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 1 - 11. 화산의 사부님들

기른장 2025. 3. 9. 14:37

11. 화산의 사부님들

사부님과의 관계는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처럼 가까웠지만, 사이훙에게 사부님은 여전히 권위와 지혜를 갖춘 외경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는 친절하고 인내심이 있었으나, 때로는 매우 엄격했다. 중국의 여느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사부님은 제자의 잠재력을 계발시켜 주는 일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며, 단계에 맞게 사이훙을 키웠다. 사부님의 권위에 대한 질문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훙은 사부님의 배경에 대해서는 질문할 수 없었다. 도교에서는 사부님에 대한 개인적인 행동이나 인생사를 묻거나 캐내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제자들이 사부님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부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보거나 사부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살펴보아야만 했다. 사부님은 자신의 출생이나 나이, 학식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몇 달 동안이나 어디론가 다녀오셔도 말씀을 해주시는 법이 없었다.

사부님이 자신에 관해 사이훙에게 말해 준 것이라고는 사부님 역시 화산에서 자랐다는 사실이었다. 사이훙은 나중에 다른 늙은 수도사와 이야기하던 중에 사부님이 다른 곳에서 오셨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사이훙은 그 늙은 수도사와 도관의 부엌에서 일하면서 사부님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공공께서 그러셨는데, 그분은 어릴 때부터 여기 화산에서 자라셨고 지금은 벌써 90세가 되셨대요!」

「쉿! 우리가 그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그분이 눈치채시면 안 된다.」

그 수도사는 사이훙에게 조용히 하라고 일렀다.

「그렇지만 공공께서는 멀리 나가 계셔요.」

「아니야! 그분은 뭐든 다 알고 계셔! 너는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여기 계시는 사부님들은 모든 것을 아실 수가 있단 말이다!」

그는 사이훙을 쌀가마와 약초들이 쌓여 있는 부엌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사방을 조심스럽게 살펴본 뒤에 허리를 숙여 나직하게 말했다.
 
「절대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것을 사부님께 말하면 안 된다. 사실 그분은 다른 곳에서 오셨단다.」

「정말이예요? 분명한가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화산에서 자랐지. 나를 보렴.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백발이 성성하지? 네 사부님께서 이곳에 오셨을 때 이미 그분의 머리는 새하얀 백발이셨단다. 그때 내 나이는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았고 이제 나는 나이가 들어 늙었지만 너의 사부님은 옛날의 그 모습 그대로란다.

대사께서는 중국 전체를 돌아다니셨고 인도와 티베트, 페르시아까지도 다녀오셨다고 하더구나. 다만 그분이 도인이신지 아니면 무사인지는 알 수 없단다. 그분께서 쌓으신 위업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그러나 어쨌든 그분께서 수십 년간 방랑하신 것은 틀림없어.」

그 늙은 수도사가 너무나도 조용히 속삭였기 때문에 그의 말을 들으려면 얼굴을 바싹 갖다 대야 했다.

「잊지 말아라. 절대로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들었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만약 너의 사부님이 이것을 아셨다가는 분명히 역정을 내실 게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늙은 수도사는 낮은 목소리로 사이훙에게 신신 당부했다.

사이훙은 나중에 시자들에게 물었다.

「공공께서 진짜 도교의 사부님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지요?」

사이훙이 질문했다.
 
「사부란 자신에게 떠오르는 많은 질문들에 해답을 얻은 분이며, 또한 제자의 물음에 대답해 주실 수 있는 분이지. 사부란 반드시 자신의 해답에 대해서 증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단다. 또한 자신이 가르친 것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항상 제자들에게 보여 주셔야만 한다. 아주 건강한 사람이어야 하며 밝고 분명한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단다. 또 제자가 스스로 스승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스승으로서 이끄는 힘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부님은 이기적인 마음 없이 제자를 가르치고 도와주며, 제자에게 끝없는 가르침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사람만이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린 쭝우가 차근차근히 대답해 주었다.

「그렇지만 공공이 하시는 일이라고는 돌아다니시는 일밖에는 없는걸요.」

사이훙이 반박했다.

「사이훙, 너는 몰라. 그분께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계시단다. 그분은 다만 겸손하게 그것을 감추고 계실 뿐이야.」

칭 수이셩이 말했다.

「그게 뭔데요?」

「네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지.」

린 쭝우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사부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몇 가지 해주지.」

칭 수이셩이 기억을 되살리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분의 경공은 정말 대단하시단다. 축제일이었어. 많은 순례자들이 북봉으로 참배를 왔었지. 비가 와서 바위들이 아주 미끄러웠어. 

