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과학(心靈科學)/안동민(安東民)

에로힘 이야기

기른장 2022. 2. 22. 20:58

에로힘 이야기

1

불과 몇년 전에 내가 실제로 겪은 사건이건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것이 정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꿈을 꾼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것은 '에로힘'이라는 우주인들에 의하여 일본의 후지산(富士山)을 5차원 진동폭탄으로 폭파하여 지각변동을 일으켜서 일본 열도를 침몰시키고, 그 연쇄반응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대 지각변동으로 말미암아 지구 위의 거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시키려는 대음모를 나와 몇 사람의 노력으로 쳐부순 이야기다.

후지산 폭발을 신문의 한낱 토픽 기사로 읽은 여러분들은 아마도 무슨 잠꼬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웃기가 쉬우리라고 생각한다.

우주인들에 의한 조직적인 인류멸망 작전이 실제로 수행되었다면 당신과 같은 단순한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을 까닭이 없지 않느냐 하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상학(氣象學)의 대가라는 사가라 마사도시(相藥正俊)가 쓴《후지산 대폭발》이라는 책을 우연히 손에 넣어 읽었을 때, 나는 그런 색다른 의견도 있을수 있나보다 정도로 밖에 생각지 않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기상학을 연구한 한 학자의 너무나도 독단적인 의견이라는 생각만 들었으며 실제로 후지산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그 당시, 그 책은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고 후지산 근처의 토지와 건물들은 전혀 매매가 되지 않았으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자살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 학자의 망상에 춤추는 일반 대중들이 불쌍하다기보다는 이런 책도 자유스럽게 출판할 수 있는 그들의 언론 자유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또 설사 후지산이 폭발한다는 그 학자의 학설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일일뿐 우리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지 몇 달이 지난 뒤였다.

나로서는 전혀 면식이 없는, 자칭 우주 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고오사까 가쓰미 씨로부터 소포를 받았다.

소포 안에는 프랑스의 언론인인 쿠로드 보리론이 쓴 《성서와 우주인》 이라는 책의 일어판 한 권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 편지에는 자기는 고오사까 가쓰미라는 사람으로 나름대로 우주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는 학도이며, 몇해 전 프랑스에 여행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고서점에서 쿠로오드 보리론의 책을 발견하여 일본으로 반입을 했고, 친구인 프랑스 문학자로 하여금 이 책을 일본에서 출판되도록 주선을 했노라고 했다.

또한 지금 자기는 쿠로오드 보리론이 주관하는 라에리안 무브멘트의 일본 책임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일본신학>지에 실린 나의 글을 읽고 느낀 바가 많았노라며 안선생과는 입장이 다르지만 출판사를 하신다니 《성서와 우주인》의 한국어판을 출판해 줄 수 없겠느냐는 내용의 편지였다.

나로서는 외국의 저명인사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아보기는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즉시 이 책을 읽었다.

내용은 아주 재미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여호와 하나님은 '에로힘'이 원어이며, 이 말의 뜻은 고대 히브리어로 천공(天空)에서 날아온 사람이라는 말의 복수형이라고 했다.

인간은 여호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고 에로힘이라고 불리는 우주인들의 손에 의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기독교 신자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1973년 12월 어느날, 쿠로오드 보리론은 정체불명의 텔레파시에 유도되어 오베르뉴라는 화산의 화구를 찾아가 그곳에서 난장이 우주인인 여호와를 직접 만나서 인류의 창조 역사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자칭 여호와라고 하는 우주인은 자기는 쿠롬 인간으로서 인류를 창조한 것은 바로 자기네들 이라는 것이었다.

자기네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별나라의 과학자로서 2만여년 전에 생명의 비밀을 발견하여 실험실 안에서 생명을 창조하는데 성공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DNA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연의 비밀을 알아냈고, 실험실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창조해 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소문이 널리 알려지자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해서 그들 사회에서 큰 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들 일단(一團)은 안심하고 실험을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지구를 발견하게 되어 이곳으로 이주를 해 왔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2만 년 전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때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고 한다.

인간은 우주인의 손에 의해 창조된 존재이며, 영혼 따위는 없다는 것이 보리론의 생각이었다.

얼른 듣기에 아주 그럴듯한 이론이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지구 위에 생명이 발생한 것은 적어도 몇억 년 전 일이며, 공룡이 존재했던 백악기는 1억 년 이상 계속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화석 고고학에 의하면 지금의 인류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아인류(亞人類)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도 수십만 년에서 2백만 년 이전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에로힘이 2만 년 전에 지구에 와서 모든 생명체를 창조했다 함은 우선 시간이 맞지않는다.

