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 1 - 13. 108나한, 약초, 그리고 기공

기른장 2025. 3. 9. 18:42

13. 108나한, 약초, 그리고 기공

도사들은 정신적인 것은 육체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육체적 훈련이 내공을 연마하는 전주곡이 된다고 믿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다. 정신은 두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정신의 중심점들에 있는 것이다. 육체는 수련자가 초월하기 위한 기초이며, 건강한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사부님은 이러한 개념을 사이훙에게 철저히 알려주었다.

「너 자신은 언제나 지금 보이는 대로의 너였던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언제나 지금의 너로만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너는 전생에 저지른 잘못들로 인한 징벌과, 금생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

모든 세속적 야망들에 얽매인 집착과 욕망을 버려라. 그리고 지식을 향한 갈증을 식히도록 하거라. 어떠한 경험도 거절하지 말고 너의 모든 장애들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게 한 뒤에야 너는 이 세상의 의무를 만족시키고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올라갈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과 업보를 깨끗이 하는 것이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네가 필요로 하는 만큼 건강한 상태로 살아야만 한다. 너는 네가 전생에 저지른 일들에 대한 업보를 불사르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지, 새로운 고난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체를 정화하고 정신적인 무(無)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 시작해야 할 일은 육체적인 훈련을 쌓는 일이다.」

「대사님.」

사이훙은 이제 성숙한 소년이었기 때문에, 사부님을 공식적인 칭호로 불러야 했다.
 
「대사님께서는 왜 이 세상에 머무르고 계시는 것입니까? 대사님께서는 이미 환골 탈태해서 끝없는 자유를 얻고 등선의 경지에 오른 분이 아니십니까?」

「어떤 도인들은 그들이 전생의 업보에서 벗어나는 바로 그 순간 이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도사들은 자기들의 지식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이 길을 잘 따라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면 떠나실 수도 있었겠군요?」

「아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그건 네가 내게 내린 저주일지도 모른다.」

사부님은 농담을 던졌다. 사부님이 농기 어린 농담을 하며 웃음을 짓자 두 눈가에 잔주름이 잡혔다.

사이훙은 얼굴을 붉혔다.

「정말이에요, 대사님?」

사부님은 폭소를 터뜨리면서 사이훙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등을 두드려 주었다.

「내가 너를 가르치는 것은 나의 의무란다. 나는 평생토록 의무를 가지고 있지. 나는 그 의무가 끝난 뒤에야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단다.」

「저도 의무를 가지고 있나요?」

「물론 가지고 있지.」

「그것이 무엇입니까?」
 
「너는 너무나 성급하구나. 넌 벌써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만약 네가 그것을 알고 싶다면 너는 수행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부님은 흥겨운 듯 말했다.

사이훙이 해야 할 육체적 훈련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108나한이었고, 다음은 곡식과 약초들을 날로 먹는 벽곡법, 그리고 마지막은 기공이었다. 그 과정들은 사이훙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훈련시켜 더 높은 단계로 향할 수 있게 그의 몸에서 독소를 빼내 육체적 구조를 조정해 주었다.

108나한은 체조와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 반사작용의 훈련, 호신술, 그리고 혼자서 연습하는 권법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단히 힘겹고 어려운 훈련 과정이었으며, 완전히 익히는 데만도 2년이 걸렸다. 화산의 도사들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108나한의 동작들이 근육의 공동 운동과 신축성, 힘을 길러 주며 체내에 산소를 풍부하게 해줘 소년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108나한은 불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당나라 때 화산에 전해졌다. 그 당시 분파에 얽매이지 않았던 힌두교와 불교의 승려들, 도교의 도사들은 지식을 나누기 위하여 종종 함께 모였다. 힌두교의 쿤달리니 요가와 도교의 행공법 사이에 유사성이 있음을 깨달은 도사들과 힌두교의 수행자들은 함께 육체를 훈련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도사들은 불교의 수행자들에게 오랜 동안의 좌선에서 생긴 두통과 치질을 치료할 수 있는 명상법과 행공법을 가르쳤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불교의 승려들은 도사들에게 외공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108나한이었다.