그런데 한 어린 소녀가 절벽 끝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렸지. 바로 그때 사부님이 그 소녀의 뒤를 쫓아 몸을 던지셨어. 그분은 절벽에서 뛰어내리셔서 그 아이를 붙잡아 품안에 안으시고는 절벽 아래 약간 튀어나온 바위 위에 사뿐히 내려앉으셨지. 그리고는 다시 기어올라 오셔서 그 아이를 엄마 품에 안겨주셨단다.」

린 쭝우가 덧붙여 말했다.

「우리는 사부님이 공중에 떠 계시는 것도 보았어. 일정 기간 동안 사부님은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명상을 하셨는데, 명상을 하실 때면 그분의 몸속에서는 엄청나게 열이 나곤했지. 우리가 할 일은 때때로 들어가서 새로 향을 피우고 표주박에 신선한 샘물을 가득 채워 놓는 일이었어.

우리는 조용히 사부님의 방으로 들어갔지. 방은 어두웠는데, 그분이 보이지 않아 침대를 살펴보았지. 침대는 비어 있었어. 위를 올려다보니 사부님께서 가부좌를 하고 공중에 떠계시지 않겠어!

우리는 속임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손으로 사부님 아래를 휘저어 보았어. 심지어 칭 수이셩 사형은 목수일을 할 때 쓰는 자를 가지고 사부님이 떠계신 높이를 재보려고 했지. 그러나 자를 가지러 가기 전에 사부님께서 웃음을 터뜨리시며 서서히 내려오셨지. 사부님은 우리를 쥐방울만한 놈들이라고 하시면서 물을 달라고 하셨지.」

「그러니까 공공은 법술사이시군요!」

사이훙은 알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야. 법술사는 아니야. 그런 술법들은 우리 파에서 금지되어 있어. 너는 이걸 알아야 해. 법술사는 저승에서 귀신들을 불러와서 부려먹지. 그럴 때마다 법술사는 자기의 일부분을 팔아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완전히 사도(邪道)로 떨어지고 만단다.

사부님은 초자연적인 일들을 해내실 수가 있는데, 그것은 그분의 정신력이 뛰어나시기 때문이란다. 그분의 능력은 신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지, 귀신들에게 자기를 팔아서 얻은 것이 아니란 말이야.」

린 쭝우가 말했다.

「공공께서 어떻게 공중에 몸을 뜨게 했는지 설명해 주셨나요?」

사이훙이 물었다.
 
「아니, 그분은 그런 말씀은 안 하신단다. 우리가 그분의 힘을 직접 경험했을 때에도 그분은 어떤 설명도 해주시지 않으셨어.

한 번은 사부님과 인체의 모든 경락을 열어주는 약초를 캐러 나갔었지. 우리는 동물들이 그 약초들을 캐먹기 전에 손에 넣어야 했어. 동물들도 그것을 약으로 쓰거든. 그래서 우리는 동이 틀 무렵에 길을 떠났지. 그 약초는 어둑어둑할 무렵에만 보이는 신비로운 빛을 내기 때문이란다.

이른 아침이었어. 비가 몹시 많이 왔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 건너 다니던 강물이 불어나, 물살은 대단히 세차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떠내려 가고 있었지. 강을 건널 때는 언제나 우리가 사부님을 보호해 모셨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우리가 떠내려 갈 것 같았단다.

사부님은 우리가 강 앞에 멈춰서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앞장서서 강을 건너기 시작하셨지. 푸른 새벽빛 아래 강을 건너시는 그분의 모습은 더없이 신비로웠단다. 사부님은 우리 보고 당신이 밟은 길을 그대로 따라오라고 소리를 지르셨지. 그분은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셨던거야.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분의 뒤를 따랐지.

어둠 속에서 우리는 사부님의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한 줄기의 빛을 보았는데, 그 빛은 우리의 배꼽으로 연결되었어. 우리는 몸이 젖었지만 물의 압력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나뭇가지들은 우리를 비켜 갔고,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사부님께 물어보았지. 그러나 사부님께서는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않으셨어.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빛줄기가 거센 강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다는 것을 확실히 믿고 있어.」
 
칭 수이셩의 말을 들은 사이훙은 사부님에게 새로운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사부님은 무림의 고수였다. 사부님은 도관의 마당에 혼자만 사용하는 연무장을 가지고 있었다. 사이훙은 사부님이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곤 했다.

사부님은 기립명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시고는 무술을 연습하시기 시작했다. 기립명상은 몇 가지 발과 손동작으로 이루어진 고요한 동작이었다. 명상을 하면서 몸 속의 응결되어 있는 기를 풀어주는 굴신(屈伸)동작과, 근육을 풀어 주는 운동이 끝나면 사부님은 곡예 같은 체조를 연습했다.
 
