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UFO와 우주법칙

제2장 금성 정찰원반의 내부

기른장 2022. 6. 15. 21:00

우리가 도착한 지 얼마 안돼서 곧 오오손은 몸을 훌쩍 날려 원반에 탄 후에 나에게도 타라고 손짓했다. 파아콘과 라뮤우도 곧 뒤를 이어 따라왔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이 정찰원반은 지상에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어서 올라타려면 작은 걸음으로 한 걸음만 오르면 충분했다.

 

이전에 난생 처음으로 대기하고 있었던 원반에 가까이 갔을 때 언젠가는 타 볼 기회가 있으리라는 예감은 가졌었지만 지금은 실제로 올라타고 있는 것이었다. 내 기쁨을 제발 상상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처음 보는 우주선 내부를 재빨리 훑어보면서 나는 그들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이 정찰원반의 내부 상황을 내게 보여 주는 데 그치려는 것인지 아니면-도저히 바라기도 어렵지만-혹시 나를 정말로 우주로 데려가 줄 작정인지, 나는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우리는 곧장 선실(船室)로 들어갔다. 선실은 하나뿐인 것 같았다. 그 선실로 통하는 문은 키 큰 토성인이 몸을 굽히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높았다. 끝으로 선실에 들어선 라뮤우의 발이 마룻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문이 소리 없이 닫혀졌다. 그때 극히 작았지만 웽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는, 원반 벽의 상부에 장치되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거대한 코일과 마룻바닥 양쪽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이 웽 소리와 때를 같이하여 그 코일도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열(熱)은 없었다. 나는 처음 우주선을 보았을 때도 원반의 상부에 이같이 번쩍이는 코일이 있었음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그때 그것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프리즘과 같이 여러 가지 색깔, 즉 빨강, 파랑, 초록색 등을 방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구경해야 할지 나는 어리둥절했다. 우주선 선체의 각 부분은 연결 장소를 알 수 없게끔 완벽하게 조립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전혀 믿어지지 않았고 나는 새삼 그 고도의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 만났던 원반에도 출입구 비슷한 곳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리가 선내(船內)에 들어선 뒤로 조용히 닫혀진 문은 벌써 자취도 볼 수 없었다. 그저 단단한 벽 같은 것이 눈에 띌 뿐이었다. 문이 닫히고 벌떼 소리 같은 웽 소리가 들리더니 꼭대기의 코일이 달아오르면서 선내가 차츰 밝아졌다. 이 모두가 때를 같이하여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사실만으로 나는 완전히 흥분하게 되어 어느 한 가지 일에 정신을 집중하려면 손을 꽉 쥐고 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으려면 이 모든 것의 생김새를 뚜렷이 내 머릿속에 새겨 넣고 원반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눈짐작으로는 선실의 내부 직경은 대략 5.4m이고, 지름이 60cm 가량의 원주(柱)가 둥근 천장의 꼭대기로부터 마룻바닥 한가운데로 뻗어 내리고 있다. 이 기둥은 이 우주선의 자극(磁極)으로서 이것으로 자연의 힘을 추진력으로 이끌어 낸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이 기둥의 정상(頂上)은,」 하면서 파아콘이 손으로 가리켰다.

 

「보통은 양극(陽極)이며, 짐작했겠지만 마룻바닥 밑으로 뻗은 이 기둥의 끝은 음극입니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단추를 누르기만 함으로써 양극(兩極)을 역전시킬 수 있지요.」

 

나는 볼 수 있었다. 마루 한가운데에는 약 1.8m 넓이로 밝은 둥근 렌즈가 박혀 있었고 그 중심을 꿰뚫으면서 자극이 서 있었다. 이 거대한 렌즈의 양쪽 벽면 가까이에, 작지만 안락한 벤치 두 개가 마주 놓여 있었다. 그것은 두 개 모두가 주변의 벽을 따라서 굽어 있었다. 나는 시키는 대로 그 한쪽에 가 앉았다. 그러자 파아콘이 내 곁에 와 앉아서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주었다. 라뮤우는 반대쪽 벤치에 자리잡고 오오손은 조종반(操縱盤)으로 몸을 돌렸다. 이 조종반은 두 개의 벤치 사이의 바깥벽을 향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우주선에 들어설 때 통과한, 지금은 보이지 않게 없어진 그 출입문의 정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좌석에 앉으니까 조그마한 굴곡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막대기가 내려와서 내 허리춤에서 멈추었다. 이 막대기는 말랑말랑한 고무 성분의 재료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쩌면 그저 고무 성분을 입힌 것뿐인지도 모른다.

