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UFO와 우주법칙

제7장 토성의 정찰원반

기른장 2022. 6. 18. 20:22

다른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의 재회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지만 점점 그들이 가깝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달이 지난 4월 21일의 일이다. 나는 또 갑자기 예의 그 도시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이튿날, 오우션 사이드까지 차를 태워 달라고 부탁해서, 거기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오후의 첫 버스를 잡아탔다. 그리고서 두 시간 남짓 달린 끝에 도시에 닿았다.

 

지난번과 같은 호텔에 들어 방에 짐을 옮긴 뒤, 나는 잠깐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 나서 아래로 내려가 안면이 있는 바의 종업원과 잡담을 하려고 칵테일 라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난 뒤 곧 로비로 돌아와 주간지를 손에 들고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느꼈던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산장에서 나를 이곳으로 몰고 온 충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국내 사건과 국제적 사건을 가리지 않고, 기사를 인쇄되어 있는 순서 그대로 흥미 있게, 이른바 <행간(行間)에 숨은 이야기를 읽는> 태도로 자세히 읽고 있었다. 그다지 안면이 있지 않은 두 남자가 인사를 나누려고 다가온 일 말고는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드니 바로 내 앞에 화성인 친구 파아콘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자리를 걷어차듯 벌떡 일어났다. 아마도 나는 큰 입을 벌리고 이빨을 보이면서 씨익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파아콘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늘 하던 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 뜻을 강조하면서 어떤 말을 했다. 그 말에는 분명 어떤 특별한 뜻이 담겨져 있었다. 둘이서 호텔을 나올 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악수라는 인사는 상당히 보급되어 있으므로, 앞으로 지상에서 당신과 접촉하는 우주인에게 당신의 신분을 밝히는 뜻에서 지금 들은 말을 추가하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말은 특히 당신이 모르는 사람이 접근해 왔을 때 효과적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그런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니까요.」

 

「거 참 좋은 생각입니다.」

 

나는 찬성했다. 그때 시계를 보니까 벌써 7시 15분 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바쁘지 않으면 식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가까이에 조그마한 카페가 있습니다. 거기서는 구석에 자리잡으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

 

「마침 잘되었군요.」 그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몸에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길을 걸으면서 나는 라뮤우의 안부를 물었다. 파아콘은 오늘밤에는 그와 같이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카페는 사람으로 가득했으나, 다행히도 우리가 들어섰을 무렵에 일어나서 나가는 손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한 귀퉁이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우리는 테이블을 치우러 온 종업원에게 인사를 했다. 파아콘은 여종업원이 내민 메뉴를 읽어보고 나서 그것을 내려놓은 다음, 땅콩 버터를 곁들인 샌드위치, 블랙 커피, 애플 파이 한 조각을 주문했다.

 

「나도 같은 것으로 해주시오.」

 

둘만이 되었을 때 그는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잡지를 보면서 지구의 인류가 언제나 다른 집단에게 품고 있는 숱한 의혹과 적의, 증오에 대해서 가슴 아파하고 있었지요.

 

파아콘이 나타난 뒤로 나는 이런 생각을 모두 잊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내 마음의 움직임까지도 알고 있나 싶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이른바 <마음의 배후>에 매우 강력한 상념(想念)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설명을 계속했다.

 

「지구의 인간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러한 다른 집단에 대한 파괴적 감정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경우가 아주 드뭅니다. 자신의 얌전한 성질을 자랑으로 알고 있는 사람부터 그러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극히 하찮은 일로도 사람의 자제심을 잃게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또 조금만 자극하면 곧 전투태세로 들어가서 <자기방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공격으로 나옵니다. 이는 사실 감정적인 균형을 잃은 상태에 지나지 않지요. 이것이 노여움이라는 폭력을 동반할 때, 인간은 모든 이성을 팽개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깨닫기만 하면 이와 같은 습관은 억제되어지거나 전부 소멸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식사를 가져왔다. 다시 둘만이 되었을 때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난국의 책임은 각국의 몇몇 소수인에게 부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의 동포들과 일을 하기 위해서 또는 사교를 위해 만나 보면서, 나는 오늘날까지 파괴적 감정과 이기주의로 가득 찬 수많은 사람과 마주쳐 왔습니다. 공포와 혼란이 지구를 뒤덮고 있음은 당연하다고 하셨지요. 우주의 법칙을 더욱 탐구함으로써 인류를 위해서 차분히 숭고한 사상을 발전시켜 온 사람도 극히 적지만 존재합니다.