그들이 지금의 인류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태고시대의 인류의 유전자를 컨트롤해서 개조 했다고 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한, 지금 인류의 역사는 4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고, 그 무렵 태평양 위에는 무우 또는 레무리아라는 대륙이 존재했으며 이곳에는 북두칠성계에서 온 영체인(靈體人)들에 의하여 굉장히 진보된 문명사회가 존재하고 있었다.

한편 대서양에는 아틀란티스 대륙이 있어서 화려한 기계문명이 번영하고 있었다.

지금의 인류가 2만년 전에 우주인인 에로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은 인류학에 다소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기 어려운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우기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는 그들의 학설을 받아들인다면, 심령과학자로서 지금까지 영혼불멸설을 주장해 온 나의 입장은 무엇이 되겠는가?

내가 해온 수많은 영사(靈査)의 결과며, 제령(除靈)도 모두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나름대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심령과학자인 나에게 이런 책을 보내고 출판까지 해달라는 고오사까씨의 정신을 나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출판사에서 이 책을 낸다면 그것은 곧, 여지껏 내가 믿고 해온 일들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며칠 동안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고 답변을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보리론의 책이 이미 한국어판으로 출판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서점에 들른 나는 내 추측이 맞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성서와 우주인》의 한국어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과 내가 쓴 프랑스어로 된 《심령문답》을 함께 보내면서 책과 편지를 보내주어서 고맙다는 이야기와 보리론에게 《심령문답》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첨부해 적어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일본에 갈 때는 꼭 한번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사연도 적어 넣었다.

고오사까가 어떤 인물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나와 정반대되는 이런 인물이 연락을 하게 된 데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어떤 심령적인 원인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상대편의 영파(靈波)에 동조할 수 있는 특수능력이 있으니 본인을 만나보면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나는 후지산 폭발의 예언과 에로힘의 이야기를 서로 연결해서 생각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선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다.

기상학자가 책으로 발표한 《후지산 폭발》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추측인 뿐, 생각하기에 따라서 지독한 독단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후지산이 대폭발을 일으키려면 기상학적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보다도 그럴만한 심령적인 원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더구나 그 폭발이 지구의 지각변동과 연동(連動)이 되는게 사실이라면 그것이 바로 인류 멸망과 직결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한편 보리론의 학설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인류가 우주인에게서 창조되었다는 것, 인간에는 영혼이 없으며 자기네들의 기술을 빌리면 인간은 육체를 지닌 채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구는 곧 멸망하게 되고 소수의 인간들만을 종자 인간으로 구제해서 다른 별로 이주시킬 계획이라는 것들이다.

결국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자기네 쪽의 신자들을 확보하자는 속셈이 분명했다.

보리론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하나의 신흥종교의 그럴듯한 이론은 될지언정 앞서 든 후지산 폭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 사실이었다.

또 보리론도 후지산이 폭발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그 책 속에 언급을 하지 않았었기에 내가 이 두 이야기를 서로 연결시켜서 생각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

그 뒤, 나는 몇 번인가에 걸쳐서 고오사까 씨와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그와 직접 만나는 데는 왜 그런지 까닭모를 저항을 느꼈기에 구체적으로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라와(浦和)에서 만난 에자끼(江崎)라는 회원이 어느날 자기 친구 가운데 고사까(小坂)라는 사람이 있는데 나를 몹시 만나 보고 싶어 한다기에 별 생각없이 승낙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만나보니 그가 뜻밖에도 고오사까였다. 처음부터 고오사까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무엇인가 핑계를 대고 안 만났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또한 더욱 놀라운 일은 고오사까 씨와 만난 순간에 그의 뇌파에 자동적으로 동조함으로써 알아낸 사실이었다.

그것은 에로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그의 뇌 속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알고 난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에로힘은 하나님의 자녀인 인간의 영혼(어린 상념체)을 가둔 육체인간의 관리자로서 아득한 옛날 하나님에 의하여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인조인간)이며, 사람 한 명에 대하여(이것은 아담과 이브의 자손인 서양사람들에 한한 이야기지만) 세 명의 안드로이드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기독교 신자들이 성령을 받는다는 것은 자기의 관리자인 에로힘과 공식적으로 교신을 할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 교신은 텔레파시로 행해지므로 신자는 성령에 감응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이것은 회교 신자도 마찬가지다. 보리론이 그의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아득한 그 옛날 에로힘의 사자에 의해 기독교와 회교는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이 두 개의 다른 종교를 만들어서 오랜 옛날부터 인류 멸망작전을 수행해 온 것이다.

