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용/장휘용 교수 명상록-전체의식 속으로

32. 도통(道通)이야기

기른장 2021. 12. 28. 20:27

제가 증산 강일순 선생님에 대하여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5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저는 단학 관련 교수모임을 주관하면서 경남 남해에 위치한 단군성전이라는 곳을 1박2일 명상여행 장소로 택하였습니다. 그곳을 지키는 할머니는 평생 동안 단군 할아버지를 모시며 살아오신 분으로서 영안(靈眼)이 열려 있다고 들었기에,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기 때문입니다. 

남해 금산을 오르길 한 시간여 만에 단군성전이라고 쓰여진 조그만 2층 건물에 도착했고, 저녁 식사 후에는 좁은 골방에 쪼그리고 앉아서 성전지기 할머니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이용한다는 오색찬란한 UFO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단군 할아버지가 전해 주었다는 지구와 한반도의 미래 그리고 단군 할아버지가 보여준 여러가지 이적(異蹟)들에 대하여 할머니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예수와 성모 마리아도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는 사실을 일러주시며, 할머니 자신이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때면 단군 할아버지가 옆에서 "웬만하면 들어주지 그러냐?“ 하고 말씀하신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다음 순서로 우리들은 한 사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증산 선생님의 행적과 예언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100여 년 전에 전라도 땅에 오셔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천지공사(天地公事)’라는 이름으로 행하신 여러가지 일들과 미래에 대한 예언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종교 및 정신세계에 대하여 거의 완전한 백지상태였던 저에게는 모두가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었고 또 제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한동안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이야기하는 것이라 분명 뭔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증산 선생님이 하셨다는 일들은 단군 할아버지가 자가용 UFO를 타고 돌아다니신다는 이야기보다 더 난해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약 1년이 조금 더 지나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의 원고를 쓰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어느 때부터인가 갑자기 지구대변혁에 대한 강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증산 선생님의 예언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었고, 그 내용을 요약해서 책에 싣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증산 선생님을 따르는 수련 혹은 종교단체들이 여럿 있고 또 경전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책이 나온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책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을 읽고 달려온 증산도 지도자들은 제가 이야기하는 지구대변혁이 자신들이 말하는 후천개벽과 거의 똑같다고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경전인 《도전(道典)》 을 읽을 것을 권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건네 준 경전의 말투와 내용들은 그 당시의 저에게는 너무나 생소해서 몇 페이지를 못 넘긴 채 읽기를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출간한 이후 알게 된 사람들 중에는 증산도 혹은 대순진리회에 다니거나 다녔던 분들이 많았고, 따라서 자연히 증산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덕분에 약 2년 전에는 드디어 《도전》을 한번 쭉 훑어보게 되었는데, 경전의 내용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또 뭔가 많이 왜곡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증산 선생님은 뭔가 특별한 사명을 수행하신 분이 틀림없다고 느껴졌습니다. 

