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UFO와 우주법칙

제4장 처음으로 대기권 밖을 보다

기른장 2022. 6. 15. 21:41

그때쯤이었다. 보기에 나와 동년배쯤 되는 남자 한 사람이 방 왼쪽 구석의 문으로 들어섰다. 그는 다정스럽게 웃고 있었다. 구석 쪽에는 사다리가 하나 서 있었는데 이 사다리를 오르면 아마도 선체의 갑판으로 통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 사다리는 아까부터 눈에 띄어 알고 있었으나 그쪽에 문이 있을 줄은 그 남자가 들어올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두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종실로 통하는 문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에 화성인 일무스가 되돌아왔다. 그런데 그녀는 그 화려한 가운을 조종사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이 제복은 남자가 입고 있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색깔은 밝은 갈색이고 허리에 두른 벨트에는 아래위에 진한 갈색의 줄무늬가 있었다. 조종실로 가지 않겠냐는 그의 권유에 나는 좋아라 하고 따라갔다.

 

파아콘도 같이 따라왔다. 세 사람이 다음 갑판으로 통하는 사다리를 오르니, 모선에 도착한 뒤 맨 처음에 들어섰던 주조종실 쪽으로 오오손이 걸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나이 지긋한 남자와 토성인 라뮤우는 라운지에 남았다.

 

갑판의 통로를 걸으면서 파아콘이 말했다.

 

「이 같은 거대한 모선은 어느 것이나 많은 인원의 조종사를 태우고 있습니다. 남자 두 사람에 여자 두 사람, 네 사람이 한 조가 된 교대 근무제이지요. 카르나와 일무스는 이 금성모선의 조종사입니다.」

 

이 통로는 내가 본 선내의 다른 곳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광원(光源)에서 비치는 평온한 빛으로 밝게 채워져 있었고 위로 경사가 져서 모선의 끝에 있는 조그마한 방까지 앞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방에 들어섰을 때, 그때까지 허리를 굽히고 도표 등을 보고 있던 젊은 남자가 이쪽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꾸벅 하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소개는 없었다. 어쩐지 일무스와 한 짝이 된 조종사의 한 사람 같았다.

 

「지금이 좋은 기회이겠습니다.」

 

파아콘이 입을 열었다.

 

「이 모선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모선은 우리가 타고 온 그러한 정찰원반을 열 두 대 싣고 있습니다. 사실 이 모선 내부는 바깥에서 보고 생각한 만큼 넓지는 않습니다. 벽과 벽 사이가 기계장비로 빽빽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 모선은」 하고 일무스가 말을 이었다.

 

「네 겹의 벽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모선에는 규모나 건조목적에 따라 보다 많은 벽이 있는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습니다.」

 

조종실은 낯선 설비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벽들 사이에 어떠한 기계 장비가 빽빽이 들어앉아 있는지 궁금해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러자 파아콘이 말을 꺼냈다.

 

「시간이 얼마 없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자세히 이야기해 드리지요. 우리가 처음에 모선 안에 들어선 근방은 전체가 정찰원반의 격납고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수리공장이 있어서 필요한 정비는 여기서 끝내게 됩니다. 최초에 건조할 때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부품이 망가지거나 마멸되거나 할 때가 있어서, 우주를 여행하는 모선에는 만전의 준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벽 사이에는 공기 조절장치가 설비되어 있어서 모선 내의 구석구석이 알맞은 온도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짧은 시간으로는 설명을 다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설비가 있습니다. 각 부의 여러 벽에는 안으로 통하는 문이 있어서 그곳으로부터 간단히 각 장치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각 모선에는 기술자가 타고 있어서 교대제로 일하고 있지요. 그들의 임무는 모든 부분을 쉼 없이 감시하고 점검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고장이 난다 해도 큰일이 벌어지기까지 발견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지요.」

 

이 조종실에서 나는 온갖 곳에 머리를 들이밀고 아래위로 두리번거리면서 관찰했다. 파아콘의 설명이 끝났을 때 청년이 손을 뻗어 계기의 한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곧 지금까지 단단한 벽으로만 생각했던 곳에 둥근 창 같은 구멍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조종사가 방안의 반대쪽에 있는 조그마한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어떤 미동(微動)을 느꼈다. 모선의 선수(船首)가 고개를 든 모양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그들의 행성까지 나를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허무한 것이었다. 움직임은 극히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고 곧이어 모선은 정지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무스가 내게 웃음을 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지구에서 8만km쯤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파아콘이 내게 둥근 창 가까이 오도록 손짓을 하며 물었다.