108나한은 체조로 시작했다. 전설에 따르면 불교의 성자들인 108나한들이 각각 한 동작씩 만들어 냈다고 한다. 108나한은 마치 놀이처럼 재미있는 것이어서 어린 소년기부터 연마할 수 있었다.
 
「이 동작을 따라할 수 있겠니? 저 동작은 아주 어려울 걸.」

108나한을 가르치는 사범은 새 동작을 가르쳐 주기 전에 언제나 이런 말로 소년들을 자극했다. 그러면 소년들은 사범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듯이 열심히 따라했다.

도마뱀의 움직임을 본뜬 운동은 두 손을 둥글게 휘저으면서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리는 것으로, 척추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양이의 동작을 모방한 운동은 허리를 숙이고 양팔을 쳐든 뒤 두 다리에 곧게 힘을 주고 왼쪽 팔과 오른발, 그리고 오른팔과 왼발을 맞추어 동작하는 것인데, 근육을 이완시키고 등의 근육과 무릎 뒤의 힘줄을 단련시켰다.

원숭이를 모방한 운동은 원숭이처럼 쭈그리고 앉아서 등을 긴장시키고 두 팔을 옆으로 벌리고 걷는 동작으로, 다리를 튼튼하게 하고 평형감각을 키워 줬다.

악어를 모방한 운동은 팔굽혀펴기를 하는 자세로 엎드린 뒤 손만을 움직여서 기어다니면서 팔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 소년들이 이 108나한을 모두 배우고 나면 그들의 근골과 오장육부와 관절들은 튼튼하게 다듬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지구력은 강해졌다.

다음 단계는 몸을 가볍게 하는 운동이었다. 이 재주는 도약과 공중회전의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발전도 돕는 것이었다. 도사들은 몸이 가벼워야 축적되는 지방과 독소, 그로 인한 둔중함과 체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가벼운 몸은 내공법을 연마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108나한의 사범들은 이것을 철저하게 믿었으므로 제자들을 훈련시킬 때 절벽 아래로 밀어 뜨렸다.

높이는 2미터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5미터로 높아졌다. 사범들은 제자들을 사정없이 밀어 떨어뜨렸는데, 바닥에는 충격을 흡수할 만큼 푹신하지는 않았지만 몇 장의 매트리스들이 깔려 있었다.
 
「누가 제일 먼저 뛰어 내리겠느냐?」

사범이 물었다.

〈내가 먼저 해서 다른 제자들을 압도해야지. 만약 내가 완벽하게 성공한다면, 모두 나를 부러워할 거야.〉

사범은 사이훙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의미 있게 웃으면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이훙을 떠밀어 버렸다. 사이훙은 소년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듯 떨어졌다. 그러나 잠시 후엔 웃고 있던 소년들도 삐고 다친 무릎을 만지면서 신음 소리를 내야 했다.

사범은 언제나 그들에게 발을 단단히 딛고 착지하도록 가르쳤다. 사이훙은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 며칠이 걸렸으나, 결국 그렇게 해냈다. 그는 피나는 수련을 통해 모든 종류의 낙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사범은 사이훙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는 높이를 30센티 정도 더 높였다. 그 높이에서 낙하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사이훙은 다시 자원해서 손을 들었다.

「정말 이것을 해낼 수 있겠느냐?」

「그렇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손을 합장하고 해보거라.」

사이훙은 기분 좋은 듯 두 손을 합장했다.
 
「하강 준비.」

사이훙은 자신감을 가지고 하강 지점에 섰다.

「그리고 한쪽 다리로만 착지해 보거라.」

겨울이 오자 수업은 실내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모든 소년들이 5미터 높이에서 편안하게 뛰어내릴 수가 있었다.