 

그 목적은 분명하다-앞으로 넘어지거나 균형을 잃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는 간단한 안전장치인 것이다.

 

파아콘은 설명했다.

「이따금 완전히 착지(着地)했던 기체가 갑자기 지상에서 떠오르려고 할 때 심한 충격을 받는 일이 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나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는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당신네들 비행기의 안전벨트와 아주 같은 원리랍니다.」

 

기막힌 일이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금성인과 처음으로 만난 뒤에 그가 가버리자, 나는 뒤에 처져 지금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에 시달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따라갔으면 하고 동경하고 있었다. 그 뒤로부터 나는 언젠가는 꼭 이 같은 특권이 내게 주어지리라고 간절히 바라며 꿈꾸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히 우주여행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아무리 불충분하더라도 나의 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보고들은 것을 모조리 외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속으로 거듭 그렇게 되뇌었다.

 

파아콘이 말을 계속했다.

「이 우주선은 2인승으로 만들어져 있지요. 잘하면 세 사람까지는 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긴급할 때>는 더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올라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요.」

 

그는 그 이상 더 설명하지 않았다. <긴급할 때>라는 것이 다른 정찰원반이 고장을 일으켰을 때 구조하려고 달려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들의 과학적 지식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서 스스로 목격하고 그 인상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만큼 도대체 어떤 실패가 일어난다는 이야기인지 거의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도 또한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제아무리 진보된 문명을 가지고 있다 해도 반드시 과실이나 재난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눈에 안 보이는 그 출입구 양쪽 90cm 넓이에 걸쳐서 장치된 그래프나 차트(도표) 비슷한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것은 마루에서 천장에 이르기까지 꽉 차 있었다. 도안 자체는 매력적이었으나 지구에서는 이와 같은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용도(用途)를 알아맞혀 보려고 했다. 거기에는 바늘도 눈금 같은 것도 없었고, 다만 순간적으로 비치는 섬광(閃光), 그때마다 변하는 색채와 강도만이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는 어떤 특별한 도표 위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유색(有色) 광선군(光線鮮)이 있었다. 아래위로 움직이는 것도 있고 십자형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기하학 모양을 가진 것도 있었다.

 

그들이 나타내는 뜻과 기능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지만, 설명을 해주었다고 해도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스럽다. 그러나 나는 세 사람의 우주인이 모두 거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각의 변화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이 계기류(計器類)는 대기라든가 우주의 상황 그리고 또 항로의 방향이나 물체의 접근 같은 여러 가지 것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벤치 바로 뒤에는 언뜻 보기에 단단하고 텅빈 감이 드는, 3m 가량 돼 보이는 벽면이 바싹 닿아 있었다. 한편 그 건너 출입구의 반대쪽에는 지금 적은 도표류와 약간 비슷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점에서 다른 바가 있는 별종(別種)의 도표가 있었다. 조종사의 조종반은 상상해 보지도 못한 기막힌 것이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흡사한 것을 찾자면 아마도 오르간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건반이나 음전(音栓) 대신에 이 조종반에는 몇 줄의 단추가 나란히 있고, 몇 개의 작은 램프가 바로 이 단추의 줄을 비추고 있었다. 램프 하나가 저마다 동시에 다섯 개의 단추를 비추도록 장치되어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여섯 줄의 단추가 있었고, 각 줄은 1.8m 가량의 길이였다.

 

