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부 전쟁, 방랑, 명상
14. 우당산(武當山)
십대 초반에 이른 사이훙은 무술가들로부터 무학 수업을 받기 위해 각지를 두루 여행했다.
「그 사람들은 뭔가 독특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무술의 고수들이야. 그러나 그들은 후계자도 없이 죽어 가고 있어. 이제 네가 그들에게 가서 무술을 익히는 게 좋겠다. 권법을 익히는 것은 너의 정신력이나 실전 기법을 모두 향상시켜 줄게다.」
사부님의 말씀에 따라 사이훙은 무학을 배우기로 하였다.
사부님과 사이훙의 할아버지는 무림의 고수이자 높이 존경받는 분들이었다. 덕택에 사이훙은 무림의 유수한 고수들로부터 무학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무술 공부는 사이훙이 가장 강렬하게 흥미를 느꼈던 분야인데, 나중엔 도교 공부보다도 더 중요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사이훙은 자주 지방 무술 대회에 출전했다. 사이훙에게 권법을 가르친 사범들은 그를 대단히 엄격하게 훈련시켰다. 사이훙은 개인지도든 단체지도든 가리지 않고 유명한 사범이라면 모두 쫓아가서 사사받았다. 그가 무술 수업을 쌓으면서 여행했던 곳 중에서 가장 영험한 곳은 우당산(武當山)이었다. 우당산은 도교 무학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도교의 북두궁(北斗宮) 분파에서 신성하게 받드는 산이다. 북두궁 분파가 중심으로 추구했던 것은 내공법과 무술이었다. 수세기 동안 무수한 권법가들과 심오한 내공력을 성취한 사람들이 72개의 봉우리가 첩첩이 쌓인 우당산에서 배출되었는데, 14세기의 유명한 고수이자 태극권을 창시해 냈던 장삼봉(張三奉)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또한 한때 소림사에 원한을 쏟아 부었던 복수의 화신 백미도인도 우당산 출신이었다. 실전 위주의 우당파 무술을 사이훙은 네 사람의 권법가에게서 배우게 되었다.
네 명의 무술 사범은 도사가 아니라 무사였는데, 다만 우당산에 은둔하여 생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과거에 무림에서 저질렀던 무수한 살인을 참회하고 도교에 귀의하게 위해 우당산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도사들의 관용에 대한 보답으로 철나한권(鐵羅漢拳), 백학권(白鶴拳), 후권(候拳), 사형도수(蛇刑刀手)를 도교의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철나한권을 가르치는 사범은 40대의 남자였는데, 실전에 통달한 무사였다. 소림사의 승려였던 그는 근육질의 체격과 이상적인 기질의 소유자였다. 그 사범은 항상 영웅적인 무사의 이미지를 보여 주고 싶어했다. 그야말로 방랑하는 정의로운 무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상도, 자비심도 없이 오로지 살생만 일삼는 무사들은 그를 깔보았다. 그러나 철나한권 사범은 자신의 원칙에 따라 약자를 도와주었으며, 제자들에게 권법과 아울러 영웅적인 심성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다.
철나한권은 단가 권법과 장권(長拳), 철사권(鐵絲拳), 그리고 108나한권으로 구성되며, 강인한 근력을 강조하였다. 그 사범은 온몸이 강철처럼 거칠고 단단해야 한다고 가르쳤으며, 가장 중요한 곳은 팔의 하박골이라고 하였다. 만약 하박골이 튼튼하지 못하면 방어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상대방을 붙잡는 힘이 약해지며, 권법에도 힘이 없게 된다.
하박골을 단련하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사이훙은 양팔을 옆에 붙이고 두 개의 의자 등판 꼭대기에 머리와 발목만 걸친 채 공중에 떠 있는 훈련을 했는데, 점점 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두 손목에 매달아 훈련의 강도를 높여 갔다. 그뿐만 아니라 넓이뛰기, 높이뛰기, 주먹심 기르기 훈련도 쉴 새 없이 해야만 했다. 철나한권 사범은 탈진할 정도로 엄격한 훈련을 매일 계속해야 건강한 힘을 갖출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백학권을 가르치는 사범은 지독하게 깡마른 50대의 사나이였다. 그의 얼굴은 길쭉하고 턱은 뾰죽했으며,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 눈동자가 컸다. 숯이 적은 머리는 변발을 하고 있었다. 두 팔은 풀잎처럼 가늘었으며, 긴 다리에 발가락을 내놓고 마치 학처럼 걸어다녔다.
백학권은 기와 자세를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권법이었다. 몸의 균형과 기의 순환은 중요한 문제였다. 철나한권 사범이 근력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백학권 사범은 기를 품고 사지를 넓게 펼치며 정확한 자세를 잡으라고 가르쳤다.