중세에 있어서의 십자군 전쟁이 그 좋은 예인데 아직도 그들의 작전은 완전히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인류가 타락해서 스스로 영혼의 존재를 부인하고 하나님까지도 인정하지 않게 되었을 때는 소수의 종자 백성들만을 남겨 놓고 인류 멸망작전을 수행하도록 유전적으로 명령이 내려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 명령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리론을 통하여 ‘인간에게 영혼은 없다,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위험사상을 퍼뜨림과 동시에, 자기네들에게 동조한다면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평균 수명 700년이나 살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는 것은 인류를 타락시켜서 그들이 유전적으로 명령받고 있는 인류 멸망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음모인 것이다.

사가라 씨에게 《후지산 대폭발》의 책을 쓰게 한 것도, 에로힘의 텔레파시에 의한 간섭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가라 씨의 학설을 믿어 준다면, 그들의 부정적인 상념을 이용하여 방아쇠를 잡아당겨서 화산 폭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은 과거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리론의 책과 사가라 씨의 책이 일본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에로힘의 앞잡이가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 두 책은 서로 연동해서 지구 인류 멸망작전을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세째, 인류의 대부분이 마침내 ‘하나님의 자녀’라는 의식에 도달할때 인간의 영혼은 집단의식 생명체로 진화하게 된다.

이것이 지구 위에 있어서는 지구인의 여섯번째 진화단계이며, 그 다음인 일곱번째 진화단계에서 인간은 전능한 신 자체로의 변신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인류가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다’라는 의식에 이르게 될때 그들 에로힘의 인류에 대한 후견인 역, 즉 천사로서의 사명은 끝나게 된다.

그때에는 에로힘의 종족은 자동적으로 소멸되고 그들 문명의 에센스를 담은 비행접시는 모든 정보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자동적으로 땅 위에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그 때문에 에로힘은 인간의 영혼이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라는 자각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류가 여섯번째 진화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들은 그 역할이 끝나므로 자동적으로 소멸되도록 유전적으로 자폭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하나님과 악마라는 양쪽의 역할을 맡아서 어떻게 해서든지 인류를 타락시키려고 노력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서에 나오는 멸망의 기록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넷째, 성서에 나오는 요한 계시록에 의하면 20세기 이후의 기록은 없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에로힘에 대한 계획이 그곳에서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로힘이 만든 기독교와 회교는 아마도 20세기 말로서 종말을 고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역할은 20세기에서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들이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라는 뚜렷한 자각을 갖게되면 더 이상 종교는 필요없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자동적으로 고오사까 씨의 뇌파에 동조됨으로써 알게 된 것은 실로 엄청난 사실이 아닐수 없었다.

지금까지 적은 것을 좀더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에로힘은 인류의 후견인으로서 모든 인간들이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라는 자각을 갖게끔 도와야 한다. 모든 인간들이 그와 같은 의식상태에 이르면 에로힘의 구실은 끝나므로 자동 소멸된다.

둘째, 인간이 타락하면 스스로의 영혼과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게 되었을 때는 신앙심이 두터운 소수 사람들의 종자백성들만 남겨 놓고 모두 없애버려라. 그 방법에 대해서는 에로힘에게 맡긴다.

세째, 에로힘이 실수를 해서 모든 지구인들을 빠짐없이 멸망시켰을 때는 그 역할이 실패한 것이므로 자동적으로 자폭 소멸되어라!

이것이 하나님의 에로힘을 만들었을 때 그들의 유전자 속에 기입한 명령이고 이 명령을 없애거나 변경시킬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또는 그 대행자의 자격을 가진 인간 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최초의 하나님 뜻대로 에로힘이 후견인 역할을 멋지게 해내어서 인간들이 최고 수준에 이르면 에로힘 자신은 멸망하게 되어 있고, 한편 인간을 완전히 멸망시켜도 이 역시 멸망이 되게 되어 있으니, 그들 에로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을 되도록 타락시켜서 소수의 종자백성들만 남겨 놓고 모조리 없애는 일을 되풀이 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이런 명령을 유전자 속에 넣은 것은 하나님의 커다란 실수가 아닐수 없다.

갓 태어난 어린애를 키운다는 것은 여간 성가시고 힘든 일이 아니다. 친어머니가 아니고서는 정말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하나님도 육체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 관리를 하시는 게 어지간히 힘이 드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육체인간의 세포에서 안드로이드인 에로힘을 만들고 그들에게 신의 자녀인 인간의 영혼을 넣는 그릇으로서 육체인간의 관리를 맡기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인간의 영혼이 몇만 년에 걸친 윤회전생 끝에 마침내 인간의 본질은 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야말로 인간의 본체임을 깨닫게 되어서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뚜렷한 자각이 생겨서, 개인의식에서 집단의식 생명체로 진화 되어 간다면 더 이상 후견인인 에로힘은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오히려 에로힘은 인간에게 방해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자폭해서 없어지도록 미리 그들의 유전자 속에 자폭장치를 심어 놓은 것이야말로 바로 하나님 자신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그리고 인간의 육체와 에로힘을 만드신 하나님은 무엇인가 다른 일을 하시기 위하여 어딘가 별나라로 떠나신 모양이었다.

