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9일간의 우주여행

9장 ‘이른바’ 현대 문명

기른장 2020. 1. 18. 22:01

나는 라티오누시와 그의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일행은 나의 도코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 플랫폼을 다시 탔다. 이번에는 다른 루트를 택했다. 대규모 경작지 위로 날아가면서 자주 멈췄다. 큼직한 이삭이 주렁주렁 달린 밀밭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기 위해서였다.

 

흥미로워 보이는 도시 위로도 날아갔다. 크고 작은 건물이 모두 도코 형태로 돼 있는데 그것들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전혀 없었다. 이유를 알게 됐다. 그곳 주민들은 어디를 갈 때 라티보크가 있든 없든 ‘날아서’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니 정식 도로가 필요 없었다. 우리는 거대한 도코 안팎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지나쳤다. 우주공항에서 봤던 도코들과 규모가 비슷했다.

 

“이 도코들은 ‘식량 공장’ 입니다. 타오가 설명했다. “당신 도코에서 어제 먹은 만나와 야채는 여기에서 공급됐을 거예요.”

 

도시를 지나 바다 위로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아갔다. 머지않아 나의 도코가 있는 섬에 도착했다. 늘 두던 장소에 플랫폼을 정박시킨 후 우리는 도코 안으로 들어갔다.

 

“미셸, 어제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걸 알아요? 그러다가는 체중이 줄겠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이상하게도 별로 배고프지 않아요. 지구에서는 하루에 네 끼를 먹었는데!"

 

“놀랄 일은 아니에요. 이곳의 음식은 이틀마다 규칙적으로 열량이 방출되도록 만들어집니다.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꾸준히 영양을 공급받는다는 뜻이죠. 이는 우리의 정신이 맑게 깨어있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이죠. 안 그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채로운 색깔의 음식과 약간의 만나를 먹었다. 그리고 꿀물 한잔을 마실 때 타오가 물었다. “미셸, 티아우바에서의 생활이 어때요?"

 

“티아우바 생활이 어떠냐고요? 오늘 오전에 그런 체험을 하고 난 뒤라면 오히려 지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야지요! 그… 15분 동안은 마치 여러 해가 지났던 것 같았어요. 무서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흥미진진했어요. 하나 물어볼게요. 그 시간여행에 나를 데려간 이유는 뭐죠?"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미셸. 그런 질문을 던져서 기뻐요. 지구에서 소위 현대 문명이란 게 등장하기 이전에 ‘진정한’ 문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우리 행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당신을 ‘납치해’ 수십억km나 멀리 데려온 것은 아니에요.

 

지구의 문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당신을 데려왔어요. 지구상의 대다수 국가는 자신들이 고도로 발전돼 있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의 문화는 지도자와 ‘엘리트’ 계층부터 퇴폐적이에요. 모든 제도가 비뚤어져 있어요.

 

특히 최근 몇 년 간 지구를 예의주시해 왔기 때문에 그걸 알아요. 위대한 지도자 타오라도 당신에게 그 점을 설명했었죠. 우리는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합니다. 육체 혹은 성기체 형태로 지구인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도 있어요. 그 정도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 지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예컨대 독일이 최초의 원자폭탄 보유국이 되지 못한 것은 우리가 개입했기 때문이에요. 2차 대전 말기에 나치즘이 승리했다면 다른 모든 나라들에는 재앙이 됐을 겁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전체주의 정권은 문명에서 큰 퇴보를 의미합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명을 가스실로 보낸 살인자들은 결코 문명인으로 자처해선 안 됩니다.

 

독일인들이 스스로를 선택된 민족이라고 믿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행동으로 식인종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수천 명을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고 또 다른 수천 명을 ‘정권’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살해한 소련인 들도 나을 게 없어요.