다음에 그들은 탁자 위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받았다. 소년들은 모두 그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서 낙하하는 동안 몸의 균형을 잡는 훈련을 쌓았다. 그러나 탁자에서 사범이 밀었을 때는 몸의 균형을 잡을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군형을 잡기가 대단히 어려웠던 것이다.

사이훙은 가부좌를 하고 낙하하는 법과 한쪽 다리로 착지하는 법, 물구나무서서 착지하는 법을 터득하였다. 그가 터득한 기술 중에는 마룻바닥에 착지하는 법을 터득하였다. 그가 터득한 기술 중에는 마룻바닥에 부딪치기 전에 튀어 놀라 몸을 뒤트는 것도 있었다. 사이훙은 체조를 통해 근력을 키웠으며, 108나한의 두 번째 단계를 통해서는 가벼운 몸과 근력을 조화시켜 속도와 시간차를 맞출 수 있었다.

반작용의 시간을 맞추는 것은 세 번째 단계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했던 곡예 같은 낙하 훈련과는 약간 달랐는데, 사이훙은 손과 눈의 협력 체계를 개발하기 위하여 그에게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하거나 붙잡았다.

세 번째 단계의 훈련을 시작하던 날, 소년들은 모두 검은 도복을 입도록 지시를 받았다. 사범은 끝에 백묵가루를 묻힌 봉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자들은 사범이 그 봉을 휘두르거나 찌를 때 그것을 피해야 했다. 그러나 사범은 봉술에 통달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범의 봉을 피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사이훙은 열심히 노력해서 그의 옷에는 백묵자국이 두 군데만 묻었다.
 
그들은 콩을 넣은 주머니를 잡는 훈련도 받았다. 처음에는 몇 개의 주머니만 잡으면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곧 당황스럽게 변했다. 그들은 여러 사범들이 한꺼번에 던지는 주머니들을 붙잡아야 했다. 그 혹독한 훈련은 콩주머니를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가 하는 규정이 첨가되자 훨씬 더 어려워졌다. 사이훙은 뒤에서 던지는 주머니들을 잡으라거나 다리 아래로 잡으라거나, 또는 두 손가락만으로 잡으라는 명령에 몹시 당황했다.

호신술은 신체를 강하게 하는 운동부터 시작되었다. 108나한은 거칠고 힘든 운동이었다. 그것은 속도와 근력을 이용하여 먼 거리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발차기, 그리고 날카로운 후려치기 같은 것들로 구성되었다. 사범들은 제자들이 산적과 동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육체적 훈련으로서의 무술을 익히기 위해서 튼튼한 기초를 다질 수 있기를 바랐다.

호신술은 커다란 환약을 붙잡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이훙은 환약을 붙잡기 위해 빙빙 돌다가 어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주 쓰러졌다. 하지만 이내 사이훙은 이 새로운 단계도 익숙하게 해냈다.

다음엔 막기 단계로 넘어갔다. 사이훙은 날아오는 환약을 붙잡지 않고 이마, 어깨, 등, 다리, 그리고 배로 막아냈다.

다음 단계는 자세와 보법 학습이었다. 중국의 모든 무술은 자세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므로 많은 종류의 세련된 보법들이 개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기마세(騎馬勢)였는데, 두 발을 벌려서 말을 타듯 몸을 낮추고 양 허벅지를 활모양으로 만들어 서는 자세였다. 무술가의 재능은 기마세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리의 힘을 키우기 위해 물살이 매우 센 강물 속에 들어가서 사이훙은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를 강의 상류 쪽으로 번갈아 놓으면서 기마세를 포함하여 궁세(弓勢), 학세(鶴勢)등의 여러 가지 자세를 연습했다.

하지만 호신술은 실제로 상대가 있어야만 익힐 수 있는 것이었다.

