 본 거리의 모습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도가 심해져 갔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갱들이 보였다. 그들은 원하면 누구든 괴롭힐 수 있는 젊고 건방지고 상스러운 자들이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은 그들은 거리낌없이 웃옷의 단추를 풀고 밑에 받쳐 입은 옷을 꺼내 놓았다. 보통 사람들은 옷소매를 풀어 내리는데 그들의 옷소매는 감아 올려져 있었다. 그들은 전통 중국 의상을 입고 약간 서양식으로 멋을 부렸다. 사과모자, 선글라스, 넓은 가죽 벨트, 가죽신이 요즘 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옷 밑에는 전통적 암살 도구가 있었다. 칼, 쇳조각, 가죽 곤봉과 피스톨이었다. 어딜 가나 깡패가 있었다.

사이훙은 이 건달패들에게 크게 관심을 두었다. 상하이에서는 무슨 일을 하려면 지하 세계를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동의가 없이는 어떤 일도 불가능했다. 그들은 도시를 장악하고 은행, 정부, 경찰을 전부 통제하였다. 유럽인 거주지와 전시에 와해된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몸을 보전하였다. 양쯔 강보다 더 세차게 흐르는, 도시에서 유통되는 엄청난 액수의 달러는 지하 세계에 의해 완전히 오염되었다. 그것이 산업이든, 운송이든, 아편이든, 헤로인이든, 노예 거래이든 갱조직이 모든 돈을 관할했다.

상하이에서는 그 누구도 홍건단과 녹원회의 세력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쑨 원(孫文), 마오 쩌둥(毛澤東), 저우 언라이(周恩來) 같은 유명 인사들이 이런 저런 식으로 모두 연루되어 있었다. 장 제스(蔣介石)는 정확히 말해 자금과 음모 그리고 상하이의 대부인 두 웨선(杜月神)의 폭력 때문에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두 웨선의 세련된 감각을 따라올 자가 없었고 그의 방탕함 역시 극치에 이르렀다.
 
사이훙 일행은 호텔에서 나오는 음악과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향긋한 음식 내음도 맡을 수 있었다. 빵 굽는 냄새와 고기 냄새 그리고 바다에서 바람이 불면 가끔씩 아편 냄새가 묻어 났다. 그리고 거리의 더 자극성 있는 냄새도 섞여 있었다. 직접 다가가서 코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한테서는 다른 냄새도 난다고 우잉은 말했다. 이를테면 꽃 냄새, 후추 냄새, 가죽 냄새, 나무 냄새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사실 사이훙이 외국인을 구경할 수 있는 몇 번 안 되는 기회였다. 관가보에서 대규모 연회가 열리는 동안 몇 사람의 외국인을 보았지만 소수에 불과했었다. 이제 상하이는 도시 전체에 외국인이 득실거렸다.

그는 여러 가지 끔찍한 소문을 떠올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에겐 꼬리가 달렸을까? 그들의 몸은 전부 털로 덮여 있을까? 어린애를 잡아먹을까? 외국인은 정말 자신이 원숭이의 후손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사이훙이 상하이에서 외국인의 역사를 더 많이 알게 된 것은 간이 숙박소에서 우콴이 해준 설명 덕택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국인은 계속 사이훙 일행을 당황시켰다.

수십 년을 지나오면서 외국인이 이 도시에 유명한 외국인 조계(租界)를 만들었다고 우콴이 설명해 주었다. 영국은 부두의 끝에 있는 최고의 땅을 점령한 반면, 프랑스는 영국령과 그 남쪽의 고대 성곽 도시 사이의 지대를 차지하였다. 우쑹 강 건너 북부 지역은 미국 조계였다. 그러나 미국은 별짓을 다 해도 그 땅을 다스릴 수 없게 되자, 영국과 합동으로 〈국제조계〉를 만들었다.

〈국제조계〉는 시의회를 두었는데 의회는 유력인사의 하수인들이 지배했다. 프랑스도 유사한 통치기구를 만들었다. 양쪽 다 자체 경찰병력을 보유했지만, 그것은 식민 통치의 정신적 상징물에 지나지 않았다. 조계는 범죄를 부추겼다. 자국 법망을 피해 이곳으로 쉽게 피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범죄자들은 끊임없이 이것을 이용했다. 경찰은 상하이를 지배하는 범죄 조직과 협력하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외국인의 위용은 1937년 일본이 이 도시에 쳐들어와서 대다수 서양인을 상하이맨션이라 불리는 추한 고층빌딩으로 몰아넣었을 때 크게 손상되었다. 일본은 한번 정착하고 나서는 부정부패, 사악함과 타협을 했다. 식민정책은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썩어 들기 시작했다. 도시는 이제 정치가, 암살자, 첩자, 군국주의자, 갱과 자본가의 손에 넘어갔다.

일본군은 여전히 들볶고, 흥청대고, 강간하고, 약탈하는 위험한 존재였다. 수행자는 주의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상하이에 오면 누구나 상하이의 방식을 추종하게 만드는 상하이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마약과 섹스는 도시의 근간이 되었다. 격정과 정치와 장삿속 그리고 드물지만 때로는 사랑마저도 나름대로 이 둘과 함수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마약과 섹스를 지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돈이었다. 육신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건 마약 중독자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건, 아편이든 모르핀이든 헤로인이든 모두 구할 수가 있었다.

아편굴과 사창가에서는 〈꽃과 향기〉, 즉 여자와 아편 연기를 구할 수 있었다. 상하이에서는 어떤 여자든 돈을 주고 살 수가 있었다. 고급 살롱의 창부나 기생에서 골목길에서 값싸게 살 수 있는 매춘부까지 있었다. 동성 연애자들도 무시를 당하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은 자기 취향에 맞는 미소년을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 돈이면 살 수 있었다. 이 모든 활동이 갱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사이훙 일행은 거리 모퉁이의 건달패들과 접촉을 했다. 뇌물을 주고 감언이설로 속여 범죄자들의 위계조직 속으로 파고들었다. 경극장에서 배우들 꽁무니를 좇고, 다방에서 놀고,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다가 마침내 그들은 〈회색 백조〉와 함께 온 청중과 말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회색 백조〉는 상하이 지하 세계의 두목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회색 백조〉는 암살을 두려워하여 몸조심을 하는 여자였다. 그녀는 꼭 한 사람만 만났다. 사이훙은 자신이 그 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이훙이 약속한 날은 화창했지만 후덥지근했다. 프랑스 조계를 통과하는 동안 사이훙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땀방울이 목덜미에서 뚝뚝 떨어졌다. 사이훙은 연도에 심어 놓은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을 따라 걸었다. 공기는 눅눅하여 숨쉬기도 어려웠다. 별장에는 회색 벽토를 바른 담장이 솟아 있었다. 별장들이 있고 그 뒤에 규모가 상당히 큰 목재와 벽돌로 지은 저택들이 있었다. 저택의 양식이 사이훙에게는 이국적으로 보였다. 그는 아직까지 파리, 런던, 베를린에 가본 적이 없었다. 외국의 도시에서라면 이런 것들이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경비가 삼엄한 구내로 갔다. 철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전부 권총을 차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를 찾으려고 조심스럽게 사이훙의 몸을 수색한 다음 모양이 흉한 벽돌 건물의 굽은 진입로 아래로 호위해 갔다. 건물의 정면은 오직 견고함과 화려함만을 고려하여 지어진 듯했다. 가짜 돌기둥들이 육중한 나무 문의 테두리를 두르고 있었다. 카펫이 깔린 현관 복도로 들어서자 역겨운 냄새가 났다. 곰팡이 냄새 같았다.
 