 

지구에는 어떤 규율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하지만 ‘규율’ 이 독재를 의미하지는 않죠. 위대한 성령, 창조주는 인간이든 아니든 어떤 피조물들에게도 자신들의 의지(영문의 ‘their will'은 원래 ‘lts wiII 이었다. 후자는 의미상 혼란을 가져온다. 누구의 의지를 말하는 것인가? 창조주. 아니면 인간? 당연히 ‘인간의 의지’ 를 말하는 것이다. 종교 문헌에서는 이런 부류의 문장들이 오역되는 사례가 많다. 그럼으로써 군중을 통제하려는 성직자에 의해 '하나님의 의지’로 왜곡돼 인간들의 순종을 요구하게 된다. 자유의지는 영적인 진화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의미상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 ‘피조물들’ ‘자신들‘ 같은 복수형을 사용했다. 저자의 확인을 거친 편집자 주)에 반하는 일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으며, 영적인 발전을 위해 자신을 규제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에요.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하는 행위, 특히 그에게서 자유의지 행사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나쁜 범죄 중의 하나입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역시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에요.”

 

“타오, 내가 끼어들었다. “이해가 안가는 점이 있어요. 당신은 독일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했는데, 왜 다른 모든 나라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나요? 인간은 핵무기를 갖는 순간 화산위에 앉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당신도 인정해야 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해 뭐라고 말할 건가요? 당신도 어느 정도 책임을 느끼지 않나요?"

 

“미셸, 당신은 그런 문제들을 너무 단순한 시각에서 보고 있어요. 당신에겐 만사가 흑 아니면 백이에요. 그러나 그 중간에는 여러 색조의 회색도 있습니다. 그 두 도시에 대한 원폭 투하와 파괴로 2차 대전을 종식시키지 않았다면 더 많은 죽음이 있었을 거예요. 그 원폭 투하의 희생자에 비해 세 배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당신네들이 흔히 말하듯, 두 개의 해악 중에서 덜 나쁜 쪽을 우리는 택한 겁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아주 세세한 사항에까지 개입하지는 않아요. 우리로서는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규칙들이 있습니다. 원자탄은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어떤 행성에서도 결국에는 원자탄이 개발됩니다. 일단 그것이 존재하게 되면 우리는 관찰자로서 그 추이를 지켜보거나, 아니면 개입해요. 그리고 개입할 경우엔, ‘어느 한쪽편’ 에 유리해지도록 합니다. 개인의 자유를 가장 존중하고 가장 진실한 편을 돕는 거죠.

 

당신의 책을 읽은 지도자들 중에 당신의 말을 믿지 않거나 책 내용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몇 년 전 지구 궤도에 올려놓은 수십억 개의 ‘바늘’ 이 사라진 사건을 설명해 보라고요(미셸의 우주여행이 끝난 지 11년 뒤인 1998년, 과학월간지 ‘사이언틱 아메리칸‘ 8월호[N.L 존슨著 43페이지, 미국판에는 63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실렸다: ‘1963년 5월 미국 국방부 윈거리통신 실험의 일환으로 80개 뭉치의 바늘이 뿌려졌다. 모두 4억 개의 이 바늘들은 햇빛의 압력으로 궤도에서 밀려났다·…….’ 우주에서 어떤 물체가 ‘햇빛의 압력’ 으로 궤도에서 밀려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늘 4억 개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보면 그 얘기가 얼마나 황당한지 이해될 것이다. 편집자 주).

 

다시 궤도에 오른 또 다른 수십억 개의 바늘도 사라졌는데 그 사건에 대한 해명도 요구해 보세요. 그들은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겁니다. 그 ‘바늘’ 들을 제거한 사람은 바로 우리에요. 지구에 잠재적인 재앙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없앴어요.

 

우리는 이따금 지구의 전문가들이 ‘성냥을 갖고 노는 행위’를 못하도록 간섭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야기된 뒤 우리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지구인들을 자동적으로 재앙에서 구하는 일은 우리도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것은 보편적 우주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에요.

 

핵무기는 지구인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죠. 또 핵무기가 지구인의 머리 위에 매달려있는 ‘다모클레스의 검’ 같은 위협이란 점도 알아요. 하지만 미셸 진정한 위험은 그것이 아니에요.

 

지구인들에게 진짜 위험한 것들을 ‘심각성’ 의 순서로 열거하자면 첫째는 돈(money)이고, 둘째는 정치인, 셋째는 언론인과 마약, 넷째는 종교에요.

 

지구인들이 대규모 핵전쟁으로 멸종된다고 해도 그들의 성기체는 사후에 반드시 가야할 곳으로 가게 됩니다. 죽음과 부활의 자연 질서는 계속 유지되죠.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은 육체의 죽음에 있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아요. 위험은 살아가는 방식 속에 있어요.