「너는 이미 대표적인 기법들을 보여 주는 권법형들을 모두 배웠다. 그러나 호신술은 홀로 연습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 기법들을 완전히 익힐 때까지 반드시 약속된 동작들로 구성된 약속대련과 자유대련을 수련하면서 실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 권법형의 이론적 근거를 이해해야만 그 권법을 계속 배워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완성 단계는 쉽게 온다.

어떤 권법들은 인간의 움직임에 입각한 것들이고 또 어떤 것들은 동물들의 움직임에 근거한다. 108나한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진 권법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동물들의 모양을 본뜬 상형권법을 연습하지 말아라. 상대와 더불어 익히는 호신술이 바로 무술의 시작이니라.」

호신술에 대해 사범은 이렇게 말했었다.

호신술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사이훙은 그때까지 배웠던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이미 얻은 힘과 평형감각에 의해 사이훙은 막기, 치기, 차기 등의 기법과 공격과 방어 동작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사이훙이 처음부터 무술을 완벽하게 갈고 닦을 수 있었던 것은 초창기 훈련에서 닦았던 튼튼한 힘과 기초 덕택이었다.
 
눈물겹고도 고된 네 단계를 거치고 맞은 마지막 단계는 사이훙을 몹시 흥분시켰다. 마지막 단계에서 그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권법형과 기법들을 배웠다. 이 권법들은 반복해서 똑같은 형식을 되풀이해 연습하는 것이었다. 묵직한 주먹을 뻗는 장중한 나한권법에서부터 오행장법과 같이 손바닥으로 후려치는 권법도 있었다. 대부분은 나포술이라든가 손바닥으로 후려치기, 똑바로 내지르기, 위로 올려치기, 팔꿈치 공격, 발차기 등의 여러 가지 공격법을 포함하는 것들이었다.

하나의 권법형에는 여러 가지 자세가 들어 있었는데, 어떤 것은 천 가지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권법형은 공격과 방어의 기본들을 가르치면서 정력과 내기(內氣)를 양성시켜 건강을 증진시켜 주었다.

사이훙은 정확한 힘으로 시간을 조절하면서 낱낱의 격한 동작들을 계속 이어 나가 마치 돌개바람처럼 보였다. 그는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면서 스스로 훈련과목을 잘 마쳤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는 전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꼈다.

졸업하는 날 사이훙은 사범들의 평가를 듣기 위해서 앞으로 나갔다.

「괜찮은 편이야.」

그것이 사범들의 평가였다. 그들은 수련생들을 끝까지 밀어붙이려 했다. 칭찬이나 찬사는 아직 해줄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부님과의 대화에서 사이훙은 어릴 때 열심히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뼈와 근육이 아직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이다. 육체의 외형을 이상적으로 만들고 그렇게 형성된 골격을 평생토록 유지하기에 가장 적당한 때가 바로 유년기였던 것이다.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도관 사람들은 채식을 주로 했는데, 식물성 음식은 사이훙의 기질을 조용하고 청결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채식만으로는 고된 육체적 훈련을 견뎌 내기에 충분치 못했다. 사이훙은 매일 약초를 달여 만든 차를 마셨는데, 그 차는 양생을 돕고 운동을 보강시켜 주었다.

이러한 보약들은 산에서 채취된 것들로서, 풍부한 비타민과 영양분을 공급하여 신체의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화시켜 주었다. 도관의 사부님들은 사이훙의 신체에서 어느 부분이 강화되어야 하는가를 판단해서 그의 신체적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적절한 약들을 처방해 주었다. 도교의 의약학은 치료 목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양생을 위해서 연구된 것이기도 했다. 먼저 그들은 신체를 강화시키고 다음에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 수 있도록 정화시켰다.