6명의 남자가 사이훙과 함께 거실로 갔다. 거실은 중국식으로 아주 세련되게 장식되어 있었다. 사이훙은 놀랐다. 많은 갱들은 인정받는 자리를 차지하고 난 후엔 예술과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그들의 취미는 야하고 거들먹거리는 천박한 경향을 띠었다. 그런데 여기 놓인 도자기와 장식용 옥 조각품들은 박물관에 놓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것들은 방에 빙 둘러서 있는 험악한 남자들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회색 백조님이시다!」

경호원이 회색 백조의 등장을 알렸다.

예술품과 살인자들이 가득한 미색의 방 위쪽에 가냘픈 여인 하나가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검은 담비 색깔의 스카프에는 은과 금, 옥으로 만든 핀을 꽂고 있었다. 불거진 뺨과 활처럼 휜 눈썹, 얇은 입술은 알맞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두껍게 화장한 얼굴은 여자의 전성기를 살짝 지났음을 말해 주었다. 어깨는 조금 넓었지만 가슴은 균형미가 있고 풍만했다. 몸에 달라붙는 비단 드레스의 길게 벌어진 틈으로 드러난 다리는 길고 미끈하게 뻗어 있었다. 그녀는 흔들거리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장난하고 있었다.

「야! 아주 잘생긴 미남이시네!」

회색 백조가 말했다. 사이훙은 얼굴을 붉혔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네! 정말 근사한 체격이야! 오, 오! 내 입에서 군침이 도는 것 좀 봐!」

그녀는 곰처럼 거대한 체격의 경호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내 마음에 들어. 피부도 부드러운 게 너희들 무법자들의 피부와는 다르군!」

경호원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사이훙은 그의 이빨이 여러 대 나간 것을 보았다.

「이것 봐요. 나랑 놀러 왔나?」

그녀는 환심을 사려는 듯 알랑거렸다.

「미안하지만, 그게 아니라······.」

사이훙은 말을 더듬거렸다.

「저는 녹원회의 일원인 사형을 찾고 있습니다.」

「저런 갑갑한 친구 봤나!」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러니 남자들은 골치가 아프단 말이야. 항상 곧바로 사업부터 하고 싶어한다니까! 물론 댁이 여기 온 이유는 알겠어요. 그 남자가 그렇게도 필요하다면,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줄 수도 있어. 그런데 그 보답으로 청년은 나에게 무엇을 줄 테야?」

「무엇을 원하십니까?」
 
「당신과 단 둘이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황홀할 텐데!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이 되고도 남아. 하룻밤의 쾌락을 나에게 준다면 청년의 사형을 넘겨줄게.」

회색 백조가 이렇게 말했다.

사이훙은 흥분하여 목 양쪽에 있는 정맥이 쿵쾅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저는 출가인이고 지금 수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교 수행자입니다.」

사이훙이 말했다.

「그래서? 왜 도교를 위해 기둥서방이 되면 안 된다는 거지?」

그녀는 수줍게 미소지었다.

「말도 안 됩니다!」

회색 백조는 소리내어 웃었다.

「저렇게 솔직한 청년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신선해. 골목대장들은 생김새도 훌륭하다니까. 상하이에서는 저런 사람을 볼 수가 없어.」

경호원들이 빈정거리듯 킬킬댔다.

사이훙이 다시 얘기를 꺼냈다.

「당신한테 내 사형이 없기 때문에, 어쨌든 공평하게 거래를 하지 못할 거요.」
 
「맞아요. 미남이기도 하지만 약삭빠른 사람이군.」

그녀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겠습니다. 떠나도록 허락해 주세요.」

「내 허락이 내리기 전에는 떠날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 문제에 관심 있는 다른 사람이 있는데, 소개해 드리지.」

회색 백조가 정답게 말했다.

「그 사람이 누굽니까?」

「두 웨선.」

사이훙은 멈칫했다. 두는 상하이 암흑가의 왕이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인다고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이훙은 상하이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을 두가 모를 리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를 만나게 해주는 대가는 뭐죠?」

「당신과 나는 둘 다 무림의 일원이에요. 그것으로 족해요.」

「정말입니까?」

「그래요. 내가 본심을 오로지 탐욕에만 두고 있다고 멋대로 추측하지 말아요.」

「상하이의 법도로군요.」
 
「맞아요, 맞아.」

회색 백조가 웃었다.

사이훙은 속으로 욕했다. 사이훙은 아마도 두가 빈틈없이 지시를 내린 모양이라고 추측하였다.

「가도 좋아요. 내일 두를 만나라고. 그들이 당신을 안내해 줄거야.」

그녀가 말했다.

사이훙은 그러마고 말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행운을 비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사이훙은 몸을 돌렸다. 경호원이 감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사이훙은 회색 백조의 웃는 얼굴을 보려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것은 틀림없는 남자의 웃음이었다. 회색 백조는 여장 남자였던 것이다.
 
「내가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반복했다.

「오, 오! 너를 침실로 데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사이훙과 우잉, 우콴은 눈을 가리운 채 리무진에 태워져 발코니가 있는 3층 저택으로 갔다. 저택은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져 있었다. 창틀과 난간은 베니스풍으로 붉게 칠해져 있었다. 집 앞의 좁은 안뜰에 리무진이 몇 대 더 주차되어 있었다. 사이훙은 주위를 슬쩍 살폈다. 벽들은 거의 4미터 높이나 되었다. 대문은 무거운 철판이 씌워져 있었다. 한구석에 시들어빠진 작은 정원과 붉은색과 녹색으로 칠해진 중국식 전망대가 있었다. 담장 너머로 프랑스풍의 건물이 몇 채 더 보였다.

그들은 몇 걸음 올라가 현관으로 갔다. 선인장, 야자수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넓은 현관 입구는 니스를 칠한 참나무 격자에 비스듬히 유리판이 끼워져 있었다. 어두운 실내는 마호가니의 벽과 딱딱한 나무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루 끝까지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칙칙한 빛깔의 옷을 입은 경호원들은 마치 유령의 집에 갑옷을 입고 서 있는 기사 같았다. 거리를 오가는 뚜쟁이와 도둑, 바람둥이와는 달리 이 사람들은 반백의 머리를 한 엄격한 직업인이었다. 옷이 부풀어 오른 것은 그 속에 근육과 총이 들어 있다는 신호였다.

경호원 한 명이 이중으로 된 참나무 문을 열자 큰 방을 빙 둘러선 더 많은 남자들이 있었다. 서양식 소파와 의자가 놓여 있었고 한결같이 똑같은 갈색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사진과 어두운 유화 몇 점이 벽을 장식했다. 로코코식 금색 틀 속의 거울은 싸늘한 흑색 벽난로 위에 걸려 있었다. 창가에 길게 뻗은 야자수 화분이 있었다. 하지만 무거운 휘장이 반쯤 내려져 있었다. 수정 샹들리에가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방 끝의 녹색 램프 옆에 두 웨선이 앉아 있었다.
 

