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베인/그리스도 요가

그리스도 요가(Christ Yoga) 03장

기른장 2020. 3. 3. 12:18

트락체 곰파(곰파는 사원을 뜻한다)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웅장한 폭포를 만나게 되었다. 강이 좁은 협곡을 거쳐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물살이 50 피트나 튀어나온 뒤 아래로 떨어졌다. 굉음 때문에 귀가 다 먹먹했다. 중간 정도 내려온 폭포수는 돌출된 암반에 부딪힌 뒤 다시 바닥의 거대한 웅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이곳에서 길은 산 능선으로 이어져 있었고, 거기서 우측으로 계속가면 비옥한 넓은 대지가 나왔다. 그곳은 젠쉬라 불리는 발달된 경작지역이다. 캬추 강이 통과하는 이 계곡의 이곳저곳에는 꽤 많은 티베트 집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한 무리의 거위와 마주쳤다. 거위의 머리에는 검은색 줄무늬들이 좌우로 나 있었고 목 뒤에는 한 개의 검은 줄무늬가 내려와 있었다. 거위들은 우리를 보자 시끄럽게 꽥꽥거렸다. 스승은 내게 그놈들이 줄무늬머리 거위라 불린다고 말해주었다.

 

거기에는 오리들도 많았고, 독수리들과 팔라스라 불리는 물수리들도 있었다. 물수리의 길쭉한 부리는 끝부분이 아래로 살짝 휘어있었다. 그놈들은 강물 속으로 급강하하면서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었다. 그밖에도 다른 많은 종류의 새들이 끼룩거리며 우리 머리 위를 선회하였다.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나비들도 주위에 나풀거리고 있었다. 정말 천국 같았다. 특히 희귀종 나비 수집가에게는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미경작지에는 야생화와 진달래들이 자라고 있었다. 많은 종류의 도마뱀들도 눈에 띠었다. 그중 검은큰바위 도마뱀은 3피트정도의 길이에 큰 발과 긴 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코너에 몰리면 위험한 종이었다. 주변 경관은 뛰어났다. 사방이 만년설 덮인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제 햇빛이 점점 따가워지고 있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그러나 곧 바람이 불 것이다. 정오 무렵이면 항상 바람이 불곤 했으니까.

 

이 지역을 벗어나면 우리 앞에 가파른 비탈길들이 기다리고 있다. 강변 아래로 내려왔다가 다시 높은 산능선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코스도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걸어 온 길에 비하면 그 길은 꽤 좋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위험한 곳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튼 나는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모든 일들이 다 잘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강들이 캬추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이 강들은 주변의 산들로부터 내려온 것들이었다. 일 년 중 이 시기에는 눈이 녹기 때문에, 항상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나중에 겨울이 되면, 이 강들은 꽁꽁 얼어붙는다. 그때에는 강이나 호수를 건너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진다. 그러나 깊이 쌓인 눈 때문에 여행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우리는 길을 가는 중에 수많은 티베트인들과 마주쳤다. 어떤 이들은 야크를 타고 갔고 어떤 이들은 나귀를 타고 갔다. 짐을 싣고 가는 야크 행렬들 중에는 라사를 향해 가는 무리도 있었다. 티베트의 이 지역에서는 야크가 주로 이용됐다. 왜냐하면 야크가 나귀보다 먹이기도 쉽고 다리도 튼튼해서 무거운 짐을 더 잘 날랐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길에서 한 가족과 만났다. 아버지, 어머니, 딸 둘이었다. 나의 스승이 아는 가족이었다. 그들은 곧 열리게 될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잠사르에서 라사로 여행하는 중이었다. 일 년 중 이 무렵, 대 사원들이 큰 축제를 열었다. 사람들은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가깝고 먼 곳에서 몰려왔다.

 

스승은 나를 그 가족에게 소개시켜주었다. 두 소녀는 모두 전형적인 티베트 미인이었다. 웃을 때 그들의 눈은 반짝였고 예쁜 입술로 미소 지을 때면 가지런한 치아가 보였다.