 

「우주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가 알고 싶지 않습니까?」

 

둥근 창에서 밖을 내다보았을 때 조금 전의 실망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지금 보니까 우주의 배경은 완전한 암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체의 주변에는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도처에서 무수한 반딧불이 온갖 방향으로 점멸하면서 날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이 반딧불은 엄청난 수의 색광(色光)을 내뿜어서 마치 거대한 우주의 불꽃놀이와 흡사했다. 그 광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장엄한 것이었다.

 

이 장관에 경탄의 소리를 누르지 못하고 있는데, 파아콘이 이번에는 지구를 되돌아보면서 우리의 이 작은 천체가 이만한 거리를 두고서 볼 때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재촉했다.

 

나는 똑똑히 보았다. 놀랍게도 우리의 지구가 흰색 빛을 내고 있었다. 달빛과 매우 닮았지만,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밝은 밤하늘의 달빛만큼 밝지는 못했다. 희미한 유백색(乳白色) 광채가 지구를 둥글게 싸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 크기는 아침 일찍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견줄 수 있으리라. 지구상에서 보이는 것으로 짐작이 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 밑의 지구는 단지 하나의 커다란 광구(光球)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우리 지구에 헤아릴 수 없는 생물들이 웅성거리고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으랴.

 

고도 8만km에서 조종사는 자동 조종장치를 작동시켰다. 일무스가 이야기에 끼여들어서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각 조종실에는 한 대씩 자동 조종장치가 있거든요. 단독으로도 작용합니다만, 몇 대씩 연결해서 작용시키는 수도 있습니다. 우주선의 진행을 통제하거나 위험물체의 접근을 경고하는 작용을 완전히 다 해줍니다.」

 

남자 조종사는 제자리에 남아 있었다. 일무스는 이에 대해서

「각 조종실에는 언제나 한 사람은 근무 위치에 있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라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일무스는 조종장치를 좀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각 조종사석 곁에는 조그마한 파이프 같은 것이 바닥에 박혀있었는데, 조종사는 거기서부터 손쉽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높이에 서 있었다. 일무스는 설명을 계속했다.

 

「배에 처음 들어왔을 때 주조종실을 통과했었지요. 그때, 망원경이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까? 이 파이프는 그 망원경으로 연결되어 있답니다.」

 

그러나 이때 망원경은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이 망원경은 아마도 모선이 실지로 행성 사이를 항행하고 있거나, 관측이나 조정(調整)을 목적으로 잠시 정지하고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안의 조종사석 부근 바닥 전체가 정찰원반의 마룻바닥과 똑같이 확대렌즈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선에서는, 특히 이 렌즈를 들여다보자면 무릎을 꿇고 엎드리지 않으면 안 될 각도로 되어 있었다.

 

바깥에서 진행되고 있는 온갖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거기 보이는 우주와 그 우주의 어마어마한 활동에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말한 반딧불 현상 외에도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발광체가 공간을 통과하는 것이 보였다. 이 거대한 발광체는 내 사견이지만 불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빛나고 있음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어느 물체는 세 가지의 저마다 다른 빛깔, 즉 빨강·보라·푸른빛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별개의 우주선이 아닌가 하고 물어 보았다.

 

일무스는 웃으면서 「아닙니다.」 하고 대답했지만, 그 이상은 더 말하지 않았다.

 

때에 따라서 크기가 여러 가지인 검은 물체, 우주 그것보다도 검은 물체가 통과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물체가 이 모선에 부딪칠 위험은 없는 모양이었다. 어느 때는 이 검은 물체가 부분적으로 빛을 내는 수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는 우리 지구에서 유성이라고 부르는 별똥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과정에서 대기와 마찰을 일으킬 때만 빛을 내는데, 그 빛이 우리 지구에서 보였던 것이다. 보아하니 이 물체는 모선의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는데도 왜 충돌하지 않는 것인가를 물어 보았다.

 

「이 우주선 자체가」 하면서 파아콘이 설명에 나섰다.

