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경숙

당뇨병에 대한 보고서-구름 이경숙

기른장 2017. 4. 26. 18:10
 
아래글은 구름카페에서 퍼온 것입니다.( http://clouds.or.kr) 구름 이경숙은 도올 김용옥의 노자 강의를 비판한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을 낸 주부로 장안의 큰 화제가 되었던 사람이지요. 그 책으로 이 무명의 주부는 속칭 크게 떴습니다.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논리전개에 힘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특히 나름의 이해를 통해 어려운 전문분야의 일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명하게 처리하는 능력은 타고났다고 하는 분이지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자기식대로 이해한 편협한 이야기들이라고 하는 비판에도 늘 시달리는 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골수 반공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래의 글도 사실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그리고 제가 전문가도 아니어서 진위를 파악할 능력도 없습니다만 말의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이치에 맞다 싶습니다. 혹시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이 있으면 아시는 분들이 지적해주시면 이 기회에 모두 공부할 수 있겠지요. 
 
자~어쨌든 생활습관병이라는 당뇨, 혈압 등은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바꾸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리게 되는 모양입니다. 
 
운동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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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 대한 보고서 1 
 
이 글은 2002년 10월 말경부터 2003년 4월 중순경까지 구름카페 게시판에 연재했었던 글이다. 연재 당시에는 여러 회원들과의 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글투가 사투리가 섞인 구어체였던 것을 문어체의 표준말로 다듬은 것이다. 남편에게 어느 날 찾아온 당뇨병이란 반갑지 않은 손님을 접대한 체험기이고 구름의 건강에 대한 관점을 정리해 본 글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횡단보도 신호대기 중에 갤로퍼한테 뒤를 받힌 사고였다. 남편 차의 뒤 드렁크 부분이 크게 망가질 정도로 세게 받힌 것이었는데, 다행히 남편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던 듯 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가 보라고 했지만 괜찮다고 뻗대더니 한 이틀이 지나니까 목과 어깨 부근이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남편이 내 성화에 못 이겨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무조건 입원을 하라 하더라는 거다. 엑스레이나 몇 장 찍어보고 집에 올 줄 알았던 남편한테서 입원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엘 갔더니 겉은 멀쩡한 사람이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떠억 누워 있는 것이었다. 원체 건강했던 사람이어서 처음으로 환자복 차림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은 무척 생소했다. 
 
병원에서는 가해차량의 보험회사가 백프로 진료비를 다 부담하는 환자라서 그런지 CT촬영에 MRI에 온갖 검사를 다 받게 했다. 자보환자가 병원의 VIP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치료비 못 받을 걱정이 없으니까 돈 되는 검사는 전부 다 하는 걸로 보였다. 물론 의사 선생님이 필요 없는 검사야 하셨겠냐마는 그래도 남편은 팔자에 없는 병원호강을 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 차 사고는 별것이 아니었는데, 입원 기간 동안에 했던 혈액검사에서 병이 하나 발견이 되었다. 바로 당뇨병이었다. 한 열흘 정도 입원해 있는 동안에 간호원이 하루에 서너 차례씩 혈당검사를 한 기록지에는 당 수치가 240 이상으로 나온 적도 있었다. 내과에 가서 의사하고 상담을 하니 '당뇨병 환자'로 판정이 나 버렸다. 퇴원을 할 때, 남편은 코딱지 만한 알약을 한 웅큼 받아야 했다. 바로 혈당강하제였다. 우선은 열흘치였고, 매 열흘마다 처방전을 받아가라고 하는 거였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입원했다가 난데없이 당뇨병 환자가 되어 병원문을 나섰다. 당뇨병의 심각성에 대하여 의사로부터 한참동안 설명을 들은 남편의 얼굴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같은 표정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바가지를 긁었건마는 술담배를 즐기고, 운동도 안하고 게으르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더니 기어코 그 벌을 받고야 마는가 싶었다. 마누라 말 안 듣는 남자는 고생을 좀 해 봐야된다 싶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부부간의 정이란 게 어디 그런가. 걱정이 안될 리가 없었고,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찌 그 혈당강하제를 평생 먹으면서 살도록 내버려둘 수가 있느냐 이 말이다. 혈당강하제로서 혈당을 조절하게 되면 합병증이 오는 시기는 조금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합병증으로 죽게 된다. 그래서 내가 발벗고 나서야만 했다. 남편의 건강에 너무 무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남편의 당뇨병과 치열하고 처절하게 싸워나갈 각오를 다졌다. 남편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고 말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이 글은 그 이후에 남편이 당뇨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될 때까지의 과정에 대한 체험의 기록이고, 당뇨병에 대한 모든 것이다. 
 