그 하나님이 다른 별에서 돌아오신 것은 약 42,000년 전 일이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돌아와 본즉, 당초의 계획과는 영 틀리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의식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각을 얻게 되었고, 자기네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에로힘에 의해 인류는 소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전부 멸망된 상태였던 것이다.

아무리 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해도 당황하신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공중에 떠도는 인간들의 영혼들을 수용해서 수행을 시키고 새로운 물질계에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유계(幽界), 영계(靈界), 상념계(想念界)를 만들어서 에로힘에 의해 멸망당한 인간들의 영혼을 거두어 주셨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로부터 또다시 6천년의 세월이 흘렀고 좁은 지구 위는 인간으로 가득차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자녀’라는 의식에 눈뜨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자 또다시 에로힘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절해서 세계대전을 일으켜서 다시금 종자백성들만 남겨 놓고 지구인을 원시인으로 되돌아 가게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은 일이 적어도 지금까지의 지구 위에서 여섯 번 되풀이 된 것이며, 이번이 그 일곱번째에 해당되는 것이다.

만일 이번에 인류가 핵전쟁이라도 일으켜서 전멸한다면 에로힘도 전멸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끝없이 되풀이 하는 지루한 일에 이제는 그들도 어지간히 싫증을 느끼게 되었으리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생각이고 그들에게는 상상력도 감정도 없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이런 근원적인 비밀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나는 하나님의 자녀이다’라는 의식을 갖게 하여 세계평화의 기도를 모두가 올린다면 그 염력에 의하여 에로힘은 무력해진다는 사실을 믿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3

나는 고오사까 씨와 만난 순간에 전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류 역사의 가장 커다란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었다. 인류 창조의 비밀과 종교발생의 원인과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라는 것을 한꺼번에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아주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종말이 왔다는 것을 믿고 스스로의 영혼의 존재를 부인하여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에로힘으로 하여금 종자백성만 남겨 놓고 거의 대부분의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큰 재난이 닥쳐오고 있는데 나 외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아는 이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그 방법은 글로 써서 책을 펴내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편, 나는 고오사까 씨가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야마또 다께루(日本武尊)의 분령체이며, 아득한 옛날 북두칠성계에서 지구에 이민 온 우주인과의 복합령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는 컴퓨터의 기록 뱅크이고, 나는 일종의 단말기와 똑같은 작용을 하게끔 되어 있음도 알았다.

고오사까 씨와 나는 한 세트로 되어 있어서 특수한 사명을 띠고 신계로부터 파견된 존재라는 것. 즉, 두 사람은 한 장의 지도를 반씩 나누어 갖고 있는 것과 같아서 두 사람이 힘을 합하지 않으면 지구의 위기를 막아낼 수 없음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놀랍고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순간 나는 내가 미친것이 아닌가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논리적으로 옳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가라 씨의 〈후지산 대폭발〉의 예언과 엘로힘의 지구 파괴의 음모가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음을 안 이상, 어떻게 해서든 이것을 막아야만 한다고 나는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법은, 사람들이 믿든 안믿든 우선 널리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나는 1982년 12원 24일 고오사까 씨를 비롯하여 나까노 유우도 씨 등 그밖에 여러 사람들을 신주꾸의 선 루트 호텔에 모이게 해서 내가 이번에 새로 발견한 사실들을 중심으로 대담을 했고 이것을 VTR로 녹화를 했다.

이 녹화 테이프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키로 했고, 다음에는 《후지산 대폭발》이 기상학자의 단순한 경고가 아니고 사실로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 그리고 에로힘의 정체를 밝히는 새로운 책을 써서 펴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에로힘 이었다. 나 혼자의 힘으로 그들과 대항해서 싸운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안 이상 가만이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예정대로 VTR녹화를 끝내고 호텔 방으로 돌아 온 나는 실로 막연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이 막중한 일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 영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때 아주 이상한 일이 생겼다. 북해도에 살고 있는 회원의 한 사람인 가다무라 미찌요라는 여자가 나를 느닷없이 찾아온 것이었다.

“무엇인가 끔찍한 일이 앞으로 벌어질 것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이것을 막을 수있는 것은 안선생님 밖에 없는데 안선생님이 일본을 포기하고 떠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 나고 만다는 느낌이 든 거죠. 그래서 용기를 내시라고, 저는 무력한 여자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것 같아 찾아온 거예요.” 라고 말 하는게 아닌가.