그 사범은 끝없이 대련을 시키면서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요점을 직접 실습해 보였다. 사이훙은 철나한권으로 자신있게 돌격했다. 그러나 그는 백학권 사범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그 사범은 사이훙의 공격을 막지 않고 다만 새처럼 우아하게 계속 자세를 바꿔 가면서 사이훙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그는 날아가는 학처럼 보였고, 한쪽 다리로만 서서도 사이훙의 공격을 피했다.
이윽고 사범은 강의를 시작했다.
「학은 새다. 새들은 자부심이 있고 도도하다. 새들은 자세 잡기를 좋아한다. 날씬한 몸을 자랑하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백학권의 특징이다. 적이 공격해 온다고 치자. 그러나 너는 가장 아름다운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면 된다. 그가 공격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너는 오로지 자세를 잘 잡는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 만약 적이 네 날개 곁을 스치다가 네 부리에 쪼였다면, 그것은 네 자세 때문인 것이다. 먼저 공격 방법을 구상해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백학권 사범은 곧 파괴적인 공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다섯 손가락은 한데 모아 새부리처럼 만든 학권을 좋아했다. 공격 방식은 아주 교묘했다. 모든 힘이 아주 적은 범위에 집중되어 충격의 강도를 높인 것이었다. 학권은 급작스러운 돌려치기라든가 지그재그 공격법 같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든 공격이 전혀 예상치 못한 각도로부터 이어졌다. 백학권 사범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사이훙의 방어망을 뚫고 들어와 눈, 귀, 목, 혈도등을 쪼아댔다.
원숭이의 동작을 본뜬 후권을 가르치는 사범은 광대처럼 보였다. 그는 진지해 보이는 적이 거의 없었으며, 쉬지 않고 웃고 떠들어댔다. 그는 외로운 원숭이처럼 작고 음습한 숲속에 진흙으로 지은 허술한 집에서 살았다. 다리는 짧고 굵었으며, 팔은 괴상하게 길고 축 처져 있었다. 유쾌해 보이는 넓적한 얼굴은 짧게 깎은 머리 때문에 더 크게 보였다. 그는 농담을 즐겼으며, 자주 원숭이를 흉내내며 재주를 넘어 수련생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후권은 곡예, 기공, 유연한 몸, 집중력, 그리고 체력이 기본 조건이었는데, 유연함이 특히 중요했다. 사범은 유연성이 신체와 정신 상태뿐만 아니라 영성 계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도교의 문하생들아, 봐라.」
사범은 언제나 킬킬대며 말했다.
「언젠가 너희도 커서 어른이 되고 오랜 명상의 세월과 더불어 도교의 법사가 될 테지만, 원숭이들은 너희들보다 명상을 더 잘한단다. 원숭이들은 이미 명상하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
숲속을 조용히 돌아다니다 보면 개울가에 앉아 있는 원숭이나 망연히 물을 바라보고 있는 원숭이를 만날 수 있을 게다.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냥 앉아 있을 뿐이지. 원숭이는 완전한 정적 속에 있다. 다만 생각할 뿐이다. 자기를 가르쳐 줄 도사도 필요없다.
또 너희는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완전히 자기를 잊어버리고 앉아 있는 원숭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땅에서 30미터는 됨직한 높이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가 똑똑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전략을 알고 있다. 그는 〈나는 적보다 나중에 움직이지만 적보다 먼저 도달한다.〉는 격언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원숭이를 때려 보거라. 그놈은 굴러서 도망가면서 경계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다. 그놈은 상대가 또 다시 움직일까 봐 거기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그대로 앉아서 상대방의 거동을 살핀다. 원숭이가 정신을 놓고 있는 틈을 노려 그놈을 붙잡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단다. 너희가 움직이면, 그놈은 너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잽싸게 반응한다.」
후권의 공격 방법은 양주먹 동시에 뻗어 치기, 깨물려고 하다가 꼬집기, 따귀 때리듯 손바닥 치기, 손가락을 갈퀴처럼 만들어 할퀴기 등 독특하고 다양했다. 사이훙은 이상한 원숭이 보법도 배웠다. 다리를 활처럼 벌리고 중심을 잡지 않고 걷고 뛰는 것이었다.
