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열두 살의 전환기
사이훙의 열두 번째 생일 날, 사부님은 그를 거실로 부르셨다. 화산에서 보낸 3년 동안 그는 많이 변했다. 그의 고집스러운 성격과 수다스러움이 조금 사라졌으며, 사부님의 지혜에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시자들은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격려해 주었으며 사부님이 베푸시는 모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사이훙은 기대감에 부풀어 사부님을 뵈러 갔고 사부님은 편안하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사이훙이 자신의 훈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인생은 12지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란다. 사람들은 인간이 교육이나 사회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믿지. 그러나 사실상 인간을 만드는 것은 계절과 별자리와 운명이란다. 인생은 하늘에 의해 이미 내정되어 있는 것이다. 너의 운명은 이 세상에서 수명을 다해 사는 것이지만 아직도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너는 인생을 사는 동안 수없이 결단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이 너를 시험하는 방식이다. 너는 어떻게 응답하겠느냐?
인간은 수레바퀴와 같고 인생은 수레바퀴의 빗살과 같은 것이다. 수레바퀴가 돌에 부딪치면, 바퀴는 멈추거나 부서지거나 또는 뒤집어질 것이다. 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모든 것은 너에게 달려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너는 인생사에 맞서야만 한다.
반드시 수레바퀴의 빗살이 움직이듯이 차례차례 인생의 단계를 거쳐 가거라. 각각의 단계마다 새로운 지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지식을 사용하고 네 인생이 변화하는 대로 따라야 네 운명을 충족시킬 수 있다.
떠날 때는 슬픔을 느낄 수도 있지.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러나 떠나는 것, 변화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한곳에 괴어 있지는 말거라. 후회하지 말아라. 감정이란 네가 이산에 올 때 가지고 온 것 같은 장난감 같은 것이다. 한때 너는 그 장난감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제 그것은 필요없게 되었잖니? 언젠가 또 너는 네 소년기에 해당하는 다른 것들을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네가 자라는 것은 올바른 일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단계가 끝날 때쯤 되면, 너는 영감과 호기심과 탐구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너는 지식을 바라게 될 것이고, 일단 지식을 얻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갈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른 일이다. 너는 인간이고 지식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망설이지 말고 지식을 추구하고 그 지식을 따르거라.
그러나 정교하게 맞춰진 수레바퀴의 빗살처럼 인생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해 가는 시간은 정밀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네가 어떤 단계를 건너뛰거나 대충 넘어간다면, 너의 인격은 뒤틀려 버릴 것이다. 또한 네가 한 단계에만 머무른다면 네 발전은 지체될 것이다. 성장의 단계를 회피해서도 안되고 서둘러서도 안된다. 너는 반드시 그것들을 하나하나 밟아 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오로지 스승만이 너를 인도하여 네가 가야 할 단계를 밝혀 줄 것이며, 스승만이 완벽한 경지로 너를 이끌어 줄 수 있다.
사이훙, 이제 너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너는 이제 소년기에 들어선 것이다.」
그날 이후로 사이훙은 남봉의 도관에 있는 기숙사로 보내져 그곳의 많은 학생들과 함께 살았다. 그는 다른 소년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며, 다른 도관에서 행해지는 특별 강좌들에도 참석했다. 그는 남봉의 도관에서도 여러 허드렛일을 모두 해냈다. 일거리의 양도 늘어났고 그에 따라 책임도 늘어났다. 나무를 패고 물을 긷고 바느질이나 세탁, 요리를 하고 사부님의 시중을 드는 것이 사이훙이 하는 일들이었다. 사이훙은 더 이상 장난을 치지도 않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을 싫어하지도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도관의 생활에 한몫을 하고 있었다. 오로지 협동에 의해서만 산악 생활의 궁핍함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사이훙도 깨달았다.
그러나 사부님은 일의 중요성에 관해서 한층 더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어느 날 저녁, 사이훙이 사부님께 저녁을 가져다 드리자 사부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일상의 잡일들을 안 하려고 그렇게 꾀를 내더니.…… . 때때로 버릇없이 굴어 그 벌로 저녁을 굶기까지 했지. 하지만 이제는 이해하겠지?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라는 의미를 말이다. 일과 보답은 함께 가는 것이다.