당뇨병에 대한 보고서 2 
 
얼마 전에 은행에 갔을 때, 대기 시간이 좀 길길래 여성지 한 권을 뒤적거리자니 어떤 한의사의 광고성 기고문이 실려 있었다. 내용은 췌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약재들로써 탕재를 지어서 당뇨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발병 초기라면 3개월, 중증이라도 6개월이면 고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치료법이 별로 실효성이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췌장의 기운을 돋워주는 약재나 음식이 보조적인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의사는 당뇨병의 본질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다. 당뇨병을 췌장병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췌장이 나빠져서 인슐린이란 호로몬을 분비하지 못하거나 그 양이 부족해서 온 병이라고 생각하고 췌장을 고치려고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극히 잘못된 접근법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못 만들어내는 것은 당뇨병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그것도 여러 가지 결과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당뇨병의 결과로 췌장이 기능을 정지한 것이지 췌장의 고장으로 당뇨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췌장이나 인슐린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은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나는 본다. 그렇다면 당뇨병의 본질은 뭐냐? 혈액 속에 당도가 높은 병이냐?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오는 것이냐? 그게 아니다. 그것들은 다 이 병의 증상들 중의 하나이지 이 병의 본질이 아닌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뇨병은 우선 병명이 잘못되었다. 이 병의 정확한 이름은 '전신 기능 퇴조병'이고, '신체대사기능 저하증'이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건강의 저하이다. 뼈, 간, 심장, 위장, 신장, 혈액, 근육, 뇌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의 기능이 전체적이고 총체적으로 서서히 저하되고 퇴하된 끝에 혈액 속의 당 농도가 높아진 결과가 나온 병이다. 당뇨병이 온 사람은 췌장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이미 몸의 전체가 건강을 상실한 사람이다. 뚜렷한 병세가 없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미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다. 
 
인슐린 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에 인슐린의 생산이 중단되거나, 생산은 되더라도 인체의 세포가 인슐린을 작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췌장의 기능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인슐린을 생산할 필요가 없는 몸이기 때문에 안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이 보다 정확한 설명이다. 췌장이 인술린이 필요 없다고 판단할 정도이니 그 몸이 오죽한 상태이겠나 이 말이다. 멀쩡한 췌장이 봉급 올려달라고 스트라이크 하는 것이 아니다. 몸이 다시 인슐린을 필요로 하면 언제라도 만들어낸다.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몸, 그게 건강한 몸이다. 췌장의 기능이 저하되고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단기간에 나타날 수 없는 일이다. 혈당이 높게 나타나기 이전에 벌써 10년 이상 서서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병원균에 의한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잠복기'라는 말은 적절하지가 않지만 그래도 비유로서 사용한다면 당뇨병은 '잠복기가' 최소한 10년 이상 되는 병이다. 이런 병은 치료를 하는데도 잠복기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다. 병의 올 때와 마찬가지로 물러갈 때도 아주 서서히 물러나지 단기간의 치료로 완치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당뇨병은 췌장의 치료나 인술린의 공급 같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몸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은 중년을 넘긴 사람들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시 건강한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인 것이다. 물론 놓치면 비참하게 죽는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그만큼 무섭다. 
 
이 병의 원인은 게으름과 불규칙한 생활이요, 치료약은 오직 부지런함과 규칙적인 생활뿐이다. 
 
 
 
당뇨병에 대한 보고서 3 
 
우리 몸의 세포들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저장 창고들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영양분들이 당이라는 형태로 세포들에 저장되어 있다가 몸을 움직일 때 그것이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열량, 즉 칼로리로 환산할 수가 있다. 이때 소화기관에서 흡수된 양분들은 간에서 당으로 변화된 후에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몸의 각 세포에 당을 전달해주게 되는데, 이때 인슐린이란 호로몬이 있어야 세포가 문을 열고 당을 받아들인다. 인슐린이 없으면 당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췌장은 인체라는 나라의 국가공인 독점 택배회사이며 인슐린은 이 택배사의 직원들인 셈이다. 이들이 배달하는 것은 당이라는 에너지원이다. 인체의 가정들인 세포는 택배사의 유니폼을 입은 정규직원이 아니면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당연히 당은 수취거절되어 돌려보내진다. 인슐린이 문을 두드려도 만약에 세포라는 집에 당이 꽉 차있는 상태라면 이때도 세포는 당을 받지 않고 돌려보내게 된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세포 속에 저장되어지지 못한 당은 혈액 속에 과다하게 녹아있는 상태가 되어 결국 소변으로 배출되게 된다. 당연히 소변 속의 당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과잉 에너지 상태가 되면 인체는 우선 남아도는 에너지를 저장할 창고들을 더 짓는 것으로 대응을 한다. 인체는 여분의 에너지를 보관하는 거대하고 효율적인 창고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간이다. 
 