당시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그녀가 몹시 고마웠고 그녀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헤어졌다.

4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내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그랬더니 아내의 생각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우주인에 의하여 그런 엄청난 일이 꾸며지고 있는데 어떻게 당신 혼자의 힘으로 막는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최후의 날을 기다립시다!”

나는 아내의 의견에는 정반대였다.

“나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오. 가만히 있으면 모두가 멸망하는 길밖에 없지만. 내가 글을 써서 출판을 하여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하게 하고, ‘하나님의 자녀’라는 의식을 갖게 하면 엘로힘은 무력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거요. 나는 내 소신대로 해보겠오!”

하고 나는 급히 서둘러 책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후지산의 대폭발은 막을 수 있다》라는 일본어로 된 책이었다.

불과 한 달도 안 걸려서 나는 이 책을 썼고 종전에 내 책들을 출판해 준 대륙서방에 교섭해 볼 생각을 갖고 일본으로 떠났다.

이때 나리타 공항에는 도꾜에 있는 ‘옴’ 회의 책임자인 신도오 와다루가 마중을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항에 내린 순간, 나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에로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 생각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널리 부정적인 생각을 퍼뜨려서 사람들을 불안감에 떨게 하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영혼이 없다, 하나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면 인간은 타락한 것이 되고 그렇게 되면 그들이 마음놓고 종자백성만 빼놓고 나머지 인류를 멸망시켜도 좋은 조건이 성립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에로힘의 비밀을 폭로하여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를 하는 것이 지구를 파멸에서 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 내 책이 출판되면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짙은 셈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내 책의 출판을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할 것이고 또한 그들에게 위험 인물인 나를 감쪽같이 없애버릴 필요가 있는것이다.

한편 그들은 텔레파시로 모든 인간들을 감쪽 같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우선 나를 없애려면 먼저 신도오에게 손을 써야 할것이고 다음에는 대륙서방과 그밖의 내가 찾아가서 부탁할 만한 출판사들은 모조리 방해를 해야만 할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신도오가 에로힘의 앞잡이가 되었다면 그에게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아니하리라.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신도오와 그의 일행인 두 여자 회원들은 정면에서 나를 보고 걸어 오면서도 전혀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신도오의 눈의 표정이 이상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과 같이 마치 마네킹의 눈초리 같았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았다. 로보트가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내 앞 1미터 까지 걸어 왔건만 그들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게 분명했다.

“이봐 신도오군, 나야 나.” 하고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쳤다.

그 순간, 신도오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안선생님,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고 오시지 않고 텔레포트(순간이동)하셨나요.”

이것이 그가 나에게 던진 첫마디 말이었다.

나머지 두 여인도 느닷없이 내가 눈앞에 나타나서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우리는 안선생님을 찾으면서 걸어 왔는데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정면 공간에 안선생님이 나타나신 거예요!”

나는 이순간 에로힘의 이야기가 단순한 나의 피해망상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자네들 혹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자동차 사고를 낼 뻔한 일은 없었던가?”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신도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리타 공항 바로 근처 인터체인지에서 다나까 상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껴 나에게 매달리는 바람에 핸들을 잘못 꺾어 전복사고를 낼뻔 했어요.”

나는 말없이 상념이동을 했다. 사고가 날 뻔한 지점 상공에 하나의 작은 비행접시가 떠 있는 것이 내 마음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던 것이었다.

나는 이들을 공항 안의 커피숍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번에 일본에 온 목적과 에로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허나 그들은 건성으로 대답을 할 뿐 여간해서 내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도오 군의 차를 타고 시내에 들어가다가는 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으니까 신도오 군은 혼자서 차를 몰고 들어가고 두 분은 나와 함께 리무진 버스로 들어갑시다.”

이래서 우선 나리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5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대륙서방에 들르기 전에 시험 삼아서 평소에 내 책을 내고 싶어하던 몇 군데 출판사에 들러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고 원고를 검토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태도로 미루어 보아 나를 완전히 머리가 돈 사람으로 취급하는게 확실했다.

에로힘에 의하여 후지산이 폭발되면 일본열도는 바다 속에 가라 앉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 데도 말이다. 그 연쇄반응으로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인류는 끝장이 나는 일이건만 그들은 전혀 믿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일본 사람도 아닌 한국인인 내가 이처럼 걱정하는데 그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었다.

“9월 까지면 앞으로 반 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에 어떻게 책을 팔 수가 있다는 것입니까? 시간 여유가 너무나 없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후지산이 폭파될 가능성이 많고 시간이 없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이 책을 출판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게 아닙니까?”