계절 약초로 만든 보약을 외금단(外金丹)이라고 불렀는데, 이 약은 사이훙의 신체를 잘 조절해 주었다. 이것은 우주의 흐름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사는 도교철학의 실용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내부기관인 오장에 손상을 준다는 것이었다. 신체는 지난 계절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여 청결히 함으로써 다음에 닥쳐올 계절을 준비해야 했다.

불행하게도, 도교의 의약학 이론과 철학은 아직 사이훙의 구미에 맞지 않았다. 뜨겁기만 한 탕약은 시커먼데다 때로 참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썼다. 사이훙은 보약을 먹으면 언제나 더 강해지고 힘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보약의 맛이 싫었고, 보약을 먹을 때마다 매번 사부님께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때마다 사부님은 사이훙을 타이르셨다.
 
「이 약들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보약들은 너의 육체를 변화시켜 줄 것이다. 네가 훈련을 다 마치면 너는 보통 사람의 육체와는 다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제가 이 약을 먹어야 하나요?」

「물론 먹어야지!」

사부님은 웃었다. 그는 사이훙에게 허리를 굽혀 말했다.

「사이훙, 옛날에 도인들은 딱딱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단다. 그들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 만큼 몸을 가볍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약초만을 먹었단다.」

사이훙은 신선이 되기 위해서 평생토록 쓴 약을 먹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 약들의 효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 사부님은 사이훙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정신을 맑게 해주는 보신비약(補神秘藥)을 지어주셨고 사이훙은 그것들을 즐겁게 먹었다. 비록 장생불사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이훙은 그 약들이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은 틀림없다고 믿었다.

108나한의 수련과 탕약들은 기공이 향상되도록 도와주었다. 기공은 신체의 생명력을 순환시켜 기를 증강시켜 주었으며, 백회혈을 개통하는 개정대법(開頂大法)의 행공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사부님은 기에 대해 말씀하셨다.
 
「우주가 시작되던 태초에는 오로지 순수한 생명력인 기만이 있었단다. 기는 응결되어 금 · 목 · 수 · 화 · 토(쇠 · 나무 · 물 · 불 · 흙)의 오행이 되었으며, 오행은 다시 음과 양으로 합해졌다. 음과 양은 인간의 성품을 만들어 내었으며, 음양은 다시 합쳐져서 궁극적인 것, 즉 태극이 되었다. 태극은 무극이 되었으며, 무극은 그야말로 무(無)였다. 그리고 무는 고요함이 되었다. 그 다음에 모든 과정은 다시 반복되어 다시 시작이 있게 되었다. 이렇듯 우주는 항상 팽창과 수축을 거듭해 왔다.

우리 인간은 작은 우주다. 우리는 이러한 우주의 과정을 기공으로써 다시 만들어 낸다. 먼저 너의 정(精)은 태양 신경총으로 모여, 호흡을 통해 들어온 우주의 기와 하나가 되어 몸 속에 머무르는 기가 된다. 그 기는 배꼽 아래에 있는 단전으로 내려가서 음과 양으로 나뉜다. 음과 양은 정신이 모이는 곳인 세 번째 눈으로 올라오는데, 그 세 번째 눈은 너의 미간에 있다. 그리하여 그 음과 양은 인간에게 궁극적이고 신령스러운 정신이 되며 정신은 상승하여 무(無)가 된다.
 

기(氣)에서 무(無)로의 순행도(順行圖)

 
우리는 도교에 몸담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도는 어디에서 시작한단 말이냐?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든 먼 곳에서든 도를 찾을 필요가 없다. 도는 몸밖의 다른 어떤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는 바로 여기, 태양 신경총에서부터 시작한다. 도는 곧 한 인간의 생명과 우주의 보편적인 기가 만나 하나가 되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반드시 기를 양성해야만 한다. 그 살아 있는 기의 끝없는 흐름과 축적을 확실히 믿고 행해야 한다. 너는 기가 너의 몸을 가득 채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너는 온 우주를 마셔 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기를 이끄는 행기법(行氣法)을 수련해야 한다. 기는 보편적인 정수(精粹)이다. 기는 너의 몸을 강하게 만들어주며 병든 곳을 고쳐줄 것이다. 여러 가지 행기법의 자세들은 기를 순환시켜 주므로 어떤 곳도 기가 부족하거나 도달하지 못해 끊기는 일이 없을 것이다.