소비되지 않은 영양분은 전부 간에 비축이 되었다가 운동을 하거나 노동을 하는 등,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바로 당으로 변화하여 혈액 속으로 방류되고 혈관을 통해 필요한 근육이나 세포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잉여 영양분의 비축량이 항시 과다하게 되면 이 간의 저장용량을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이라는 창고의 물류 시스템에 과부하를 주게 된다. 간의 물류저장과 배분 시스템의 효율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리 능률적으로 처리를 해도 처리능력 이상의 화물이 계속 들이닥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간이라는 창고는 정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이 아닌 임시변통적인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무리하게 창고를 증축하는 것이다. 그것도 날림공사로 부실한 가건물을 마구 지어 창고면적만 늘리는 것이다. 바로 간이 붓게 되고 지방이 쌓이게 된다. 이게 지방간이다. 이런 임시 창고들이 제 역할을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인체의 중앙 창고인 간이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가 되면 인체는 온몸에 별도의 에너지 창고들을 급조하게 된다. 바로 살이 찌는 것이다. 여자들은 똥배가 나오고 남자들은 허리 둘레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소비하는 것보다 저축되는 에너지가 많으니까 쓸데없는 창고만 늘어나는 것이다 
 
중년 이전까지는 당뇨병이 잘 안 오는 이유가 에너지의 사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신진대사라 한다. 저장된 당을 빨리 빨리 소모하고 새로운 영양분을 받아들여 저장하는 순환이 빠르고 원할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이 많이 먹고 같은 정도로 움직여도 살이 안 찌고 배가 안나오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의 에너지 소비율이 어린아이들이 훨씬 높다. 
 
신진대사 기능이 약해진 중년 이후에는 가만히 있으면 에너지가 소모되지가 않는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암만 생배를 곯아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그 정도 굶는 것에는 끄덕도 하지 않을 만큼 창고가 차있기 때문이고, 몸이 에너지의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 속의 당을 주로 소비하는 곳이 어디냐, 바로 근육이다. 
 
근육은 활동하지 않을 때도 살이나 지방에 비해 훨씬 에너지의 소비가 많다. 그런데 운동을 안 해서 몸의 근육이 점점 줄어들고 에너지 소비가 적은 살과 지방만 잔뜩 가져 있으니까 언제나 에너지 과잉 상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다이어트는 칼로리를 소모하는 근육을 강화하고 늘여야 되는 거지 굶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체를 욕조에 비유하면 음식을 먹는 것은 샤워기 꼭지에 물을 틀어놓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바닥의 배수구가 열려 있다면 아무리 물이 틀어져 있어도 욕조의 물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꼭지를 잠구어서 물의 양을 아무리 줄여도 배수구가 막혀있으면 욕조 속의 물은 결코 줄지 않는다. 운동을 하지 않고 굶어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배수구를 막아놓은 채 수도꼭지를 잠구는 셈이 된다. 인체는 매일 들어오던 음식이 끊기면 비상사태로 인식을 하고 에너지 소모를 자동적으로 떨어뜨린다. 즉 배수구를 더욱 단단하게 막아버리는 것이다. 욕조의 물을 줄이려면 수도꼭지를 잠구는 것이 아니라 배수구를 열어야 한다. 인체의 에너지 소모를 늘리고 신진대사를 증진시켜야 하는 것이다. 인체의 배수구는 바로 근육이다. 근육이야말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구멍인 것이다. 운동부족으로 인체의 근육이 줄어들면 바로 욕조의 배수구가 좁아지는 것과 같다. 
 
다이어트는 반드시 근육의 양과 에너지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어야지 인체에 들어오는 음식물의 유입량을 줄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허기와 공복감에 시달리는 고통만 겪을 뿐이고, 결국 사람은 허기에 질 수밖에 없다. 괜히 헛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다. 
 
