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용/장휘용 교수 명상록-전체의식 속으로

26. 깨어나는 체험

기른장 2021. 12. 26. 18:15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무묘앙 에오'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적 스승들이 인간 내면의 불성 혹은 신성을 이야기하고 인간이 바로 신이라고 말하며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였지만, 에오는 극히 염세적인 입장에서 인간은 우주 속에서 한낱 티끌과 같은 존재라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삶에 대한 이러한 회의적 시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과연 깨달은 존재인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전달되는 모든 것은 우주가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우주는 필요할 때 적절한 방법으로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는데, 에오의 존재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많은 영적 스승들은 인간이 곧 창조주이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는데, 이는 매일 매일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삶을 의욕적으로 영위하게끔 자극을 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도취와 자만에 빠지게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에오의 메시지는 우주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거들먹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정말로 보잘 것 없는 존재일 수 있음을 전해주고 있는데, 이는 자칫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우리들에게 사고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에오는 스스로의 깨달음이 없이 헛된 자부심에 빠질 수 있는 대부분의 수행자들에게 이기심과 오만함으로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차원의 물질 세상 즉 상대계(相對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생과 우주에 대한 모든 것은 스스로의 인식의 문제이고 따라서 주관적인 것입니다. 나의 인식이 철저히 육체에 국한되어 있다면 나라고 하는 존재는 우주에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 하나일 뿐이고, 따라서 우주의 티끌만한 존재입니다. 반면 나의 인식이 무한히 확장되어 우주의 모든 것을 포용한다면 나는 우주 그 자체이고 신(神)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인식 여하에 따라 우주의 티끌일 수 있는 동시에 우주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우리의 겸허함을 일깨우는 에오의 메시지는 오늘의 수행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타고난 의식이 높은 존재들은 뭔가 모를 자부심을 어릴 적부터 간직하며 살아왔는데, 보이지 않는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면서 그러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변하여 영적 오만함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합니다. 특히, 자신의 채워지지 않은 욕심과 욕망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이 열리는 체험을 하는 경우, 마음이 만들어 낸 허상의 터널안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은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고, 세상은 점점 더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높은 의식을 타고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 변화를 겪으며 깨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큰 변화를 경험하는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급격히 일어나기도 합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온 우주 만물에 내재된 신성을 발견하고 우리가 서로 하나임을 알게 되기도 하며 투시, 리딩, 채널링, 의통 등 여러가지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닫혀 있던 몸이 확 열리면서 다양한 능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타나는 능력들은 오랜 윤회를 통하여 계발된 것으로서, 자신의 영혼이 이번 생에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들입니다. 이 능력들이 제대로 활용되는 경우 중요한 우주의 정보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이해하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여 의식 성장을 도와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잠재되었던 능력이 갑자기 발현되면서 '천자(天子)체험'을 하게 되는 경우는 흔히 발견됩니다. 정화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이 개입하여 만든 거짓 정보에 현혹되어 자신이 지고의 존재인 것처럼 믿게 되는 체험입니다.

이제까지 오감만으로 세상을 인식해 왔지만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한 화면이 전개되고, 귀로 들리는 이상으로 더 생생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어떤 때는 천사가 나타나 자신에 몇날 며칠이고 계속 속삭여 주기도 합니다. 상당한 분별력과 비판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지속적으로 들리는 음성과 영상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자신이 재림 예수, 미륵불 혹은 우주의 절대자인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다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정보들이 계속 전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현된 영능력을 통하여 다른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입수될 뿐만 아니라 또 그런 정보들이 다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정보를 더욱 믿게 됩니다. 잘못된 핵심 정보가 정확한 다른 정보들에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신비체험을 하는 수행자 중 일부는 종교를 창시하거나 수련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자신을 신격화시키는 경우는 주위에서 흔히 목격하는 일입니다.

이런 체험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평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정화되지 않은 마음의 욕망과 욕구들 때문입니다. 에너지 세상과 통하는 문 즉 경혈이 열리면서 진실 된 정보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정보들이 마치 진실인 양 펼쳐지는 것입니다. 증산계열의 수련을 하면서 자신이 '대두목'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평소 간직하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자신이 바로 그 존재란 속삭임이 들리고, 엘로힘이란 창조자 그룹의 존재를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자신이 엘로힘의 일원이라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수행자들은 이런 것을 마군 혹은 마구니의 유혹이라고 부르며 경계하여 왔고, 불가에서는 수행 중 부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더라도 거기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해 왔던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개입하여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비단 깨어나는 체험을 할 때뿐만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정보는 예외 없이 모두 자신이 가진 마음의 틀을 거쳐서 나오는데, 이 때문에 영능력을 통하여 얻어지는 어떤 정보라도 영능력자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영능력을 발휘하는 데만 관련된 것이 아니고 엘로드나 추 혹은 다른 도구들을 통해서 정보를 찾고자 하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표면의식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편견이나 바램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전달되는 정보에 교묘한 방식으로 스며드는 것입니다. 이를 인식하는 일부 사람들은 측정 전 수련 등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그러한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보이지 세상에 대한 정보의 신뢰성은 그 정보의 통로가 얼마나 순수하고 정화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수행자들이 항상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입니다. 인생이란 본래 자신의 영혼이 계획한 바를 따라 살면서 체험하는 것이지, 물질적으로 무엇을 이루거나 창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면서 무언가 이루어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에 따른 체험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어떤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게 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함을 맛보며, 결과가 알려지는 순간 기쁨 혹은 슬픔을 체험하게 됩니다.

희로애락을 벗어난 진정한 수행자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생을 그냥 체험해야 합니다. 어떤 느낌이 와 닿을 때 그것에 따라 행하되 결과로부터는 초연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이 미리 설계된 것임을 알게 될 때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늘에 맡겨 놓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은 하늘이 맡긴 일을 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여길 때, 자신이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없어지고 결과로부터 초연해지게 됩니다.

반면 인생이란 창조하는 것 혹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심과 초조함이 찾아옵니다. 또한 무엇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오만함과 우월감에 젖게 하고, 이는 의식수준을 결정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나는 창조하는 존재로서 이 삶을 사는 것이 아니고 체험하는 존재임을 항상 인식해야 합니다. 이 때 자신이 한 어떤 행위도 '잘 한 것' 혹은 '베푼 것'이라는 생각에서 해방됩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몸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과정을 겪을 것이며, 일부는 몸의 갑작스런 열림을 체험하며 영적인 능력들이 발현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천자체험'을 경험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어떠한 영적 정보들도 마음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깨닫게 되면, 그 정보로 인하여 겪게 될 부정적 체험으로부터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2003년 9월 16일

출처 : 장휘용 교수 명상록 - 전체의식 속으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