「원숭이는 똑바로 설 수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너희는 이러한 동작을 반드시 시합에서 사용해야 한다.」
후권 사범과 대련하는 것은 웃기면서도 무서운 것이었다. 매번 대련이 시작되기 전에 그는 사이훙이 먼저 공격하도록 허점을 보이면서 정신없이 사이훙의 주위를 뛰며 돌아다녔다. 그는 자신의 주전자 같은 머리를 흔들어대며 언제나 원숭이처럼 겅중거리면서 사이훙을 놀려댔다. 그러나 사범이 한번 공격하고자 결심하면 참으로 두려웠다. 사이훙은 거의 예외없이 도망조차 칠 수가 없었다. 사범은 가혹하게 그를 추적했고, 마치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원숭이처럼 펄쩍 뛰면서 사이훙을 잡아먹을 듯이 덮쳤다.
사이훙이 네 번째로 사사한 우당산의 무술가는 사형도수를 가르치는 차갑고 사악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존경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인정(人情)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는 무서운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으며, 다른 사범들조차 모두 그를 피했다. 큰 키에 비석처럼 단단한 신체를 가진 그는 언제나 어두운 그늘에 몸을 숨기고 파충류 같은 살벌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쏘아보았다. 그는 음식도 차가운 음식만 먹었다.
그는 화산의 박쥐 신선이 연마하던 태음공과는 또 다른 음공(陰功)을 쌓았다. 그의 음공은 어둡고, 축축하며, 지옥과 같은 것이었다. 그의 영혼은 저승의 귀신들과 내통하고 있었다. 힘말고는 모든 것이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는 춥고 깊숙한 곳에서 자신을 고수로 만들어준 살인적인 권법과 잔인한 신념을 이끌어 냈다.
사이훙은 여러 스승을 대해 봤지만 이 사람만큼은 정말 두려웠다. 사형도수 사범은 대련할 때에도 아주 잔인했다. 그는 무덤의 묘비명 같은 침묵을 깨고 칼로 자르듯이 짧게 말했다. 겉으로 보면 제자를 가르치면서 잘못을 고쳐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제자들의 인격이나 자세에서 결함을 발견해 내었다. 그의 됨됨이와 무술은 모두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사형도수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공격 방식은 손을 펴서 손가락 끝으로 찌르는 것이었다. 철나한권은 주먹으로 치는 것이었고, 백학권은 손으로 쪼는 것이었고, 후권법은 손가락을 갈퀴처럼 만들어서 할퀴는 것이었다. 사형도수 사범은 말은 안 했지만 사이훙을 믿는 눈치였다. 사범은 때때로 문하생들을 이끌고 도살장으로 가서 소의 옆구리에 손을 찔러 넣는 것을 보여 주었다.
「꿰뚫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공을 쌓아야만 한다. 내공은 풀잎처럼 연약해 보인다. 풀잎은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태풍조차 풀잎을 꺾거나 뿌리뽑지 못한다. 풀잎은 너무나 유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잎은 너희들의 손을 벨 수가 있다. 너희들이 찾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유약한 힘이다. 적이 공격해 오면 너희들은 힘을 굽히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몸을 흔들어 그의 공세에 길을 열어 주어라. 그의 힘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그 힘을 흡수하고, 바로 그 순간 가차없이 휘둘러 쳐라.」
사이훙의 공격을 유도하는 사범의 두 눈은 번쩍거렸다. 그는 마치 뱀처럼 몸을 휘두르면서 공격을 피했다. 사이훙은 사범을 붙잡고 꺾어 조르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사범의 두 팔은 마치 고무 같았다. 사범은 경멸하듯, 그 상황에 쾌감을 느낀다는 듯 사이훙을 반격해 왔다. 사범의 팔이 사이훙의 머리 언저리를 감돌며 칠 듯 말 듯 놀려대다가 순식간에 사이훙의 온몸이 멍들도록 손가락 끝으로 쑤셔 버렸다.
「네 방어법은 너무 열려 있다.」
사범이 냉소하듯 알려 주었다. 그는 사이훙의 아픈 곳을 주무르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말했다.
「만약 내가 너를 아프게 하지 않았다면 너는 어디를 공격받았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네가 지금 맞은 곳이 네가 가진 약점이다. 이제 그곳을 방어하는 것을 잊지는 않겠지.」
사형도수 사범은 치명적인 급소들만 공격했다. 그의 공격은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거나, 오장육부를 상하게 했으며 심지어는 죽게도 만들었다. 사이훙은 열심히 손가락으로 땅을 짚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딱딱한 모래주머니를 손가락 끝으로 찌르며 부단히 연습을 했다. 사범은 손가락이 적의 몸을 3센티 정도는 꿰뚫을 수 있어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뱀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적을 살해한다. 뱀은 물거나, 몸을 감아 졸라서 질식시키는데, 언제나 적의 급소를 공격한다. 뱀은 먹이를 몸으로 감은 뒤, 먹이가 몸부림치는 동안에 먹이의 급소를 꼬리로 공격한다. 사형도수는 이것을 관찰하여 얻은 기술이다.