 

「자연의 힘을-당신네 말을 쓰면 <전자기(電磁氣)>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 자연의 에너지를 쓰고도 남을 만큼 비축하고 있습니다. 이 남은 에너지는 우주선의 외벽(外壁)을 관통해서 공간의 어느 거리까지 방사됩니다. 이 에너지의 방사가 극히 짧을 때도 있으나, 때로는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방사되는 수도 있지요. 이것이 온갖 물체와 지구에서 말하는 <운석> 따위에 대한 방패로서 작용하여, 이 끊임없는 에너지의 방사로 말미암아 이러한 모든 물체와의 충돌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다시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우주공간의 모든 천체는 우주공간에 대해서 음극을 형성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실지로는 전자력(電磁力)의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셈이 되지요. 따라서 음극의 방사선은 음극의 천체 모두에 대해서 반발하고, 동시에 두 물체의 접근으로 일어나는 마찰열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나는 몇 시간이라도 이 장엄한 우주의 <광경>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매우 빠듯해서 곧 조종사는 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들은 처음에 승선했을 때에 모선이 정지하고 있던 1만 2000m의 위치로 돌아갔다.

 

우주선의 움직임으로는 하강중인지 방향전환 중인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 선체의 움직임은 극히 안정되어 있었고,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선풍기가 돌 때와 같은 어렴풋한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모선 안에서는 호흡이나 균형을 위한 특별한 헬멧 또는 그 밖의 장비를 몸에 착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쉴 새 없이 갖가지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내가 탄복한 것은 선내 어느 곳에서나 눈에 띄는 장치는 모두가 단추 하나로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파괴용의 무기로 생각되는 것이라고는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모선으로부터 방사되는 방사선으로 조정되는 자연의 반발력을 우주공간에서 본 후에는 나는 이 힘이야말로 만일에 그 필요성이 생겼을 때 매우 효력이 있는 자체 방위책으로 쓰일 수 있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 대해 파아콘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날카로운 안목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필요성이 생긴 일이 없습니다. 좀더 나아가서 만일 우리가 우주의 동포들과 목숨을 걸어야 할 싸움이 벌어졌을 때-가장 호전적인 지구인들과도-상대방을 죽이느니 우리는 차라리 자신이 멸망하는 편을 택합니다. 」

 

이 간결한 말 뒤에 숨은 뜻이 내 마음을 깊숙이 찔렀다. 지구의 우리 동포들이, 이를테면 대립되고 분열된 사람들이, 이와는 전혀 다른 반대의 사고를 하고 있는 현실을 돌이켜보면서 나는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지구의 강국들은 아직도 경쟁을 그치지 못하고 무서운 파괴무기를 쉴 새 없이 양산해 내고 있다. 그것은 반드시 지구상에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몇십 억이라는 인간에게 죽음과 재앙과 병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나는 젊은 병사들 마음속에 신념으로 불어넣어지고 있는 <적>에 대한 증오심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그들을 살인으로 몰아넣는 데 불가결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죽이려는 욕구는 <창조물> 가운데서의 인간의 위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자연인의 천성은 아닌 것이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만물을 사랑하는 <영원한 아버지>에게 빌고 그 은혜를 입기 바라면서, 동시에 그 천성인 인간성 자체를 저버림으로써, 그들의 기원(祈願)을 스스로 모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내 마음을 오르내리고 있는 사이에 일무스와 파아콘은 두 사람 모두 잠자코 있었다. 지금까지 한두 번 이런 생각을 되풀이해 온 것이 아니지만, 이때만큼 심각하게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서 이제부터는 이런 생각이 나의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파아콘이 보통 라디오 크기 만한 장치를 내게 보여 주었다. 스크린은 텔레비전과 완전히 닮은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것은 지구를 비롯한 다른 행성의 상공을 통과하거나 정지해 있을 때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화면에 담거나 기록합니다. 거기서 주고받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광경을 잡아서 스크린에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내부장치가 이 모든 것을 음파로 분해하면서 우리의 말로 옮겨 줍니다. 그러면서 지구의 녹음기와 같은 원리로 그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그는 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모든 말들은 음악의 옥타브에 비슷한 파동 또는 음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온갖 멜로디가 몇 개의 음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과 같다. 이 법칙을 알면 여태껏 미지에 속했던 언어를 순식간에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미지의 파동이 나타났을 때는 영상의 형태로 바뀌어져, 그것이 미지의 말이나 파동이 뜻하는 것을 정확히 나타내 주는 것이다. 그는 테입를 보여 주었는데 여태껏 내가 지구에서 보아온 어떤 테입과도 전혀 같지 않았다.

 

어쩐지 직소-퍼즐(jigsaw-puzzle : 조각 그림 맞추기 게임)을 풀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가 당혹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일무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때는 이렇게 물어 왔다.

 

「아주 옛날에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 음향과 파동에 관한 우주적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여 응용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말씀 드리면 물론 놀라시겠지만……」

 

나도 오래 전부터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무스가 또 말을 계속했다.