 

나는 서툰 티베트어로 큰 딸에게 말을 걸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영어로 대답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다르질링에 있는 학교에 다녔고 이름은 노르부라고 말했다. 노르부는 보석이라는 뜻으로, 티베트에서는 흔한 이름이었다. 내가 노르부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소녀를 알고 있고 두 노르부가 모두 예쁘다고 말하자 그녀는 귀 끝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가능한 빨리 돌아와서 나와 영어로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도 내 스승을 제외하고, 그녀는 잠사르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는 축제에 참석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되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의 스승이 티베트어로 우리에게는 그 사이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라사에서 돌아오면 그때 가서 서로 실컷 대화를 나누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라사를 향해 다시 출발했고 우리는 잠사르로 향했다. 그녀는 우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내가 스승에게 말했다: “정말 예쁜 소녀에요!” 그가 말했다. “그래. 그녀는 의심할 바 없이 전형적인 티베트 미녀지. 그녀의 외모는 이 지방 사람들과는 전혀 달라. 이 지역 사람들의 얼굴은 넓고 코가 납작해. 그녀는 야퉁 출신이야. 야퉁 사람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 생겼지.”

 

티베트의 여성들은 여타 동양 여성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결코 수줍어하지 않는다. 다른 동양 여자들처럼 소극적이지 않다. 그들은 남성들과도 대등하게 대화한다. 티베트 여성들은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이것이야말로 그들만의 차별적 특징이다.

 

우리는 오후 2시 30분경 탕캬에 도착했다. 그날의 첫 휴식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점심 식사를 했다. 날이 저물기 전에 데첸종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서 촌각도 지체할 수 없었다.

 

당시에 여행은 매우 위험했다. 어떤 길들은 어찌나 원시적인지 심지어 낮에 여행하는 것도 위험천만이었다. 우리에게는 여행할 시간이 최소한 네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지 당연히 염려되었다.

 

길이 어찌나 좁은지 우리는 인디언 방식으로만 여행할 수 있었다. 즉, 한 사람이 앞서 가고 다른 사람이 뒤를 따르는. 언제나 스승이 앞섰고 나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우리는 여전히 캬추 강을 따라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탕캬를 벗어나자 길이 강변을 따라 수마일 이어졌다. 멀고 먼 길이었다. 강은 어떤 부분에서는 깊고 부드러웠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산에서 굴러 떨어진 거대한 바위들 위로 넘실거리며 흘러갔다. 산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조심해야만 했다. 뭔가 와르르 하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길에서 벗어나 대피 해야만 했다. 대개 염소나 야생 야크들이 걷다가 돌들을 잘못 건들게 되고, 그것들이 굴러 내리면서 다른 돌들까지 같이 굴러 떨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등에 작은 짐을 싣고 운반하고 있는 양들과 마주쳤다. 티베트에서 짐을 운반하는 양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특히 소금 호수 근처에서. 티베트에서 소금 호수들은 해발 1만 5천 피트에 존재한다.

 

강변을 따라 편하게 수 마일을 걷다보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갑자기 멈춰서야만 했다. 우리 앞에 거의 직각으로 올라야 할 가파른 산길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절반쯤 올라가던 스승이 멈춰서더니 조랑말에서 내렸다. 나도 말에서 내렸다. 그곳은 길의 한 부분이 저 아래 강 속으로 무너져 내려 있었다. 이 사태가 난 곳을 건널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난 산사태였다. 내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반 마일정도 되돌아가서, 아까 봤던 산 개울 곁의 다른 길로 가야겠군.” 그가 대답했다. “거기에 오르는 길이 있어. 현재로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야.”

 

우리는 그가 말한 지점으로 가기 위해 돌아섰다. 그때 그가 기도 깃발을 찢더니 가지고 다니던 검은색 분필로 경고문을 적었다. 그 길로 온 다른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왜 어두워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하는 지 비로소 알겠네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개울 바닥에서 1/4 마일정도 더 위로 올라가 마침내 스승이 언급한 그 길에 도착했다. “어떻게 이 길을 아셨어요?” 내가 물었다.

 

“이 지역에서 내가 모르는 길은 하나도 없어. 나는 이 길로 자주 다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야.” 그가 대답했다.

