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살이라는 분이 나를 찾은 건 5월 중순이었다. 수련원 회원의 소개로 아픈 몸을 이끌고 왔는데 그리 썩 밝은 표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병을 앓은지 10년이 넘도록 주위에서 좋다고 권하는 곳은 다 다녀보았지만 별 차도가 없어서 였으리라. 그래서 나의 수련원을 찾은 것도 믿는다거나 반드시 효과를 보겠다기보다는 얘기해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와본 정도였을 것이다.
송보살이 앓고 있는 병은 양의에서는 구체적인 병명을 붙일수도 없었다고 한다. 세간에서는 흔히 수풍이라고도 부르는데 주로 다리가 엄청나게 부어오르는 병이었다. 치유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시간이 문제였지 언젠가는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병이었다.
송보살은 약 10년 전부터 한쪽 다리가 붓기 시작했고 다시 서너해가 지나면서 나머지 다리까지 부어올랐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물리치료 외에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어떡하든 병을 고쳐보려고 유명한 병원은 다 다녀 보았지만 조금도 차도가 없자 송보살은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다리의 통증에도 이제 익숙해져서 한밤중에 두세번 잠자리에서 일어나 끙끙 앓으며 먼동이 터올때까지 견디는 것만 빼면 견딜만 하다고 했다. 그나마 그런 다리라도 절단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제 몸에 붙어 있었으면 하는게 송보살이 바라는 소원의 전부였다.
‘그렇게 앉아만 있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것도 없으니 수련이나 한번해 보시죠.’
귀찮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던 송보살에게 나는 수련을 하도록 권했다. 마지못한 듯 엉금엉금 기다시피 수련실로 들어온 송보살에게 나는 기도(氣導)의 자세를 잡게했고 곧 수련에 들어갔다.
한참을 그렇게 수련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송보살의 몸에서는 엄청나게 땀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힘이 부대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수련을 한 송보살은 입고 있던 바지가 흥건할 정도로 땀에 젖은 채 수련실을 나왔다.
‘참말로 요상허네. 워째 왼쪽 다리만 요로코롬 다 젖어 버렸다냐?’
송보살은 환한 얼굴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이상한게 아니랍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에요. 며칠만 해보시면 아주 좋아질 거예요.’
응접실에 모여 있던 회원 한사람이 송보살에게 그렇게 응대해 주는 걸 보면서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단 한번의 수련으로 본인 스스로 기수련에 믿음을 갖게 되었으니 그녀의 병은 훨씬 빠른 차도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매일 오도록 하세요. 보살님도 놀랄만큼 빠르게 완쾌될 테니까요.’
나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송보살을 배웅했다. 수련원에 올 때까지만 해도 몇 걸음 놓고는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골목을 나서고 있었다.
일주일 가량 계속해서 수련을 하고나자 먼저 손보살의 발등이 쪼글쪼글해지기 시작했다. 다리의 부기가 빠지면서 나는 그 동안 늘어나 있던 피부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단 한달 정도가 지나자 송보살의 두 다리는 완전히 제 모습을 되찾았고 푸르죽죽하고 거칠기 짝이 없던 피부도 원래의 색깔과 살결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성영주 > 누구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하던 여자 (0) | 2020.11.23 |
---|---|
33. 만성 신장염으로 가산까지 탕진한 사람 (0) | 2020.11.23 |
31. 문제아인 진웅이 (0) | 2020.11.23 |
30. 만성 소화불량에 걸려 있던 아이 (0) | 2020.06.30 |
29. 휜 척추와 기능성 출혈로 고생하던 지영이 (0) | 2020.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