이 조종반 앞에는 조종석이었는데, 우리가 앉아 있는 벤치와 매우 닮은 것이었다. 벤치 바로 옆, 조종사의 손이 간단히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중앙부 자기기둥[磁氣柱]에 곧장 연결되어 있는 특수한 장치가 놓여 있었다. 파아콘은 그 장치의 용도에 대해서 내가 말없이 생각하고 있었던 바를 이렇게 말하면서 입증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바로 잠망경이지요. 지구의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도표 따위의 표면이나 벽면의 도형에는 여러 가지 광선이 번쩍이면서 그 강도가 세어졌다 약해졌다 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러한 반투명의 우주선이 하늘에서 이동하고 있을 때, 여러 가지로 변화하는 색채를 발광하고 있다는 보고를 자주 접하였지만 이제서야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밖에도 이 같은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은 또 있었다. 색채 변화의 대부분과 원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빛나는 코로나-햇무리나 달무리 같은 광대(光帶)-는 모두가 우주선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바깥 대기 쪽으로 방사되기 때문이며, 이른바 이러한 이온화(化) 현상과 비슷한 과정 때문에 우주선 주변이 항상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선내에는 어두운 곳이 한 곳도 없었지만 그 빛이 어디서 오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부드럽고 상쾌한 빛이 구석구석 퍼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이 빛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할 수가 없다. 백색도 청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그 어떤 색깔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빛 속에 온갖 색채가 부드러운 혼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한 가지 색, 두 가지 색이 유난히 강하게 번쩍이는 일이 있는 것도 같았다.

 

나는 그 비밀을 푸는 데 열중했고, 동시에 이 조그마하면서도 신기한 우주선 내부의 세부사항을 분명하게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우주선이 벌써 이륙하고 있는 사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어쩌다가 갑자기 미동하는 느낌이 있었던 기억만은 있다. 그러나 우주선보다 속도가 현저하게 느린 지구의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에 느끼는 커다란 가속도라든가 기압이나 기온의 변화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또한 지상에서 떠날 때에도 전혀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이 지구 자체가 태양의 주위를 초속 30km의 속도로 회전하고있지만, 그 움직임은 아무도 느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다른 움직임도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원반 비행체에 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와 같은 움직임이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거의 정지라고 해도 좋으리라 느꼈을 것이다. 하긴 사실을 말하면 너무나 숱한 경이적인 일이 꼬리를 물고 내 의식세계에 엄습해 왔던 탓으로, 내가 그 하나 하나를 뚜렷이 분간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지상에 돌아와서 이 날 밤의 체험을 마음속으로 차례차례 회상하고 나서부터였다.

 

다음으로 나는 우연히 발치에 있는 커다란 렌즈에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놀랄 만한 광경이 내 시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선은 작은 마을의 지붕 위를 스칠 듯이 바짝 날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상에서 30m 가량 올라간 곳에서 굽어보듯 모든 것을 하나하나 내려다볼 수가 있었다. 알고 보니 실지로는 약 3.2km 가량의 고도에 도달해 있고 아직도 상승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렌즈의 광학장치는 배율이 엄청나서, 원하기만 하면 우주선이 수십 킬로미터 밖의 상공에 있어도 지상의 인간을 한 사람 한 사람 포착하여 살필 수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가운데의 자기기둥은 이중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화성인이 설명을 계속했다.

 

「추진력의 대부분을 공급해 줄 뿐더러, 강력한 망원경의 구실을 하고 있지요. 이 한쪽의 끝은 천장을 뚫고 나가 천공을 살피는 데 사용되고, 또 한쪽 끝은 마룻바닥을 뚫고 하계를 관찰하는 데 사용됩니다. 영상은 이 기둥을 지나서 마루와 천장에 설치된 두 개의 커다란 렌즈에 투영되지요.」

 

그것이 전기로 작용하는 것인지 그 밖의 수단을 사용하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렌즈의 배율은 원하는 대로 바꿀 수가 있다고 했다. 아마도 우리가 지구상에서 알고 있는 단순한 광학 계통으로 생각할 수 없는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반투명의 둥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의 산장에서는 밝은 밤엔 언제나 별 하늘이 손에 닿을 듯이 가깝게 보였지만, 이 천장의 렌즈로 내다본 별은 정말 우리 머리 바로 위에 박혀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기막힌 별 하늘의 아름다움과 눈 아래 번쩍이면서 스쳐 가는 지상의 광경을 바라보다가 마룻바닥의 렌즈를 관통하고 있는(또는 그 바로 밑을 지나고 있는) 렌즈의 케이블에 관심이 쏠렸다. 이 케이블은 가운데 기둥 부근에서 네 줄이 십자형으로 교차하고 있었다.

