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주/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5. 태아에게도 영혼은 있다

기른장 2020. 6. 28. 20:40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신비롭다. 식물의 씨앗이 발아하는 과정도 그렇거니와 짐승들이 새끼를 낳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생명을 주관하는 신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이다. 하물며 우주 만물 중에서 가장 귀하다는 사람의 새 생명임에랴.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뒤 세포분열을 거치면서 점차 인간의 형체를 띠게 된다는 사실은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모두 아는 상식이다.

 

열달동안 어머니의 몸속에서 고이 자란 아이는 어머니에게 산고의 고통을 안기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고 비로소 이승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한낱 정자와 난자가 만나 고귀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종종 인간의 존재에 대한 신비감에 휩싸이곤 한다. 

 

짐승은 그저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적응하면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지만 그러나 인간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영적인 존재가 아닌가. 이렇게 인간이란 이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러나 태아의 경우 어느 시점부터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세포분열만 있었을 뿐 사람의 형태는 고사하고 기관조차도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사람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낙태의 합법성 여부를 놓고 그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공세는 집요할 정도이다. 물론 그들의 의견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원치 않은 임신이나 태아가 기형아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법적이나 종교적인 문제야 어떻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낙태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영과 육이 함께 존재하는 생명체이다. 영혼이 없는 육신은 단지 시체 한 구에 지나지 않으며 육신이 없는 영혼 또한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형체를 다 갖추어지지 않은 태아의 경우에 사람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결국 그 속에 영혼이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 이미 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면 육체의 완결성 여부를 떠나 인간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에게 영혼이 깃드는 것은 사람의 형체가 갖추어지고 내장기관이 생기고 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남녀가 살을 섞고서 정자와 난자가 합쳐질 때쯤이면 그 주위에는 반드시 사람의 몸을 받아야 하는 영혼들이 맴돌고 있다. 그러다 수정이 되는 그 순간에 영혼이 들어오고 그 영혼이 몸을 받아 자라기 시작한다. 때문에 몸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은 인연에 의해 내정된 영혼이 육신과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정말 커다란 꿈을 가지고 이승에서의 뚜렷한 목적을 가진 영혼을 인공적으로 지운다거나 임신 중 몸가짐을 소홀히 하여 자연유산이 되어 버린다면 그 영혼은 그냥 떠날 수가 없게 된다. 이는 졸지에 비명횡사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의 경우에도 더 나아가 식물이나 동물의 경우에도 이런 현상은 거의 비슷하게 일어난다. 어떤 경우에도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는 그 순간에는 언제나 예정되어 있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의 낙태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긁어내기 위해 자궁으로 들어온 수술도구를 피하려고 아이가 얼마나 몸부림치는 지를.

 

오로지 모태와 연결된 탯줄에만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아이가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가를 말이다. 누가 그 아이를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어떤 이유로도 태아를 지워서는 안된다. 그것은 명백한 살인행위이며 예정된 인연고리를 단순히 물리적인 힘으로 끊어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인연의 고리를 그저 끊어버린다고 해서 모든 것이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데에 있다. 한 생명을 죽이고서도 무사할 정도로 자연의 섭리는 그리 너그럽지가 않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육신을 잃게 된 영혼은 그 상태로 이승을 떠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영혼들은 대개 설명할 수 없는 원망과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가슴 속에 담고 있다. 그렇게 떠돌던 영혼들은 자기의 바람이나 원망의 정도에 따라 육신을 가진 사람에게 빙의되는데 거기에는 일정한 순서나 방법이 따로 있지 않다. 그런 영혼은 부모에게 빙의되기도 하지만 친척이나 혹은 전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다. 세상의 모든 생물은 최초로 생명이 얻어지는 순간에 이미 자신의 존재가치가 주어져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이미 한 개체로서의 생명이 주어져 있고 그 생명은 생명 그자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