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UFO와 우주법칙

제9장 연구실

기른장 2022. 6. 15. 21:48

이와 같은 방은 여태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었다. 벽 전체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놀라운 장치들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는 도표들과 조종반이 몇 단으로 나뉘어져 겹쳐 있었다. 이 기묘한 장치는 모두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으나, 그 하나하나에 큼직한 조종대가 부속되어 있었다. 벌써 여섯 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라운지에서 같이 온 여섯 명의 남자가 곧 다른 여섯 대의 장치에 매달렸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장치도 많이 있다. 네 명의 남자 왼쪽 어깨에는 휘장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여자 조종사가 말했다.

 

「당신네들 같으면 이 장치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최고의 과학자라 부르겠지요. 네 명의 어깨 휘장은 토성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다른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서도 도표들은 여러 가지 선과 모양의 색채광을 발산하고 있었다. 단지 지구에서 흔히 구경할 수 있는 바늘이나 눈금판은 구경할 수가 없었다. 여태껏 상당한 수효의 도표들을 보아 왔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나에게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여기는 지구를 두르고 있는 대기의 밀도를 조사하는 곳입니다.」

 

여자 조종사가 말을 계속했다.

 

「당연히 우리가 접근하는 다른 행성이나 천체의 대기도 여기서 조사합니다. 각기 천체를 둘러싸는 대기가 어떤 원소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세한 연구를 하는 셈이지요. 물론 우주공간의 원소결합도 여기서 조사합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우주의 법칙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하고 있지요. 이러한 우주의 활동을 관찰함으로써 가령 우주공간에 새로운 천체가 생겨났는지 또한 그것이 어떠한 속도로 성장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랐다. 이 방에 남아서 이 장치-지구에서 말하는 텔레비전과 아주 비슷한-의 작용을 관찰하고 측정해 보고 싶었다. 가지각색으로 변화하는 모양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같이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종사는 「이제 다른 곳으로 가실까요. 놀라실 만한 일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뒤를 따라서 나는 이 연구실을 가로질러 갔다. 파아콘과 주울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따라왔다. 여기서 우리는 선폭(船輻) 넓이의 완만한 경사길을 내려가기 시작하여, 다시 또 하나의 경사길을 오른 뒤에 어떤 큼직한 방으로 들어갔다.

 

놀라움은 계속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놀라움은 더해 갔다. 나는 이 놀라움의 반도 기억해 두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주인 친구들은 내가 글을 쓰게 되면 이 밤에 일어난 일들을 정확히 생각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놀라움과 아름다움과 광대한 시사적(示唆的)인 광경과 음향과 대화로 충만한 밤을 지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거기서 나는 12대의 작은 원반이 선내 양쪽에 두 줄로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완전히 흥분하고 말았다. 나는 곧 이것이 기록용 원반, 이를테면 근접관측을 위해 모선에서 발사되는 원거리 조작이 가능한 소형기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 직경은 90cm 가량의 반짝이는 매끈한 자재(資材)로 제작되어있으며, 마치 두 장의 얇은 접시를 마주 합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중앙부의 두께는 적어도 5~6cm쯤은 될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종류의 원반의 크기는 일정치가 않아서 25cm~360cm에 이르는 것도 있는데 이는 적재기구의 크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도 말한 바 있듯이, 이 작은 원반은 매우 감도가 높은 장치를 갖추고 있어 저마다 정찰원반의 항로를 완전히 유도할 뿐 아니라, 관찰구역에 생긴 모든 파동을 빠짐없이 모선에 통보한다.

 

한 마디로 파동이라 하지만, 음성전파, 빛, 그리고 염파(念波 또는 想念波) 등 넓은 영역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파동은 기록과 분석을 위해 모선으로 보내져서 조사된다. 아마 기술적으로 말하면 이 작은 원반이야말로 여태껏 보아 온 다른 행성인들의 과학기술 가운데서 가장 정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종불능으로 지구로 떨어질 염려가 있을 때는 일종의 폭발현상을 일으켜 단번에 해체할 수 있으며, 지상의 인명이나 기물에 손상을 줄 경우에는 조금씩 용해시켜 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경이적인 비행물체가 바로 이 방안 양쪽의 큼직한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여져 있는 것이다. 그 비행체 밑에는 홈 같은 것이 패어 있었다. 각 원반 바로 뒤의 선벽(船壁)에는 그 원반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둥근 창 같은 입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방에 들어섰을 때는 창이 모두 닫혀져 있었다.

