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UFO와 우주법칙

제8장 토성의 모선

기른장 2022. 6. 15. 21:47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내용은 좀 복잡하다. 토성의 모선에 올라탄 후로 내가 목격한 기계장치는 아주 신기한 것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 작동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다. 얼마 만큼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훨씬 후의 일이다.

 

우리가 정지한 플랫폼(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으나 실지는 15m 평방의 자력 엘리베이터임이 판명되었다.)은 깊이 60m 이상 되는 거대한 수직공판을 지나서, 이 거대한 모선의 바닥으로부터 꼭대기까지 인원과 화물을 나른다. 엘리베이터의 중심부에는 자기기둥이 관통하고 있어서. 이것이 이 수직공간의 높이 전부에 미치고 있었다. 이 자기기둥이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고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반을 내려섰을 때 내가 처음에 놀란 것은 위로 깎아지른 듯이 솟아 있는 거대한 수직공간이었다. 우리 앞에는 난간이 붙어 있는 일종의 다리(브리지) 같은 것이 있어서, 정찰원반이 멈춘 갑판과 플랫폼을 연결하고 있었다. 15m의 플랫폼이 이 수직공간을 완전히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주울을 따라가면서 나는 주위를 돌아보고 관찰했다. 나는 이 거대한 모선의 위압감과 방대한 구조에 위축되고 말았다. 뒤를 보니까 훨씬 높은 곳에, 정찰원반의 둥근 지붕 너머로 지금 우리가 내려왔던 넓은 공간의 천장이 보였다. 커다란 두 줄기의 레일이 위로 뻗어서 이 천장을 뚫고 있었다. 공기판이 있는 곳보다 훨씬 더 높이 뻗어 오르고 있였다. 나는 바로 그 위에 아까 우리가 들어왔던 이 모선의 입구가 있음을 발견했다.

 

플랫폼에 도착하여 파아콘이 일러준 대로 엘리베이터가 지나는 수직공간을 눈여겨보았더니, 여기 말고도 위쪽에 셋, 아래쪽에 세 개의 바닥 또는 갑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모두 7층이 되는 셈이다. 각 층에는 브리지, 말하자면 수직공간으로 불쑥 튀어나온 발코니와 흡사한 부분이 있었다. 이것으로 플랫폼의 언저리와 각 층 갑판과의 사이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 돌출부분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적교(吊橋:필요가 있을 때만 내려놓고 필요가 없을 때는 매달아 두는 다리. 성곽의 출입구에 많이 쓰임-역주) 모양으로 끌어올릴 수가 있다.

 

그 길이는 각 층의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와 같기 때문에 그것이 들어 올려지면 갑판의 입구를 막게 되고 수직공간에 바싹 밀착하여 입구를 완전히 가로막는다. 엘리베이터의 플랫폼이 목적하는 층에 도달하면 이 수직공간의 벽면부가 당겨 올려져서 돌출된 발코니로 변한다. 그 다음에 엘리베이터의 난간이 밖으로 나가서 발코니의 난간 구실을 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일 때는 이 난간은 발코니에서 끌려 들어가 엘리베이터의 난간으로 되돌아가게 마련이다.

 

정찰원반에서 내려선 직후 나는 이 난간의 작동을 자세히 눈여겨보았다. 발코니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후면의 난간이 우리들을 둘러싼다. 이렇게 되면 위쪽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내가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생각으로 관찰을 하고 있으려니까, 주울이 엘리베이터의 바닥에서 10cm 높이에 있는 자그마한 운전반 옆에 섰다. 내가 혹시 무심코 발을 올려놓을까봐 그걸 막기 위한 것 같았다. 이 운전반은 길이 70cm, 폭이 15~20cm쯤 되었다. 거기에는 발로 조작하기 쉽게, 2단으로 된 여섯 개의 단추가 있었다. 단추 하나마다 용도에 따라 기호가 붙어 있었으나, 나는 읽을 줄 몰라서 무슨 기호인지 알 수 없었다.