중국에서의 싸움은 공중제비돌기, 공중회전, 공중돌아뛰기, 공중에서 몸 퉁기기 같은 것이 빠질 수가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무사라면 당연히 수련해야 하는 것들로, 공격과 방어에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옆으로 재주를 넘는다거나 땅짚고 재주넘는 것 같은 동작은 병기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는 기술이었으며, 돌기나 구르기 같은 것은 공격에 힘을 더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한 기술은 손발의 권법과 결합되어 사부님의 동작을 더욱 위력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180센티나 되는 큰 키에 60킬로밖에 안 되는 날씬한 체격의 사부님은 숨막힐 듯이 이어지는 격투기 동작들을 계속하며 권법을 연무(練武)했다. 크게 휘두르는 팔 동작과 힘찬 도약, 발놀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앞차기는 수직으로 힘차게 뻗어 나가 꽃혔으며, 독특한 발동작은 한쪽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연속적으로 휘몰아치는 돌풍처럼 이어졌다.

장법(掌法)이란 손바닥으로 후려치는 기술이었다. 장법은 내공이 손바닥에서 나와 겉으로는 상처 하나 없이 오장육부를 파열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사부님은 다섯 가지 장법을 알고 있었는데, 호접장법, 버들장법, 음양장법, 뇌장(雷掌), 그리고 오행장법이 그것이었다.
 
사부님은 그 다섯 종류의 장력을 야간에 연습했는데, 그것들은 곧 구별할 수 있었다. 호접장법은 나비가 날개를 접듯 두 손바닥을 붙여 공격하는 것이었다. 버들장법은 바람에 날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동작이 비비꼬였다. 음양장법은 위와 아래를 교대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뇌장은 허리를 축으로 해서 번갯불처럼 직선으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오행장법은 몸 중심에서부터 끌어낸 기로 공격하는 것이었으며 모든 장법중에서 가장 신속한 장법이었다. 연무가 절정에 도달할 때쯤이면 사부님의 형체는 마치 소용돌이 바람처럼 보였다.

사부님은 언제나 도전을 받았으며, 결코 그 도전을 거절하지 않았다. 사부님은 정해진 장소로 가서 적을 무찌르고 조용히 돌아왔다.

도전자들은 여러 부류였다. 단순히 자기 무예의 기량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도전자도 있었으며, 목숨을 걸고 도전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시합은 대체로 지상 3미터 높이에 설치된 단 위에서 벌어졌다. 단에서 떨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고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했다. 시합을 하는 사람은 땅에서 단 위로 뛰어오를 수 있을 만큼의 경공을 갖추고 있어야만 했는데, 이러한 조건은 실력없는 경쟁자가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단을 만들 때에도 여러 가지 덧붙여지는 것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찻잔들을 뒤집어 쌓아 놓은 1.5미터 높이의 네모난 탁자위에서 시합을 벌였다. 시합하는 사람은 컵 위에서 중심을 잡고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실격이 되었다. 또 어떤 때는 높이가 3미터나 되는 나무기둥 49개를 꽃 모양으로 세운 뒤 땅에는 수많은 칼들을 거꾸로 꽂아 놓았다. 그런 곳에서 대결하는 사람들은 나무기둥 꼭대기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싸워야 했다.
 
가장 독특한 단은 사부님에게 도전했던 오독(五毒)도사들이 사용한 것이었다. 사이훙은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그 시합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시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몇 달 전, 사부님은 쓰촨 지방에 계율을 어기는 다섯 명의 도사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오독 도사라고 불렸는데, 첩을 거느릴 뿐만 아니라 매춘을 알선하고, 의약품과 노예를 매매하고 밀수하며, 도박을 일삼았다. 사부님은 공개적으로 그들을 비난했으며, 만약 그들이 개과 천선하지 않는다면 조정에 탄원문을 내겠다고 위협했다.

오독 도사들은 정식으로 사부님께 도전해 왔다. 사부님은 그 도전을 받아들였지만 시합은 화산 아래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신성한 화산을 더럽히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단을 세울 사람들을 보냈다. 그 사람들은 북봉 아래에 6미터 높이의 나무기둥들을 둥그런 모양으로 땅 위에 세운 뒤 거미집 모양으로 밧줄들을 걸었다.

