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주/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30. 만성 소화불량에 걸려 있던 아이

기른장 2020. 6. 30. 13:03

인훈이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3대 독자인데다 어릴때부터 늘상 몸이 허약해서 집안어른들의 걱정을 도맡아 놓고 있던 아이였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만성 소화불량이라는 진단이 나와서 입원까지 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위장의 기운을 돋우는 약을 지어 달여 먹였더니 그런대로 소화는 되는데 도무지 기운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나를 찾아왔다. 몸이 그 지경이니 항상 만사가 귀찮았고 그러다 보니 인훈이는 매사에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가 되어 있었다. 

 

뭘 제대로 먹을수도 없어 몸은 깡말라 있었고 학교에 가더라도 내내 책상에 엎드려 조는게 일이었다. 성적은 늘 꼴지였고 이제는 교사들도 포기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 일지라도 더 큰 문제는 인훈이가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훈이가 집에서 하는 일이란 멀거니 TV를 보고 있거나 가만히 누워서 음악을 지칠때까지 반복해서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농구도 하고싶고 책도 보고싶지만 도무지 몸이 따라 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었으리라.

 

인훈이와 같이 온 부모에게서 나는 그간 그들 부부가 겪은 마음고생을 여실히 읽을 수 있었다. 늘상 비실대는 자식을 바라보고 있었을 부모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나는 부모에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며 인훈이를 데리고 수련실로 갔다. 그런데 인훈이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한사코 발걸음을 떼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자세히보니 인훈이는 잔뜩 겁을 먹었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내가 어르고 달래도 인훈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럼 엄마더러 같이 와 있으라고 할까?’

 

인훈이는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아이의 어머니를 수련실로 올라오게 했다. 그러고는 곧장 인훈이에게 기수련을 하게 했다. 그런데 잔뜩 겁을 먹고 있던 처음과는 달리 한시간 가까이 수련을 한 인훈이는 대번에 얼굴부터 밝아졌다.

 

‘저... 왠지 언제나 불안하던 마음이 좀 가라앉은 것 같아요.’

 

수련을 마치고서 단 둘이 있게 되었을 때 인훈이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인훈이는 자신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 뒤로 늘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것이었다. 등교하는 길에서도 수업을 듣다가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혹시나 내가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길을 걸어가다가 뒤에서 누가 달려오는 소리만 들리면 그 자리에 그만 풀썩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여길 가자고 했을때도 인훈이는 겁부터 나더라고 했다.

 

‘그런 핑계를 대면서 부모님이 날 버리면 어떡하나 하고 겁부터 먹었어요.’

 

더구나 낯선 아줌마가 자기 혼자만 데리고 아무도 없는 썰렁한 방에 데리고 왔으니 얼마나 겁에 질렸겠는가. 나는 조금전에 인훈이가 수련실로 올라올 때 벌벌떨던 것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인훈이의 기수련은 빠르게 진전되어 갔다. 불과 사흘뒤부터 인훈이는 혼자서 수련원에 왔고 평온한 얼굴로 기수련을 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지 않아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항상 뱃속이 더부룩하던 상태가 없어졌다며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이었다.

 

지금 인훈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정도가 아니라 성적이 안오른다며 걱정을 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