 

주울이 그 단추의 하나를 밟았다. 그러자 곧 플랫폼 앞쪽에 붙어 있던 난간이 바깥으로 천천히 돌출해 나왔고, 우리들이 막 도착한 회전축의 반대측 벽면 발코니의 돌출된 난간으로 변했다. 수직공간을 종선(縱線)으로 치면 이 발코니는 횡선으로 돌출해 나와 있는 셈이었다. 우리 앞의 벽에서 아름다운 균형이 잡힌 장식문이 나타나면서 미끄러지듯 열리고, 아주 별개의 기막힌 광경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그대로 아담한 홀로 들어섰다. 여기는 금성의 모선에서 본 홀과, 그리고 가구 세간이나 디자인이 아주 비슷했다. 단지 좀 큼지막할 뿐이었다. 어디서 비추는지 모르지만 여기서도 그 신기하고 부드러운 불빛이 방안을 아름답게 비춰 주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곧바로 그 방에 있었던 여섯 명의 여자와 역시 여섯 명의 남자에게로 쏠렸다. 분명히 그들은 우리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작은 원을 그리고 앉아서 서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모두 일어서서 얼굴에 웃음을 띠였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앞으로 나서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전에 만나 본 일도 없는데, 아주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 주는 것이다.

 

여자들은 아름다운 가운 같은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상야릇하게 반짝이면서 마치 생물체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모두가 넓은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으나, 이것이 의상의 일부를 이루고 있음이 분명했다. 띠에는 부드럽고 생기 있게 빛을 발산하는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아직까지 나는 그런 보석을 지구에서 구경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 보석으로 꾸며진 띠만이 우주세계의 여자들이 몸에 지니는 유일한 장신구였다. 그 보석류에 경탄의 눈길을 보내면서, 나는 이 보석류가 지구의 그것들보다 훨씬 뛰어남은 물론이고, 이 멋진 빛은 그 보석을 몸에 지니고 있는 여성들의 빛남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하고 스스로 물어 보았다. 이 생각은 파아콘이 나중에 시인해 주었다.

 

여자들의 가운 자락은 손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옷의 목 부분은 둥그랬다. 색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서 달랐지만, 어느 빛이나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였고, 그것이 여기 모인 여자들에게 조화를 이룬 매력을 안겨 주고 있었다.

 

키가 작은 사람은 150cm정도이고 큰 사람은 170cm까지 되는 듯했다. 모두 늘씬한 몸매로 아름다운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눈매와 코의 생김새는 고귀했고, 얼굴 모양은 귀여웠다. 살결은 희미한 장미색의 고운 것으로부터, 부드럽고 매끈한 올리브색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귀는 모두 작았다. 눈은 커다란데다 표정이 매우 풍부하고 그 위에 눈썹이 아름다운 선을 긋고 있었다. 입은 모두 보통 크기였고, 자연색의 빨간 입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빨간빛은 살결의 빛에 따라 또 달랐다.

 

머리카락은 모두 어깨까지 흘러 내려 탐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샌들을 신고 있었다. 여자들의 나이는 20세 전후로 보였으나 나중에 파아콘이 내게 가르쳐 준 바에 의하면 그 여자들의 나이는 30세부터 200세까지라고 한다. 여유 있게 흐르는 물처럼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가운은 여자들의 몸이 완전히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고, 나중에 몸에 착 붙는 제복으로 바꾸어 입었을 때는 한 여자여자 모두가 아름답기 그지없는 아담한 몸매를 하고 있음이 뚜렷이 드러났다.

 

남자들은 눈부실 만큼 흰 블라우스를 입고서 옷깃을 활짝 열어 젖힌 채 있었다. 긴소매를 손목께서 가늘게 묶은 모양이 어딘가 지구의 18세기 남자들이 입었던 의상을 닮았다. 바지도 넓어 우리 지구인의 스타일에 아주 비슷하지만, 아직 구경해 본 일이 없는 부드러운 옷감이었다.

 