40대 중반의 두 웨선

 
두는 사이훙 일행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사이훙은 그를 자세히 뜯어봤다. 바짝 친 상고머리가 사각형 얼굴을 반원을 그리듯 살짝 덮고 있었다. 이마는 조금 튀어나와 있었고 숱이 무성하고 짙은 눈썹은 활처럼 휘어 있었다. 두 눈은 본능적인 냉혹함이 번들거렸다. 콧날이 우뚝 했고 커다란 콧구멍은 벌어져 있었다. 입술은 관능적이고 매우 컸다. 귀는 벌어져 있는데 이것 때문에 그가 싫어하는 별명인 〈당나귀귀 두〉가 생겼다. 피부는 팽팽했지만 몇 년간 아편을 한 탓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때 두툼했을 두 어깨가 지금은 가냘펐다. 깃이 세워진 가운 밑에 있던 옛날의 근육은 온데간데 없었다. 단지 툭툭 불거지고 단단한 육체밖에는 없었다. 두 웨선은 노련했고 나름대로 성공도 거두었다. 45살인 두는 권력의 정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홍콩에서든, 충칭(重慶)에서든, 상하이에서든 그는 아편 수송에서부터 장 제스 집권과 관련된 정치적 음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

두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 많은 인생의 역사를 알아내기란 정말 어려웠다. 그는 황푸 강 건너편 푸동(浦東)에서 태어났다. 처음엔 시시한 마약 밀수업자와 뚜쟁이로 시작했다. 상하이가 한창 쾌락과 부패에 젖어 있던 시절이었다. 그는 황 진룽(黃金榮)의 부하가 되어 곧 녹원회의 대열에서 급부상하였다. 그는 아편 거래와 모든 범죄 활동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일을 도왔다. 또 다른 갱조직과 협정을 맺거나 아니면 송두리째 제거해 버렸다.
 
1927년까지 두의 조직은 장 제스가 중국 정부를 장악하도록 도왔다. 두는 헌신적인 반공주의자였다. 1927년의 유명한 대학살을 배후에서 조종한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때 두의 부하는 상하이 거리에서 5천 명(혹자는 십만 명이라고 말한다) 이상을 살해했다. 살육을 하는 데는 불과 몇 시간밖에 안 걸렸다. 그러나 시체를 실어 나르는 데는 몇날 며칠이 걸렸다.

그와 동시에 두는 금융계의 대부가 되었다. 이것은 그 당시에 반드시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부패와 부와 권력의 남용은 상하이 금융가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는 멋진 비단옷, 턱시도, 비단 모자를 걸치고 다녔다. 자가용 운전사를 고용해 두 가지 색의 비싼 리무진을 타고 다니면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았다. 그는 상하이도시연합의 대표이고 중국 은행의 이사였다. 통화준비위원회의 일원이 되었고 청년학교를 설립하고, 성실협회라 불리는 동업조직을 결성했다.

두는 열성적인 국민당원이었다. 게다가 일본인을 증오했다. 비록 문어발식으로 뻗어 가는 일부 갱조직의 점령군과의 마약 거래를 막지는 못했지만, 1937년 일본이 상하이를 침략했을 때 두는 그의 선박들을 모두 침몰시켜 항구를 폐쇄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부하중 일부는 일본에 저항하여 지하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의 여러 면모를 한데 조화시키기가 어려웠다. 잔혹한 살인자, 아편 밀매업자, 저명한 은행가, 파렴치한 호색가, 헌신적인 국민당원, 마약 중독자, 경극 애호가 그리고 부유한 명사가 그의 모든 모습이었다. 두의 성격을 푸는 열쇠는 무림 규약에 대한 그의 신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양쯔 강 계곡을 무대로 한 무림 분파의 원로이자 대부로서 그는 〈이기(利己)〉를 신봉했다. 그것은 번역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함축된 뜻은 정의, 명예, 원칙, 기사도와 관용이었다.
 
두는 자신을 무술가요, 정의의 수호자로 간주하였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우하고 그의 규정을 어긴 자들에겐 징계를 한다고 생각했다. 무사는 자신이 떠받드는 주인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법이다. 단지 도전자들을 죽일 뿐이다. 두가 떠받드는 주인은 권력과 아편, 돈의 삼위일체였다. 그는 그것들을 위해 싸우는 무사였다.

두의 정의감은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면서 순수했다. 아무리 비뚤어져 있어도 명예 의식은 그를 갱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후세 사람들은 두 웨선을 악당 만화의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두라는 인간은 관대함과 조직 범죄, 이상주의와 기회주의가 어우러진 아주 무한한 복합체였다.

그러나 두가 무시무시하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사이훙은 그를 바라보면서 두의 잔인성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두였다.

「자네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두는 짧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무림의 이름으로 그를 찾을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사이훙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긴 침묵이 흘렀다. 사이훙은 두가 생각에 잠겨 있는지 몽롱한 환각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모두들 공손히 둘러서 있었다. 위인은 영광과 권위의 빛을 발산한다. 하지만 두 웨선의 첫인상은 달랐다. 그는 창백한 모습으로 꼼짝 않고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그러나 두 눈은 생기있고 또렷했다.

「너는 무술가지?」

아까와 달리 두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사이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해봐라.」

사이훙은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 사이훙은 자신의 장기 중의 하나인 유엽장(柳葉掌)을 펼쳐 보였다. 사이훙이 동작을 마무리짓자마자 두의 눈에 생기가 도는 것이 보였다. 사이훙은 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어야만 했다.

사이훙은 근육이 구부러지는 것을 느꼈다. 발은 회오리 공격술을 펼치기 위한 기본 자세를 취했다. 그의 허리가 세차게 비틀어졌다. 어깨는 재빨리 포물선을 그리는 양팔에 힘을 붙였다. 사이훙은 기쁨과 몸 안의 열기가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랑스럽게 독전극(獨戰劇)에 몰입했다.

「최고야! 최고!」

두는 사이훙이 짧은 무술 시범을 마치자 이렇게 환호했다.

사이훙은 깜짝 놀랐다. 두는 송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자네 둘은 어떤가?」

두가 우잉과 우콴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미리 정해 놓은 형의권의 연습 대련을 시범 보였다. 내공 무술인 형의권은 무서운 파괴력을 뿜어내는 직접 공격법이었다. 후퇴는 없고, 단지 옆으로 피하거나 회전하는 것 뿐이었다. 모든 동작을 하나하나 직접적이고 맹렬하게 퍼붓는 공격 기술이었다. 상대의 공격에 대한 반응은 역공뿐이었다.

두는 점점 흥분하더니 수연통(水煙筒)을 가져오도록 수행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수행원이 검은 타르 방울 같은 것을 가득 채워서 그에게 주었다. 두는 성냥불을 붙였다. 검은 아편이 빨갛게 타들어 갔다. 그가 숨을 들이마시자 파이프에서 물이 꾸르륵 흐르는 소리가 났다. 푸르고 흰 연기가 그를 둘러싸며 올라갔다. 아편 특유의 향긋하고 달콤하고 맛있는 연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두 형제가 무술 연기를 끝냈을 때쯤 두는 원기가 왕성해져 흥분하고 있었다. 그는 무술 광신자였다.
 
「젊은 영웅들에게 내가 인사해야겠군.」

두는 인사의 표시로 두 손을 모아 쥐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는 소년같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시범을 보여 주지!」

경호원이 칼집에 든 두 개의 칼을 가져왔다.

두 웨선은 손잡이를 쥐고 두 개의 번쩍이는 칼을 꺼냈다. 사이훙은 쓸어 내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칼집에서 나는 날카로운 쇳소리였다. 날이 넓은 칼은 잡아 빼거나 넣을 때면 칼날에서 날 가는 소리가 났다.

「팔괘쌍검(八掛雙劍)!」

두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독특한 검법을 선보이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두의 검법은 두 팔을 나란히 들면서 시작했다. 칼날들은 양쪽으로 베고 선회하고 다시 베었다. 자르고, 찌르고, 여러 방향으로 꿰뚫기 시작했다. 한 칼이 차단을 하면 다른 칼은 공격을 했다. 때때로 동시에 두 칼로 베어 넘겨 버리기도 했다. 두의 긴 팔은 큰 새의 날개처럼 끝에서 끝까지 거의 3.5미터나 되는 범위까지 닿을 수 있었다.

두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는 무사였다. 어떤 적이든 프로펠러처럼 선회하는 두의 칼날들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할 수 있다고 해도 발로 차기, 뛰어오르기, 날아서 차기와 공중에서 자르기 검법은 거의 모든 노련한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젊었을 때의 두 웨선. 뒤에 있는 쌍검이 팔괘쌍검법에 쓰이는 칼이다.