 

당신 행성에서 돈은 모든 악(惡) 중에서도 최악이에요. 지금 한 번, 돈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세요. 돈 중심의 체제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런 생활은 상상하기도 어려워요.

 

그러나 불과 두 시간 전, 당신은 무 대륙 주민들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생활상의 필요를 충족시켰음을 목격했어요. 그들은 매우 행복했고 고도로 발달됐어요.

 

무 대륙의 문명은 영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공동체를 중심으로 형성됐고 또 번영했어요. 그런 ‘공동체’ 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몇몇 ‘공산주의 국가’를 혼동해선 안 됩니다. 지구에서 실천된 공산주의는 반민주적인 전체주의 정권의 핵심 요소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켜요.

 

불행하게도 돈 문제에 관한 한 지구인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가 없어요. 모든 제도가 돈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독일이 5,000t의 호주산 양털을 수입하면서 그 대가로 300대의 벤츠와 50대의 트랙터를 보내지는 않지요. 당신네 경제체제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도록 돼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체제 자체를 개선하기가 어려워요.

 

반면에 정치인과 정당 문제에서는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어요. 흔히 한 국가나 행성을 배에 비유하죠. 지구인들은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어요. 선박에는 선장이 있어야 하지요. 그러나 배를 제대로 몰고 가려면 선장에 대한 존경심 외에도 선원들 간의 협력 정신과 뛰어난 항해술이 요구됩니다.

 

만일 선장이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과 임기응변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선원들이 그의 지도 아래 최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선장의 본질적인 가치가 항해의 효율성을 결정짓는다는 얘기죠. 그가 어느 정당이나 종교에 속해있는지는 상관이 없어요.

 

예를 들어 선원들이 선장을 선출할 때 항해술과 냉철한 위기 대처능력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를 기준으로 뽑아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좀 더 실감나게 상상하기 위해 우리가 실제의 선거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가정하죠. 우리는 지금 부둣가에 서 있습니다.

 

선장을 뽑기 위해 유권자격인 선원이 150명이 모여 있고, 후보는 3명입니다. 세 후보의 정치 성향은 각각 민주주의자, 공산주의자, 보수주의자입니다. 선원들 중 60명은 공산주의자, 50명은 민주주의자 40명은 보수주의자입니다. 자, 이제, 제대로 된 선장을 선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당신에게 보여줄게요.

 

공산주의 후보가 승리를 원한다면 민주주의자들이나 보수주의자들에게 어떤 약속을 해야 합니다. 그에게 ‘보장된’ 득표는 60표밖에 안 되니까요. 그는 다른 진영의 유권자들 중 최소한 16명에게 자신을 뽑는 게 그들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후보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물론 다른 두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선출된 선장이 항해 중이라고 할 때, 그는 선원 중의 상당수가 근본적으로는 그의 선장 자격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물론 모든 선장이 이런 식으로 선출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단지, 사람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진실한 리더십 대신에 정치적 편견에서 지도자를 선출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본질적인 위험을 예시하려는 거예요.

 

한 가지 더 강조할 점이 있어요. 선장 당선자가 일단 항해에 나서면 그는 배 안에서 유일한 지도자에요. 반면 한 정당 지도자가 국가원수로 선출되면 그는 즉각 ‘야당의 지도자’ 와 대치하게 됩니다. 국가원수는 취임하자마자 그의 파멸을 바라는 야당으로부터 조직적인 비판을 받게 되죠. 그의 정책 결정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미셸, 어떻게 이런 제도 아래에서 국가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겠어요?"

 

“해결책이 있나요?"

 

“물론 있죠. 이미 당신에게 설명했어요. 유일한 해법은 무 제국의 제도를 본받는 것이에요.

 

그릇된 자부심이나 당파적 야심, 혹은 금전적 욕심 없이 오로지 국민의 행복만을 목표로 삼는 지도자를 국가원수 자리에 앉히는 겁니다. 또 정당을 없애야 해요. 정당 활동에 수반되는 분노, 불만, 증오도 함께 없애야지요. 그리고 이웃과 손을 맞잡아야합니다. 서로 간에 어떤 차이가 있더라도 이웃을 받아들이고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웃 역시 당신과 같은 배를 탄 사람이에요. 같은 마을, 같은 도시, 같은 나라, 같은 행성의 일부지요.