셋째로, 너는 반드시 모든 혈들을 개통시켜야만 한다. 우주의 기는 막힘없이 흐른다. 인간의 에너지는 반드시 그 우주의 기와 똑같이 흘러야만 한다. 원래 인간의 몸에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들은 완전히 열려 있었다. 인간은 날아다닐 수도 있었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잘못 사용했다.

신은 벌로 인간의 몸에 세개의 문을 만들어 놓았는데, 우리는 이것을 삼관(三關)이라고 부른다. 이 문들은 척추의 꼬리뼈에 있는 미려혈과 견갑골, 그리고 해골의 기저부에 있는데, 기의 흐름을 제한하며 인간의 잠재력이 개발되는 것을 막는다. 너는 온몸의 혈도를 열기 전에 반드시 기공을 수련해서 이 문들을 깨뜨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너는 충분한 에너지를 받아들여서 신령스러운 세계로 들어갈 수가 있게 된다.」
 
사이훙과 그의 동문 사형제들은 기공사범이 거처하고 있는 도관으로 파견되었다. 기공사범은 각각의 자세들이 가진 이론적 근거를 설명한 뒤에 시범을 보여 주었다. 사이훙은 일주일에 하나씩 자세를 배워 108개의 자세를 모두 익혔다. 기공은 그의 폐활량을 증대시켜 주었다. 사부님이 말씀하셨듯이 그는 정문(頂門)을 열어 삼관을 깨뜨려 나갔다. 2년간의 수련 뒤에 기공사범은 각각의 수련생들에게 일생토록 신체를 유지할수 있는 10개의 자세들을 가르쳐 주었다.

기공은 허리에 큰 띠를 두르고 시작해야 했는데,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허리띠는 열세 번 계속 숨을 들이쉰 뒤에 한 번 숨을 내쉬는 열장흡열법(熱長吸列法)을 수련할 때, 단전 부위의 점점 커지는 엄청난 압력으로부터 오장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

또한 허리띠는 목구멍에서 단전으로 내려가는 기도인 임맥을 여는 것을 도와주었다. 임맥을 열지 못하면 기공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보통 기는 혈액의 흐름과 오장을 따라 아래쪽으로 지그재그 모양으로 움직이며 내려갔다. 허리띠는 기가 항문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하면서 하단전으로 내려가도록 밀어 주는 작용을 했다. 단전까지 기를 밀어 넣는 호흡을 해야 미려골까지 기를 연결시키고 척수로 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끝으로, 허리띠는 몸을 움직이면서 동공(動功)을 수련할 때, 기를 사지에 운행해서 흐트러뜨리는 산기행공법(散氣行功法)을 보조해주었다. 태양 신경총에서 기가 생성될 때 띠의 압력은 기를 극한상태로 밀어내는 일을 도와주었다.
 

기(氣)의 형성

 
첫번째 자세는 신체 중앙의 임맥을 개통시키는 행공법이었는데, 사이훙은 두 손으로 하단전 부위를 누르면서 턱을 가슴까지 당기는 비둘기 발 자세를 배웠다.