 

그 가운데는 <정신주의(精神主義) : metaphysics 형이상학>라든지 <신비주의(occultism)>라고 부르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그와 비슷한 이름의 것을 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 사이에도 봉사나 상호의 행복과 같은 우주적 동기보다, 오히려 자기발전이라든가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 길을 찾는 자가 더 많습니다.

 

이러한 이기주의가 도처에 퍼져 있기 때문에 그 결과 대중이 지도자로서 뽑는 인물도 모두가 대동소이하며, 설사 대중 속에서 태어난 지도자라 할지라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라는 것은 대중이 권력을 잡고 있는 곳에서는 대중의 기호에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구 밖의 세계에서 와서 지금껏 지구인에게 들키지 않고 그들 사이에서 생활해 온 우리는, 지구인이 인간의 신성(神性)을 얼마나 감쪽같이 잊고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지구인은 이제 더 이상 원초에 표현되어졌던 인간이 아니고, 각각 분리된 생명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의 지구인은 단지 습관의 노예에 지나지 않지요. 이 습관의 쇠사슬에 묶여 있으면서도 타고난 신성에 의한 표현을 동경하는 본래의 혼을 아직 상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감추어진 충동은 습관이라는 질곡과 일상의 타성이라는 쇠사슬로 묶여 있는 인간을 깊이 뒤흔들어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없지요. 보다 아름답게, 보다 크게 살려고 바랄수록 사람이 깨닫고 있는 이상으로 마음속 깊이 도사리고 꿈틀거리는 본성의 덕으로, 습관에 속박된 자아는 불안과 동요를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힘은 쌓이면 엄청나게 커져서, 이러한 현명한 내심(內心)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도 그것이 어디로 데려가는지를 몰라서, 두려움을 느껴 그 소리에 따르려고 하지 않지요. 하여간 인간이 개인의 자만심이라는 쇠사슬을 팽개치고, 이 내심의 소리에 따르려고 할 때까지, 그는 항상 자신의 존재법칙에 도전하는 전사(戰士)로서 살아 나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요. 인간이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한 아무도 구해 주지 않습니다. 저 <무한한 자>의 법칙을 진지하게 배우려고 하는 소수야말로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때 우리 우주인은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파아콘이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식사는 오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에 다시 나온 그는 길가에 세워 둔 그의 차 폰티악이 있는 곳까지 두 블럭을 걸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밤이었지만, 폭풍우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차에 올라탔을 무렵에는 나는 파아콘이 들려 준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곰곰이 생각하였지만 나중에는 오늘 밤 어떠한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거리에서 차를 달려, 지난번처럼 갑자기 간선도로에서 옆으로 꺾어 들어갔다. 그때까지의 시간이 이번에는 아주 짧게 느껴졌다. 차가 멈출 때까지의 거리도 이번에는 짧은 편이었다.

 

처음 내게는 오른쪽으로 나지막한 언덕이 몇 군데 보인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둠을 뚫고 눈여겨본다고 해도, 사방으로 펼쳐진 넓은 지형뿐이었다. 다시 또 정찰원반을 만나 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은 확실했으나, 그러한 징조는 하나도 없었다. 원반의 존재를 가리켜 주는 한 가닥의 광선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친구 파아콘은 방향에 자신이 있었는지 상당한 시간 동안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언덕이 끊어지는 곳으로 올라섰다. 거기서 나는 비로소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반짝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약 400m쯤 걸었을까. 그러자 그곳에 낯익은 정찰원반의 윤곽이 뚜렷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 좀 달랐다. 나의 기억에 있는 소형원반보다 훨씬 컸다. 이 원반은 아마 직경이 30m는 넘을 것이다. 둥근 창도 크고, 둥근 천장도 훨씬 납작했다.