 
당뇨병에 대한 보고서 4 
 
혈액이 당을 가지고 인슐린이란 배달부를 앞세워 열심히 온 몸을 돌아다니는데도 도대체 당을 내려놓을 만한 빈 창고를 발견하지 못하면 인슐린은 할 일이 없어지고 만다. 그래서 온몸의 조직들이 뇌에다가 보고를 하게 된다. '당을 잔뜩 가지고 있으니까 더 이상 보내지 마라. 집어넣을 창고도 없다. 보관할 데도 없는데 자꾸 보내서 받으라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이런 보고를 뇌가 자꾸 받게되면 결국 뇌는 췌장에다가 인술린의 생산을 중지하거나 줄일 것을 명령하게 된다. 즉 택배회사가 직원을 감축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오더를 접수해서 인슐린 생산을 중단한 췌장은 다시 생산재개 명령을 받을 때까지 공장문을 닫아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못질된 인슐린 공장을 다시 가동을 시킬 것이냐가 관건이 되는데 이 재가동은 역시 뇌의 명령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뇌는 다시 인슐린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온 몸의 상태보고가 접수되어야 비로소 새로운 오더를 내리게 된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뇌가 인슐린 생산 중지를 명령하기까지에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몸 전체에 대한 데이타의 축적과 분석 및 검토가 필요했다. 다시 생산을 하게 하는데도 마찬가지의 검토기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강력한 몸의 메세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메세지가 바로 '이제는 다시 건강해졌다'는 메세지이다. 이것이 접수될 때에 췌장은 비로소 다시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당뇨병의 치료는 우선 몸의 저하된 신진대사 기능을 회복해서 에너지 소비율이 높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또한 반드시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동이 필수적이다
 
게으른 생활, 운동부족, 과식에 의한 과다한 영양섭취, 음주, 끽연 등으로 몸의 에너지 이용도가 저하되고 신진대사가 둔화되어 섭취한 영양분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인체 내에 과다하게 축적이 되기 시작하면 인체는 이런 비정상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2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택하게 된다. 
 
첫째가 에너지의 공급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췌장의 인슐린 생산 중단이다. 두번째 방법은 공급되는 영양분을 무제한적으로 축적해 가는 것이다. 이것이 비만증이다.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몸을 망가뜨린 사람은 당뇨병 환자가 되거나 코끼리가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가 하는 것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인체가 이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느 쪽으로 대처를 하는 가 하는 문제도 그 매카니즘이 규명되어 있지 않다. 개개인의 유전적 기질, 체질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않는 것은 췌장의 고장이나 질병이 아니라 비정상 상태에 대처하는 인체의 놀라운 조절기능의 발휘이다. 자기방어 능력인 것이다. 이것을 현대의학은 췌장의 고장 상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천만에 말씀이다. 췌장은 고장은 커녕 극히 정상적이기 때문에 인술린을 만들지 않는다. 
 
당뇨가 오기 전에 대개 비만이 먼저 온다. 여자들이 똥배가 나오고 엉덩이가 커지고 남자들이 허리가 굵어지면 이게 가장 먼저 들어오는 워닝이다. 빨간 불이다. 그러다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온 몸의 세포에 저장되어 있던 당을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게 되고 세포가 텅 비어 에너지원이 고갈되게 되는데 이때 새로운 공급은 끊기는 상태가 된다. 인슐린의 부족으로 당이 세포 속에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온 몸이 영양부족 사태를 빚게 되고 이것이 공복감과 허기로 나타나서 보다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그 영양분들은 몸에 공급되지를 못하고 피 속에 떠돌게 된다. 이게 고혈당이다. 때문에 당뇨병 직전까지 급히 만들었던 인체의 영양창고들은 속이 텅 빈 상태에서 급격하게 소멸된다.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고 암만 먹어도 마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체는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증에 빠지는 것이다. 
 
내가 이번에 시중에서 선전되고 있는 수많은 당뇨병 치유법이나 다이어트 방법들을 두루 섭렵하여 살펴보았는데 비만과 당뇨병의 본질에 비추어보았을 때 올바른 방법들은 거의 없었다. 
 