사형도수의 공격은 신체적으로 근육의 힘을 사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내공 또한 사용한다. 손가락이 목표물을 찌를 때 기를 손가락 끝에 모아라.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는 사이훙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사이훙은 곧 숨이 막혔고,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쉬기 위해 헐떡였다. 사범은 사이훙이 한참 동안이나 고통스러워하면서 몸부림치도록 내버려두었다. 잠시 뒤에 그는 추궁과혈법(推宮過血法)을 사용해서 사이훙의 몸을 마사지해 주고, 등을 두드려서 사이훙의 막힌 혈도를 풀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사형도수다. 사형도수는 적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이다.」
사형도수 사범은 정신병자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도사들은 그를 우당산에 머물게 함으로써 그가 더 많은 죄를 짓지 않도록 통제하고, 좋은 뜻으로 무술을 전승시킬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다. 화산의 사부님이 사이훙을 가르칠 때 반복해서 강조한 것이 있었다. 무술사범의 기술을 배워서 받아들이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전체적인 인격까지 모두 모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점이다. 사이훙은 우당산에서 가르치는 모든 무술을 배우면서도 자신의 도교철학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사이훙은 이제 대단한 무술 실력을 쌓았으며, 그 기술은 급한 성질과 결합되어 호전적인 기질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그를 언제나 잘 살펴보고 있던 도관의 사부님들은 그에게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그와 동문 사형제들은 우당산을 떠나서 화산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올랐다.
길가의 어느 찻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그들을 인솔하던 도사 한분이 다음과 같이 도교의 입장을 설명해 주었다.
「무술을 배우는 것은 자신감을 얻으면서도 교만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너희들의 자신감은 너희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온화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만약 너희가 무술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너희에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너희들은 그들은 무시하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힘없는 이들이 너희들에게 해코지할 수는 없단다. 그들이 너희들을 상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스스로 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드러내지 말거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위험한 사람은 무사가 아니라 소인배들이다. 그들은 힘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자기들이 〈힘이 있다고 보여 주어야만〉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나약함과 무지는 그들을 교만하게 만든다.」
「여러분, 저 도교의 나이 어린 시자들을 좀 보소!」
찻집에 있던 어떤 사람이 떠들었다.
「여자 맛도 보지 못한 애송이들이잖아!」
그의 옆에 있던 동료가 맞장구치며 웃어댔다. 사이훙의 기질이 즉시 불붙었다. 그러나 사이훙 일행을 인솔하는 도사는 그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적대적인 장면에서 초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가버리는 것은 그를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든다. 너희들은 누군가를 살상하기 위해 무술을 배웠던 것이 아니며, 유명해지기 위해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또한 종교적으로 높은 차원에 이르기 위해서 배운 것도 아니다. 너희들에게 무술을 가르쳤던 목적은 극기(克己)와 자기 방어를 위해서였다.」
「저 애송이들이 전부 다 숫총각들이란 말이야?」
그 남자가 동료에게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사실 말이지. 저 송사리 같은 애들은 불알도 가지고 있지 않을 거야! 이것 봐, 꼬맹이 도사님들, 불알이나 달고 있나?」
그의 동료가 큰소리로 합세했다.
「뭐 달려 있다고 해도, 저 애들 것은 요 복숭아 씨보다도 작을 거야!」
「저 애들이 여자를 본적이나 있는가 몰라?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나 있을까?」
「하! 저놈들은 아마 여자를 놓고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를거야!」
사이훙은 금방이라도 뛰어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근육은 잔뜩 긴장되어 있었다. 그는 도사의 허락하는 눈빛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도사는 한가로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웃고 있는 두 사람을 온화한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도사의 집요하고도 그윽한 시선에 붙잡히자 그 두 사람은 당혹스러웠든지 점차 조용해졌다. 잠깐 침묵이 흐른 뒤에 도사는 사이훙 일행에게 떠나갈 채비를 하라고 신호를 주었다.
「무지함을 드러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싸움질을 하면 안 된다. 너희들은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으니, 그들이 너희에게 당하게 될 고통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그들을 미워하는 대신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
'영성BOOK > 도인(道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인(道人) 1 - 16. 사부와의 대결 (0) | 2025.03.15 |
---|---|
도인(道人) 1 - 15. 양 청푸와 태극권 (0) | 2025.03.11 |
도인(道人) 1 - 13. 108나한, 약초, 그리고 기공 (0) | 2025.03.09 |
도인(道人) 1 - 12. 열두 살의 전환기 (0) | 2025.03.09 |
도인(道人) 1 - 11. 화산의 사부님들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