 
두의 칼들은 속도가 아주 빨랐다. 사이훙은 스릴 넘치는 두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연기가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피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저미는 칼날의 힘은 두에게 확실히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빙글빙글 선회하는 칼날이 흐려졌다. 너무 빨리 베기 때문에 공중에서 나오는 칼소리는 마치 천이 단번에 찢어지는 소리 같았다. 노련하게 찌르는 검술, 정확한 방어, 발레를 하듯 발로 차면서 위 아래로 움직이는 두 개의 가위날 공격등은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섬광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우아함, 스피드와 힘이 하나로 결합되어 완벽한 살인적인 힘으로 변했다. 그의 얼굴에서 물방울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두는 만족하여 입을 벌리고 씩 웃었다.

이번에는 사이훙이 흥분할 차례였다. 그는 혼자서 팔괘검법을 배웠었다. 그러나 날이 넓은 칼이 하나밖에 없을 때 쓰는 검법이었다. 두의 기술은 놀라웠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하는 잔인한 기술이었다. 사이훙은 그것을 배우고 싶었다.

시범을 끝낸 두는 사이훙의 눈에서 열광적인 무술가에게서 볼 수 있는 낯익은 광기를 보았다.

「마음에 드나?」

두가 물었다.

「네, 그렇고 말고요!」

사이훙이 대답했다.

「배우고 싶은가?」

「물론이지요!」

잠깐 동안 사이훙은 후디에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대화를 다시 현실로 되돌린 사람은 오히려 두였다.
 
「자네는 후디에를 원하지. 내가 내 영토에서 그를 찾게 해주지. 그런데 반대 급부가 필요하다네.」

「그게 무엇입니까?」

사이훙이 물었다.

「화산의 무술은 자고로 유명하지. 자네들 셋이 방금 보여 준 대로야. 나는 다섯 권의 비법입문서가 있다는 걸 알지. 죽서칠판을 완전히 통달한 사람이 쓴 책 말이야. 내면의 에너지 배양을 통한 치명적인 무술 기법이 나와 있지. 그 책을 나에게 주게. 그러면 후디에를 갖게 해 주지.」

사이훙은 잠시 머뭇거렸다.

「사람을 보내서 가져와야만 할 겁니다.」

사이훙은 걱정스러웠다. 너무 비싼 값인데다 화산에서 동의할지도 알 수 없었다.

「좋아. 일주일 안에 내 손에 넣어 줘. 그 동안 자네는 이 검법을 배울수 있을걸세.」

특사를 통해 책이 상하이에 도착한 날은 흐리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윤기 흐르는 비단옷 위에 떨어진 진한 먹물처럼 구름은 큰 폭풍우가 아닌 음울한 이슬비를 몰고 올 것 같았다. 사이훙은 네모 탁자 위에 짐꾸러미를 올려놓고 짐을 풀었다. 천으로 된 상자는 색 바랜 자주색 실크 뚜껑으로 덮여 있었다. 안에 다섯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사이훙이 책을 펼치자 희미한 불빛이 노란 종이 위의 검은 글씨를 비췄다.

상하이의 두 웨선이 화산의 도인들이 보관하는 비법 소책자에 대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것은 두의 지위뿐 아니라 소문과 무림의 정보망을 통한 것임을 가늠케 했다. 사이훙은 책자를 읽기 시작했다. 곧 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책에는 내적인 배양에 대한 심오한 이론적 원칙이 적혀 있고 어떻게 하면 싸우는 동안 내부기관을 터뜨리기 위해 적의 몸에 초인적인 힘을 투사할 수 있는지 적혀 있었다. 두 같은 살인자의 손에 이 살인 기술을 넘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임이 분명했다. 사이훙은 화산의 원로들이 후디에를 잡으려는 마음이 너무 절실해서 죽서칠판을 걸고 도박을 한다고 생각했다.
 
사이훙이 삼륜자전거를 타고 두의 저택에 도착했을 때 두는 평소의 습관대로 아편 흡입에 열중하고 있었다. 천식기가 있는 두는 숨쉬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그리고 눈가가 충혈되어 눈물이 글썽했다.

아편은 그에게 쾌락이자 악습이었다. 그러나 또한 숨을 쉴 때 씨근덕거려 호흡이 짧아지는 괴로움을 덜어 주었다. 아편을 빨지 않고서 두는 그의 무술 실력을 불러낼 수 없었다. 많은 무장 경호원들이 어디서나 그를 수행하고 두가 늘 아편에 절어 지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두는 상자를 열면서 음침하게 사이훙을 보았다.

「여기에 든 책은 세 권 뿐이군.」

「저를 순진하다고 생각지는 않으셨겠지요?」

사이훙이 감히 이렇게 대꾸했다.

「확실히 믿기 때문에 세 권은 드립니다. 그러나 제 사형은 어디 있습니까? 제 손에 잡히면 나머지 두 권을 드리겠습니다.」

「네가 나를 배반하지는 않겠지.」

두가 험악하게 나왔다.

「물론입니다. 그러나 거래는 거래입니다. 후디에와 책의 거래이지요. 상품이 없는데 대금을 지불하지는 않으시겠죠?」

「좋다.」

두는 사이훙을 유심히 살피고 나서 말했다.
 
「네가 원정을 끝내는 그때 마지막 두 권을 나에게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우정은 없을 것이다. 너를 찾아내어 너의 도관에 불을 질러 버리겠다.」

「알겠습니다.」

사이훙은 천연덕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제 어디 가면 그를 찾을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산둥성.」

두가 털어놓았다.

「그는 덕망 있는 스승인 투즈선(   之神)의 집에 있다. 이것이 세 권의 책 대신 내가 줄 수 있는 정보의 전부이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오늘 밤 충칭으로 떠나겠다. 일본인들이 수상쩍은 짓을 하고 있다. 곧 돌아오게 될지 또 우리가 다시 만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기억해라. 녹원회는 중국 전역에 퍼져 있다. 그러니 나는 어디에도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책들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거래는 거랩니다. 제가 산둥성에서 후디에를 잡으면 원하시는 것을 얻게 될 겁니다.」

「그래.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탐나는 것은 항상 차지하고야 마니까.」

두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이훙은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급히 우잉과 우콴이 기다리고 있는 호텔로 돌아갔다. 그들은 짐을 챙겨 그날 오후에 출발했다. 그러나 사이훙은 후디에가 산둥에 나타났다는 말만 해주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사이훙은 갈라지는 게 어떠냐고 그들에게 제안하고 중국의 5대 성산의 최고봉인 타이 산(泰山)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그 산은 도인들에게는 성지로 간주되고 있었다. 도인이라면 평생 한 번이라도 성지 순례를 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곳은 회교도들이 메카를 순례하는 것과 흡사했다. 도교 수행자로서 두 형제는 타이 산 정상에 올라가 본 적이 없었으므로 사이훙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들은 사이훙이 후디에의 은신처를 알고 있으리라고 결코 생각지 못했다.

투즈선의 집은 산둥 중심부의 산 속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다. 담장 안에 지어진 궁전 같은 별장이었다. 산봉우리들은 화산처럼 금욕적인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그 대신 그것들은 오랜 세월의 비바람에 모서리가 둥글게 마모되고 부서져 있었다. 쪼개지고 부서져서 바윗덩어리와 흙 더미로 변해 버린 산봉우리들은 안개가 자욱한 숲 속에 묻혀 있었다. 산의 경관은 진짜 요새가 될 만한 천혜의 배경을 형성하였다. 높은 담장은 유령 같은 산 속에서 고독한 존재였다.

