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에 대해 일반인의 관심이 모아진 것은 80년대 초반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오랜 세월을 심산유곡에서 홀로 수련하거나 조그마한 일가를 이룬 선각자들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그 명맥이 유지되어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고통과 각고의 시간이었을 터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부와 긍지의 시간이었으리라.
그렇게 암암리에 전해 내려오던 '기'는 80년대 중반과 후반을 거치면서 어느덧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서 알고 있는 낯익은 용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건강 증진을 위한 우리의 고유한 내가수련법으로 공인되다시피 했다.
단전에서 출발하여 임맥과 독맥이라는 경락을 통해 기를 운행시키면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능력을 가히 초인의 경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 한 몸에 있던 모든 병의 치유는 물론이고 공중부양이나 유체이탈을 위시해서 마치 무협지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도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정말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기상천외한 일들을 보고 겪을 수 있다는 것인데 정말 그게 가능한 일인가. 또 평생을 바쳐 기를 수련하는 것이 제 한 몸의 건강이나 초능력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건 기예일 뿐이지 않은가. 평생을 갈고 닦아 겨우 제 한 몸의 기예만 갖추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등의 의문이다
오랫동안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들을 접하면서 나는 답답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던 중 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기의 세계에 대한 해설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 한 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기왕에 그러려면 전적으로 나의 체험을 바탕으로 원고를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과 이 우주의 섭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에 의해 운영된다. 변함없는 하루의 일상과 사계절의 순환, 태양계를 비롯한 모든 행성들의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보라. 더구나 그 시간과 공간 속에 숱한 생명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데는 얼마만한 에너지가 사용될 것인가 말이다.
이 우주에 퍼져 있는 에너지가 바로 '기'이며, 기수련이란 그 에너지를 자신의 영적인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 우주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엄청나게 범위가 넓은 이 우주의 에너지를 자신이 받아들인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우주 속에 내가 있듯이 내 속에 우주가 있다는 걸 한번 느껴 보자. 안팎이 따로 없이 자신과 우주의 섭리를 일치시키는 것, 인간이 얼마나 고유한 존재이며 영적인 존재인가를 느끼는 것, 내가 우주와 함께 하는 것, 바로 이것이 기수련이며 내가 말하는 기도(氣導)인 것이다.
인간은 피와 살과 뼈로 이루어진 육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육체와 함께하는 영혼이 어우러져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우리는 그것을 사람이라 부르지 않는다. 영혼이 없는 육체는 시체와 다름없으며 육체가 없는 영혼은 그저 귀신일 따름이다. 따라서 인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이 책의 모든 내용은 기술되었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과 우주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으되 마음만 열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이 책의 모든 설명은 이루어지고 있다.
우연하게, 그러나 이미 맺어진 숙세의 인연으로 기도의 길에 들어선 지 꼬박 15년이 지났다. 되돌아보노라면 한줌도 안 되는 모래알 같은 시간이기도 했고 온몸을 쥐어짜는 피눈물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무슨 요량이 있겠는가. 그 주어진 그릇에 무엇을, 얼마나 담았느냐가 문제인 것을....
지난 3~4년 동안 틈틈이 써 온 원고들을 근 1년에 걸쳐 다시 정리하면서 나는 무거워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내 지금까지의 삶과 나름대로 도의 길에서 성취한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는 사실을 두고 나는 오래 고민했다. 전적으로 나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행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게 되지나 않을지 내내 마음이 쓰였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원고를 정리하고 묶어 준 편집부 사람들과 이런 인연을 맺게 해 준 김경룡 실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무인(戊寅)년 12월 양재동 영진운기 수련원에서
성영주
출처 :cafe.daum.net/keedo/Q8yM/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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