 

 

 

선체의 밑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하나가 거기 서 있었다. 처음에 나는 금성의 친구로만 생각했다. 이제는 낯익은 스키복 비슷한 조종복 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조종사가 내게는 처음인 미지의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키는 180cm 정도였고 미남이었다. 그는 서너 걸음 다가와 내게 악수를 청하면서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이 남자를 주울(Zuhl)이라 부르기로 하자.

 

이 거대한 정찰원반은 화성의 것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조종사가 내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이 원반은 토성에서 온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당신이 한 번 들어가 본 일이 있는 그런 커다란 수송선, 말하자면 모선에 실려 왔지요.」

 

그는 몸을 돌려서 대기하고 있는 원반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문은 벌써 열려 있었다. 그가 먼저 들어가고 다음에 나와 파아콘이 뒤따랐다.

 

이 우주선은 적어도 금성의 원반보다 직경이 네 배쯤은 크다. 높이는 두 배쯤 될 것이다. 더 될지도 모른다. 문은 지난번과 같이 파아콘의 뒤에서 소리없이 닫혔다. 내부의 조명이 갑자기 밝아졌다. 기계의 작동에 따라 낮은 소음 비슷한 소리가 들렀다. 나는 좀 앞으로 이끌리는, 그 다음에는 또 떠밀리는 기분을 느꼈으나, 몸의 균형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짐작하기에 아마 이륙한 듯 싶었다. 새 환경을 살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까 토성인 조종사가 이 우주선은 소형원반에 견주면 크기뿐 아니라 그 밖의 점에서도 여러 모로 다르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우주선은 지상에 떠 있었던 것이 아니고, 3개의 거대한 구형 착륙장치로 대지에 내려앉아 있었던 것이다. 내가 느낀 이륙할 때의 느낌은 저크(Jerk ;갑자기 확 잡아당기는 느낌)였다. 주울이 설명하기를, 마치 쇠 한 조각이 자석에 붙어 있는 것과 같다고 가르쳐 주었다. 이러한 저크 현상은 분리의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에 보아서 낯익은 청백색 빛이 발산되자, 유리 같은 반투명체 금속으로 된 벽이 눈에 띄었다. 주위에는 약 1.2m의 곡선 통로가 있는데, 이것은 우주선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이 통로의 바깥벽에는 일련의 둥근 창이 뚫려 있었다. 그것은 소형원반의 그것보다 상당히 컸다. 눈어림으로 판단하면 이 둥근 창들은 한 상한(象限:원반을 4등분한 한 부분-역주)에 한 군(群)씩 전부 네 군 정도가 있었다.

 

게다가 같은 정도의 폭을 가진 복도가 전방으로 곧장 뻗어 있다. 우주선 직경의 3분의 1쯤은 되리라. 양쪽에 높은 벽이 있어서 그것이 둥근 천장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이 복도의 저편에 중앙 선실이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선체의 중심을 관통한 거대한 자기기둥이 눈에 띄었다.

 

그때 조종사가 비행중에 우주선 내부를 한번 둘러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나는 그것을 원했다. 길을 가리키면서 주울은 나를 중앙실로 데려갔다. 눈이 휘둥그래질 광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들어섰을 때는 너무나 낯설고 복잡한 광경이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 참조)

 

 

평면도를 그리면 선체는 차바퀴 같다. 네 개의 복도는 바퀴살처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중앙실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곳에 서 있는 것이다. 벽은 마루에서 천장까지 6m내지 9m에 이르고 있다. 벽면은 거의 전부가 색채광(色彩光)을 발산하는 도형이나 도표 따위로 가득했고, 그 표면은 직선이나 기하학 도형이 복잡한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지난번에 금성 원반에서 나를 탄복케 한 바와 같이 그 무늬는 끊임없이 색채광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처럼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나는 지난번처럼 황홀하게 들여다보고 었었지만 그것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할 수는 없었다.