「이 자세에 주목하거라. 여기에는 중요한 원리들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삼관을 주의하거라. 머리와 가슴과 손과 발, 그리고 발가락을 끌어당겨서 꼭 오므리고 힘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한다. 어깨를 둥글게 하고 척추를 곧추세우고 가슴을 동요시키지 말아라. 이것은 가슴을 비우고 기를 단전으로 가라앉히는 방법이다. 기를 삼켜라. 그리고 혀를 가볍게 차서 기도의 압력을 풀어라. 2년정도 수련하면, 기가 곧바로 단전까지 내려가게 된다. 이 수련 뒤에는 신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기를 삼킬 때 개통된 임맥을 따라 뱃속에서 기가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진짜 임맥이 피부 위에 푸른 선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공에서는 다른 모든 도교의 수행법들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징조를 찾아야 한다. 기공을 수련할 때에는 반드시 온몸에 열기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에너지인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그 에너지가 삔 손목 같은 곳으로 옮겨가면 너는 열기와 진동을 느끼면서 기가 그 부분에 집중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징후를 느끼지 못한다면 수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기공 수련의 효과를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몸을 다치게 된다.

기공사부의 가르침을 따라 기공을 수련하는 사람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극히 주의해야만 한다. 수련을 잘못하게 되면,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속이 메스꺼워져서 구토증이 나거나 어지럼증이 생기고 내출혈을 하게 된다. 자세를 조심해서 똑바로 하도록 해라. 숨을 깊이 들이쉬고 에너지를 잘 이끌도록 정신을 집중해라.」
 
사이훙은 기공사부의 가르침을 따라 각각의 자세를 배운 뒤에 기를 중화시키는 행공법을 수련했다. 행공법은 기공사부가 경고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주는 것으로, 기가 지나치게 강력해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수련생은 많은 양의 기를 흡입했는데 그렇게 쌓인 기는 몸 속에 괴어 있지 않고 배출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강하게 숨을 내뿜고 난 뒤에 어깨를 굴려 폐 속에 생긴 기포들을 풀어버리고 다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마지막으로 내뿜는 것이었다.

단전으로 기를 삼켜 내려보낸 뒤에 중화시키는 것은 각 자세의 시작과 끝에 이루어졌는데, 자세들은 광범위한 목적을 위해 조합되어 있었다. 그것들의 이름은 듣기만 해도 바로 뜻을 알 수 있는 것들로, 기를 모으는 자세, 독소를 제거하는 자세, 기를 피부로 운행하는 자세, 기를 사지로 보내는 자세, 기를 심장에 모으는 자세, 기를 폐로 보내는 자세, 그리고 기를 횡격막으로 보내는 자세가 있었다. 오장과 육부를 조화시키는 자세도 있었고, 또 기를 배꼽으로 보내서 신체를 청결하게 하는 자세도 있었다. 또 어떤 자세는 12경락과 연결되는 기경팔맥을 개통시키는 자세였다. 이렇게 해서 전체의 자세는 108개가 있었는데 모두가 필수적인 것들이었다.

수련생들이 앓고 있던 모든 질병은 2년간의 수련으로 치료되었다. 기공사범은 행공자세들이 많은 고질병들을 낫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으로 기를 보내는 행공은 전립선염을 예방하거나 완화시켜 줄 수 있었다.
 
개 걸음 모양의 구보법(拘步法)은 허리로 혈액을 보내 주어서 결장암을 막아 주었으며, 기를 골수로 보내는 행공은 류머티즘을 완화시켜 주었다. 머리로 기를 보내는 행공은 신경계의 이상과 신경쇠약을 치료해 주었으며, 기억력을 증진시켰다.

기공과 약초로 만든 외금단과 108나한은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모두에 걸쳐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정신과 육체를 결합시켜 주었으며, 사이훙의 인격이 완전한 전체성을 성취하여 더 높은 단계에 이르도록 고양시켜 주었다.

사이훙은 자신이 변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이훙은 이제 보통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건강한 신체를 뛰어넘어 자기 자신이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는 도교에서 말하는 건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오장을 지구와 연결시키고 모든 경락을 별들의 운행에 맞춰 움직이게 하며, 모든 신체의 동작을 태양계의 행성들처럼 운행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신체는 청결해졌으며, 그의 마음은 상쾌해졌으니, 사이훙은 진정한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얻은 것이다.
 

- 2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