투즈선은 사이훙 할아버지의 친구였다. 그래서 그는 사이훙을 따뜻이 맞아 주었다. 투즈선 할아버지는 강한 어깨와 손을 가지고 있었고 손가락은 철도에 쓰는 큰 못 같았다. 하얀 수염으로 덮인 얼굴은 쪼글쪼글했다. 앞이마가 툭 튀어나오고 콧등이 다소 넓적한 매부리코였다. 두툼한 눈썹 사이는 좁았고 노려보는 듯 긴장감이 감도는 두 눈은 어둡고 불안해 보였으나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사이훙의 편지를 받았었다.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후디에에게 도망치지 말고 그대로 남아 있다가 사이훙을 만나보라고 권했다. 계속 도망가 봤자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투즈선의 의견이었다. 두 형제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면 모두에게 이로울 터였다.

2개월간 계속된 추적이었다. 그 동안 사이훙은 중국을 위아래로 왔다갔다 했다. 마침내 사이훙은 후디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몸을 씻고 어두운 색의 비단옷으로 갈아입고 정원으로 나갔다.

깨끗이 회반죽을 바른 담에 난 반달문의 틈으로 풍상에 깎인 바위들이 작약꽃에 둘러싸여 완벽하게 배치된 것을 보았다. 사이훙은 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가 육각형의 아치 길에 이르렀다. 그 위에는 〈고대의 영원한 향기〉라고 새겨져 있었다. 아치 길을 따라 가면 녹음진 정원이 나왔다. 정원에는 터키 옥으로 장식된 풀장, 회색빛 바위 정원, 수양버들 그리고 늙은 소나무가 있었다.

사이훙은 길을 따라 다른 벽이 하나 더 있는 위쪽으로 걸어갔다. 정자옆의 타원형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직경이 5미터쯤 되는 인공섬이 있는 커다란 연못이 흐린 빛 속에 가물거리고 있었다. 등뒤에 손을 마주잡고서 파란 비단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후디에가 먼 곳의 산봉우리를 응시하며 서 있었다.
 
연못의 다리는 30센티 두께의 견고한 화강암 석판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전망대의 화려한 색과 후디에의 정지된 모습이 버드나무와 함께 연못 위에 비쳤다.

「결국은 내가 형을 따라잡았어.」

사이훙이 퉁명스레 말을 던졌다. 후디에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우아한 동작이었다. 사이훙은 그의 피부가 여전히 매끄러우며 변함없이 미남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금도 고민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침착했다. 그는 활짝 미소지었다.

「형은 그 이유를 잘 알겠지. 대사부께서 형을 찾고 계셔. 형이 크게 문제를 일으켰으니까.」

「내가 말이냐?」

후디에는 둘 사이에 놓인 팔각형 대리석 탁자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결이 부드러운 우윳빛 대리석 의자 4개가 북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북 가죽에 박힌 못과 손잡이 따위가 아주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명 왕조에서 내려온 멋진 그림이 그려진 자기 쟁반에 소나무 그루터기 모양의 찻잔이 있고 두 개의 작은 컵도 있었다.

「차 좀 마셔라.」

사이훙과 후디에는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후디에는 찻잔을 멋들어지게 내려놓고 수선화 향기가 나는 차를 따랐다.

「형은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어.」

사이훙이 단호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형은 죄를 많이 지었어.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 형의 재주를 남용한 거야. 내가 형의 잘못을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 일거야.」

「너도 살인하지 않았니? 너는 나의 애인과 그녀의 남동생을 죽이지 않았니?」

「그들은 무술가였어. 우리는 모두 무림의 일원으로서 결투를 벌이다 죽을 가능성을 인정했어.」

「너도 도인이라서 잘 알겠지만 무슨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사람을 죽인 건 죽인 거야.」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마. 형은 자꾸 관심을 형으로부터 돌리게 하려는 거야.」

「내가? 난 숨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하나도 없다고? 형은 정말 뻔뻔스럽군! 형은 정원에 서서 형이 유혹했던 여자들을, 사창가에 팔아 넘긴 여자들을 모르는 척하는 거야. 마약으로 형이 망쳐 놓은 사람들, 단지 형을 방해했다는 이유 때문에 죽어야 했던 무고한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있어. 형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아? 죄의식도 없느냐고?」

후디에는 생각에 잠겨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사이훙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죄의식?」

후디에가 반문했다.

「너, 아주 현란한 화술의 웅변가가 다 되었구나. 넌 정말 죄가 뭔지나 알고 있니?」

그 질문에 사이훙은 말이 막혔다.
 
「죄는 열등한 자의 피신처란다. 그들은 범죄라고 말하는 것을 저질러 놓고 죄의식을 느낀다며 우는 소리를 한다. 죄의식이 잘못을 깨끗이 씻어 준다고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하고 똑같은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거야. 그들의 죄는 더욱 무거워지는데 말이야.

스스로 변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게 되어 계속 죄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열등감에 빠진단다. 자기들이 지은 죄 뒤에 숨어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져서 은밀히 그 고통을 즐기는 거야. 이게 바로 그들이 사는 방식이 되어 그 사람들을 완전히 불구로 만들어버리지.」

사이훙은 혼란스러웠다. 전에는 이런 문제가 아주 확실한 것이었다. 사이훙은 지금 그게 왜 이리 복잡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후디에의 주장은 논리적이었지만,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죄는 그의 행위가 틀렸다고 사람이 인정할 때 성립되는 거야. 하지만 죄는 병이지. 죄를 다스리는 유일한 약은 앞을 내다보고 참아 내는 것뿐이야. 밧줄을 타고 산에 올라갈 때는 오직 정상만을 바라보고 도중의 모든 것은 무시하는 거지. 죄는 불필요하다.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얼마간의 잘못을 범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죄의식을 가지고 죄 뒤에 숨어 버린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은 행위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나서 두번 다시 그 잘못을 저지르지 않지. 그런 사람은 약점을 깨끗이 씻을 뿐만 아니라 죄의식의 필요성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이것 봐, 형.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워. 이제 형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게 어때?」

「이제 네가 나를 재판하는구나. 죄를 재판하는 너는 과연 누구냐? 누가 다른 사람을 재판할 권리가 있단 말이냐?」

「법이 있고 규칙이 있잖아.」

「법은 인간이 만든 개념이야. 그것은 인위적이고 독단적인 기준이란다. 나는 법의 멍에를 인정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대중들이나 법을 가지라고 해. 상상력 없이 관습을 따르게 내버려둬라. 무리에게는 구속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나는 도덕과 같은 어리석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형은 괴물이 다 되었군. 올바르게 사는 생각들을 악용하다니.」
 
사이훙은 성을 냈다.

「너는 고작 하는 일이 거기 앉아 비난이나 퍼붓는 것뿐이구나. 만일 네가 나의 인생을 산다면, 너는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난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들보다 더 고매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사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너무 빨리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려 들지 마라.」

후디에는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인생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내 운명에 충실하는 것뿐이란다.」

후디에는 조용히 말했다.

사이훙은 잠시 생각했다. 그것은 후디에에게 아주 타당성 있는 목표 같았다.

「우리는 모두 운명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났단다.」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후디에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운명을 완수하는 것이지. 그것은 완전한 정직성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불량한 사람이 되려고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죄를 열등한 자들의 피신처로 경시하는 이유다. 그들은 단지 자신으로부터 숨어 있을 뿐이다. 나는 그렇지 않단다.

나는 나를 수용한다. 나 자신에게 어떤 인위적 개념을 속임수로 쓰지는 않는다. 나는 현인이나 죽서칠판 같은 책에서 이상적인 생활 양식을 취하지도 않거니와 눈이 멀어 그 속에 빠지는 일도 없다. 나를 거기에 매이게 하지도 않는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 경전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 쓴 것이다. 내가 왜 그 말을 인정해야 한단 말이냐?

