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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영하는 수련원에서 수련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중에는 가끔 내가 이 길로 들어선지 15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기야 다른 사람들은 수십년을 오직 이 길을 매진했다고 하는데도 별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들이 있으니 그런 의구심은 당연하다 하겠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먼저 나를 가르친 스승님에게 힘입은 바가 컸다. 스승님은 그야말로 숱한 종교의 한가운데를 관통하셨는데 그 결과와 그 동안 닦으신 능력을 나에게 전수하셨다. 그 덕분에 다른 누구보다도 나의 성취도 빨랐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성취가 이렇게 빠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이 육신을 받아 들어온 영혼때문이었다. 수련을 시작하고서 내가 어떤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 1년동안 나는 1분1초를 아까워하며 꼬박 수련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다른 도반들은 내가 어떤 경지에 올랐을 때 그것을 나의 노력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나의 이 몸을 빌려 환생한 영혼은 전생에서 몇 겁의 세월을 道를 닦은 영혼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이지, 현생의 내가 道를 닦아서 이렇게 될 수는 없었다.
전생에서부터의 인연이 없는 사람이 이 세계로 들어서면 물론 약간의 성취야 있겠지만 어떤 경지에 이를수는 없다고 본다. 그건 숙세로부터의 인연으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람은 전생의 연으로 현생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생의 시간으로 몇십년을 마음닦는 공부를 한 사람이 이를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道를 닦는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자기를 알고 자기를 찾아나서는 일이기 때문에 제 숙세의 인연을 안 사람은 억울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회원들 중에는 간혹 나에게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온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얘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해주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떻게 될 것라는 걸 말해주면 뭣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내가 변화시키는 대로 나의 말을 신뢰하고 따라오겠다는 믿음이나 확신이 없다면 내가 그 사람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1~2년 후에 그 사람에게 안좋은 일이 있고 커다란 불행이 닥쳐올 것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더라도 일단 얘길하면 그 사람은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앞날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알게 되면 될수록 차마 얘기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주상으로 명백히 환난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지혜로워지면 자기 자신을 알게되고 마음의 눈이 떠지게 되면 그걸 이겨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