몇 주 전에는 한 수행자로부터 증산 선생님의 행적을 기록한 또 다른 경전인 《천지개벽경》 을 소개받았습니다. 초기 《대순전경》 에 빠져있는 자료들을 보완하여 90년대 초에 발간된 경전인데, 이 경전의 편집자들은 서문에서 증산 선생님을 무조건 추켜 올리기 보다는 그의 진실된 모습을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편집태도 때문인지, 다른 관련 경전에 비하여 왜곡이 덜하고, 보다 진실한 내용과 문장으로 채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경전을 읽으며, 이전까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증산 선생님에 대한 존재와 역할이 확실하게 이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분이 100여 년 전에 오셔서 어떤 상태에서 무슨 역할을 하였는지가 선명하게 느껴졌고, 앞으로 전개될 세상의 모습이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그 경전에는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행적과 가르침에 대한 증산 선생님의 말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에 대한 평소 제 의견과 증산 선생님의 그것이 거의 완전히 일치함을 발견하고 내심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새로이 이해되고 정리된 것들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천지공사’의 의미입니다. 제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천지공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우주는 본래의 절대 정적 상태인 무극(無極)에서 태극(太極)으로 진행되면서 끝없이 펼쳐지기 시작하였지만, 삼라만상의 어느 하나 태극의 창조원리와 운행원리에서 벗어난 것이 없습니다. 우주의 모든 것은 이러한 절대적 질서를 바탕으로 운행되기에 예측이 가능하고, 따라서 인간의 삶 또한 예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우주가 본래 짜여진 틀 속에서 기계적으로 운행되는 것은 아니고, 필요시에는 그 진행 방향이 수정되어 새롭게 펼쳐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지구와 관련한 여러 순환주기가 동시에 끝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본래 예정되어 있던 순환주기상의 큰 변화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구의 역할을 바꾸고 은하계 우주를 한 단계 진화시키기 위한 우주적 노력에 따른 변화들 역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와 은하계 우주를 새로운 역할과 위상으로 바꾸는 것은 최상위 차원에서의 계획 변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물질 차원의 지구에 내려와 3차원과 4차원에서 일어날 일들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활동이 필요하고, 또 실제 변화의 시점에서 그 변화를 직접 주도해 나가는 존재들 역시 필요합니다. 증산 선생님이 100년 전에 오셔서 행한 ‘천지공사’는 지구대변혁에 대한 3, 4차원의 준비작업을 마무리하는 일이었다고 여겨지며, 지금 인간의 몸을 입고 와 있는 특별히 높은 의식의 존재들은 지구대변혁의 소용돌이를 직접 체험하며 지구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천지공사’와 더불어 새롭게 정리된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도통(道通)입니다. 《천지개벽경》을 읽기 전까지 저는 도통이라는 것을 깨달음의 또 다른 표현 정도로 생각해 왔고, 도통군자의 등장이란 깨달음 수준 이상의 의식을 가진 존재들이 깨어나 각자 가지고 온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사명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독서를 통해, 증산 선생님이 말한 도통은 구체적이고 특별한 '능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닦은바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천지인 삼계(三界)와 전생, 현생, 후생의 삼생(三生)을 훤히 꿰뚫어 보면서 의통(醫通)과 같은 현실적 능력도 함께 갖추게 되는 상태가 도통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국내외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지만, 이들 중 아무도 도통이라고 불리는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전생을 읽고, 현재의 상태를 보며, 미래를 예견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리딩(reading)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습니다. 신안(神眼) 혹은 영안(靈眼)이 열린 상태에서, 유체이탈을 통하여 혹은 채널링을 통하여 우주를 본다는 사람들은 제법 있지만, 그들이 인지하는 정보는 여러 차원이 겹쳐진 채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또 그것도 자신들이 가진 틀에 의하여 왜곡된 것입니다. 물위를 걷거나 축지법을 쓰는 사람, 물질화 능력을 발휘하거나 구름과 바람을 부린다고 하는 도인들도 간혹 있지만, 이들의 도술 역시 제한적입니다. 

