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헤어짐에는 여러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집단에 소속되는 경우 – 상급학교로 진학을 한다거나, 입대를 한다거나, 이민을 간다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등등 – 나 혹은 오래 연락이 끊어져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을 맞대고 살던 부부의 경우에 이별에는 단 두 종류밖에는 없다. 서로의 마음이 맞지 않아 지금까지 같이 살아왔던 시간들을 원점으로 돌려놓는 이혼과 다시는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죽음.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부부간이었던 사람들의 헤어짐에는 상처가 남는다. 그리고 그 상처는 다름 아닌 사랑으로 인한 상처이다.
사별한 부부의 마음이 어떤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상처로 남은 사랑에 대해서는 나의 어머니가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나는 서둘러 당신의 목숨줄을 스스로 끊었던 어머니를 원망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자라면서 어머니 먼저 돌아가셨다면 아버지가 혼자서 우리를 키울 수는 없었을 테니 새엄마를 맞으셨을 것이고 그랬다면 엄마라는 자리가 그렇게 비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모성으로 상징되는 어머니의 빈 자리가 무엇으로든 채워지기를 바랐던 것이지 꼭 나를 낳아 준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4부에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출근하시고 나면 늘상 아버지가 신던 하얀 고무신을 신고 계셨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아버지의 고무신이 아니고 사랑이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린 마음에도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나도 남편의 고무신을 신고 있어야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그런 사랑이 어머니로 하여금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실체라고 믿고 있다. 사랑이란 상처로 남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음으로서 보상받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지금도 믿고 있는 것이다.
'성영주 > 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63. 인간의 삶은 끝없이 윤회한다 (0) | 2021.04.04 |
---|---|
62. [7부] 우주 속의 존재 '인간'은 무엇인가 (0) | 2021.04.04 |
60.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 (0) | 2021.04.04 |
59. 이 땅의 여성들에게 2 (0) | 2021.04.04 |
58. 이 땅의 여성들에게 1 (0)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