 

미셸, 당신을 보호해주는 집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나요?"

 

“벽돌, 나무, 타일, 회반죽, 못……. ”

 

“그렇지요. 또 그런 재료들은 무엇으로 구성돼 있나요?"

 

“물론 원자들이죠.”

 

“맞아요. 알다시피, 원자들이 벽돌이나 여타 건축자재 형태를 이루려면 서로 견고하게 연결돼야 합니다. 그런데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는 대신 배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붕괴되죠.”

 

“바로 그거예요. 당신이 이웃이나 자녀들을 밀어내면, 또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마저 도울 자세가 안 돼 있으면, 그것은 당신네 문명의 붕괴에 가세하는 행위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지구에서 증오와 폭력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지구인들도 잘 아는 두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죠. 폭력은 해결책이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첫째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요. 그는 무력으로 전 유럽을 정복한 후, 반역의 위험을 줄이려고 형제들을 각국 지도자로 앉혔어요.

 

나폴레옹이 천재이며 유능한 조직가이자 입법가라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어요. 그가 제정한 법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스에 존속하죠. 그러나 그의 제국은 어떻게 됐나요, 미셸? 제국은 급속도로 붕괴됐어요. 무력을 통해 건설됐기 때문이에요.

 

히틀러 역시 힘으로 유럽을 정복하려 했고,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당신도 알아요.

 

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에요. 해법은 오히려 사랑과 마음 수양(cultivation of mind)에 있어요.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위대한 작가, 음악가, 철학자가 많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아나요?"

 

“예, 그런 것 같아요.”

 

“그 이유를 아세요?"

 

“아니요.”

 

“왜냐하면 전기, 내연기관, 자동차, 비행기 등의 출현으로 지구인들이 영성의 계발을 등한시하고 물질세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에요.

 

위대한 지도자 타오라가 설명했듯이, 현재 물질만능주의는 인간들의 현생과 내세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에요.

 

정치인 다음으론 언론인들이 문제에요. 물론 정직하고 성실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취재원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언론인들도 있어요. 불행하게도 매우 드물긴 하지만요. 놀랍게도 대다수 기자는 선정주의에만 탐닉합니다.

 

TV 방송사들도 더욱 더 많은 폭력 장면을 방영합니다. 제작과 편성 업무를 맡기 전에 폭력물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배우도록 의무화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진일보가 될 겁니다. 기자들은 폭력, 살인, 비극, 재앙 같은 장면들을 찾아다니고 심지어 먹잇감으로 삼는 것 같아요. 그들의 행태로 인해 사람들은 병들어갑니다.

 

국가 지도자와 언론인들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지위에 오른 사람들은 똑같은 동료인 수많은 국민들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심지어 선출직 공직자들조차 그런 본분을 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새로운 선거철이 되어야만 낙선하지 않으려고 유권자의 불만을 의식하죠.

 

물론 이것은 언론인의 경우는 아닙니다. 언론인 신분을 얻으려고 유권자들에게 확신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언론인 역시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기자들은 위험이나 불의에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언론의 주된 기능이어야 합니다.

 

이런 저명인사들이 심리학을 이해하고 적용할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 좋은 예를 하나들게요. TV에서는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옵니다. 한 청년이 라이플총으로 여성 2명과 어린 아이 2명을 포함해 7명을 살해했습니다. 보도 기자는 핏자국과 시체들을 보여주며 살인범이 폭력영화 주인공으로 유명한 어느 배우의 연기를 흉내 냈다고 보충설명을 합니다.

 

이런 식의 보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살인범은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전국적인 악명’ 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 폭력영화의 인기 주인공과 비교되는 ‘영예’를 얻었으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 끔찍한 범죄를 과다하게 부각시킨 기자들의 보도와 해설을 TV에서 지켜본 또 다른 미치광이가 자기도 전국적인 ‘명성’ 을 얻겠다고 결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실패자입니다. 억눌리고 좌절하고 억제돼온 사람들이죠. 혹은 무시 받고 살면서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그런 보도를 보며 모든 폭력 범죄가 보도된다는 사실, 때론 과장돼 보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자신의 사진이 모든 일간지의 1면에 실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겠죠. 결국 그는 법정에 서고 ‘토막 살인자 잭’ 혹은 ‘벨벳 장갑의 교살자’ 같은 별명으로 불리게 될 겁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평범한 부류의 인간이 아닙니다. 이처럼 무책임한 언론 보도로 초래되는 해악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행동은 결코 문명사회의 특징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대의 지구인들이 문명의 ‘문’ 자도 모른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해결책이 뭡니까?"