당뇨병은 고혈압, 정신분열 등과 함께 현대의학이 치료불가능으로 판단한 몇 안 되는 질병 중의 하나이다. 암이나 에이즈 등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뇨는 치료방법이 전무하다. 다만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강하제를 투여하는 것처럼 당뇨환자에게는 혈당강하제를 복용시킬 뿐이다. 그러나 혈압강하제를 먹어도 언젠가는 뇌혈관 파괴로 죽는다. 혈당강하제를 먹어도 언젠가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거나 실명하거나 발을 잘라낸 후에 신부전증, 간경변 등의 합병증으로 죽게 된다. 다만 그 시기를 늦출 뿐이다. 
 
당뇨와 고혈압은 치료약이 없다. 어떤 음식, 탕재, 침도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효과뿐이다. 오직 방법은 생활의 개선과 습관의 변경이다. 이 세상 어떤 양약, 보약도 몸을 전체적으로 단기간에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총체적인 몸의 부실은 역시 장기적인 노력에 의한 총체적인 개선만이 방법이다. 그렇지 않은 단기적 처방은 아무리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역시 일시적이다. 다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비만 클리닉에 가서 수백만원씩 주고 살을 빼도 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6개월이면 다시 원위치다. 
 
나는 남편이 이번 사고로 당뇨로 판명이 났을 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당뇨를 고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남편 본인이 노력해 줄 것인가가 문제인데 일단 병원에서 당뇨환자로 판정을 받고 약을 한봉지 받아쥐고 나오게 되면 일단 겁을 먹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시키는 대로한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암만 잔소리에 바가지를 긁어도 마이동풍에 쇠귀에 경이다가도 막상 환자가 되고 병원 의사한테 무시무시한 소리를 들어야 정신을 차리고 마누라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당뇨병에 대한 보고서5 
 
당뇨병은 전신적인 대사 기능 저하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췌장이 문제가 아니라 온 몸의 6조개가 넘는 세포들의 병이다. 냉장고에 음식물을 넣어두면 일주일, 열흘이 지나도 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신선도는 많이 떨어진다. 상하지 않았다 해서 싱싱한 음식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포내의 물질들도 얼른 얼른 순환이 되어야 세포가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당도 간에서 금방 만들어진 것과 세포 속에서 오래 보관된 상태는 차이가 있다.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적시에 신선한 것으로 바뀌지 못하고 오래 보관되게 되면 세포들의 기능이 저하되고 질이 떨어지게 된다. 당뇨가 왔다는 것은 몸 전체의 모든 세포들이 이미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당뇨병을 고치려면 세포 하나 하나를 전부 살려내야 한다. 
 
대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당뇨에 관련된 것은 당대사이다. 당대사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는 세 가지 기관이 췌장과 간, 그리고 소장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췌장이 아니라 간이다. 췌장의 인슐린은 당이 세포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효소이다. 그러나 간은 당을 만들어내고 여분을 저장하는 기관이다. 간기능의 저하로 당을 만드는 양과 시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쇠퇴하는 것이 당뇨의 더 큰 원인이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당의 생산을 줄이고 공복시에는 더 많은 당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대사기능에 장애가 오면 식사후건 공복시건 가리지 않고 간은 당을 만들어내어 혈액 속으로 흘려보낸다. 설상가상으로 당을 흡수하게 해줄 인슐린도 부족한 상태이다. 이 두 가지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혈당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왜 간이 이렇게 조절능력을 상실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운동을 안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양 의학자들은 오행에 의한 인체 기운의 상호작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게 현대의학의 비극이고 맹점이다. 동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간과 근육은 목기로서 동일한 기운체이다. 그래서 근육이 쇠약해지면 간도 같이 쇠약해진다. 운동을 안 해서 근육의 양이 줄어들고 근육이 부실해지면 근육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인 알부민의 생산이 적어진다. 간에서 만드는 알부민의 생산량은 인체의 건강과 장수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장수자들의 알부민 함유량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많으며, 인체 단백질의 구성요소 중에 알부민의 함량이 높은 사람은 절대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역으로 당뇨 환자들은 알부민이란 단백질의 결핍상태를 보인다. 운동을 안하면 근육의 양이 줄어들고 근육의 기운이 쇠약해진다. 이것은 오행상 같은 기운체인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알부민의 생산을 저하시킨다. 근육의 활성에 필요한 알부민을 만들 필요성이 줄어든 간은 남는 여력으로 영양분을 전부 당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근육이 되어야 할 영양분이 과다한 당이 되고 만다. 동의학에서 말하는 간의 허다. 그러나 양의에서는 이런 간도 아무 이상이 없는 건강한 간으로 진단을 한다. 
 
