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초여름 전남 K고을에 사는 어느 부자(父子)가 색다른 고민을 안고 필자를 찾아왔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아들은 그 고장에서 고등학교 선생이라는 곱살하게 생긴 젊은이었다.
“자식이라고는 이 애 밖에 없는 외아들인데,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장가를 보내려고 해도 영 뜻대로 되지를 않는군요. 무슨 놈의 조화 속이 붙어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
“아드님의 신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아니 절대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선은 수십명을 보았는데 이것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중의 한 처녀도 시집오겠다는 경우가 없지 뭡니까?”
“그래요.”
“그래서 나중에는 집에서 살림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좀 팔푼이라는 아가씨도 만나보았는데 역시 마찬가지지 뭡니까? 언청이 처녀까지 맞선을 보았다가 거절을 당했다면 다 아실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군요.”
“아들은 그 때문에 노이로제 증상까지 생겼지요. 전생에 여자에게 무슨 못된 짓을 했길래 남들은 잘만 가는 장가인데, 하나도 문턱 근처에도 못 갑니까?”
필자는 이 젊은이에 대해서 미상불 영사를 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군대는 갔다 왔나요?”
“예.”
“혹시 군 복무중 일선지방에 있을 때 어떤 처녀와 깊이 사귄 일이 없었던가요?”
“네, 있습니다. 어떤 처녀와 알게 되어 불과 몇 번만에 동침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몸을 허락했기 때문에 화류계 여자가 아닌가 싶어서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고 그뒤 제가 다른 부대로 전속을 했는데, 이 여자가 항상 마음에 걸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처녀였던 것 같고, 그 여자가 워낙 저를 좋아해서 그렇게 된 것을 제가 공연한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젊은이는 지난날의 자기 잘못을 순순히 고백하고 몹시 후회하는 태도였다.
“너도 병신인 줄만 알았더니 그런 일이 있었구나. 왜 진작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그 처녀에게 장가가면 될게 아녀.” 하고 아버지는 대뜸 생기가 돌았다.
“그게 말입니다. 하도 오래 전 일이고 지금 어디 사는지 몰라서 연락할 수가 없는걸요.” 하고 젊은이는 한숨을 몰아 쉬었다.
“그 처녀가 젊은이를 몹시 원망했고, 그 때문에 생령(生靈)이 발생해서 젊은이에게 빙의가 된게 분명합니다. 〈제령〉을 하고 사진을 하나 놓고 가세요. 앞으로 한달 안에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이 젊은이는 체질개선 시술도 받았고, 〈제령〉도 하고 사진도 놓고 갔다.
그러자 한달이 지나서 젊은이의 아버지에게서 편지가 날라 들었다.
선생님한테 다녀간지 한달이 넘었는데 하나도 좋아진게 없으며, 며느리 얻을 가망성도 없노라면서 다시 한장 최근에 찍었다는 아들의 사진을 보내온 것이었다.
“아차! 사진첩에 꽂아두는 것을 잊었구나!”
필자는 젊은이의 사진을 유리 사진첩에 넣어두고 조석(朝夕)으로 바라다 보면서 염력(念力)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한달이 지났을 무렵 난데없는 전보가 날아들었다.
“오늘 약혼했어요.” 하는 내용의 전보였다.
필자는 처음에 전보를 받아들고 어리둥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한참만에 발신지가 전남 K고을인 것을 보고 언젠가 찾아왔던 젊은이의 아버지가 보낸 전보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견하다는 느낌이었다. 필자가 보낸 염력이 제대로 작용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어서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었다.
그 뒤 다시 얼마가 지난 뒤 소포로 필자의 집에 김 다섯톳이 배달되었고 뒤 따라 아버지가 보낸 편지가 배달되었다.
그 편지 내용을 여기 소개해 볼까 한다.
가아(家兒)의 성혼(成婚)에 대하여 염력(念力)을 보내신 노고(勞苦)에 충심으로 감사합니다.
덕택으로 12월 7일 혼례를 올리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즉시 방문하여 사례인사를 드렸어야 도리인줄 알면서도 늦어졌습니다.
우선 서면(書面)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약소합니다만 별도 소포로 김 500매 보냈습니다.
저의 체질개선에 대해서는 경제사정이 좀 풀리면 찾아뵙고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1977년 1월 19일
손 순 원 배
본인들의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본명은 밝히지 않지만 필자는 이 편지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터이다.
책임질 생각이 없으면서 한 처녀와 깊은 관계를 갖고 버린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오나 하는 좋은 보기라고 생각된다.
요즘 성도덕(性道德)이 굉장히 문란해진 것이 사실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을 진보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여자는 결혼 전에 몸을 단정하게 갖도록 하는 것이 장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좋고 또 남자라고 해서 아무런 책임질 생각도 없으면서 함부로 처녀와 깊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화를 자초한다는 하나의 좋은 보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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