사부님은 하얀 평상복을 입고 그의 유일한 무기인 그물을 가지고 결전장으로 나갔다. 오독 도사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독극물 때문에 시퍼렇게 독이 오른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온통 검은 복장을 한 그들은 기세등등하게 기둥위에 올라섰다. 사부님도 곧 그 거미줄의 중심부로 뛰어 올라갔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오독 도사들은 8괘형으로 만들어진 진법(陣法)으로 공격을 펼쳤다. 연합해서 공격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일 대 일로 공격해 오기도 했다. 사부님은 이 결투를 오래 끌 생각이 없었으므로 속전속결로 적들을 처리했다. 오독 도사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도교 성직자의 상징인 말갈기채를 미친 듯이 휘둘러대면서 공격해 왔다. 그러자 사부님은 그물로 말갈기채를 잡은 뒤 무서운 발길질로 적을 처리했다. 그 도사는 앞으로 몇 걸음 비칠비칠 걸어 나오더니 입에서 푸른 독을 뿜어냈다. 사부님은 옷소매로 독을 막고 그 도사를 단 아래로 내팽개쳐 버렸다.
 
밧줄 위에서 날렵하게 움직이며 사부님은 나머지 네 명의 도사들 중 두명의 도사와 정면으로 맞부딪쳤는데, 한 사람은 독이 묻은 쇠솔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사부님의 얼굴에 태양빛을 반사하기 위해 둥근 거울을 들고 있었다. 사부님은 먼저 첫번째 도사를 붙잡았으나 다른 도사가 거울을 던져 그물의 일부분을 찢어 놓았다. 사부님은 신속하게 앞으로 뛰어나가 붙잡은 도사의 팔을 후려치면서 그의 독솔을 다른 오독 도사에게 던졌다.

나머지 두 명의 도사들 중에 한 사람은 독바늘이 꽂힌 접는 부채를 무기로 쓰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독물을 묻힌 쇠가시들이 뾰죽하게 솟은 창을 쓰고 있었다. 창을 쓰고 있던 사람은 사부님의 급소를 공격하기 전에 두 팔부터 못쓰게 만들 궁리를 했다. 사부님은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빙글 돌아 창과 부채에서 나온 12발의 금침 공격을 피했다. 사부님이 공중에서 부채 도사의 목을 걷어차자 그 도사는 그만 한 방에 죽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사부님은 그물로 창잡이 도사를 옭아맨 뒤 몸을 날려 그 도사를 땅바닥으로 내팽개쳐 버렸다.

사이훙은 그 싸움을 이야기로만 전해 들어 몹시 실망했지만, 곧 사부님의 격투 장면을 목격할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사이훙은 물을 붓고 먹물이 걸쭉하게 될 때까지 힘겹게 먹을 갈고 난 뒤 부채처럼 접힌 긴 종이를 준비했다. 사부님이 글을 써나가면 사이훙은 끝에서 글씨가 마르도록 책상 아래로 길게 펴나갔다. 사이훙은 사부님의 힘찬 붓놀림과 멋진 초서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두 젊은이가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몰래 북봉과 남봉 사이에 자리한 사부님의 처소로 숨어 들어왔던 것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자줏빛 옷에 주황색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있었으며, 양날검은 들고 있었다. 뒤따라 들어 온 사람은 같은 옷차림에 검은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직경이 50센티나 되는 커다란 강철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무술 비급을 얻기 위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그 비급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칼을 든 사람이 사부님에게 건방진 태도로 말했다.

「그 비급을 우리에게 넘겨라. 너는 이제 늙은이에 지나지 않아. 저항하지 않는다면 너를 해치지는 않겠다.」

방망이를 든 사람이 덧붙였다.

사부님은 긴 옷소매가 아직 마르지 않은 글씨들을 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붓을 놓았다.

「인생사에서 쉬운 일이란 없지. 원한다면, 와서 가져 가거라. 만약 너희의 운명의 별이 제대로 운행하고 내가 오늘 죽게 되어 있다면, 너희들은 그 비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너희들의 별이 옳지 않다면 나는 너희들이 오늘 죽어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사부님은 꿰뚫는 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사부님은 양팔을 세 번씩 휘둘러서 긴 소매를 손목 둘레에 감았다. 그리고는 탁자 위를 굴어서 바로 그들의 앞에 차분히 내려선 뒤 둘둘 말았던 옷소매를 다시 풀어 채찍처럼 휘둘러서 모욕적으로 그 두명의 뺨을 동시에 후려쳤다.
 
침입자는 곧 정신을 차리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부님이 그 검을 피하면서 긴 옷소매로 칼을 둘둘 말아 버리자 사내는 칼을 뺄 수가 없었다. 사부님이 한 번 걷어차자 그 사내는 격자무늬의 창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또 다른 침입자가 공격해 왔다. 사부님은 그의 방망이를 살짝 피하여 그가 자기 동료와 부딪치게 만들었다. 사부님은 조소를 머금은 뒤에 무서운 장력으로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갑작스런 소동에 놀라 뛰어들어온 두 시자가 그들을 끌고 나갔다. 탁자 밑에 숨어 있던 사이훙이 뛰어나와 사부에게 수많은 질문을 해댔지만, 사부는 언제나처럼 침묵을 지키며 밖으로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