이에 비해 증산선생님이 말한 도통은, 자신의 닦은바 수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주와 세상을 직관할 수 있는 눈이 열려 각 차원을 꿰뚫어 보며, 필요한 경우 물질과 에너지의 상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증산 선생님은 도통하기 전에도 다양한 능력들을 보여주었지만, 모악산 대원사에서 도통한 후 9년 동안 행하신 천지공사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명상록 〈레무리아의 기억〉 에서 봉인(封印)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레무리아에 와서 살던 아주 높은 의식의 존재들이 지구적 윤회를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과 지식들을 때가 올 때까지 쓸 수 없도록 막아 놓은 그 봉인이 풀리는 것, 이것이 바로 증산 선생님이 말한 도통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증산 선생님은 도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천지공사를 통해 몸소 보여 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도통이란 특별한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도통과 관련된 다른 말씀들도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판 밖에 있는 한 사람이 먼저 도통을 한 후 그가 다른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도통시키게 되는데, 상재(上材)는 7일 만에, 중재(中材)는 14일 만에, 그리고 나머지는 21일 만에 도통하게 될 것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도통의 능력을 함부로 쓰게 되면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 남용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뒤따를 것임을 경고하셨습니다. 모든 특별한 능력은 자신의 역할과 관련하여 주어지는 것이고, 특히 도통의 능력은 지구대변혁과 관련한 하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주어지는 것으로서, 그것은 조금의 사심(私心)이나 불편(不偏)함이 없이 공정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이미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높은 의식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분별하고 집착하며 자신의 욕망에 이끌립니다. 이것은 수많은 지구상의 윤회를 통해 축적된 감정의 기억들이 남아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이 상태에서 하늘의 일을 무사공정(無私公正)하게 수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도통이 있기 전 자신들의 마음에 영향을 주어 온 감정의 기억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 다시 말해 완전한 해원 혹은 완전한 카르마 해소가 요구되고, 이를 위한 특별수련 기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증산 선생님이 말한 1~3주의 도통하는 기간이란 이를 두고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증산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수행자들 중 상당수는 도통에 대한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높은 의식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도통을 하여 세상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남아 있다면, 도통은 결코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도통의 능력은 사심과 욕심이 없이 하늘의 일을 하고자 준비된 사람에게만 하늘이 허락하는 것이기에, 도통을 바라는 그 마음조차 완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그 능력은 주어질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진정으로 도통을 하고자 하는 수행자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마음을 비우는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체험에 근거해 볼 때, 하늘이 일하는 방식은 필요한 때에 각자의 역할에 꼭 필요한 만큼의 앎과 능력만을 부여합니다. 결코 어떤 사람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능력을 부여한다든지 혹은 그 역할에 필요한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시간의 경과에 따라 특정인의 역할이 변하면 전달되는 정보와 발휘되는 능력도 달라집니다. 지금 이 시기에 제가 증산 선생님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또 그 분의 핵심적 가르침을 파악하게 된 것은 지금의 제 역할에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증산 선생님의 천지대공사 핵심적 도수(度數: 계획, 프로그램)는 도통과 괴질이고, 그 계획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지구는 정화되고 통합되리라는 것입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를 느끼고자 하는 분들에게 저는 《천지개벽경》 을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투와 내용면에서 상당한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냥 한번 죽 훑어보시면 대체적인 메시지가 파악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후 계속적인 끌림을 느끼는 분들은 정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몇 차례 읽고 나면 증산 선생님의 존재와 다가오는 세상에 대한 보다 확실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증산 선생님은 100여 년 전에 활동하신 분이고, 경전의 내용은 그 분의 말씀과 행적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의 증언을 통해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경전에 기록된 내용들은 증산 선생님의 말씀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머릿속에 증산 선생님의 말씀이라고 기억되어 있는 것을 수록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문장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를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것보다는 경전 전체를 흐르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런 전체적, 객관적 시각에서 그 경전을 읽는다면, 증산 선생님이 전생에 신농씨였고 또 중국 명나라에서 산 전생도 있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며, 지구대변혁의 리더가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오랜 물질문명이 끝나는 시점이기에, 이제까지 지구상에서 큰 역할을 하였던 거의 모든 존재들이 지구 특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그 중 많은 존재들은 인간의 몸을 입고 와 있지만, 맡은 바 역할에 따라 에너지의 몸으로서 와 계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증산 선생님의 역할을 하셨던 분은 천지공사를 할 때 여러 번 언급하였던 대신명들과 더불어, 그리고 환인의 역할을 한 분 역시 다른 대신명들과 더불어 에너지체로 내려와 계십니다. 육신을 입은 채 활동하는 도통군자들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하여 이미 몇 년 전에 내려오신 것입니다. 

그 분들의 진두지휘 속에서 계획된 일들은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많은 신명들이 내려와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천지공사의 핵심 도수는 곧 펼쳐질 것입니다. 일단 그 핵심 도수가 펼쳐지기 시작하면 온 세상은 겉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혼돈 속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수행자들 특히 자신이 사명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새로운 영적 각성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을 물질에 예속시켜 온 이제까지의 삶을 과감히 청산해야 할 시기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수련하고 제자를 키워온 분들의 경우, 오랜 기다림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안주하며 물질세계와 타협해 온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또한 비교적 최근 영적으로 거듭났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물질세계에 묶여있는 부모, 친지, 친구들에 의해 아직도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아직도 물질세계에서 찾고있는 것은 아닌지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하는 물질문명이지만, 머지않아 그것은 인간의 뇌리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2004년 6월 10일

출처 : 장휘용 교수 명상록 - 전체의식 속으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