도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반드시 일해야 한다. 그러면서 겸손함이 길러지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은 건방진 태도를 보이지 않지. 이것이 중요한 점이다. 네가 최상의 지식을 얻어 네 힘을 옳게 사용한다면, 그때는 남들을 도울 수 있게 된단다. 너는 일과 근면을 통해서 자비를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네가 산을 내려갔을 때 속세에서 만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고 생계를 유지할 만한 재주도 가지게 될 것이다. 일은 네 수련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네게 협동과 겸손, 자비심과 재주를 가르쳐 줄 것이다. 그러니 일을 열심히 하도록 하려무나, 사이훙.」
그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지저분했다. 그러나 사이훙에게는 고전과 윤리학을 배우는 일이 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5백명의 소년들과 함께 학습에 참석했다. 그들은 모두 도사들로부터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수업 시작은 도관의 종소리로 알 수 있었다. 소년들은 종소리가 나면 강당으로 들어가 제갈공명의 사당에 참배하고, 열지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어야 했다. 서로 대화할 수도 없었으며, 앞만 보고 있어야 했다. 선생님들은 교단에 앉아 강독, 서법, 역사, 지리, 수학, 고전, 그리고 윤리학 등을 공부하는 지루한 시간동안 학생들에게 집중할 것을 엄격히 명령했다.
고전과 도교의 경전이 학과목의 중심이었는데, 사이훙이 매일 읽고 베끼고 암송하고 토론했던 유교의 교과서들은 사서오경이었고, 황정경(黃庭經)같은 도교의 경전들은 도교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 주었다.
도사들은 도교와 유교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두 학파가 효(孝)라는 주제에 있어서 만큼은 일치한다고 강조하면서 두 학파의 고전들을 모두 완벽하게 익힐 것을 요청했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왜 거짓말하면 안 되는가? 성인들께서 말씀하시기를 〈남들이 네게 잘못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네가 먼저 남들에게 잘못하지 말라.〉고 하셨다. 예를 들어 보겠다.
너희들이 밤에 화산을 산책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너희는 등불을 가지고 있는데, 너희가 만난 어떤 길잃은 소년은 등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너희가 장난으로 그에게 길을 틀리게 알려주어서 그 아이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면, 너희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사악한 생각을 하지 말아라. 그러면 잘못된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못된 짓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유혹에 항복해 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유혹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어떤것에도 항복할 필요가 없게 된다.」
윤리학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사이훙은 그것 참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이훙은 고향에서 선생님의 변발을 의자에 묶었던 일을 떠올렸다.
「사이훙!」
선생님의 호통이 들려 왔다.
「너 또 무슨 나쁜 생각을 하고 있지?」
윤리학 강의는 강의실 밖까지 연장되었다. 도관은 24시간 내내 수업이 진행되는 폐쇄된 교실이었다. 도관 안에는 글자 그대로 유혹이란 있을 수 없었다. 도사들은 세상사에 초연했고, 완전한 깨달음과 정신적 능력으로 제자들의 마음을 읽어 가며, 오로지 제자들을 올바로 키워 내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도사들은 예를 들어 가르치거나 설득하는 방법을 썼으나, 거짓말쟁이나 사기꾼, 도둑, 그리고 남을 때리면서 못살게 구는 학생들에게는 엄한 벌을 주었고, 심하면 파문시켜서 내쫓기도 했다.
이 같은 엄격한 감독과 철저한 가르침은 대부분의 학생들을 지적이고 조숙한 소년들로 성장시켰다. 사이훙은 그의 잠재적인 재능을 키워가며 빠르게 피어났다.
사부님은 사이훙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겸손에 관해 자주 말씀하셨다.
「네가 많은 것을 배울수록, 너는 남들을 위하여 네 지식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현명해질수록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너의 경험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네가 점점 겸손해질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지식을 얻게 될게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도인들과 비교해 보면 너의 능력이 얼마나 미미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코 교만하고 편협한 마음을 가질 수 없지.
남을 위하여 봉사하는 일에 너의 지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두거라. 그러나 보답을 바라지는 말아라. 너의 노고에 대해서 결코 보답을 찾지 말거라. 왜냐하면 그것은 곧 죄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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