그들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볼 뿐이있다. 그 표정들이 하나같이 공항에서 내 앞으로 걸어 오던 신도오의 표정과 똑같았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나는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대륙서방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이 출판사에서는 이미 내 책을 여섯 권이나 출판한 바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야 거절하지 않겠지 하였더니 역시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출판할 수가 없지만, 다름아닌 안선생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자비출판을 하시는 조건으로 200만 엔을 출자하신다면 출판대행은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서점에는 한 권도 낼 수가 없습니다. 책을 만들어 드릴테니 안선생님이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시지요.”

나는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일본어 책을 출판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으며, 그렇게 되면 비용은 4분의 1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에서 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그 자리에서 갖고 있는 돈 거의 전부를 털어서 백만 엔을 건네 주었다.

나머지 백만 엔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가 막연했다.

“안선생님을 믿고 그럼 이 책은 저희가 책임지고 출판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비용은 회비 들어오는 것으로 공제해도 좋습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안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천 명이 넘는 우리 회원들에게라도 에로힘의 음모를 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우선 어려운 첫번째 관문은 통과한 셈이었다.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날 밤,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한밤중에 잠이 깨었는데, 환상처럼 비행접시 안이 보였다.

난장이같이 생긴 에로힘 두 명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녀석이 우리의 계획을 알았으니 큰일이야! 책이 나오게 되면 우리의 정체가 밝혀질 테니 어떻게 하면 좋지.”

“걱정할 것 없네. 놈을 우리의 비행접시 안으로 납치해서 본인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 땅 위에 내려보내고 본인은 여기 잡아 두면 되지 않겠나.”

그 순간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들의 비행접시 안에 상념 이동을 했던 것이다.

“에로힘이여 듣거라! 너희들이 나의 육체를 이동 시키면 그 에너지를 흡수해서 나는 인간이 아닌 신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는가. 인간이 완전히 깨닫고 신의 의식을 갖는 순간, 너희들은 자동적으로 소멸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

“내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내 뇌파의 파장을 조사해서 아득한 옛날 너희들을 창조한 뒤에 행방불명이 된, 너희들의 주인이 남긴 그의 뇌파의 기록과 대조해 보게나.”

그들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나의 말이 사실임이 증명이 된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몰라보고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하는 순간, 눈앞의 환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 2시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머리맡의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리는 바람에 잠이 깨었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당신이 안동민이란 한국 사람이오.”

하는 처음 듣는 거친 사나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습니다만……”

“당장 일본에서 철수하시오. 당신이 더 이상 요상한 소리로 우리 국민들을 우롱한다면 내 손에 죽을 줄 아시오.”

하고 전화는 끊어졌다.

6

여지껏 이런 일은 없었다.

새벽 2시에 낯선 사람의 방에 전화를 걸고 협박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우기 내가 선 루트 호텔에 묵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새벽이 될때까지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심정 같아서는 당장 일본에서 떠나고 싶었다.

대륙서방에 돈을 주어서 원고도 넘겼으니 어째든 내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더 이상 어물거리다가 변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한밤중에 걸려온 정체불명 사나이의 협박 전화에 혼비백산하여 물러 선다면 너무나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로힘과의 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인류의 운명을 건 싸움을 시작한 이 마당에 초장에서 내가 물러선다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목숨을 내건 싸움이었다.

지구를 지키려는 많은 신령들은 분명히 내 편을 들어줄 것이고 또 시간이 지나면 많은 동지들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불안해 졌던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다.

그러자 아침 10시쯤 해서 간밤에 걸려 온 동일한 인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간밤에는 술이 취해서 대단히 실례를 했노라고 사과부터 하고는 사실 자기도 안선생이 주장하는 체질개선에 관심이 많으나, 막상 회원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입회비가 1만엔이라고 해서 놀랐다는 이야기였다.

담당 사무원이 몹시 불친절해서 그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노라고 했다. 그러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었다.

나는 그러마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그를 나 혼자 있는 호텔방에 불러들일 생각은 없었다.

만일 만나자마자 칼로 찌른다든가 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후 1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한편으로는 그날 나를 만나기로 했던 많은 회원들과 합석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안선생도 겁이 많으시군요. 술 취한 사람이 한밤중에 협박전화를 했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경호원과 함께 만나시긴가요.”

“아닙니다. 모두가 우리의 회원입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모두 같은 시간에 여기에서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하고 나는 설명을 했다.

나는 여러 회원들 앞에서 이 젊은이에게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입장을 설명하고 후지산 폭발을 막기 위해 백만 엔이라는 돈을 들여서 자비출판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전화의 목소리와는 달리 젊은이는 비교적 온순한 성품이었고 마침내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해 주어서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7

2백만 엔이라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우선 《후지산 대폭발은 막을 수 있다》라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 옳다는게 내 생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우선 후지산이 폭발하게 되면 당하는 것은 일본이지 한국은 아닌 터였다.