 

잠깐 거기서 나는 일부러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찰원반의 레일과 레일 바닥이 이 방의 한끝에서 천장을 빠져 내려와서, 다시 마룻바닥을 뚫고 아래로 계속되고 있었다. 다음에는 또 소형원반으로 눈길을 돌려보았다. 그 원반이 실려 있는 테이블 앞쪽에 큼직한 조종반이 장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들이 그 방에 들어섰을 때는 의자라고는 하나도 구경하지 못했는데, 여섯 명의 여자가 조종판 앞에 다가서자 작은 걸상 같은 것이 소리 없이 마룻바닥에서 솟아 올라왔다. 아마도 페달을 밟았을 것이다.

 

이 조종반은 여태껏 본 것과는 좀 달랐다. 조종반에 작은 단추가 박혀 있는지, 오르간처럼 키를 사용해서 조작하는지 알 수 없었다. 좌석에 올라앉으면서 여자들은 조종반 위로 잽싸게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는 원반에 지령과 비행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나는 여섯 명의 여자가 팬터마임으로 소리 없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원반이 모든 <지시>를 받으면, 그 둥근 창이 열리면서 동시에 원반이 미끄러지듯 구멍으로 들어가, 공기판을 빠져서 바깥 우주를 향해 나간다. 나는 그 상황을 내 눈으로 볼 수 없을까 생각했다.

 

파아콘과 주울이 내 곁에 서 있었기에 나는 소형원반의 목적지를 물어 보았다. 그는

 

「연구실로 돌아갑시다. 거기서라면 항로궤적을 쫓을 수 있으니까요.」 하고 말했다.

 

돌아오면서 주울이 모선이 지금 움직이고 있음을 가르쳐 주었으나,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전혀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고, 또한 다른 소리도 듣지 못했다.

 

연구실에 돌아오니까 남자들은 전원이 아직 앞에서 그 장비의 조작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크린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선이 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면서 계속적으로 새 모양을 그려 나가고 있었다. 한 선이 둥근 점이나 길다란 횡선으로 변했는가 싶더니, 곧 가지각색의 기하학적 무늬로 변한다. 동시에 다른 스크린에는 여러 가지 강도의 저마다 다른 색채광이 나타나서, 어느 때는 화면 가득히 반짝이고, 어느 화면은 물결 모양으로 바뀌기도 한다. 장면에 따라서는 물건의 형체가 나타나는 수도 있었다. 이 역시 크기나 형태에 있어서 연속적으로 급변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은 각자의 장치로 스크린 위에 나타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토성의 조종사가 설명했다.

 

「이것이 모두 나중에는 교육용으로 쓰이는 기록이 되는 것이지요.」

 

아까 모선을 떠난 두 대의 소형원반은 어찌되었는지, 나는 호기심이 나서 물어 보았다.

 

조종사는 대답해 주었다.

 

「그 소형원반은 지금 지구의 어느 거주지역 상공에 떠서, 그 지점에서 발산하는 음향을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것이 보고 계신 스크린에서는 선이나 점이나 횡선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른 기계가 이 정보를 모아서, 원음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신호의 뜻을 도형으로 표현하면서 해석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설명을 들어도 나는 깜깜할 뿐이었다. 아마도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울이 다시 자세히 설명을 되풀이해 주었다.

 

「<우주> 가운데 모든 것은 그 자신의 형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누군가가 <집>이라고 말하면, 그 사람의 심중에는 반드시 어떠한 형태의 주택의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포함해서 모든 사물이 이렇게 해서 기록되는 것이지요. 이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당신네들 지구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든지 우리에 대해서 적대하고 있는지 아닌지조차도 알 수 있습니다. 괄괄한 협박적인 언사는 물론 그런 생각만 해도 그대로 같은 도형으로 나타나, 우리 기록장치는 그것을 정확히 수록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당신네들 가운데 어느 누가 우호적이며 우리를 받아들여 주는가 하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전<우주>의 모든 것은 <파동(vibration)>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최근 지구에서는 이를 <주파수(frequencies)>라고 부르고 있는 모양이지요. 우리가 다른 세계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는 이 주파수 또는 파동의 힘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동안 나는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여러 가지 형태를 보고 있었다. 이 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어째서 지구의 과학자들이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장비를 고안해 내지 못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의 안내자가 이렇게 말했다.

