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장생불사의 신선들
자연으로부터도 끊임없이 가르침을 받았으나, 사이훙은 그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도술을 몸으로 그래도 구현시키는 화산의 도사들에게 완전히 매료되었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 도교의 모습은 도를 따르는 사람과 그의 개성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도사들은 중국과 도교의 은자적인 전통을 잘 보여준다. 도술을 완성시키고 높은 차원의 지식을 얻기 위하여 세속의 환상과 위험에서 스스로를 이탈시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부도 명예도 권력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거미줄처럼 연약하고 허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도교의 수련자들 중에는 먼 옛날부터 살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안개 낀 골짜기에 숨어 살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크나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본질적으로는 같은 전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이뤄 놓은 일들은 모두 마음속을 탐구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고대 삼황(三皇)중의 하나인 황제(黃帝)는 황제소문내경(黃帝素問內徑)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읽히고 있다. 신농씨(神農氏)는 수천 가지의 약초들을 직접 자기 몸에 시험해 보았는데, 「창문을 가진 위(胃)」라는 말은 그의 명상적 능력을 비유해서 하는 말이다. 복희씨(伏羲氏)는 팔괘(八卦)를 배열한 선천도(先天圖)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역경과 점술학의 근간이 되었다. 화타(華陀)라는 의사는 외과의술을 완성했으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오금희(五禽戱)라는 체조법을 창안해 내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교의 경전들을 저술했다. 이 세상을 아무도 모르게 떠났거나, 또는 큰 업적을 남기고 갔거나 간에 도교의 수련자들은 자신의 학문과 도술을 위해 세상을 떠나 은둔해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도교의 은자들 가운데서 특이했던 자들은 내금단(內金丹)을 연구해서 장생불사하는 방법을 찾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은자들 가운데 포박자(抱朴子)를 쓴 갈홍(葛洪)같은 사람은 장생불사하게 만들어 줄 금과 진사(辰砂), 그리고 수은과 납을 섞은 혼합물을 연구하다가 이 세상을 떠났다. 화산의 도사들은 아직까지도 그러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선대 도인들과는 달리 독성을 지닌 금속원소들은 버리고, 기공과 명상, 약초들을 사용했다.
화산의 사부들 중 몇몇은 이미 죽지 않는 신선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들은 평판이 매우 높았으며, 모양새도 전혀 나이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붙여진 칭호는 「깨달은 사람들」이었다. 그 사부들은 장수와 해탈, 생명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였다. 또한 육신을 이탈하여 유체(幽體)로 여행하기 위하여, 그리고 수백 권에 달하는 도교 경전들을 모두 암송하기 위한 비법을 이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한 경지에 오른 불사의 신선들은 장문인의 권위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장문인도 그런 신선들이 자기보다 더 높은 차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사부는 사이훙을 오랫동안 자기 옆에 데리고 있었다. 사이훙은 사부님의 머리를 빗겨 드리고 발을 씻어 드렸다. 글을 쓰실 때는 먹을 갈아 드렸고, 사부님이 여행하실 때는 약상자를 들고 따라다니며 사부님의 시중을 들었다. 대사부로서는 사이훙을 잘 관찰해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사이훙에게는 사부님의 생활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사이훙은 사부님을 따라다니며 화산에 기거하는 고승들을 만나 볼 수도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사이훙은 사부님을 찾으러 갔다가 화산에 사는 불사의 신선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사이훙은 기쁜 듯이 사부님께로 달려 올라갔다.
「공공! 공공!」
그는 사부님을 마치 할아버지를 부르는 것처럼 불렀다.
「나 여기 있단다!」
사부님은 돌아서서 한 손을 사이훙에게 올려놓으며 웃었다.
「공공, 제가 공공의 귀에다 새로 만든 쥐노래를 들려 드릴게요. 여기 계신 아저씨들처럼 저도 동물들한테서 노래를 배웠어요. 들어보세요!」
사부님이 허리를 굽히자 사이훙은 그의 귀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그의 사부는 노래를 듣고 즐겁게 웃었다.
「아주 좋은 노래로구나, 사이훙.」
사이훙이 노래를 다 부르자 사부님이 말했다.
「또 있어요.」
사이훙은 흥분한 듯이 말했다.