 

원형의 벽면 주위에는 중간쯤 높이로 정교한 금속제 발코니가 있었고, 거기에는 사다리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벽 끝에는 반투명의 둥근 천장이 있고, 거기에 거대한 관측용 렌즈가 장치되어 있었다. 마루도 거의 전면이 같은 거대한 렌즈로 되어 있어서, 금성의 원반에서 본 렌즈에 비하면 직경이 적어도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그 언저리에는 구부정한 벤치가 있어서, 관측자는 거기 앉아서 우주공간을 통해서 훨씬 아래쪽 행성들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마루에서 둥근 천장까지 걸쳐 있는 중앙의 자기기둥이 방안전체를 위압하고 있었다. 두 개의 거대한 렌즈를 꿰뚫은 이 거대한 침묵의 금속봉, 이것이 에너지의 원천이며, 우리의 동경의 목표인 비밀-행성간 항행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아까도 말한 바와 같이 이 우주선은 네 개의 방사형 복도가 네 개의 문으로 중앙실로 이어지고 있다. 왼쪽으로 꺾어서 지금 우리는 이 복도의 하나를 따라 걷고 있는 중이다.

 

복도를 반쯤 지나니까 좌우 복도 벽에 난 두 개의 아치형 입구에 이르렀다. 조종사는 오른쪽 아치를 지나 나를 어느 한 선실로 안내해주었다. 듣자니 여기가 승무원의 침실이라는 것이었다. 이 실내는 재미있는 모양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우리 앞쪽에 열 두개의 작은, 방이라기보다 구획이 있었다. 승무원들은 거기를 자기들의 침실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작은 방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문이 모두 열려 있었기 때문에 내부 설비가 얼마나 완벽하게 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지구의 풀먼형(型) 침대차의 설계자도 부러워할 것임이 틀림없다.

 

난간이 달린 사다리 같은 것이 있어서, 침실 한 귀퉁이에서 바로 위층의 방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다. 4등분된 구획가운데서도 이 구획만이 2중 갑판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위층은 낮잠을 자거나 휴식하는 방으로, 소파와 푹신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서 승무원은 쉬거나 잡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투명인 둥근 천장의 사면은 그대로 이 실내의 천장이 되어서, 안락한 일광욕실을 연상케 했다. 아마도 멋진 휴식 시간을 여기서 보낼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거대한, 구부러진 유리와 흡사한 둥근 천장 저편에는 별이 빛나고, 우주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었다.

 

그쪽을 내다보면서 나는 승무원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주울이 입을 열었다.

 

「보통은 모두 12명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빼놓고 두 사람밖에 타고 있지 않습니다. 이 같은 단거리 여행에는 그 이상의 인원은 필요 없거든요.」

 

그때 나는 이 특별한 승무원은 모두가 토성인일까 생각했다. 이 우주선이 토성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울이 또 이렇게 바로잡아 주었다.

 

「이 원반은 토성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특정 행성이 소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우주인 모두의 소유라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승무원은 모든 행성에서 선발됩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대형 정찰원반으로서 장거리 여행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모선을 떠나 1주일 혹은 그 이상 모선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이 원반이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발생장치를 기내에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긴급한 경우에는 모선으로부터 재충전을 위한 특별 에너지를 각 원반에 빔(Beam)으로 직접 방사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침실 가까이의 통로에 나와 섰을 때 발 밑에서 희미한 진동을 느낀 것 같았다. 주울이 이렇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 까밝을 알 수 있었다.

