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기타 자료

퇴계선생의 독서법

기른장 2010. 1. 8. 23:19

  선생은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무척 좋아하여 신변에서 책을 멀리한 일이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서 온갖 정성을 모두 기울였다.


  아무리 피로해도 책을 누워서 읽거나 혹은 흐트러진 자세로 읽은 일이 한번도 없었다. 그처럼 근엄한 독서 자세는 어려서부터 70세에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퇴계는 책을 남달리 정독(精讀)하는 편이어서 무슨 책이나 읽기 시작하면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다시 읽어,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참된 뜻을 완전히 터득하기 전에는 그 책을 결코 놓치 않았다.


  공자(孔子)는 주역(周易)을 삼천 번이나 읽느라고 가죽으로 묶은 끈이 세 번씩이나 끊어졌다는 고사(故事)가 있거니와 선생의 독서법도 바로 그와 같은 것이었다.


  일찍이 선생은 서울에서 유학하는 중에 주자전서(朱子全書)를 처음으로 읽게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방문을 굳게 닫고 방안에 조용히 들어앉아 그 책을 읽기 시작하자, 하루에 세 번씩 끼니 때 이외에는 일체 외출을 안하고 그책 한질만을 수 없이 되풀이하여 읽었다.


  때마침 그해 여름은 몹시 무더워서 보통 사람들은 독서는커녕 서늘한 나무 그늘을 찾아다니기에 바쁠 지경이었건만 선생은 그와 같은 폭서(暴署)도 아랑곳 없이 방문을 굳게 닫은채 줄곧 독서만 했던 것이다.


  어느 친구가 선생의 건강을 걱정한 나머지 찾아 와서 "이 사람아! 독서가 아무리 중요하기로 건강도 생각해야 할 게 아닌가. 요새같은 무더위에 방문을 닫고 앉아 독서만 전념하다가는 반드시 건강을 해치게 될걸세. 독서는 생량(生凉) 후에 하기로 하고, 이 여름에는 산수 좋은 곳으로 척서(滌署)라도 다녀오도록 하세!" 하고 충고한 말이 있었다. 그러자 선생은 조용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속에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듯한 깨달음이 느껴져서 더위를 모르게 되는데 무슨 병이 생기겠는가. 이 책에는 무한한 진리가 담겨져 있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정신이 상쾌해 지며 마음에 기쁨이 솟아 오를 뿐이네!" 그리고 선생은 이어서 이렇게도 말하였다. "이 책의 원주(原註)를 읽어보고 나는 학문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방법을 알고 나니 이 책을 읽는데 더욱 흥이 일어나네. 이 책을 충분히 터득하고 나서 사서(四書)를 다시 읽어보니 성현들의 한 말씀 한 말씀에 새로운 깨달음이 느껴져서 나는 이제야 학문하는 길을 제대로 알 게 된 것 같으이."


  선생은 주자학(朱子學)에 그만큼 심취했었고, 주자학을 연구하므로써 새로운 경지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광범위하고 산만하기만 하던 주자학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키고 체계화하여 마침내는 '퇴계학(退溪學)'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수립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선생은 책을 읽는 방법에 있어서 남달리 정밀하게 읽었으니 그것은 선생 자신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느 제자 한 사람이 글을 올바르게 읽는 법을 물었더니. 선생은 즉석에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글이란 정신을 차려서 수 업이 반복해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한 두 번 읽어보고 뜻을 대충 알았다고 해서 그 책을 그냥 내 버리면 그것이 자기 몸에 충분히 배지 못해서 마음에 간직할 수가 없게 된다. 이미 알고 난 뒤에도 그것을 자기몸에 베도록 공부를 더해야만 비로소 마음속에 길이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문의 참된 뜻을 체험하여 마음에 흐뭇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독서에 대해 이렇게도 말했다. "글을 읽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반드시 성현들의 말씀과 행동을 본받아서 그것을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경지에까지 도달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서둘러 읽어서 그냥 넘겨 버리면 그 책을 읽기는 했어도 별로 소득은 없게 되는 것이다."


  실로 독서의 진수를 정확하게 지적한 금언(金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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