 

「지구의 과학자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요. 이는 지구의 테입, 그리고 다른 녹음방법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원리는 같은데, 단지 우리 것이 훨씬 앞서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주파수의 음성을 모아서 그것을 재생할 수 있으며 또한 그것을 도형으로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규모는 작으나, 지구인도 같은 조작을 텔레비전이라는 오락에서 하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아직도 제한된 지식에 묶여 있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열심히 많은 스크린을 동시에 지켜보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자 그는 이제부터 소형원반실로 가서 그 조그마한 사자(使者)가 돌아오는 것을 구경하자고 했다.

 

그 방에 당도하기가 무섭게 벽면에 장치된 커다란 창 같은 구멍 두 개가 각기 소형원반의 귀환을 기다리면서 열렸다. 때를 같이하여 두 대의 소형원반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안기듯이 그 구멍으로 들어왔다.

 

방금 일어난 기적 같은 일에 반응을 나타낼 틈도 주지 않고 주울이 입을 열었다.

 

「잘 보아 두시지요. 지금 또 다른 소형원반이 각각 다른 창구에서 발사됩니다. 이번에는 다른 사명을 지니고 있지요. 우리는 아직 지구의 대기권 안에 있지만 이 소형원반이 발사되면 연구실로 곧 돌아갑시다. 거기서 소형원반이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처음, 두 대의 소형원반이 들어오니까 각 창구는 순식간에 소리 없이 닫히고 말았다. 그러면서 실내 양쪽 하단에 있는 별개의 창구 두 개가 뻥 뚫렸다. 그 사이에 여자들은 조종반에서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두 번째로 소형원반 두 대가 우주선에서 발사된 뒤 우리 세 사람은 곧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때 비로소 나는 두 개의 다른 스크린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았는데, 이 또한 여러 개로 구분되어 있었다. 주울은 이렇게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이 스크린은 대기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구획에서는 대기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지만, 한편 그 속도와 농도는 여러 가지 신호가 스크린 위를 움직임에 따라 별개의 장치로 기록되고 있다. 대기 안의 전하(電荷)나 자기력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조성(組成)-짐작컨대 부하(負荷)의 경중을 말하는 것 같은데-이 측정되고 기록되면, 그 상황이 이 스크린의 다른 구분에 영상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세 번째 구분에서는 대기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체를 분리하여, 그것으로 대기의 조성상태 변화가 항상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기의 압력치나 그밖에 지구의 과학자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갖가지 상황을 여기서 들여다볼 수가 있다. 나는 매우 재미있었다. 이러한 데이터가 스크린에 비쳐지면서 동시에 다른 장치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또 다른 우주세계 주민을 위한, 장차의 연구용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겨우 몇 분밖에 지나지 않은 듯싶었는데 소형원반이 다시 모선으로 돌아왔다. 두 대 모두가 지구의 대기표본을 수록해 가지고 돌아왔으며 나중에 이 표본을 가지고 연구한다는 것이다.

 

주울이 설명했다.

 

「이 같은 소형원반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지구대기권에 이상상태가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지구상에서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이 폭발할 때마다 이러한 상태가 언제나 증가합니다. 이 장치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우주를 여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것을 미리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서 있는 동안 나는 조종사 곁에 있는 한 특수한 스크린에 관심이 쏠렸다.

 