나는 정직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개념을 빌어 나의 본성을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련다. 오로지 나 자신의 주체성을 따라 살아갈 것이다. 그 기준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옳고 그름의 기준이다.

내가 그것을 탐구하고 심사숙고하여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내버려두어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지 않을 것을 내가 이해하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본질의 의미를 해독할 수 있게 내버려두어라. 그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나는 망상에 속지 않고 진짜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단다.」

「형, 형의 말은 정말 훌륭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이 저지른 살인과 강도, 매음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해.」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내 운명을 회피해야 한다는 거냐? 아니면 내 운명이 멋지고 존경받을 만하지 못한다고 해서? 나는 이 역할에 대해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시시한 드라마에 불과하니까. 극의 막이 내리고 나면 나는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살인은?」

「나는 살인에 대해 이처럼 까다롭게 구는 무술인은 거의 만난 적이 없구나. 아니다. 내 그 말을 취소하마. 전설은 감상적인 검객들의 얘기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항상 일찍 죽는다.」

「형, 나는 형이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있어. 그러나 너무 늦었어. 그리고 형의 말은 악한 인생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해.」

「너는 어리구나. 너무 어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는 여자에게 반해서 여자를 유혹한 적이 없다는 거야. 나는 나를 죽이려 하지 않은 사람을 살해한 적도 없고, 독직과 부패를 통해 황금을 취하지 않은 사람의 것을 빼앗지도 않았어.」
 
사이훙은 침묵했다.

「이제 너의 그 잘난 도덕을 만족시켰니?」

후디에가 비꼬는 투로 물었다.

사이훙은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스스로 인정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디에는 사이훙에게 호소하는 눈길을 보냈다.

「얘야, 너는 내 생명을 손에 쥐고 있다. 제발 나를 놓아줘. 만약 내가 화산에 갇히고 나면 나는 결코 편히 쉴 수 없을 거야. 나의 혼은 파괴되고 말 거야.」

사이훙은 가슴이 뭉클했다. 이 사람은 사형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생각 좀 해봐라, 얘야. 사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있니? 계절의 변화가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별들은 우리에게 방향을 지시한다. 환경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운명은 우리를 인도한다.

너의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으니까, 너는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는것이다. 너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대개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즉 네가 경험하는 모든 것 중에서 너는 너에게 적절한 것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나에 대해 생각해 봐라. 도의 다른 물결이 나에게 흘러왔다. 여인들이 나와 사랑에 빠졌다. 부는 나에게 쉽게 찾아왔다. 무사의 용맹은 나의 강점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들을 요구하지 않았다.

나의 운명의 일부로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운명에 대한 책임감을 인정했다. 우리는 둘 다 이름이 후디에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운명인 것이다. 나에게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기회를 다오. 내 운명을 추구할 수 있게 해줘.」
 
「그러다간 죽게 될 거야.」

「그건 촌부들이나 갖는 생각이야. 너와 나는 영웅처럼 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우리는 어차피 모두 죽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너에게 너의 역이 있듯이 지금 내가 맡은 역할은 이것이다. 내 역을 끝까지 맡아서 할 수 있게 해다오.」

사이훙은 시간을 벌기 위해 차 한 잔을 더 따랐다. 그는 후디에의 의견에 동의했다. 형의 통찰력에 거듭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후디에처럼 특별한 인간의 생명을 단축시켜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후디에는 독특하고 특별한 사람이다. 이 혼탁하고 속된 세상에는 그런 웅대한 인간이 필요한 것이다.

사이훙은 자리에서 일어나 형을 마주보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고독과 정적을 맛보았다. 사이훙은 자신이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았다.

사이훙은 형의 손을 움켜잡고 조금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죄를 지으며 살지는 않을 테지?」

「이제 내 사정을 이해하는구나. 그만두겠다는 것을 보장한다.」

「형, 제발 몸조심해. 당분간 숨어 있도록 해봐.」

「그렇게 하마.」

「내가 먼저 갈게.」

「조심해서 걸어라.」
 
사이훙은 다리를 건너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흔들리는 웅장한 나무들의 꼭대기 위로 눈을 돌렸다. 멀리 있는 산맥의 청자빛 봉우리가 짙어 가는 자줏빛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이 윤곽을 드러냈다. 사이훙은 이를 수 없는 산의 정상, 저 먼 곳에 있는 사부님을 생각했다. 그는 얼마나 먼 곳에 있는가. 산 위의 그의 삶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얘기 같지 않은가. 사이훙은 평원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사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부에게 있는 대로 말씀드리기로 결심했다.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하나의 대안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사이훙은 정자 모퉁이에 있는 정원의 담에 이르렀다. 화단에서 막 장미 꽃봉오리가 터지려 하고 있었다. 짙은 녹색 가지 끝에 붉은색과 분홍색의 장미 봉오리가 이슬처럼 매달려 있었다. 산들바람이 한들한들 가지를 흔들었다. 사이훙은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사이훙은 타이 산의 기차역에 당도했다. 터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태산의 자락까지 갔다. 후디에와 만난 지 4일이 지났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우 형제들을 모아 화산으로 돌아가는 일뿐이었다.

사이훙은 이번 원정을 아주 흡족하게 여겼다. 여행도 많이 했고 견문도 많이 넓혔으며 유별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몇 번의 어려운 결투에서 승리하였다. 이것이 사이훙이 사랑하는 인생이었다. 진실로 스스로 무술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모험을 위해 사는 사나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기사가 된 느낌이었다. 조만간 그도 사부나 베이징의 찻집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유별난 사람들의 독특한 관계에 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개와 구름이 낀 흐린 날이었다. 타이 산의 정상은 안개에 가리워져 흐릿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훙은 여전이 타이 산의 전설적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5대 성산 중 최고봉인 타이 산은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었다. 가장 높은 곳의 높이는 해발 1,525미터가 넘었다. 신비한 장소로서의 그 명성은 일찍이 진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진 시황제는 11번씩이나 몸소 찾아와 하늘의 옥황상제에게 경의를 표했다. 장구한 역사를 볼 때 중국의 황제들은 나라를 위해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리기 위해 타이 산에 찾아 왔다. 기록을 보면 역대 왕조 가운데 72명의 황제들이 타이 산에 올라갔다는 문서가 남아있다.

수많은 사당과 도관들이 울퉁불퉁한 경사면에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상징적인 장소들의 대다수 ― 불사신의 다리, 8인의 불사신의 다리, 태양 수도원과 달 수도원 ― 는 가장 도교적인 장소였다. 정상에 있는 사원들은 오로지 도교를 위해 세워졌다. 이 산은 도교의 신인 옥황상제가 땅에 세운 집이라고 전해졌기 때문에 그의 신당은 타이 산의 정상에 세워졌다.
 
사이훙은 정상이 아닌 작은 봉우리에서 우잉과 우콴을 만나기로 했었다. 사이훙은 타이 산으로 올라가는 동쪽 길에 있었다. 우 형제들을 만나 후디에와의 만남을 전하기로 한 곳이 바로 거기였다. 이제 그들은 돌아갈수 있다. 화산은 안전했다. 그들은 준치 법사가 정한 시한인 2개월을 조금 초과했을 뿐이다.

「너 미쳤니?」

우콴은 사이훙의 설명을 듣고 버럭 화를 냈다.

「그 자식을 네 손아귀에 잡아 놓고서도 그냥 놓아주다니!」

「큰 실수를 저질렀군.」

우잉도 거들었다.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사이훙이 반문했다.