 

“왜 그런 질문을 하죠. 미셸? 당신이 선택된 이유는 우리가 당신의 사고방식을 알기 때문이에요. 나는 당신이 그 질문의 답을 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 원한다면 내 입으로 말하죠. 기자들처럼 정보 전파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그런 부류의 살인 사건에 대해선 두세 줄만 보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어느 무책임한 미치광이가 7명을 살해했습니다. 범행이 일어난 장소는 어디이며, 문명사회로 자처하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유감입니다. ’ 끝!

 

이쯤 되면, 여러 날이나 여러 주 동안 자기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그런 명성을 얻는 수단으로 살인을 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노력에 비해 언론보도라는 보상이 너무 적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주로 어떤 사건들을 보도해야 하나요?"

 

“보도할 가치가 있는 일들은 많습니다. 사람들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세뇌하기보다는 그들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들을 보도하는 겁니다. 예컨대 물에 빠진 아이를 목숨을 걸고 구해냈다든가, 가난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줬다든가 하는 얘기들이죠."

 

“물론 당신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그런데 신문의 발행부수는 기사 내용의 선정성에 의존하거든요.”

 

“바로 그겁니다. 결국은 돈 문제지요. 그래서 돈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말한 거예요. 돈은 당신네 문명 전체를 은밀히 망가뜨리는 저주입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어요. 어떤 행성에서든 인간에게 가장 큰 위험은 결국엔 물질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약도 인간의 영혼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약은 신체적 건강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인간의 우주적 진화과정을 ‘후퇴’ 시킵니다. 마약은 인위적인 낙원 혹은 행복감을 유발하는 동시에 성기체를 직접적으로 공격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자세히 설명할게요.

 

성기체에 해를 미치는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마약과 특정한 소음의 진동이에요.

마약은 자연에 철저히 반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약은 성기체를 다른 영역으로 보내버려요. 성기체가 있어서는 안 될 영역으로요. 성기체는 육체 안에 존재하거나 초월자아와 함께 있어야 해요. 성기체는 초월자아의 일부지요. 마약에 취하면, 인간의 성기체는 판단을 왜곡하는 거짓 느낌을 체험하게 됩니다. 중요한 외과수술을 하는 동안 육체가 처한 상황과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겁니다. 혹은 성기체를 공구에 비유하자면, 이는 공구를 잘못된 방법이나 용도로 사용해 구부러뜨리거나 파손하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마약의 영향을 받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 인간의 성기체는 쇠퇴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류 데이터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성기체의 ‘회복’ 에는 여러 번의 생애(lifetime)가 소요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에서 마약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내가 끼어들었다. “당신은 내게 벌써 두 번이나 약을 복용하게 해서 성기체가 육체를 떠나도록 했어요. 그렇다면 나한테 해를 끼친 것 아닌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 약물은 환각제가 아니에요. 적절한 훈련으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어떤 과정을 도와주는 약물이에요.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약물이 아니므로 성기체에는 아무 위험도 없으며 지속 효과도 매우 짧아요.

 

당신네 행성의 문제들로 돌아가자면, 미셸, 해결책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에요. 사람들이 증오, 분노, 질투, 시기심을 넘어서야 합니다. 지역사회 지도자든 거리 청소부든 모든 인간이 이웃을 먼저 돌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도와줘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이웃의 우정을 필요로 합니다. 지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행성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2,000년 전 지구에 파견한 예수가 ‘서로 사랑하라’고 말했듯이”

 

“타오!" 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무례에 가까웠다.

 

“방금 예수와 관련해 뭐라고 말했죠?"

 

“미셸, 예수는 약 2,000년 전에 티아우바에서 지구로 파견 됐어요. 라티오누시가 지구에 갔다가 지금은 돌아와 있는 것과 비슷해요.”

 

그동안 내가 들은 설명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때 타오의 오로라 색깔이 급변했다. 머리 주변의 부드러운 황금빛 ‘안개’ 가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정수리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빛줄기들이 새로운 에너지로 번쩍였다.