「거기 보이는 것은 이른바 <우주 진(塵)>을 눈에 보이는 영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지금 두 대의 소형원반으로부터 보내져온 것이지요.」 하고 그가 말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이 곱다란 미립자의 운동을 나는 스크린에서 황홀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소용돌이 운동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따금 미세한 물질이 엉겨서 고체와 같은 형체가 되지만 곧 사라지고,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때로는 이러한 형체가 흐려지고 미세화 되어 거의 순수한 기체 비슷하게 변해 버리는 느낌을 줄 때도 있었다. 나는 작은 흰 구름이 갑자기 맑은 하늘에 나타나서 차츰 커지더니, 또 갑자기 사라져 없어지는 광경을 생각해 보았다. 적어도 이 비유는 내가 이 스크린에서 구경한 상황을 가장 적결히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미립자가 어떠한 형체를 잡음에 따라 일정한 분량의 에너지가 실제로 눈에 보이는 고체형상이 되고, 그러다가 곧 폭발이나 갑작스런 해체현상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 상황은 스크린에서 뚜렷이 구경할 수가 있었다. 별개의 장치로는 그 강도와 성립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따금 이 미립자의 형성력이 갑자기 이상 강도를 나타내, 그 결과 똑같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극히 부드러워서 거의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소용돌이치는 에너지, 고체화, 그리고 해체라는 순환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다. 에너지는 영원한 운동을 계속하고 미세 물질이 언제나 공간에서 다른 미립자와 서로 결합했다가, 또 서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에너지>라는 말을 썼지만, 내가 목격한 바를 나타내는 데는 이 밖에 다른 말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그것은 위대한 힘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눈으로 본 사실이지만, 그것이 천과 같은 얇은 형성물질로 변하거나 구름 같은 형태로 변했을 때, 공간 부근에 있는 모든 물질을 휘저어 어지럽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믿고 있다. 내가 여기서 목격한 바는 전우주에 충만한 에너지 바로 그것이며, 행성도 태양도 은하계도 모두가 그 에너지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리고 같은 그 에너지가 <우주> 도처에서 숨쉬고 있는 온갖 생명의 활동을 길러 주고 또한 유지해주고 있다고.

 

이러한 생각을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나는 그 엄청난 에너지의 뜻을 반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했다. 주울은 내가 내심으로 당황하는 기미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렇게 단언해 주는 것이었다.

 

「바로 그대로입니다. 같은 그 에너지를 사용해서 우리의 우주선도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요.」

 

나는 스크린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거기에 나타나는 현상 하나하나에 감탄을 금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의 안내자가 이렇게 말하면서 나의 관심을 소형원반으로 다시 돌렸다.

 

「이 같은 소형원반이 우주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어느 때는 지상 바로 위를 스쳐 가는 일도 있습니다. 밤에는 광채를 발합니다. 지상 가까이 나는 까닭은 지구에서 발산하는 여러 가지 파동을 기록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파동이란 것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운동하며, 파장이나 강도 역시 그렇게 항상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정교한 고감도 소형원반은 될 수 있는 대로 모선으로 돌아오지만, 때에 따라서는 어떤 사정으로 연락이 끊기거나 조종이 안 되거나 대지에 추락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곧 긴급조치를 취합니다. 모선의 양쪽, 소형원반의 발사구 바로 밑에 자력선 방사기가 있어서, 소형원반의 조종이 불가능하게 되면, 여기서 방사선이 발사되어 원반을 해체하고 맙니다. 이것이 지구 상공에서 일어나는 신비적 폭발현상의 원인이지요. 그것은 대포나 제트비행기나 전기폭풍 작용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한편 소형원반이 지표 가까이에서 조종이 불가능하게 되어 이를 폭발시킬 경우, 피해를 미칠 염려가 있으면 그 원반을 지상에 내려앉게 한 다음에 약한 에너지를 보냅니다. 폭발시키는 대신에 이렇게 해서 차츰차츰 원반의 금속을 녹여 버리자는 것입니다. 먼저 금속을 말랑말랑하게 녹이고, 다음에 젤리(Jelly)처럼 만든 뒤에 액화시킵니다. 그리고 끝내는 기체로서 증발시켜 버리니까, 나중에는 한 조각도 남는 것이 없지요. 이렇게 하면 설령 원반이 해체되고 있는 동안에 어떤 사람이나 그 어떤 물체가 건드려도 별로 해를 미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연히 원반이 낙하하는 것을 누가 목격하고서, 모선으로부터 방사선을 쐬고 있는 사이에 건드리거나 하면, 다치는 수가 있지요.」

 

이 토성인이 자기 방사선(magnetic ray)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들의 우주선에 대해서 누군가가 또는 그 무엇인가가 공격을 해왔을 경우 이 방사선이 곧 경이적인 방어 무기로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알아채고는 주울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물론이지요. 이 자력선 장치를, 그것이 사람이거나 행성이거나, 적대하는 자를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그런 짓은 안 합니다. 그런 일로 사용하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요. 만일에 그 따위 짓을 하면 당신네들 지구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방위책은 여태껏 수없이 지구의 비행기에게 추적 당했을 때 증명해 왔듯이, 당신네들이 눈치채기 전에 일찍이 피신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우주선이 활약하는 영역의 파동을 증가시켜서 눈에 안 보이는 상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조심하지 않으면 지구의 비행기가 앞 못 보는 장님처럼 우주선을 향해서 돌진해 올 때도 있지요.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그럴 수밖에. 가령 그 정도로 접근하게 놔두어도 충돌했을 때, 우리의 우주선은 낮은 진동수로 움직이고 있듯이 꼼짝도 하지 않음을 알 것입니다. 그 충격의 힘은 지구인 쪽으로 미치고, 우리 쪽은 전혀 다치는 법이 없거든요.」

 

「여태까지의 이야기로 짐작해 보면 당신네들의 기막힌 우주선에도 이따금 고장이 일어나는 수가 있군요.」

 

「물론이지요.」 하고 그가 대답했다.