 

우리는 그 길을 타고 계속 걸었다. 그것은 아주 좋은 길이었다. 약 3-4 마일정도 가자 다시 강변 아래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이 나왔다. 거기서부터 데첸(Dechen)까지 가는 길은 내내 쉬웠다. 우리는 저녁 7시에 데첸에 도착했다. 막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거기 도착하자 곧 사람들이 우리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나의 스승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승은 데첸종 사람들에게 큰 은인이었다. 우리는 언덕 비탈에 있는 예쁜 전통 티베트 집으로 갔다. 집 곁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집 주위 곳곳에는 많은 기도 깃발들이 있었다.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의 스승이 말했다. “이 집 주인은 마을 촌장이야. 이름은 이암초. 집이 아주 아늑하지. 오늘 밤은 여기서 쉴 거야.”

 

우리가 조랑말에서 내리자 문이 열리더니 한 티베트인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달려 나왔다. 그는 내 스승의 손을 잡고는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티베트 최고의 존경표시였다.

 

촌장 부인이 곧 저녁 식사를 마련했다. 우리는 양고기, 보리빵, 감자, 티베트 차를 먹었다. 식후에는 보리로 만든 티베트 맥주도 마셨다. 우리는 이암초가 직접 만든 현악곡 연주를 들으며 밤 11시까지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달인이었다. 나는 그가 연주하는 곡의 멜로디에 매료되어 계속 더 듣고 싶었다. 하지만 스승이 말했다. “내일 또 강행군을 해야 하니 이제 좀 쉬는 게 좋겠다.”

 

침대는 대나무와 야크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링쉬라 은자의 암자를 떠난 이후 가장 안락한 침대였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요리하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침 식사로는 야크 스테이크, 계란, 보리빵, 티베트 차가 나왔다. 맛있게 식사 한 뒤 우리는 집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겠다는 약속을 하고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이암초는 여행 중에 먹으라고 통닭 한 마리, 삶은 계란, 보리빵을 싸주었다. 우리는 받기를 원치 않았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은 잠사르까지 의 마지막 여정이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내 앞에 놓인 계획을 생각하니 행복했다. 강을 따라 5 마일정도 가자 나루터가 나왔다. 거기서 우리는 고리배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갔다. 잠사르까지 가는 길이 그쪽 강변을 따라 나 있었기 때문이다.

 

2 마일을 더 간 후 우리는 강변에서 점심을 먹었다. 강변에는 야생화들이 뒤덮여 있었고 강 양 옆의 산허리에는 수많은 진달래들이 만개해 있었다. 정말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더니 스승이 내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왜냐하면 내가 캬추 강 옆에 있는 스승의 암자를 보았을 때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곳은 링쉬라 은자의 암자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전혀 다른 독특한 풍경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게 될 것이다.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우리는 캬추 강 상류에 있는 잠사르에 도착했다. 탑처럼 솟은 설산 빙하로부터 흘러내려온 수많은 물줄기들이 캬추를 배불리고 있었다. 잠사르 주변에는 거대한 녠첸탕글라 산맥이 솟아 있다. 평균 높이 2만 3천 피트에 달하는 이 산맥은 히말라야 저 너머에서 가장 웅장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장관인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대장관이었다. 이제 비로소 나는 스승이 왜 이렇게 머나 먼 장소에 사는지 알게 되었다. 그곳의 장관은 필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가 여러 산들을 가리키면서 이름과 높이를 말해주었다. 하나의 산을 보고 난 뒤 다음 산을 보면 그것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산들 하나하나의 위용이 참으로 장엄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이 산들을 가까이서 본다면 마치 그것들이 당신 위로 무너져 내릴 것처럼 느낄 것이다. 잠사르 자체만도 해발 1만 4천 피트에 위치해 있다.

 

산허리에서 나는 눈에 확 들어오는 한 흰색 건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티베트 건축술의 구현이었다. 그 건물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야생화들, 만개한 진달래, 큰 종려나무들이 보였다. 그리고 잘 가꾸어진 농원도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청색과 황색의 중국 양귀비, 용담, 세네치오, 그리고 다른 많은 만개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인근에는 강으로부터 끌어 온 수로가 있었다. 이 수로는 그 집 곁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하나의 관개시설이 망처럼 깔려 있었다. 수로의 물은 백합이 가득 피어 있는 한 연못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위쪽에는 온천들이 있었다. 거기서부터 목욕이 가능한 큰 웅덩이로 물길이 연결돼 있었다. 그 물길은 그 집 안으로도 연결돼 있었다.

 

“여기서 평생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감탄하여 소리쳤다. “인생을 이곳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로 써서 서구 세계에 알린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겁니다. 하지만 돈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살 수는 없을 거예요.”