 

“위대한 타오라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요, 미셸. 지금 당장 가야해요.” 타오가 일어섰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토록 갑작스럽게 대화를 중단하고 전례 없이 서두르는 모습에 호기심도 커졌다. 우리는 비행 플랫폼에 올라탄 뒤 나뭇가지들 위로 수직상승했다. 잠시 후 우리는 해변 상공을 지나 바다 위로 날아갔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였다. 태양은 아주 낮게 떠있었고, 우리는 (굳이 지구의 언어로 표현하면) 청록색 내지 하늘색의 바다 위를 스치듯 날아갔다.

 

날개 길이가 4m쯤 되는 큰 새들이 우리의 앞을 가로질러갔다. 밝은 분홍색의 날개 깃털과 밝은 녹색의 꼬리 깃털이 태양빛에 반짝였다.

 

얼마 안 돼 섬에 도착했다. 타오는 플랫폼을 다시 그 공원에 착륙시켰다. 전과 동일한 장소인 듯했다. 그녀가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녀는 걸었고, 나는 뛰면서 따라갔다.

 

이번에는 중앙 도코로 향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갔다. 마침내 다른 도코에 도착했다. 중앙 도코만큼이나 거대한 도코였다.

 

타오보다 키가 큰 두 사람이 출입 등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오가 그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더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뭔가를 의논했다. 나는 그 간담회에서 배제됐다. 두 사람은 입구에 선 채 호기심 어린 시선을 여러 차례 내게 보내면서도 미소는 짓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타오의 오로라보다는 광채가 약했다. 타오만큼 영적으로 높이 발달된 사람은 아니라는 징표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기다렸다. 공원의 새들이 다가와 우리를 쳐다봤다. 새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내 동료들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했다. 극락조를 닮은 새 한 마리가 타오와 나 사이에 자리를 잡았던 광경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마치 자기를 좀 봐달라는 식이었다.

 

곧 태양이 질 듯했다.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마지막 석양빛이 자주색과 황금색의 불꽃을 반짝였다. 한 무리의 새들이 요란한 날개짓으로 날아오르면서 정적이 깨졌다. 이것이 신호였던 듯 타오는 내게 마스크를 벗고 눈을 감은 채 그녀 손을 잡고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더욱 커진 궁금증을 안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도코 안으로 들어가 앞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이제는 익숙해진 광저항(light resistance)을 느꼈다. 눈을 반쯤 감고 아래쪽을 보면서 뒤를 따르라는 타오의 지시가 텔레파시로 전해져왔다. 30보쯤 걸어간 후 타오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그녀의 옆에 세웠다.

 

그녀는 여전히 텔레파시로 이제는 눈을 뜨고 둘러봐도 좋다고 알려줬다. 나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앞에는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너무도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세 명 있었다. 이들 역시 방석이 깔린 입방체 좌석 위에서 등을 곧추 세우고 결가부좌를 한 채 앉아 있었다.

 

타오와 나는 비슷하게 생긴 좌석 옆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앉으라는 메시지가 정신감응으로 전해져왔다. 이따금 주위를 둘러봤지만 입구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 뒤에 있는 것일까......?

 

전에도 그랬지만 타오라의 눈은 내부에서부터 조명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전과 달리 그들의 오로라를 즉시 볼 수 있었다. 밝은 색깔들로 빛나는 오로라는 보기에 너무 좋았다.

 

가운데 앉은 타오라가 자세 변화 없이 공중으로 떠올라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내 앞에서 멈췄다. 나보다 약간 높은 위치였다. 그리고는 한 손을 나의 소뇌 기저부에, 다른 손은 나의 두개골 좌측면에 갖다 댔다. 다시 한 번 행복한 느낌이 나의 온몸으로 밀려들어왔다. 이번에는 거의 기절할 것 같았다.

 

타오라가 손을 떼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타오라가 내 머리에 손을 얹어놓은 위치 등 세부사항은 나중에 타오에게서 들었다는 점을 얘기해야 할 듯하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구체적인 사항까지 의식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타오라가 제자리에 다시 앉을 때, 내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던 일은 기억한다(그런 상황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다): ‘저들이 보통 사람처럼 두 다리를 이용해 걷는 모습은 결코 보지 못할 것 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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