 

「이 지식은 현대문명에서는 완전히 상실되어 있지요. 여기저기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을 눈치채고 있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아는 바라고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행성에서는 이 파동의 법칙이 교육체계의 기본적인 생각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법칙을 바탕으로 이용하면, 학생들은 모든 분야의 지식과 표현을 매우 재빨리 익힐 수가 있습니다.」

 

이때 파아콘이 입을 열었다.

 

「이제 라운지로 돌아가야 되겠습니다.」

 

돌아서면서 일무스를 앞세우고 나는 이 거대한 우주선이 12km에서 8만km로 상승할 때, 내부에서 전혀 아무런 움직임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파아콘의 대답이었다.

 

「이 우주선은 정밀하게 건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지구에서 잠수함을 만들듯이 말입니다. 」

 

나는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지구인이나 지구의 발달 상황, 그리고 과정에 대해서 무엇이든지 알고 있구나 싶어서였다.

 

「지구의 잠수함은 물 속에 상당한 깊이까지 잠깁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대부분 움직임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계기에는 나타나지만. 그리고 또 승무원은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구의 잠수함도 그만큼 공을 들여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 속에 잠기는 배나 우주를 여행하는 배나 실지로는 그렇게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한 가지, 우리의 우주선은 자연력, 즉 인력을 이용해서 추진되지만, 당신네들 잠수함은 인공적인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 다르지요.」

 

그가 말하는 한 가지 차이만 해도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되었으나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파아콘이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만일에 지구인이 <우주>에 넘쳐 있는 자연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지구에서도 우리의 우주선처럼 해면에서 날아올라 대기권을 빠져, 우주까지 연속 항해할 수 있는 잠수함을 만들게될 것입니다.」

 

이때 나는 일찍이 1951년에 보고된 바 있는 두 개의 사건을 생각해냈다. 하나는 한국 서해안의 인천만(仁川灣) 수역에서, 갑자기 두개의 <미사일>이 밝은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려와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는 사건이다. 이 미사일은 닻을 내리고 있었던 수상기모함 <가아드너즈 베이Gardiner's Bay> 바로 옆에 떨어져서 약 30m 높이까지 물기둥을 뿜어 올렸다. 그 후 이 미사일은 다시 바다 속에서 날아올라 하늘 높이 솟더니, 잠깐 사이에 시계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보고서의 내용이다. 또 하나는 스코틀랜드 해변에서 일어난 일로 거의 같은 사건이었다.

 

파아콘은 내 생각을 알아챈 듯,

「그러니까 당신이 찍은 이런 형의 모선 사진에, <잠수함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때 우리들은 라뮤우와 나이 지긋한 남자를 남겨 놓은 채 떠났던 그 커다란 라운지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아직도 앉아서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두 사람은 일어서서 작은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의자가 많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우리도 그들과 합류하도록 손짓을 했다.

 

그 의자는 식당용이나 사무용으로 쓰일 그런 물건이었으나, 그보다 더 안락했다. 우리가 자리에 앉을 무렵, 카르나와 오오손도 나타나서 한자리에 끼었다.

 

테이블 위에는 맑은 액체가 담긴 글라스가 놓여 있었다. 마셔 보니까 시원했다. 아주 묘하게 달면서,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물보다 좀 진한 느낌으로 마신다기보다 먹는다고 하기에 알맞은 것이었다. 이 주스를 짜낸 과일의 이름을 들었으나, 이 맛에 견줄 만한 지구의 과일은 생각나지 않았다.

 

지구를 떠나와서 지금까지 지낸 시간은 전부 한 시간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 동안에 나의 온 생명력과 이해력은 <우주>라는 관념을 향해서 크게 전환한 것이다. 그 성과는 내가 지구에서 산 61년 동안에 얻은 것보다도 훨씬 컸다.

 

우리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앉았을 때, 모든 사람들의 눈은 입을 열려고 하는 나이 많은 우주인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모든 행성 가운데서 그가 어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훨씬 나중에 가서 안 일이지만, 나도 웅대한 진화를 이룩한 존재 앞에 앉아 있음을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자리를 같이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도 모두 나와 마찬가지였으며, 그들도 또한 이 사람 앞에서 매우 겸허한 마음이 되어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듣자니 이 노인은 지금의 육체를 지닌 채, 거의 천 년 가까운 세월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약 한 시간 가량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내게는 1분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위대한 예지를 지닌 이 성자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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