「그건 오해였어. 그는 변명도 제대로 못한 채 비난만 받았던 거라구. 게다가 그는 나에게 눈에 띄지 않게 살겠다고 약속까지 했단 말이야.」

「이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 그는 결코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놈에게 홀렸구나.」

우잉이 욕을 했다.

「나를 홀렸다고? 당치않아. 나는 수년 동안 명상을 해왔는데, 내 정신은 강인해.」
 
「눈 좀 떠라, 이 얼간아.」

우잉이 빈정거렸다.

「너는 아직 흑과 백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어. 우리에게 내려진 명령은그를 잡아오는 것이었다. 네가 실수해서 망쳐 버렸어. 이제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만 해.」

「안 돼!」

사이훙이 소리쳤다.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해. 그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나는 어릴 때부터 그를 잘 알라. 그는 거짓말 안 할거야.」

「정말 순진하군!」

우잉이 믿기지 않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래도 그놈은 과거에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받아야 한단 말이야.」

「다 지난 일이야.」

사이훙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에겐 달라진 게 없어. 나는 명령을 수행해야만 한다.」

우잉이 응수했다.
 
「나도 동의해.」

우콴이 말했다.

「가서 대사부에게 결정을 맡겨 보자.」

사이훙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빈 손을 내밀라고? 그러면 벌을 받는다는 걸 너도 알잖아!」

우잉은 비꼬는 투로 물었다.

「그리고 두는 어떻게 하지?」

우콴이 물었다.

「너는 그와 거래를 했잖아. 이제 그가 우리 뒤를 쫓아올 거야.」

「나는 그에게 책을 세 권밖에 안 줬어. 그리고 투즈선의 저택에서 후디에를 데려오지 않았잖아. 그건 중요하지 않아.」

사이훙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책을 가지고 있어.」

「내가 다른 두 권을 보관해 두었어. 여기에 기술이 담겨 있어. 처음 세권은 그저 이론일 뿐이야. 나는 그 책들을 원로들에게 돌려줄 거야. 우리가 잃은 것은 많지 않아.」
 
「시간과 후디에를 잃어버렸잖아. 이 얼간아! 네가 일을 크게 망쳐버린 걸 알기나 해?」

우잉은 마침내 폭발했다.

사이훙은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처음으로 후디에를 놔준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에 있을 때는 그렇게도 분명해 보였는데 지금은 확신이 잘 서지 않았다. 우잉은 사이훙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조금 누그러졌다.

「자, 이렇게 하자. 녹원회의 조직을 통해 후디에를 추적해 보자. 그가 개과천선한 것 같아 보이면, 돌아가서 대사부님과 의논하자. 만일 그렇지 않으면 그땐 다시 정해진 시간 안에 그를 잡는 거야.」

우콴은 동의했다. 사이훙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말은 없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 우울했다.

다음 며칠 동안 행운은 그들을 외면했다. 기차 운행이 예정표에서 벗어나 후디에의 흔적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가 녹원회쪽으로 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가정을 따라 양쯔 강을 통해 남쪽으로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그런데 이 추적 방법은 많은 정보를 얻게 해줬다.

중국은 떠돌이들의 나라였다. 사이훙이 중국인에 대해 늘 증오해 왔던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점에 대해 감사하고 있었다. 시골은 사람들로 북적대었다. 그들 속에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누군가의 행동거지를 낱낱이 목격할 수 있는 사람이 항상 있었다. 지하 세계에서 그런 호기심은 정보를 얻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었다. 그 정보는 돈만 주면 다시 살 수 있었다.

이윽고 후디에가 개과천선은 커녕 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 사람에게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후디에가 상하이에서 몇 명의 정치인을 암살했는데 도망갈 목적으로 아편 수송선을 이용하여 양쯔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사이훙의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 이제 더 이상 낭만은 남아 있지 않았다. 사이훙은 후디에가 단순한 갱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이훙은 처음 후디에를 추적하면서 정의로운 성전에 뛰어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경찰의 업무 수행과 같은 느낌뿐이다. 세속적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끔찍한 현실로 추락시켰다. 사이훙은 자신이 자기도취에 빠져서, 이상주의에 사로잡혀서 본연의 의무를 망각했던 경솔한 젊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디에는 충칭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단 충칭에 들어가면 그를 사로잡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두 웨선과 장 제스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세 수도자는 그 도시에서 죽임을 당할 터였다. 그들은 후디에를 당장 잡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첩자들은 후디에가 난징에서 하룻밤 묵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사이훙 일행은 난징에서 매복하기로 하였다.

난징은 양쯔 강 남쪽 기슭에 있는 대도시였다. 그곳은 공산품 해상운송의 중심지였다. 또한 역사적으로 위대한 수도였다. 중국의 8대 고대 수도들 중 하나인 난징에는 도시 성벽의 일부분이 남아 있었고 명조의 왕릉이 가까이 있었다. 또한 얼마 동안 장 제스 정부의 수도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비록 일본군이 1937년 12월 잔혹한 유혈 전투에서 그를 몰아내기는 했지만.
 
베이징과는 대조적으로 난징은 제국적인 완고함과 엄격한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날씨는 더 화창했고 음식도 더 풍부했다. 집과 상점들은 햇빛과 맑은 공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속도는 느렸다. 황사 현상도 없고 물도 풍부했다. 시골 여기저기에 연못이 있고 푸른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사람들의 얼굴은 북부 사람들과 달랐다.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더 육감적이고 근육과 뼈대도 덜 단단했다. 그들의 나른한 기풍은 건축에까지 이어졌다. 건축물은 둥글고 유연했으며 담도 물결 무늬를 이루었다. 난징은 계곡의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식어 드는 19세기 초엽의 강변 도시였다.

그러나 도시의 대부분은 이제껏 베이징도 당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폐허 상태였다. 도시 전체가 전쟁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전쟁의 잔해와 시체가 여전히 눈에 띄었다. 완전히 타버린 빌딩, 흙먼지와 막대로 변한 집들, 철조망이 쳐진 다리와 철로 그리고 포탄에 맞아 조각난 나무들이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뒹굴고 있었다. 사지가 절단된 채 절뚝거리는 불구자들, 얼굴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이빨은 다 깨진 아이들, 말라붙은 눈물이 한 꺼풀 덮인 노인들. 그러나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폐허로 변한 난징에는 몸이 성한 자가 없었다. 이곳은 바로 전쟁 지역이었다. 아직 일본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들은 거리를 순찰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누구든 희생물로 삼았다. 무사의 미덕도, 정의로움도, 영웅주의도 더 이상 이곳엔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의 영웅들은 불쌍한 낙오자가 되어 거리를 배회하고 다녔다. 정의로운 자들은 공동묘지 속에 누워 있었다. 미덕을 갖춘 자도 겁에 질려 무관심하게 살아갔다.
 
중국은 변해 가고 있었다. 세계도 변해 가고 있었다. 청 왕조는 완전히 타락하여 몰락했다. 썩기 시작하자 악취가 진동했다. 국가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사이훙은 이 죽어 가는 중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난감했다. 운명의 장난이었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무사로서의 꿈을 키우다가 도인 수련을 받은 그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확실히 지독한 장난이었다. 귀족은 벼락부자에게 암살당하고 무사는 총을 갈겨대는 무지막지한 군인 앞에서 죽어가고 현자는 자기 제자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사이훙은 여인숙의 숨막힐 듯한 2층 방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 이 추적은 원래 성전으로 시작했었다. 사이훙은 고귀한 명분을 위해 무림에 탄원을 낸 화려한 전사였었다. 취푸에서 일찌감치 깨달았어야 했다. 무림의 반은 사업가였다. 군인도 있었다. 상대가 자기와 같은 세계에 속해 있을 때 사이훙은 용감하게 영웅적으로 싸웠다. 하지만 이제 그는 세상이 두 웨선과 같은 인물에게 속해 있다는 걸 알았다. 총과 대포를 든 무리가 이제는 전사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이훙은 잡념을 떨치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발코니가 있는 안뜰을 가로질러 맞은편으로 눈을 힐끗 돌렸다. 여관의 담장은 한때는 흰색이었으나, 지금은 빗물과 검댕으로 줄이 그어져 있었다. 사이훙은 우잉과 우콴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들은 말이 없었다. 냉혹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칼집에서 칼을 빼놓고 있었다. 후디에는 길 건너편 방에 있었다.
 