 

「기계장치는 대부분이 이 부분의 마루 밑에 장비되어 있습니다. 침실에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공작실도 있답니다.」

 

나는 문을 찾았으나 헛일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다시 복도로 나왔을 때 다음 4등분된 구획으로 통하는 아치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부드러운 색채광과 기묘한 장치가 있었다. 거기가 바로 조종실이었다. 조종반 앞에는 두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전진해서 바깥쪽 원형 복도로 나왔다.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주울이 말했다.

 

「이 방 안에는 작은 방이 있어서, 그 속에 자그마한 원거리 조작을 할 수 있는 기록용 원반이 두 대 있습니다. 이것은 접근관측용으로 발사되는 무인원반이며, 극히 감도가 높은 장치가되어 있어서, 발견한 사실을 이 정찰원반에 알려 줄 뿐만 아니라 바로 모선에도 통보합니다. 그러니까 이중으로 기록을 할 수 있는 셈이지요. 이것은 특수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요구에 응해서 행성에 관한 영구적인 기록이 되는 것입니다. 이 소형원반은 이제껏 우리가 지구나 태양계 전체, 그리고 다른 태양계 등의 여러 상태의 지식을 얻는 데 크게 도움이 되어 왔습니다.」

 

바깥쪽 복도를 걸어서 우리는 4개의 커다란 둥근 창이 있는 곳으로 왔으나, 바깥을 내다보려고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다음의 방사형 복도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서 반투명의 단단한 양쪽 벽 사이를 지나 원반의 중심부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벽은 매우 두껍고 강해서 차바퀴의 바퀴살 모양같이 완벽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오른쪽 벽은 아마도 침실 뒷면의 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계속해서 주울은, 왼쪽 벽에는 식량과 그 밖의 원거리 여행에 필요한 물건이 보존되어 있는, 비교적 커다란 저장실로 통하는 입구가 있음을 설명해 주었다.

 

조종사가 <원거리 여행>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이 우주선이 모선의 도움도 받지 않고서 행성 사이를 항행할 수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울은 그 생각을 부정했다. 정찰원반은 바깥 우주를 비행하기 위해 건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번쩍이면서 움직이는 벽, 이를테면 온통 도표 따위로 가득 채워진 벽이 있는 중앙실로 들어갔다. 우리는 중심 렌즈의 끝부분을 통과해서 세 번째 방사형 복도에 도달했다. 이 마지막 복도는 아직 살피지 않았다. 반대편 복도에서도 그러했지만, 여기서도 가운데쯤에 두 개의 커다란 아치가 있었다. 처음에 우리는 왼쪽 아치 밑을 지나 어느 방에 들어섰다. 거기는 그들의 주방이었다. 그러나 절대로 주방으로는 아무도 생각지 못하리라. 지구에서 부엌으로 알려져 있는 방과는 조금도 비슷한 데가 없다. 보기에 단조로운 벽으로 둘러싸인 텅 빈 것에 지나지 않다. 그러나 이 겉보기는 전혀 위장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주울이 가르쳐 준 바로는 이 벽에는 마루에서 천장까지 선반과 칸막이로 차 있으나, 우주선 안의 모든 입구처럼 문이 열릴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리에 필요한 연장은 모두 이 선반 안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가 오븐이라고 부르는 물건 쪽을 향해 유리와 같은 작은 문이 한쪽 벽에 장치되어 있었다. 속을 들여다 보았지만 버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주울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조리법은 당신네와 다릅니다. 우리는 방사선, 즉 고주파를 사용해서 급속히 조리합니다만, 이 방법은 지구에서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지요. 그러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싱싱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주로 우리 행성에 풍부히 있는 맛있는 과일이라든가 야채를 먹습니다. 그 의도라든가 목적으로 보아서 우리는 이른바 <채식주의자>이지만, 긴급한 경우에 따로 식량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육식도 합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수채나 쓰레기통이나 수도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가정주부가 아니므로, 그때 없었던 것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설비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아마도 모두가 그렇지만, 여기에도 지구인은 상상도 못 할 기막힌 설비가 있을 것이 뻔하다. 의자나 식탁, 벤치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모두, 벽과 벽 사이에 감춰져 있는 것 같았다.

