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 1 - 9. 순환의 지혜로움

기른장 2025. 3. 6. 21:48

9. 순환의 지혜로움

사이훙이 시자들과 생명의 순환, 즉 윤회에 관하여 토론할 즈음 그의 나이는 열 한 살이었다. 때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무더운 한여름이었고 공기는 서봉의 꼭대기조차 후덥지근했다. 사이훙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화산의 푸른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또한 빛나는 하늘 아래 드러난 화산의 산등성이를 따라 눈을 옮기며 깊은 골짜기를 둘러보았다.

린 쭝우는 지금까지 사이훙에게 대화로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었던 것들을 정리하기 전에 사이훙이 화산의 장관을 음미하며 즐길 여유를 주었다.

「모든 것은 순환한단다. 세계는 계절을 좇고, 사계절은 차례로 이어진다.

동물들은 사계절과 조화를 이루며 살지. 동물들은 봄철에 교미를 하고, 여름에는 새끼를 낳고, 가을에는 어린 것들을 키우며 겨울을 준비한단다. 겨울에는 조용히 지내거나 사는 곳을 옮겨 가는데, 동물이 하는 모든 일은 생존을 위한 것이지. 설치류는 땅을 파고, 거북이와 곰은 겨울잠을 자며, 병들고 노쇠한 것들은 죽는다.

너도 역시 사계절을 따라야 해. 봄은 새로운 성장과 운동, 신선한 활동을 위한 때이며, 여름은 힘을 충분히 끌어내 쓰면서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들을 해야 할 때다. 가을은 추구하는 때이지만, 동시에 겨울을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지. 겨울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때다. 모든 것들이 땅속으로 숨어 들어가거나 죽는다. 그때는 너도 너 자신에게로 들어가서 명상을 해야 할 때란다.
 
너의 생명도 역시 계절을 따르는 것이다. 지금의 너는 네 인생에서 봄철에 해당한다. 지금은 자꾸 발전해서 꽃나무의 꽃봉오리처럼 꽃을 피워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식이든 네가 느끼는 대로 움직여라. 너는 아직 어린아이다. 만약 네가 장난꾸러기나 개구쟁이 짓을 하지 않는다면, 너는 정상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봄은 네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기에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인생에서 여름에 해당하는 때는 강하고 자부심이 넘치고 능력 있는 젊은이의 시기이다. 너 자신을 계발하고 목표들을 성취하며, 시작해 놓고 마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모든 것을 행하고 모든 정서적 감정들을 만족시켜라. 그러나 중도를 지키며 자신의 철학적 바탕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네가 위대한 인물이 되든지 평범한 사람이 되든 간에, 또는 선인이 되거나 심지어 악인이 된다 해도, 너는 네 인생의 여름철에 최고의 일들을 해내야만 한다.

가을이 되면 너는 네가 뿌린 것들을 거두게 될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면, 너는 네 인생의 진로를 설정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네가 앞서 행한 행동과 결정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아무런 후회 없이 이러한 단계에 도달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중년이 되면 너는 남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네 자신이 행한 일들의 인과응보를 받기 위하여, 그리고 노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서서히 너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노년은 겨울이라고 할 수 있지. 너는 조용해지게 된다. 머리칼은 눈처럼 하얗게 되고, 너는 명상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고찰하며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엔 칭 수이셩이 주제를 골랐다. 사이훙은 차분한 태도로 그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칭 수이셩은 조용하고 느릿느릿한 속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단다. 죽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 찾아올지를 모르기 때문이지. 사람들은 죽음이 그저 종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죽음이란 변형의 과정이야. 생명은 멈추는 것이 아니고 계절처럼 순환하는 것이란다.

너의 가족들 중에서는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지. 그러나 너는 죽음을 본 적이 있어. 쓰러져 죽은 나무를 보았고, 말라 비틀어진 들꽃을 보았고, 눈길에 쓰러져 얼어 죽은 동물들의 시체를 보았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삶에 종말을 고하더냐? 죽음이란 단순히 움직이지 못하고 썩어 가는 상태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냐? 아니, 죽음이란 껍질을 벗어 던지는 것일 뿐이란다.

너의 존재, 나의 존재, 동물들의 존재, 이런 것들은 우리가 만져 볼 수도 없는 것이고 파괴될 수도 없고 형체도 없는 것이란다. 과거, 우주의 흔적과 뒤섞인 기억의 집합일 뿐이지. 우리는 정신체들이고, 우리 각각의 영체는 태초부터 있어 왔단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계속 이동해 갈 것이다. 변화하고 진화하며 그렇게 무한히 계속 나아갈 것이란다.

네가 동물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도 항상 동물이었던 것은 아니고, 또 언제나 동물로 남아 있을 것도 아니란다. 그것들은 다만 금생에서 동물의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을 뿐이지. 그것들은 각자에게 중요한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하여, 그리고 신성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나타난 영체(靈體)들이지. 그것들이 이 세상에 나타나려면 껍질 같은 것이 필요한데, 그것이 육신이다. 그러므로 육신은 진정한 자아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다만 그릇일 뿐이거든. 또 다른 현실체로 몸을 바꾸어야 할 때에는 이미 그릇으로 사용되었던 육체는 버려지고 영체만이 남게 되지.
 
너는 두 벌의 옷을 걸칠 필요가 없겠지. 한 건물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건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육체라는 껍질은 완전히 사용되어야만 하는 것이란다. 육체는 낡고 부서지고 파괴되는 것이야. 그러나 영은 결코 파괴될 수 없는 것이란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는 거야.

사람들은 죽음이 언제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두려워한단다. 이것이야말로 신들이 인간에게 걸어 놓은 저주 가운데 한 가지란다. 인간의 변태적 성향과 사악함 때문에 내려진 천벌이지. 신들은 죽음이 임박해 오는 때를 인간이 알 수 없도록 차단하여 그 벌을 대신했지.

그러나 동물들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동물들은 언제나 신과 합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신들은 인간과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슬픔과 무지와 교만함, 허영 속에서 살기 때문에 더 높은 차원과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가는 거란다. 오로지 순수한 생활을 영위함으로써만 우리는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가 있단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사이훙. 오히려, 죽음이 다가올 것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사는 동안 다음 생애에서 너를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 갈 올바른 지식을 찾으려무나. 그러면 죽음의 순간에도 너는 아무 두려움 없이 육체를 벗어 던지고 다음 생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