 

내가 흥분하여 스승에게 정신없이 수다를 떨자 그가 말했다. “이것은 네 것이란다. 남아 있는 생 동안 이곳은 네 소유야. 이제 이곳을 너에게 주마.”

 

잠시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하지만 제게는 해야 할 일이 있는 데 어떻게 여기서 살 수 있죠?”

 

그가 대답했다. “이곳으로 돌아올 날이 올 거야.”

 

“영체가 아니라 이 육체를 가지고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래.” 그가 대답했다. “육체를 가지고."

 

아마도 미래의 어느 날 돌아올 날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런 길이 열리리라고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최소한 지금으로선 그렇다는 걸 나는 안다.

 

내가 말했다. “그동안 온갖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는데, 이제는 이런 일까지도 벌어지는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는 이런 암자를 가질 수 있다니! 그렇다. 잠사르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인가요?” 나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건 아니겠죠?”

 

“아들아, 그렇지 않단다. 나는 너의 모든 인생길을 같이해 왔어. 내가 왜 그런 너를 놀리겠니. 내 삶은 너의 삶이고, 너의 삶은 곧 내 삶이야. 이건 불변하는 사실이야."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침을 삼켰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그가 내 어깨 위에 팔을 두르고는 말했다. “나는,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날을 오랜 세월 기다려왔어.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이 사역의 배후에는 너와 나보다 더 높은 힘들이 존재해. 너를 떠나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해. 그래서 네게 주어진 일을 수행해야만 해. 신이 너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거야. 너를 이 세상에 탄생시킨 그 생명은 결코 너를 저버리지 않을 거야.”

 

이런 말들을 하며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홀이 하나 나왔다. 거기에는 매우 귀중한 색실 주단이 걸려 있었다. 광택 나는 나무 마루 위에는 고대 중국의 대형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다. 장식 판자로 된 벽들은 훌륭히 디자인된 반짝이는 목공예로 꾸며져 있었다. 홀 끝의 문을 열어보니 넓은 중앙 룸이 나왔다. 이 룸 주위에는, 풍성한 능라 휘장이 드리워진 작은 방들이 있었다.

 

중앙 룸 마루 위에는 중국산 고급 양탄자가 복슬복슬하게 깔려 있었다. 중앙 룸 주위의 작은 방들에는 고가의 티베트 양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어떤 방들에는 테이블이, 또 어떤 방들에는 소파들이 놓여 있었다. 중앙 룸 뒤 쪽에는 사실私室들이 있었다. 그 사실私室들은 필요한 물건들이 모두 갖추어진 독립식 룸이었다.

 

주방과 별채들은 떨어져 있었고, 고기를 몇 주 동안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밀氣密 저장고도 있었다. 차가운 대기 덕분에 냉장은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나는 온천에서 집안으로 끌어 들여온 따뜻한 물로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 후 우리는 준비돼 있던 저녁 식사를 했다.

 

스승은 내가 지낼 특별 숙소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필요한 모든 설비가 갖추어진 독립식 룸들 중 하나였다. 스승은 내가 피곤하다는 것, 그리고 빨리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곧 잠자리에 들 수 있었고, 아침이 될 때까지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눈을 떠 보니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집 앞 계단으로 갔다. 일출 광경은 언설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암자는 떠오르는 태양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햇살이 가까운 설산에 반사돼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그것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진홍색에서 노란으로 변화돼 갔다. 총천연색의 야생화들 위에 가득 내린 이슬방울들이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신들을 위해 연출된 장관 같았다.

 

아침식사로 우리는 야크 스테이크, 계란 프라이, 보리빵, 신선한 버터를 먹었다. 스승이 말했다. “우리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돼. 질문할 것이 있으면 잊지 않도록 미리 모두 다 적어 놓도록 해. 앞으로 그것들에 대해 함께 토론하게 될 거야.”

 

나는 스승의 말대로 했다. 하고 싶은 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그러나 스승과 같이 지내는 동안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모든 답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질문했을 때 돌아온 그의 첫 말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그렇지 않니?”

 

이제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내가 가졌던 것들은 내 자신이나 타인의 심적 구성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많은 것들이 행해졌다. 내 마음은 완전히 변화되었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실재가 아니며, 그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