 

주방을 나와서 우리는 라운지로 들어갔다. 그것은 금성의 모선에서 구경한 라운지와 똑같을 만큼 아름답고 호화스러운 라운지였다. 거기에는 소파와 그 밖의 여러 가지 형의 의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적당한 거리에 투명한 널이 깔린 특수한 테이블이 있었다. 금성의 모선에 있었던 것과 같은 것들이다. 이 테이블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장식이 부착돼 있었다. 주울의 말을 들으면, 승무원은 연구하고자 하는 행성의 대기권 내를 관찰비행하고 있는 동안은 이 방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구인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여기서 여러 가지 즐거운 게임을 하거나 손님을 접대한다고 설명했다.

 

한 권의 책도 신문도 읽을거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러한 것들이 들어 있을 책장도 케이스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 방 마룻바닥을 덮고 있는 깔개는 노랑이 섞인 회색으로, 그것은 이 원반 안의 어디나 같았다. 깔개에는 특별히 무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죽은 매우 껄끄러운 느낌이었으나 발로 밟고 걸으면 두꺼운 스폰지 같은 감촉을 주었다.

 

이 객실에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서 중앙의 복도 쪽으로 꺾어 걸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정찰원반에 들어섰을 때 처음 걸었던 복도로 통하고 있었다.

 

이 멋들어진 우주선 안에서 여러 가지를 구경하고 설명을 들었으나, 조종실을 흘깃 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고, 이 기계장치를 움직이고 있는 동력에 대해서도 한 마디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들이 우주 공간에 있는 자연력을 이용하여 그것을 추진력으로 바꾸어서 여행하고 있음은 확실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정보를 얻어보려고 생각했다.

 

주울은 변명하듯이 웃으면서, 우주인은 아직도 완전히 지구인을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비밀을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까닭은, 당신네 지구인들은 아직도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 않거든요. 그 때문에 생각하기 전에 입으로 먼저 지껄여 버리는 수가 흔합니다. 그런 식으로, 이것을 악용할지도 모를 인간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 주겠습니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이 정찰원반의 항행 속도는 엄청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설명을 그 항행 도중에 들었지만, 아차 하는 동안에 벌써 항행은 끝나 있었다. 주울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제 모선에 닿았습니다. 착륙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지요.」

 

비행 거리에 관해서 그들은 한 마디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 모선이 금성의 모선보다 훨씬 더 멀리 지구에서 떨어져 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원반이 이 커다란 모선으로 들어가는 광경도 구경할 수 없었다. 원반의 중앙부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밖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점에서 지난번 체험과 똑같은 감각을 여러 가지로 느꼈다. 물론 왜 그런 것인지 까닭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약간 다른 점도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모선 내부를 하강할 때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그러한 낙하 감각이 여기에서도 있었으나 몸의 균형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정찰원반이 레일을 활강해서 정지점에 이르면 문이 열리면서 플랫폼으로 나서게 된다. 이 점은 먼젓번 모선과 같지만, 여기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금성의 모선에서 소형원반을, 가장자리와 레일을 죔쇠로 연결하는 작업을 맡은 사람도 없었다.

 

이 정찰원반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가 토성의 모선 안의 플랫폼에 올라서니, 이 모선은 금성의 그것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어떠한 체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공포감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지구 밖의 우주인과 새로이 만남을 거듭할 때마다 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포감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마다, 즉 그들을 만날 때마다 매우 겸허한 마음이 되어, 그들의 예지가 넘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름다운 우주선을 방문하거나 여행할 수 있는 특권을 나에게 베풀어 준 데 대해 감사했었다. 그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가 얻은 그 지식을 지구의 모든 동포에게 전하는 것뿐이다. 그가 누구이든지, 또는 어디에 있든지,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숭고한 지식의 은혜를 받느냐, 그것을 모멸과 의혹 속에서 내팽개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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