 

「그런 경우 바깥 우주에 있을 때, 수리가 불가능하면 우주선을 버립니다. 버리게 되면, 선체는 녹아서 우주의 기본원소로 돌아가게 되지요. 커다란 모선은 어느 것이나 작은 긴급용 우주선을 싣고 있으며, 그 속에는 필수품과 그밖에 다른 우주선이나 행성과의 통신에 필요한 모든 장치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만일에 이러한 사고가 행성 가까이에서 발생했을 때는 추락하는 수도 있지요. 마치 지구의 비행기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타고 있던 인원은 모두 죽을 것이 아닙니까?」 내가 물어 보았다.

 

「물론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주법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인이 말하는 것과 같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은 예지적 존재이지 육체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생으로 새로운 육체를 받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우주법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예지적 표현인 다른 사람의 육체를 고의로 파괴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만일에 사고로 말미암아 뜻하지 않은 죽음이 생겼을 때에라도 우리는 책임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니까요.」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방안의 장치들은 작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스크린의 반짝임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와는 다른, 내가 아직 본 일도 없는 기계나 장치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 주울이 이렇게 말했다.

 

「물론 소형원반실과 조종실 사이에 또 하나의 큰 방이 있는데 거기에는 보다 많은 여러 가지 기계장치가 가득 차 있지요. 그러나 이것들은 우주비행 중에만 사용합니다.」

 

이 연구실과 소형원반실을 왔다갔다하는 사이에 나는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현재 우리가 지구의 대기권 안에 들어 있는지, 아니면 우주를 고속으로 날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스크린을 보고는 있었지만, 나는 다른 우주인처럼 그것을 해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토성인 조종사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현재 위치는 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흥분한 나머지 몸을 떨었다. 어쩌면 달에 착륙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착륙하지 않아요.」 하고 그가 잘라 말했다.

 

「그러나 잘 보아 두십시오. 여태껏 달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요? 달에도 공기가 있습니다. 이 장치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것이 기록될 수 있는 거리에까지 다가온 것입니다. 지구에서는 장애가 된다고 얘기되고 있습니다만 공기라는 것은 다른 천체를 관측하는 데 장애물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달 표면에 떠 있는 짙은 구름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의 과학자는 이따금 <완만한 대기의 움직임>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관찰해 왔습니다. 특히 이른바 <분화구>로 불리는 골짜기 같은 부분에서 발견되어 왔지요. 그들이 본 것은 움직이고 있는 구름의 그림자였던 것입니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 표면에는 구름이 실제로 보이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아주 엷은 구름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달 언저리의 반대편 온대지방이라 불리는 부분에는 훨씬 짙은 구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 우주선의 장치로 확인될 것입니다만, 이 구름이 움직이고 있어서 지구상의 구름과 아주 똑같답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달의 표면은 지구로 말하면 바로 사막지대에 해당합니다. 그곳은 지구의 과학자가 주장하고 있듯이 어지간히 더운 곳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극단적인 더위는 아닙니다. 한편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뒷면은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지구인들은 과학자의 좁은 지식에 의심을 품지 않고 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런 일은 참 우스운 일입니다.

 

달 중심부의 주변에 아름다운 지대가 있어서, 거기에는 초목과 동물이 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안락하게 지내고 있지요. 지구인도 거기서라면 달에 거주할 수 있답니다. 인간의 육체라는 것은 <우주> 가운데서 가장 적응력이 좋은 일종의 기계입니다.