어쨌든 자기네 나라의 위험을 막자는데 한국인인 나는 큰 돈을 내야 되고 일본인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이것은 무엇이 잘못되어도 단단이 잘못되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어떤 형태로든 나와야 했고 나는 내가 할 도리를 다한 셈이었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둘아온지 얼마가 지나서였다.

전혀 알지 못하는 후나이 유끼오라는 저명한 일본의 실업가가 내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서 만나고 싶다는 전갈이 왔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선배인 K무역의 김용호 사장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후나이 씨는 저명한 카운셀러로 13개의 방계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저서만도 30여 권이 넘는 그런 인물 이라고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번개같이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에게 부탁하면 《후지산 대폭발은 막을 수 있다》는 책이 일본의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인들의 국난을 막기 위하여 한국인인 내가 그 사실을 알려 주는 것만도 대단한데 없는 돈까지 털어서 책을 내야만 하고 반대로 일본 출판사만 돈벌이를 하게 한 내 처사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다.

나는 롯데 호텔에 묵고 있는 후나이 사장을 찾아가서 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뭇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으나 끝내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고 자기의 단골 출판사에서 출판하도록 주선을 하겠다고 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나는 이제야 살았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이 책은 후나이씨의 저서를 많이 낸 비지네스사에서 출판이 되었고 초판 1만 부는 출간된 지 사흘만에 매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책이 인쇄되기 직전에 큰 일이 일어날 뻔했었다.

비지네스사의 반바 사장이 갑자기 원인불명으로 대량의 피를 토했으며 멈추지를 않는다는 국제전화가 걸려 왔던 것이다.

어떻게 원인을 알아내어서 도와달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곧 북해도에 살고 있는 투시능력자인 E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해 전 척추수술을 했을 때, 뼈와 뼈를 잇는 데 쓴 가느다란 철사가 빠져서 동맥에 꽂힌 것 같으니 그 부분을 엑스레이 검사를 해보라는 대답이 왔다. 나는 곧 국제전화를 걸어서 이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랬더니 철사가 발견되어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전화가 다시걸려 왔다.

이렇게 해서 책은 무사히 출판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에로힘의 음모는 밝혀진 셈이었다. 그러나 책 출판만으로는 어쩐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몇 사람의 동지들과 함께 일본의 여러 영장(靈場)을 돌면서 내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했다.

우선 북해도의 유우바리 탄광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한국인들의 영혼들을 달래어 그곳에서 해방시켜 후지산으로 보냈고 오끼나와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

일본을 사악한 우주인의 손에서 지키기 위해서 살아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죽은 귀신들까지도 총동원을 시킨 셈이었다.

한편 나의 제자인 초능력자, 다미야 군과 함깨 상념 텔레포트(주 : 마음을 육체에서 먼 곳으로 분리해서 이동하는 기술)를 해서 에로힘의 근거지인 우리들의 태양계로 부터 4,5광년 떨어진 블랙스타에 원정을 간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믿지도 않으려니와 내가 정신이 돈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울 줄 안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이 겪은 일은 아니다. 몇 사람의 증인도 있는게 사실이다.

어쨌든 우리들의 태양계에서 빛의 속도로 4~5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검은 별이니 오늘날의 지구 문명의 힘으로는 도저히 갈 수없는 곳이기도 하다.

나와 다미야 군은 육체에서 스스로의 마음의 일부를 분리시켜서 상념 텔레포트를 한 것이지 육신이 직접 그곳에 간 것은 물론 아니다.

그 별에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존재 하지 않았고 에로힘에게 생명력의 원천인 전자파를 보내주는 거대한 발전소가 있을 따름이었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이상한 건물이었다. 보통의 육체를 가진 몸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우리는 에너지체인 상념체로 변해 있었기에 무사히 잠입할 수가 있었다.

보니까 중앙의 배전반에 거대한 스위치가 위로 제껴져 있고, 바로 그 아래에는 작은 스위치가 내려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거대한 스위치도 작은 스위치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서 그 누구도 손을 댄 흔적이 없었으며, 이것은 특수한 사이클을 가진 강력한 텔레파시파 만이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나는 다미야군과 힘을 합해 우선 위로 향한 레버(스위치)를 아래로 힘껏 내렸다.

그 순간, 그 거대한 발전소는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 다음, 우리는 밑의 작은 스위치를 위로 올림과 동시에 급히 서둘러 그곳에서 빠져 나와 지구로 돌아왔다.

나중에 다미야 군에게 확인시켰던 바, 밑의 레버는 그 거대한 발전소 바깥에 백만 볼트 이상의 강한 전류로 된 울타리를 치는 장치였다고 했다.