「나중에 듣자꾸나. 나는 지금 만나 뵈야 할 분이 있단다.」
「태극권 사부님이신 양 아저씨 말씀이세요? 그분이 돌아오셨나요?」
「아니다, 사이훙. 지금 뵐 분은 네가 아직 뵙지 못했던 분이란다.」
사부와 제자는 한 시간을 넘게 걸어서 벽에 회를 바른 작은 건물에 도착했다. 몇 개의 사각형 창문들과 오래된 기와로 덮여 있는 건물은 평범했다. 여름이면 화산의 모든 건물은 햇볕이 들도록 창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이 건물의 창문들만은 꼭 닫혀 있었다. 그들은 약간 틀이 어긋나 맞지 않는 문을 두드려 꼭 닫은뒤,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는 대단히 어둡고 조용했으며, 안으로 들어서니 차가운 기운이 담긴 바람이 불어왔다.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서니 앞이 전혀 안 보였다. 한참 뒤에야 사이훙은 그곳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아주 검소했다. 낮은 사각형 탁자와 표주박이 달랑 있었으며 그 사이에 큰 관이 하나 있었다.
사이훙은 사부님이 큰절을 하는 것을 보고 얼른 따라서 큰절을 했다. 그는 당황스러웠다. 사부님이 큰절을 하는 경우는 제사를 지낼 때뿐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단이 없지 않은가? 더욱이 관에다 대고 큰절을 하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절을 마치고 위를 올려다보자 그들 앞에는 키가 큰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서서 약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들의 절을 받고 있었다.
「이것 봐요! 당신은 왜 절하지 않는 거예요? 당신은 이분이 얼마나 높은 분인지 모른단 말이예요?」
사이훙이 외쳤다.
「사이훙!」
사부님이 날카롭게 호통쳤다.
「무례하게 굴지 말아라. 이분이 사부님이시지, 내가 사부가 아니다.」
사부님은 그 사람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박쥐 신선께 문안 드립니다!」

박쥐 신선이라는 사람은 가볍게 웃었다. 큰 키에 가냘픈 몸매를 가졌고, 여자처럼 움직였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땋아서 리본으로 묶었다. 얼굴은 작고 피부에는 주름살 하나 없었으며, 핏기도 없이 창백했다. 쑥 들어간 눈 언저리가 검게 죽어 있었으며 두 눈은 거의 감겨 있었다. 그러나 가늘게 내리뜬 눈에서 감춰진 내부의 빛을 엿볼 수 있었다.
「저는 경전들의 요점을 여쭈어 보러 왔습니다.」
사부가 말했다.
박쥐 신선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승낙을 대신했다. 그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조차 피했으며, 발걸음도 소리가 없었다. 박쥐 신선이 사이훙 앞에 멈추어 섰다. 눈꺼풀이 약간 올라가자 그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이 아이가 당신이 말했던 그 아이인가?」
박쥐 신선이 가늘고 속이 빈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사부가 대답했다.
박쥐 신선은 사이훙을 향해 돌아섰다. 사이훙은 박쥐 신선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가 눈을 감고도 자기를 꿰뚫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훙이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의식을 찾았을 때 박쥐 신선은 이미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부는 사이훙에게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부님은 한 시간쯤 뒤에 밖으로 나오더니 곧장 걸어갔다. 사이훙은 그의 뒤를 따랐다. 30분정도 침묵을 지키며 걷기만 하던 사부님이 박쥐 신선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박쥐 신선은 태음공(太陰功)을 연마하고 계신다. 저분이 박쥐 신선이란 이름을 얻게 된 이유지. 저분은 관 속에서 주무시면서 태양빛을 피하고 찬 곳에서만 기거하시지. 결코 더운 음식을 드시지도 않는단다. 저분은 태음기(太陰氣)를 쌓고 계시며, 그것이 바로 저분의 영성(靈性)의 원천이 되고 있다.」
「검은 동그라미가 그려진 옷을 입고 귀신처럼 움직이셔서 악한 사람같이 보여요.」
사이훙이 말했다.
「저분을 악하다고 하지 마라. 저분이 보통 사람과 같지 않아서 네가 겁을 먹은 것일 게다. 당연한 일이지. 저분은 불사의 신선이시란다. 저런 분을 만나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사부님은 주의를 주었다.
「그렇지만 공공, 저는 공공께서 왜 그분께 절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공공께 절을 하지 않습니까?」
「사이훙, 언제나 더 훌륭한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분들께 언제나 경의를 표해야 한단다.」
「저분은 왜 훌륭한 분입니까?」
「박쥐 신선은 경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최고의 권위자 중의 한 분이란다. 저분은 도장(道藏)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해명해 주실 수 있단다. 실제로 저분은 도장의 경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계시단다.」
사이훙은 학당에서 소리내어 읽으면서 외워야 했던 수백 권의 경전들을 생각해 냈다. 그런 도교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공공, 공공께서는 이미 경전들을 다 배우시지 않았어요?」
「나는 저 박쥐 신선에 비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단다. 도사는 끊임없이 배워야만 한다. 그리고 가르침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가르침을 찾아야 한다.
자, 내 설명을 들어보렴. 우리가 처음에 너에게 온실을 관리하라고 맡겼을 때, 너는 온실 가꾸기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너는 먼저 일을 시작해야 했을 테고,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 봐야만 했다. 그렇지?」
사이훙은 사부의 말에 동의했다.