 

당신네들 지구인은 오늘날까지 여러 차례 <불가능>으로 알려진 일들을 성취해 왔습니다.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화제를 달로 돌리도록 하지요. 어떠한 천체라도 차거나 덥거나, 한란의 차이를 생기게 하려면 이른바 대기권 같은 기체 층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지구의 과학자는 한편으로는 달 주위에는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달이 차다거나 따뜻하다고 말하고 있단 말입니다. 달은 우리의 행성과 마찬가지로 지구만큼 많은 대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구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대기는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점은 이렇게 말하면 좀더 알기 쉽게 설명이 될 것입니다.」

 

토성인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구에도 넓은 바다 가운데 외따로 떠 있는 작은 섬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바라다보는 한 육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대륙으로 알려진 널찍한 부분에서 살듯이 그 작은 섬에서도 살 수 있어요. 우주공간의 천체는 이 섬과 같은 것이지요. 크고 작은 차이는 있어도 모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하나의 같은 힘으로 둘러싸여 지탱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의 많은 과학자들은 달이 죽음의 천체라는 생각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고, 문자 그대로 달이 죽어 있다면, 벌써 옛날에 달이라는 천체는 해체되어서 우주에서 소멸해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달은 살아있는 천체이며, 거기에 사는 생물에게 생명력을 공급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도 포함되지요. 우리는 달의 뒷면에 하나의 커다란 연구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지구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온대에 속하며, 약간 시원한 곳입니다.」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우주선이 내 육안으로 달의 표면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까지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지요. 이리 오셔서 들여다보십시오. 지금 정도의 거리에서 이 장치를 사용하여 달을 확대하면 달 표면을 실제로 보는 것같이 달을 뚜렷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달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약 64,000 km」 라는 대답이었다.

 

나는 꼭 달을 일주해 보았으면 싶었다. 그렇게 하면 그가 말하는 달 뒷면의 온대지방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거기에는 내게 보여서는 안될 것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이에 대해 토성인 조종사는 곧 시인했다.

 

「우리는 어떤 비밀을 알리기 전에 여태껏 가르쳐 준 지식으로 당신을 테스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아마 당신네들보다 인간의 약점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옳게 살려는 위대한 뜻을 가진 사람조차도 이 약점을 말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구의 파멸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달 표면을 보는 장치가 근거리로 조절되면서, 나는 이 가장 가까운 이웃에 대해 우리 지구인이 완전히 그릇된 생각을 하고있었음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화구의 대부분은 실제로 커다란 계곡이어서 솟아오른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산들은 과거에 있었던 달의 내부의 무서운 용기현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 쪽에서 보이는 달 표면에는 전에 대량의 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뚜렷한 징조를 수없이 찾아볼 수 있었다.

 

「뒷면에는 아직 상당한 분량의 물이 남아 있습니다. 앞면의 산맥 지층 심부에도 물론이지요.」

 

주울이 이렇게 말하면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분화구를 에워싸고 있는 산맥 측면에 태고적 하천으로 여겨지는 뚜렷한 흔적이 있었다.

 

사실 분화구 가운데는 월면(月面)에 운석이 부딪혀서 생긴 것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느 분화구도 분명히 깔때기 모양의 바닥을 나타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스크린에 비춰진 월면의 확대상을 살피면 지면이나 깊은 계곡 중간을 통하여 깊은 선이 뻗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과거에 수많은 물줄기가 뻗은 나머지 생긴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장소에는 아주 작은 식물이 자라고 있는 지역이 눈에 보인다. 월면의 태반은 고운 가루 같은 모래로 덮여 있으나, 알이 굵은 모래나 알이 잔 자갈 같은 비교적 큼지막한 입자로 형성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내가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작은 동물이 관측지점을 쏜살같이 달려서 빠져나갔다. 털이 복슬복슬한 네 발 짐승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어떤 동물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내가 목격한 것이 그다지 기묘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쭉, 달이 이러하리라고 생각하거나 이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토성인은 이 점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가 지금 이 정도로 달 가까이 와서 내게 달을 보여 주려고 마음먹은 까닭도, 어떤 점에서는 그 때문이었고 털어놓았다. 그리고서 언젠가는 반드시 나에게 달의 뒷면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뒷면도 당신이 벌써 상상하고 있는 바와 그다지 다르지 않지요」

 

하고 덧붙였다. 이 약속을 할 무렵, 그 스크린이 꺼지고 달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스크린은 그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주울이 또다시 나를 소헝원반실로 데려갔다. 그러나 거기 당도하기 전에 여자들이 우리를 만나러 왔다. 앞서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던 여섯 명의 남자도 일어섰다. 토성인 조종사가 모두같이 라운지로 가자고 권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