해질 무렵 몇 명의 남자가 허둥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한 사람은 후디에였다. 사이훙은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들은 소리없이 빠져 나와 발코니 벽에 바짝 붙었다. 사이훙은 1미터 20센티 길이의 화살통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그는 형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 다음 오랫동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횡경막이 긴장하고 목이 조여드는 듯했다.

사이훙은 모든 회한과 이상, 감정이 화살과 함께 폭발하였다. 시위를 당긴 화살이 튀어나와 소리없이 하늘을 가르고 후디에의 목에 맞았다. 다른 남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혼비백산하였다. 사이훙은 재빨리 2발을 더 쏘았다. 그때 우잉과 우콴이 비호같이 튀어나갔다. 즉시 권총이 발사되었다. 사이훙은 일제 사격을 피하려고 몸을 납작 엎드렸다. 그는 격자 무늬 틈새를 통해서 재빨리 살펴보았다. 우 형제는 얼른 갱들을 처치했다. 사이훙은 후디에가 걱정이 되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형은 발코니의 난간 끝에 서 있었다. 후디에는 창살을 꺼냈지만 너무 늦었다. 그는 휘청거렸다. 우잉과 우콴이 덮치자 후디에는 뛰어내려서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곧 의식을 잃고 정원 아래로 떨어졌다.



화산으로 돌아가면서 사이훙은 후디에와 심하게 언쟁을 벌였다. 배신당한 사람의 울분이었다. 한때 사이훙은 후디에를 숭배했었다. 지금은 그에게 화살을 쏘아 재판을 받도록 끌고가는 중이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거니?」

후디에가 물었다.

사이훙은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은 등뒤로 묶여 있었다. 두 발 역시 어깨 넓이 간격을 두고 묶여졌다.

「전에 형은 좋은 말을 많이 해줬지. 나는 형을 믿었어. 하지만 형은 계속 살인을 저질렀어.」

「우리는 각자 선택을 해야만 한다.」

창 밖을 보면서 후디에가 말했다.

「때때로 그건 틀리단다. 현실은 천국이 아니란다. 우리 모두가 불사조처럼 행동할 수 없지.」

「인생은 항상 시험이야. 천국에 들어가려면 올바르게 행동을 해야 해.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네가 나의 삶을 산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거야. 나처럼 되지는 마라. 나의 실수를 보고 배워라.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해라. 선하고 바르게 살거라.」

「나는 믿을 수가 없어. 형은 나쁜 행동을 하고선 나를 바로잡아 주려고 하는 거야?」

「네가 나의 동생이기 때문이란다.」

「형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거야? 투즈선의 집에서 나를 홀렸던 값싼 감상은 아니겠지? 다시는 형의 얘기를 듣지 않을 테야!」

「고집 부리지 마라. 언젠가 너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오더라도 죄의식은 느끼지 말아라. 그러나 스스로에게 죄를 숨기지는 말아라. 앞으로 더 잘할 생각만 하고.」
 
「그 말은 형한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사부님은 형의 능란한 화술에 말려드시지 않을 거야.」

「나는 벌이 두렵지 않아.」

「기다려. 다 왔으니까.」

기차는 천천히 멈췄다. 우콴은 후디에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여기가 화인(華陰)역이다. 가자, 이 나쁜 놈아.」

우콴이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화산의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 늦은 오후에 남봉 사원에 도착했다. 도관 생활은 정말 도시와 대조적이었다. 공기는 깨끗하고 땅은 쓰레기, 배설물, 시체 따위에 오염되지 않았다. 늙은 소나무는 구름 아래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학과 제비들이 하늘에 점점이 떠 있었다. 아름다운 새소리가 감미롭게 들려 왔다. 비록 가난하고 초라했지만 도관은 청결하고 조용했다. 평화로운 느낌이 사이훙을 감쌌다. 그는 질서와 정적을 음미했다.

도관 안에서 사이훙이 어린 시절 이후 들어온 찬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이훙이 몹시도 싫어했던 소리가 지금 그를 감상에 젖게 할 줄이야. 사향과 백단향이 은은하고 부드럽게 배어 있는 찬 공기를 마셨다. 화산에 돌아오니 참으로 좋았다.

대사부와 사형들이 재판관들처럼 본당에 일렬로 앉아 있었다. 사이훙은 진엔니아오와 츠쑹이 빠진 것을 흥미롭게 눈여겨 보았다. 사이훙과 우잉, 우콴은 무릎을 꿇었다. 후디에의 반항적인 태도를 보고 우콴이 그의 발목을 묶은 밧줄을 잡아당겨 억지로 그를 앉혔다.

조용했다.

대사부는 그에게 본당 옆의 작은 방으로 가도록 손짓했다. 그들은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창이 하나뿐이고 작은 제단이 있는 조그만 방이었다. 의식 중간에 도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방으로 다른 장식은 하나도 없었다. 두 시자만이 대사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대사부는 눈을 똑바로 뜨고 후디에 앞에 섰다. 그러나 말은 없었다. 손이 꽁꽁 묶인 후디에는 고개를 당당히 쳐들었다.
 
침묵은 사이훙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그는 후디에를 바라보았다. 반쯤 스며든 주홍빛 햇살이 그의 등뒤에 내리쬐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자줏빛 그늘을 만들었다. 산을 올라오느라 땀이 흘러 피부가 촉촉했다. 머리카락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사이훙은 후디에가 자기를 길러준 분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대사부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검은색 도복을 단정히 입고 있었다. 반듯하게 주름이 잘 잡혀진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사부의 흰수염은 검은 도복과 눈부신 대조를 이루었다. 한 올의 머리카락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사이훙은 사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당신의 제자가 이렇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실까? 슬프거나 화가 나 있을까? 과연 사부는 후디에를 용서할 것인가?

두 시자는 완전한 금욕주의자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감정이 하나도 없었다. 눈에도 움직임이 없었다. 운명적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야 하는 두 조각상 같았다.

갑자기 대사부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오더니, 손바닥으로 후디에의 심장을 세차게 내리쳤다. 무사가 된 지도 오래되었지만 사이훙은 심장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후디에의 입과 코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눈은 완전히 뒤집어져 흰자위만이 남아 있었다.

「안 돼! 안 돼!」

사이훙은 비명을 질렀다.

시자들도 쓰러지는 후디에의 시신을 붙잡으면서 깜짝 놀랐다.

「왜 그랬어요?」

칭 수이셩이 소리쳤다.

「왜 그랬어요? 왜?」

사이훙은 비탄에 젖어 쓰러진 후디에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메아리처럼 외쳐댔다.
 
대사부는 단지 두 손을 포개었을 뿐 무뚝뚝하게 돌아서서 나가 버렸다. 사부는 본당을 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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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두웨성(두월생, 중국어: 杜月笙, 병음: Dù Yuèshēng)
https://ko.wikipedia.org/wiki/%EB%91%90%EC%9B%A8%EC%84%B1

두웨성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두웨성'(두월생, 중국어: 杜月笙, 병음: Dù Yuèshēng)은 중국 상하이의 범죄 조직인 청방의 우두머리이다. 그는 1920년대 공산당과 맞서던 장제스와 국민당의 주

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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