「마찬가지로 사부라 해도 끊임없이 무지를 일깨우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한단다. 우리는 모두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지식을 완벽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언제나 화산에 그 해답이 있단다. 길을 찾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노사부님께 물어야 한다. 만약 그분이 모르고 있다면, 더 나이가 많으신 스승님이 항상 계시게 마련이다.」
사이훙은 나중에 두 분의 신선을 더 만나 보았다. 그들은 지식을 탐구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을 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화산의 공개 토론회에서 다른 사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두 신선은 작은 도관에 살고 있었으며 서로 단짝을 이루어 음양 신선이라고 불렸다.
한 번은 대사부가 사이훙을 그들의 강연에 데리고 갔다. 음양 신선은 강단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작고 가무잡잡했으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큰 키에 뽀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꿰뚫을 듯한 시선으로 청중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참으로 기묘한 한 쌍이군요!」
사이훙은 탄성을 질렀다.
「이 쥐방울 같은 녀석아! 경의를 표하도록 해라.」
사부님이 사이훙의 뒤통수를 치면서 야단을 쳤다.
사이훙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젊어 보이는 음양 신선에게 눈길을 돌렸다.
음신선은 전혀 중국인 같아 보이지 않았다. 피부는 상당히 검었으며, 검은 곱슬머리는 상투를 틀어 올렸고, 수염 역시 곱슬곱슬했다. 그는 헐렁한 회색 장삼을 입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으며, 왼쪽 어깨에서부터 대각선으로 흰 띠를 두르고 있었다. 사이훙은 그렇게 생긴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나중에 인도를 방문하고 나서야 사이훙은 음신선의 조상을 알게 되었다.
반면, 양신선은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얼굴이 붉었다. 그의 굵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칠흑처럼 검었으며, 커다란 얼굴에 수염은 기르지 않았다. 그의 회색 장삼은 가슴의 단단한 근육 때문에 거의 터질 지경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던 사이훙은 양신선이 화산의 절벽 사이를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이 있음을 기억해 냈다.
사부님은 사이훙에게 음양 신선들만큼 도가 나아갈 길을 잘 설명해 주는 신선은 없다고 알려주었다. 그들은 도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해했다.
음선인은 명상의 나날을 보내면서 가장 깊은 의식의 세계를 탐구한 뒤에 자신이 깨달은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하여 돌아왔다.
양선인은 화산을 돌아다니며 별과 자연, 날씨에 관한 모든 현상들을 관찰한 뒤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강연해 주었다. 둘 다 자신들의 특별한 능력을 경전과 잘 결합시키면서 도교 전체의 지식을 설명하고 또 탐구를 계속했다.
토론의 열리기 직전, 사부님은 사이훙을 음양 신선들에게 소개 시킨 뒤 두 시자에게 돌려보내며 말씀하셨다.
「너무 서두를 것은 없다. 도교에 입문한 사람은 단계적으로 전진해야 한다. 준비가 될 때까지는 결코 다음 단계로 나가면 안 되지. 너무 초조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단다.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훈련을 한다면 도는 자동적으로 상승되어 간다. 사이훙, 너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지금의 너로서는 음양 신선 같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부님은 키가 크고 힘이 센데다 다리도 길었기 때문에 사이훙에게는 사부님과 함께 다니는 일이 더 고되고 지루했다. 그러나 사부님을 따라다니면 배울 게 많았다. 시자들 역시 자연에 널려 있는 사물들에 대해 가르쳐 주었으나, 사부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과는 아주 달랐다.
한 번은 사부님이 어떤 흔적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신비로운 궁전이 나타나지. 하지만 네가 감히 저 길의 흔적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면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때는 안개로 뒤덮인 작은 협곡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길은 장생불사로 가는 길이니라.」
또 사부님은 이마에 큰 혹을 달고 고독하게 혼자 있는 도사를 가리키며 사이훙에게 말했다.
「저분은 태양 신선이시다. 여러 왕조가 흥망하는 것을 봐오신분이시지.」
어느 날 사부님은 사이훙을 남봉에 있는 앙천지(仰天池)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신선은 지금까지 사이훙이 본 신선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신선인 것 같았다. 손을 앞으로 뻗어 땅을 짚고 머리를 치켜든 채 쭈그리고 앉은 그의 모습은 거대한 개구리를 연상시켰다. 두 시자가 개구리도 명상을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이 사람은 그저 잠만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사부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사부님은 합장하고 존경을 표시하며 옆으로 비켜 섰다.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사이훙은 그 개구리 같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몇 분 정도 지나자 사이훙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봐, 이봐! 우리 사부님이 당신을 만나러 오셨단 말이야! 당신은 왜 일어나지 않는 거야, 이 멍텅구리야!」
「사이훙, 너 정말 버릇이 없구나!」
사부님이 호통을 치셨다.