이로 말미암아 전 우주에 퍼져있던 약 70억이 넘는 에로힘들은 실질적으로 그 기능이 정지되었다.

나중에 남은 것은 자가발전 장치를 지닌 소수의 에로힘 뿐이었다.

안드로이드인 에로힘은 육신을 지닌 인간과 달라서 죽는 일이 없다. 몸의 일부가 망가지면 그 부분만 수리하거나 부품을 갈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생명을 주고 있는 전자파의 송신이 중단되는 순간, 그들은 한꺼번에 못쓰게 되었다.

나는 70억 명이 넘는 에로힘들을 전멸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며칠 동안, 기능을 정지시켜 혼을 낸 뒤에 다시 살아나게 해서 인류멸망 작전을 취소시키는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인데 정밀한 기계인간, 즉 안드로이드인 그들은 나중에 다시 발전소를 가동시킨 순간, 모두 불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애당초 부터 나를 너무나 과소평가했던 게 분명했다.

인간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별과 별 사이를 왕래하는 우주선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다. 단순한 인간인 나 따위는 버러지 만큼도 여지지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내가 4~5광년이나 걸리는 먼 별나라까지 상념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무서운 초능력자인 줄은 알 까닭이 없는 일이었기에 그들은 어이 없이 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내 앞에 나타나 항복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안드로이드이고 그들의 유전자에 기록된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터이며, 창의성이 전혀 없는 존재이기에 그들의 발전소가 파괴된 원인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육신을 가진 인간이 우리의 태양계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우주선도 없이 마음만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아 남은 약 3천 명의 에로힘들과의 전쟁은 처참하게 계속되었다.

도꾜 책임자와 북해도 책임자가 거의 때를 같이 하여 교통사고를 당했고, 한국의 내 책을 출판 해 주는 인쇄소의 중요한 인물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 했었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번에 후지산이 폭발할 원인도 이 밖에 여럿이 있음을 알아냈기에 그 원인을 찾아내어서 하나하나 해결을 해 나가야만 했었다.

이 때문에 나는 몇명의 동지들과 함께 북해도의 유우바리, 오다루, 남쪽은 오끼나와, 이세신궁, 데와산산, 히에이산, 그 밖의 거의 일본 전국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그 고장에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수많은 지박령들의 집단을 그 고장에서 해방시켜 유계의 사자와 토지신을 불러서 이승에 다시 복합령으로 재생되도록 했고 그러기 위해서 그해 9월 13일까지 후지산 산꼭대기에 보내서 강력한 장벽을 치게 했다.

나는 왜 이런 일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그들의 공통된 점은 그들의 괴로움을 전혀 알아주려고 하지 않고 자기네들만 즐겁게 살고 있는 현상계의 인간들을 몹시 저주하고 미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커다란 원한이 현실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상념과 연결이 될 때, 엘로힘이 후지산을 대폭발 시킬 수 있는 일종의 기폭 장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악념을 없앨 필요가 있었다.

일본의 후지산이 자연히 폭발을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게 한 뒤에, 강력한 5차원 진동을 일으키는 우주무기를 쓴다면 그야말로 일본열도가 침몰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게 되면 급격스러운 지각변동에 의하여 인류는 멸망하게 되었을 것이다.

예정된 시간에 후지산은 폭발하지 않았다. 정말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 뒤,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어느덧 이때에 있었던 일들을 잊게 되었다. 그때는 목숨을 걸고 뛰었던 일들이 어쩐지 꿈 속에서 겪은 일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공연한 망상에 사로잡혀서 헛수고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분이 믿든 안 믿든 이상 이야기한 것은 모두가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더 이상 세월이 지나면 나의 기억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에 후일을 위하여 대강 기록을 해본 것이다.

에로힘과의 싸움은 실로 처절했고 나는 수많은 모험을 겪었지만 이에 관련된 분들에게 누가 미칠까 두려워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좀더 세월이 지난 뒤에 밝힐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절판이 되었지만, 《후지산 대폭발은 막을 수 있다》는 실제로 일본에서 출판된 책임을 밝히면서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

에로힘과의 여러 가지 후일담도 있지만 그것도 오늘은 밝히지 않기로 한다.

8

지금 생각하면 에로힘은 전세계 공산주의자들의 마음을 뒤에서 최면 암시로 조절하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세력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들 에로힘이 인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지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아서, 공산주의자들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과 같이 최면상태에서 빠져 나와서 동구권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에로힘을 물리쳤을 때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놀라움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내 생각을 잠시 소개한 것 뿐임을 밝혀 둔다.

출처 : 업장소멸 ②업장소멸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