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주/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46. 스승과의 만남

기른장 2021. 4. 4. 19:45

그렇게 내가 곽도사에게서 사사를 받으면서 공부에 심취할 무렵에 서울에 있던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항상 어린아이 같기만 한 여동생이 대구에서 혼자 레스토랑을 하고 있는 게 마음이 쓰였던 오빠가 동생이 주역 공부를 한다고 얘길 듣고는 더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웬만한 사람은 만날 수도 없는 사람이 있단다. 우리와는 성씨도 같아서 굳이 따지자면 아저씨뻘이 되는 사람이야. 네가 정말 그쪽으로 공부를 하려거든 그 사람 밑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

 

오빠의 간곡한 권유도 있고 해서 나는 일단 한 번 만나 보자는 심정으로 서울에 올라가서 그분을 만났다. 그분이 바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스승이신 성문수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분을 만났을 때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더구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보니 곽 도사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 사실을 정확하게 짚어 얘기해 주지 않는 것도 그랬고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도 두루뭉실하니 돌려 대답을 하는 것도 그랬다. 그분이 하는 말은 나에게 꼭 뜬구름 잡는 얘기로만 들렸던 것이다.

 

나는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음 날로 다시 대구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곽 도사를 만나 저간의 사정을 얘기해 주었다. 그런데 더욱 의아스러웠던 것은 곽 도사의 태도였다. 그는 종내 가타부타 말이 없었고 굳은 얼굴을 펴지도 않은 채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나에게 무슨 낌새를 읽었는지 오빠는 이틀이 멀다 하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로 올라오라고 성화였다. 하지만 나는 쉽게 하던 일을 접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나에겐 부양할 두 아이가 있었고 우리 세 모녀가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모든 일이 이상하게 풀리고 있었다. 내가 이 길을 걷게 될 운명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못 이기는 척 오빠의 강권을 받아들여 대구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

 

사실 혼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힘에 겹기도 해서 그만 이참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 곽 도사에게 역(易)을 배우면서 그 재미에 흠뻑 빠져 있던 터에 오빠가 빌미를 제공한 탓도 있었다. 서울에 다녀온 지 채 보름이 되지 않아 그렇잖아도 레스토랑을 넘겨줬으면 하고 바라던 사람에게 급히 그 곳을 처분하고서 나는 서울로 올라갔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자주 찾아 주던 손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지도 못했고 부산의 아이들에게도 간단하게 경과만 설명한 채 마치 쫓기듯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만 달랑 들고서 깊은 밤에 서울역에 도착한 것이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어서 어디 여관에 숙소라도 잡은 뒤 다음 날 찾아뵐 요량으로 나는 일단 선생님이 계시는 청담동으로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저 영줍니다. 지금 도착했는데 너무 늦어서 내일......”

 

“무슨 소리야? 지금 당장 집으로 와.”

 

“밤이 너무 늦어서......”

 

“밤이 늦었으니까 오라는 거지. 한뎃잠을 자는 것보다는 나아. 여기가 청담동이라는 거 알지?”

 

선생님은 무조건 집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택시를 잡아 타고 선생님 댁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니 꼭 자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선생님의 집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자마자 숨 돌릴 겨를 없이 선생님은 나를 데리고 넓적한 방으로 들어갔다.

 

“기도(氣導)를 해야지.”

 

“......?”

 

선생님은 나를 방의 한가운데에 앉게 하고서는 기수련을 하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역을 공부할 거라는 나의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자, 이 우주와 네 주파수를 맞춰야지. 눈을 감고 두 팔을 들어 봐.”

 

뭐라고 대꾸를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엄숙하기까지한 얼굴을 보자 나는 차마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영문을 모른 채 나는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눈을 감고 두 손바닥을 활짝 펴서는 팔을 쭉 뻗어 위로 들어올렸다.

 

아무런 변화나 느낌도 없이 나는 두 팔을 든 채 앉아 있었는데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록 팔이 조금도 아프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이것이 최면 효과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최면에는 일종의 주문이 있어야 하고 나의 의식이 작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의식은 더욱 맑아져 또렷하고 눈만 감았을 뿐 주변의 상황을 그대로 인식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로 2시간 가까이 지나자 내 몸에서 서서히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변화가 나타난 곳은 손이었다. 쫙 펼쳐져 있던 손가락이 약하게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데 마치 내 몸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런 현상에 나 스스로도 의아해 하고 있는데 서서히 내 몸에 진동이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되더니 차츰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경련처럼 몸에 진동이 이는 것이었다. 손이 저절로 뿌리쳐지기도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생님은 내가 기를 운행하는 그 상태 대로 눕혀 잠들게 해 주었다. 서울에서의 첫밤을 나는 기수련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일 주일 정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는데 스스로가 느끼는 감도는 매일매일 아주 다르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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