 

화성인은 나의 관심이 바뀌었음을 알고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이 케이블 가운데서 세 줄은 자기기둥에서 뻗은 힘을 선체의 하부에 있는 세 개의 구체로 전달합니다. 이 구체는 때에 따라서는 이착륙(離着陸)장치로서 사용되고 있음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구체의 속은 공동(空洞)입니다. 긴급 착륙을 할 때는 아래로 내려가고, 비행 중에는 위로 끌어올려져 있지만, 그 가장 중요한 용도는 자기기둥에서 보내져 오는 정전기(靜電氣)의 콘덴서로서의 구실입니다. 이 힘은 우주 어느 곳에나 골고루 퍼져 있지요. 그 자연의 집중적인 현상이 번개로 터지는 것입니다. 네 번째 케이블은 기둥에서 두 개의 잠망경 비슷한 기구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는 조종석 옆에, 또 하나는 그 바로 뒤에, 보시다시피 중앙부 렌즈의 가장자리에 맞대어져 놓여 있습니다. 이 기구는 사실은 주요한 광학계통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종사는 그 덕택에 자리를 뜨는 일없이 진행 중에 외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샅샅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장치는 스위치 하나로 넣었다 끊었다 할 수 있고 또 자유로이 조절할 수도 있지요. 이것은 두 승무원이 서로 간섭을 받는 일없이 망원경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계설비는 모두 이 선실의 마루 밑과 밖으로 튀어나온 외부 테두리의 밑 부분에 수용되어 있었다. 이 점은 이 원반의 사진을 보면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나는 실지로 기계 따위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매우 작은 방에 안내되었다. 그 방은 기계실로 들어가는 입구도 되고 한편 긴급할 때의 수리공작실로도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초미니의 용광로와 2, 3개의 문 달린 선반이 있었다. 이 선반에는 짐작컨대 수리에 필요한 공구나, 재료가 보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입구에서 이 방을 들여다보고 있자 조종사가 외쳤다.

 

「착륙 준비를 해주시지요. 모선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정찰원반에 올라탄 지 겨우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앉아 있었던 벤치 뒤의 벽은 조금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보니까 둥근 구멍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서 점점 벌어지는 그 구멍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카메라의 셔터와 비슷한 구조였다. 이윽고 직경 45cm 가량의 둥근 창이 하나 나타났다. 그때 나는 비로소 내가 찍은 원반 사진의 둥근 창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때까지 그런 창이 벽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우리가 들어온 출입문처럼 이 둥근 창에도 덮개가 씌워져 있어서 닫혔을 때는 분간을 할 수 없도록 벽에 밀착돼 있던 것이었다. 사진에 나타난 광경을 생각해 내면서 나는 양쪽에 각각 네 개, 도합 여덟 개의 둥근 창이 있어야 될 것으로 판단했다.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오오손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입증해 주었다.

 

「단추를 누르면 전부 또는 하나씩이라도 열 수가 있습니다. 물론 닫을 때도 같지요.」

 

조종사가 착륙이 절박하다는 것을 알렸을 때 화성인은,

「원반이 모선에 착륙하는 상태를 봐두면 재미있을 겁니다.」

하고 말했다.

 

이제 정말로 모선에 도착하는 것이다. 나의 감정은 흥분되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침착을 되찾으려고 애쓰면서도 나의 마음속에는 모선이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착선(着船)하려는 것인지 하는 따위의 의문이 솟아올랐다. 말로 표현하지 않은 이 질문에 오오손이 곧 대답해 주었다.

 

「이것은 작년에 우리가 사막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 당신과 일행들 앞에 나타나서 여러분을 놀라게 했던 것과 같은 모선입니다. 이 모선은 이곳에서 쭉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지상에서 약 12km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보십시오. 이 같은 소형원반이 도착해서 이 수송선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잘 보아 두십시오.」

 

나는 황홀해서 둥근 창 밖을 내다보았다. 멈추어 선 채 아래쪽으로 정지해 있는 거대한 검은 모습을 발견했다. 가까이 감에 따라 이 거대한 모습이 시야에서 꿰어져 나갈 듯이 크게 불어나면서, 밖으로 아래쪽을 향해 포물선을 긋고 있는 거대한 모선의 측면이 나타났다. 천천히, 그야말로 천천히 우리의 작은 우주선은 접근을 계속, 마침내 이 거대한 수송선의 바로 위 상공에 이르렀다. 나의 동반자가 이 모선의 크기는 직경 45m, 길이 600m에 가깝다고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이 거대한 시가(cigar)형의 수송선은 성층권에 꼼짝 않고 멈춘 채 떠 있었다. 이 진기한 광경은 나의 기억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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