당뇨환자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근육을 활성화시킴으로서 간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 있다. 몸 전체의 근육이 충실해지고 건강해지면 간의 기능도 건강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어떤 의학잡지나 당뇨병에 관한 서적에도 근육과 간, 운동과 당뇨의 상관관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다. 
 
양의에서 운동요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칼로리를 소모함으로써 혈중의 당농도를 낮춘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운동의 효과는 간 기능의 회복에 있고 간이 살아나야 자고 있는 췌장이 다시 깨어난다는 사실이다. 
 
현대인의 병은 대부분 운동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편리한 생활과 게으름이 불러오는 병이다. 그래서 현대병은 약이 없다.
 
 
당뇨병에 대한 보고서 6 
 
병원에서는 당뇨환자에게 혈당강하제를 처방해 준다. 이것이 양의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러나 혈당강하제는 당뇨병의 치료약이 아니다. 다만 당뇨에 의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약이다.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를 늦추기 위한 약이다. 
 
당뇨는 그 자체로서는 당장의 위험은 없다. 무서운 것은 합병증이다. 혈중의 당도가 높다는 것은 맑아야 할 피가 설탕물처럼 끈적끈적해 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당뇨환자의 피는 모세혈관을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몸의 말단부 구석구석까지 피가 통하지 않게 된다. 당장의 증상은 없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몇 군데에서 치명적인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실핏줄들이 밀집되어 있는 기관이 가장 먼저 손상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눈의 망막과 오줌을 걸러내는 신장(콩팥), 그리고 간과 항문 등에 심각한 일들이 생긴다. 
 
눈의 망막은 실핏줄들이 가장 조밀하게 모여있는 곳이다. 이 망막의 모세혈관들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눈은 새로운 혈관들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혈관들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폐기해버리고 새로운 혈관망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새 혈관들은 조잡하고 훨씬 굵고 그 구성이 엉성하다. 망막에 새 혈관들이 생기게 되면 이 눈은 곧 못쓰게 된다. 그래서 실명한다. 이게 가장 흔히 오는 당뇨병의 합병증이다. 두번째는 신장의 혈행이 나빠져서 오줌을 걸러내는 것이 힘들어짐으로 신부전증이 생겨 몸이 붓고 몸 속에 독소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몸의 말단부까지 피가 닿지를 않고, 세포들의 기능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를 않는다. 세포들의 재생력과 복원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부위는 발인데 발에 상처가 나면 특히 잘 낫지 않고 만약에 염증이 생기면 조직이 썩어 들어가는 괴사로 발전한다. 결국 발을 잘라내야 한다. 그래서 당뇨환자는 손톱 발톱 깎을 때도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런 특정한 부위 외에도 온 몸의 모든 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구석구석 피가 돌지 않는데 어찌 이상이 없을 수가 있겠나 말이다. 당뇨병은 그야말로 전신적이고 총체적인 병이다. 어느 한 부분만의 병이 아닌 것이다. 인간의 질병 중에서 가장 전체적인 장애가 바로 당뇨병이다. 현대의학은 이런 질병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혈당강하제는 혈액의 농도를 낮추어서 일단 이와 같은 합병증을 늦추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혈중의 당도를 무조건 낮추다 보니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다. 혈당은 높아도 안 되지만 낮아도 위험하다.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위험한 것과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람은 상시 혈중당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게 되면 이 조절능력을 상실해서 저혈당에 빠질 위험에 항상 노출되게 된다. 갑자기 운동을 하거나, 이사짐을 나르게 되거나, 예기치 않은 노동을 하게 되면 몸의 당이 급격하게 소모되는데 이때 당을 보충해주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에너지 고갈상태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로 말하자면 기름이 엥꼬나는 것과 같고 바테리가 다 방전되어 버린 것과 같다. 전신에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저혈당 쇼크다. 현기증, 두근거림, 호흡곤란이 오고 자칫하면 그대로 돌아가신다. 바로 죽는다. 그래서 당뇨환자는 항상 호주머니 속에 사탕이나, 쵸콜렛, 과자 같은 것을 비상약으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저혈당 쇼크가 오면 바로 먹어야 하는 것이다. 당뇨합병증의 예방을 위해서 강제적으로 혈당을 낮추고 살기 때문에 저혈당에 대비해서 과자를 약으로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서글픈 인생이 되고 만다. 
 
나는 내 남편이 이런 인생을 살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