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셨다던데.....”
나를 취재하러 오는 언론사의 기자들은 인터뷰의 말미에 꼭 이런 질문을 한다.
“나, 한 번밖에 안 했어요..”
“........”
“정말이에요. 꼭 10년을 살다가 아이 둘 낳고는 헤어졌어요. 아이들은 내가 길렀구요. 그러고는 단 한 번도 이혼한 적이 없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이혼에 대해서......”
얘기가 그쯤 흘러갈 때면 나는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선다.
“지금까지 재미있는 얘기 많이 해 줬잖아요? 그 얘기는 정말 재미 없으니까 다음에 합시다.”
내가 그렇게 말꼬리를 돌려 버리는 건, 지난날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거나 굳이 감추고 싶다거나 해서가 아니다. 이혼이란 엄청 재미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재미 없었는데 듣는 사람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게다가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게 나의 이혼 얘기를 몇 번 들려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공연히 듣는 사람들이 아주 감성적으로 돼 버려서 당사자인 내가 당황한 적도 있었다.
나는 이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죽어도’ 그 사람과 못 살겠다는 사람에게는 씩씩하게 이혼하라는 말한다. 죽는 것보다는 헤어지는 게 낫기 때문이다.그렇지만 그런 경우에도 꼭 단서를 붙인다. ‘죽을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해 봤다면’ 하고.
이런 말을 하면 우리 젊은 회원들이 분개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 옛날의 결혼이란 여자가 남자의 부양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 스스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면 뭣하러 그렇게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라고 부모들이 아우성을 쳤겠는가.
나는 요즘의 결혼도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옛날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본다. 여권이 어떻네, 가사노동의 남녀분담이 어떻네 하는 것은 아무래도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일 뿐인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남편의 경제력에 기대어 살고 있고 또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그것을 편안하게 즐기고 있다. 게다가 우리 나라의 현실은 나이 든 여성들에게 마땅한 벌이를 허용치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남자가 돈을 벌면 여자는 써야 한다. 그리고 여자는 돈을 써야 가정경제도 튼튼해진다. 남자가 벌기도 하고 쓰기도 하는 경우, 즉 남자가 아내에게 돈을 다 맡기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주는 경우에는 여자가 돈을 아껴 쓰지 못한다. 요구하면 언제나 돈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내는 남편에게 ‘당당하게’ 자신을 부양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와 가정을 위해 ‘기꺼이’ 부양의 의무를 져야 한다.
상대와 ‘죽어도’ 못 살겠거든 이혼을 하라! 능력 있는 여자들은 이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당당하게’ 남편에게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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