「그렇지만 공공, 저 사람은 저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있잖아요! 저 사람은 정말 큰 개구리 같아요. 얼마나 큰지 한번 보세요! 공공, 저렇게 큰 개구리는 어떻게 요리해 먹죠?」
「사이훙, 버릇없는 말을 삼가거라!」
사이훙은 그 사람에게로 더 가까이 갔다. 얼마나 큰 머리인가! 턱은 늘어지고 얼굴은 넓적했다. 코는 크고 뭉툭했으며, 얄팍한 입술은 양쪽 귀밑까지 찢어질 듯 벌어져 있었고 두 눈은 꼭 감겨 있었다. 수염도 없었으며 벗겨진 머리는 총알 같았다.
〈왜 이 사람은 잠만 자고 있을까? 이 사람이 이걸 느낄 수 있을까?〉
사이훙은 일부러 주먹으로 그 사람의 이마를 쿡 쥐어박았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다. 그가 다시 한번 쥐어박으려고 하는데, 사부님이 그의 뒤통수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얌전히 있거라, 이 쥐방울만한 녀석아!」
사부님은 언성을 높였다.
「사부님은 언제나 똑같은 자리만 때리신단 말이야!」
사이훙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나 만지지 않고 보기만 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아 사이훙은 다시 몸을 구부려 그 사람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그가 눈을 번쩍 뜨고 사이훙을 쳐다보는 바람에 사이훙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고무판 같은 얼굴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변하자 사이훙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공공! 깨어났어요! 이 사람은 눈동자가 초록색이에요!」
사부님이 조용히 무릎을 꿇자 사이훙도 그대로 따라서 했다.
「개구리 신선께 문안드리나이다.」
사부님은 경건하게 예의를 표했다.
개구리 신선은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목에서 끄륵끄륵 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는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곧 다시 잠들어 버렸다.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도사가 저분과 같은 경지에 올라가면, 그 도사는 영원한 정신을 가지게 된단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잊게 되고 감각의 자각도 없어지게 되지. 우주적 정신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란다. 개구리 신선께서는 기공과 명상의 행공법(行功法)을 수련하셔서 도교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셨단다. 저분은 허공과 같으신 분이다. 저분이 잠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항상 깨달음의 상태에 계시기 때문이란다.」
사부님은 사이훙에게 속삭이듯 말해 주었다.
개구리 신선이 다시 눈을 떴다.
「이 아이가 제 제자입니다.」
사부님은 절을 하면서 말했다.
개구리 신선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5미터도 넘게 펄쩍 뛰어 올랐다가 다시 아까와 똑같이 개구리 자세로 내려앉았다. 그러더니 다시 뛰어올라 눈을 둥그렇게 뜬채 멍청히 서 있는 사이훙 앞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는 사이훙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네가 나를 보기 위해서 찾아왔단 말이냐?」
그는 전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신,신선님」
사이훙은 엉겁결에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흐음! 너는 이것을 이해 못하겠지.」
「기묘한 일처럼 보입니다.」
「기묘하다고!」
개구리 신선은 무시하듯이 소리쳤다.
「기묘하다고? 이게 바로 나의 명상이야! 나는 아주 높이 날아 오를 수 있어. 나의 몸은 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지! 나는 공기보다도 가벼워질 수 있단 말이야. 이렇게 이 호숫가에서 명상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 위에 떠있는 나뭇잎 위에서도 명상을 할 수가 있다. 물의 나의 일부분이지. 물은 전기를 가지고 있어. 육체도 전기를 가지고 있지. 바깥의 전기가 몸 속의 전기를 일깨우는 것이야. 알겠니?」
「네, 알겠습니다.」
「아니야, 너는 모르고 있어!」
개구리 신선이 말했다. 사이훙은 어쩔 줄 몰라하며 뒤에 있는 사부님을 돌아다 보았다. 개구리 신선은 잠깐 사이훙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곧 가엾다는 듯이 말했다.
「꼬마야, 언젠가 너에게 몇 가지 가르쳐 줄 만한 것들이 있을 게다.」
그는 그 말을 내뱉은 뒤 다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사이훙은 자신이 음양 신선들과 박쥐 신선, 개구리 신선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사이훙의 꿈에 규칙적으로 나타나 그가 기억해 낼 수 없는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사이훙은 그들이 자기를 이끌어 주고 있다고 느껴서 그 이야기를 시자들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들도 그러한 현상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이훙은 사부님께 그 신선들이 자신의 꿈속에 나타날 수 있는가를 물어 보았다. 그러나 사부님은 무뚝뚝하게 등을 돌리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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