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용/장휘용 교수 명상록-전체의식 속으로

16. 지금 내가 갈 길은…

기른장 2021. 12. 12. 14:52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제가 심신의 근본적 변화를 경험한 것은 약 3년 전이었습니다. 1999년 여름, 가족들을 미국에 보내고 집에 혼자 있게 되었을 때,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그냥 모든 것이 평온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무한한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곤 하였지만, 그것도 바람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일 뿐 나의 자유로움을 방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저는 두뇌가 아닌 느낌을 따라 살아가는 삶을 영위하게 되었고, 생활 속에서 그리고 명상 속에서 인생과 우주에 관한 많은 것들이 문득 문득 정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책을 저술하였고, 다양한 수행자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영성모임을 갖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정신세계원에서 정기적인 특강을 가져왔고, 지난 1월의 전국적인 영성모임, '저자와의 만남', 여러 소모임에서의 강의, 그리고 집에서의 주말 모임(청량산 모임) 등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작년 8월 불과 몇 명으로 시작했던 청량산 모임에는 이제 전국에서 모여드는 많은 참석자들로 인하여 거실 뿐만 아니라 각 방들이 가득 메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임과 만남을 통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밝아지고 또 깨어남을 목격하면서, 제가 이번 생에 해야 할 사명을 찾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제가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고, 그 일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은 다가오는 세상과 관련된 것입니다.

제가 처음 지구대변혁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책을 통해서였고, 이후 명상록의 글들과 특강 그리고 여러가지 모임을 통하여 다가오는 대변혁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책의 원고를 처음 쓸 때만 해도 제 머리 속에는 지구대변혁에 대한 아이디어는 전혀 없었지만, 원고를 마무리 지을 즈음에는 그것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는 강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대변혁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올 것에 대한 확신의 강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높아져 왔습니다.

특별한 체험을 하였거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의 변화는 더욱 촉진되었습니다. 이들 능력자들은 막연하게 느껴졌던 미래의 모습을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게 해 주었고, 제가 전생에 어떤 역할을 한 존재이고 이번 세상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하여 일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정보들은 제게 계속되는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확신의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다른 한편, 지금까지 제가 만났거나 가까이 지내고 있는 분들 대부분은 미래에 관한 한 저와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대변혁이란 아예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지구에서의 물리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상당수에 달합니다. 가까운 몇몇 분은 지구대변혁에 대한 잦은 언급이 제 자신의 신뢰성을 훼손시킬 수 있음을 넌지시 충고하여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사실 지구대변혁에 대한 주장은 제게 상당한 부담을 가져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다수의 수행자들, 채널러들, 그리고 열린 의식을 가진 전 세계의 어린아이들까지 지구에 불기 시작한 거대한 변화의 바람에 대해 말하고 있긴 하지만, 지구대변혁은 지금까지 기록된 인류 역사상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입니다.

따라서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확률적으로만 따진다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구대변혁과 유사한 주장들이 과거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여러 번 제기되었지만 모두 불발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직접 정보를 접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순전히 느낌에 근거한 제 주장은 많은 분들에게 상당히 무모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지만, 모임에 참석하는 많은 분들이 지구대변혁에 대한 제 견해에 대하여 공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임의 성격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 존재의 의미가 다가오는 지구의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그러한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과의 모임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같은 뜻을 지닌 동지(同志)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제가 제 자신의 존재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하여 완전한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는 점입니다. 여러 영능력자들이 전해주는 정보와 의식수치에 근거하여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었을 뿐, 제 자신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의 모습이 어떠할 지에 대하여 완전한 자각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자신 100%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능력자들로부터 주어지는 정보들과 제 느낌에만 의존하여 엄청난 대변혁이 임박하였음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진실성의 측면에서 볼 때에도 제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하였음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길은 보다 깊은 명상을 통하여 제가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자각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시대에 특별한 사명을 지니고 태어난 한 분 한 분이 밝아지고 깨어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제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100% 확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완전한 자각 상태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와 같은 모임 혹은 면담 등은 가능한 한 자제하고, 보다 많은 시간을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 투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토요일(5/25~26)의 봉인사 모임을 끝으로, 청량산 모임 등은 당분간 중단할 예정이고 또 개별적인 면담 등도 가능한 한 자제할 예정입니다. 이런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지금으로선 짐작하기 어렵지만, 다시 모임을 시작할 때는 보다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제 뜻을 펼쳐 보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숙기간 동안에도 홈페이지는 계속 운영될 것이며, 명상록의 글도 가능한 한 틈틈이 올릴 예정입니다.

2002년 5월 24일

출처 : 장휘용 교수 명상록 - 전체의식 속으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