남자들의 신장은 약 150~180cm, 모두 어엿한 체구였다. 체중도 신장에 어울리는 정도였다. 여인들처럼 살빛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 남자의 살결이 적동색인 데 시선이 끌렸다. 전원이 말끔하게 깎은 머리였으나, 지구에서처럼 머리길이도 고르지 않았고, 커트도 저마다 달랐다. 내가 처음에 만난 금성의 친구 오오손 만큼 긴 머리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때 비로소 나는 오오손이 특별한 까닭이 있어서 장발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남자들의 얼굴은 모두 하나같이 미남형이었지만, 지구의 남자들에 비추어 볼 때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장담하건대, 그들이 지구인과 뒤섞이면 그들을 지구인이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나이로 봐서 30대 전반을 지난 듯이 보이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을 뒤에 가서 파아콘이 정정해 주었다. 그가 말하기로는, 그들의 나이는 지구에서 하는 식으로 따지면 40세에서 몇백 세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가 끝나자 우리는 곧 커다란 타원형의 테이블에 둘러앉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테이블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글라스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지난번에 구경한 것과 똑같았다. 테이블의 면은 투명했으나, 지구의 유리나 플라스틱과는 투명도에서 약간 달랐다. 테이블 보는 없었다. 깎거나 새겨 넣거나 하는 등의 장식도 하지 않았다. 장식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그 자재 스스로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의자들은 지구의 식당의자를 아주 빼 닮은 형을 하고 있었다. 모두 15개가 있었다. 거기 앉아 있었던 전체 인원의 숫자였다.

 

나는 주울과 파아콘 사이에 끼어 앉게 되었다. 우리는 글라스에 담긴 음료를 비우도록 권유받았다. 겉보기에는 순 생수(生水)처럼 밝게 보였으나, 맛은 살구 주스와 비슷했다. 달면서, 좀 끈적끈적한 맛이 있었지만 매우 맛이 좋았다.

 

우주여행자들은 지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언어에 통달하고 있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번에도 설명을 했지만, 그 재빠른 습득속도는 오늘날까지도 경이의 대상이다.

 

방안에 들어섰을 때, 처음으로 우리와 인사를 나누려고 일어섰던 여자가 이렇게 말머리를 꺼냈다.

 

「이 우주선은 과학연구소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를 여행하는 까닭은 단 한 가지, 우주 그 자체에 일어나고 있는 평상시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서이며, 우주를 돌면서 거기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행성의 생물이나 상태를 관찰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당연히 여러 가지 말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지요. 우주여행이 현재처럼 완전한 상태에 이르렀음은 이러한 우주선 안에서의 연구결과입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금성의 모선에서도 약간의 설명을 들으셨을 줄로 압니다. 그러나 기계설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아직 모를 것입니다. 이 배에서 작동중인 기계장비를 자세히 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들도 그 작용에 대해서 조금은 설명해 드리지요. 우리가 자연력의 이용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좀더 자세히 알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 여자는 말을 계속하면서, 이 모선도 어느 한 행성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여러 행성에 공유된 배이며, 여러 별에서 사람들이 올라타서 만인의 행복과 지식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 특별여행에서는, 여자들 가운데 세 사람은 지구인이 화성이라고 부르는 행성의 주민이고, 나머지 세 사람을 금성 출신입니다. 보통 세 사람의 토성 여자도 타게 되어 있으나 어떤 사정 때문에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토성을 대표하는 것은 남자뿐입니다. 이따금 태양계 밖의 행성에서 남자나 여자가 이 모선 또는 같은 형의 다른 모선에 올라타는 일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승무원은 모두 가장 우수한 과학자에게서 고도의 훈련을 받고 있지요.」

 

마치 앞서 저녁때부터 파아콘과 나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대화가 그 동안 끊어짐이 없이 계속되어 온 것처럼 지구의 인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화제가 되었다. 여느 때처럼 비난이나 꾸중의 빛은 없었다. 도리어 지구인의 고뇌를 이해하고 동정해 주고 있음이 전체 분위기로 봐서 분명했다.

 

한 화성인 여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네들 지구인도 남에 대해서 그렇게 잔인한 태도를 보여주고 싶지 않겠지요. 이는 전에도 말씀 들으신 바와 같이 오로지 자신을 모르는 데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무지가 당신네들을 <우주의 법칙>에 대해서 눈을 뜨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우주>의 일부인데 말이지요.

 

당신네들의 가정에서는 서로 품고 있는 사랑을 언제나 입 밖에 내면서 확인을 하고 있으나, 당신네들이 품고 있다는 사랑 그 자체가 남을 속박하는 소유욕으로 나타난 데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이것만큼 속박 없는 사랑과 대립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참된 사랑이란 서로 존경하고 믿고 이해하는 것이겠지요. 지구 밖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사랑은 절대로 지구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그러한 비뚤어진 소유욕을 뜻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사랑이란 <신>에게서 방사되는 것으로서, 그것은 모든 창조물, 그것도 인간을 통해서 다른 만물에서 보내어집니다. 거기에는 전혀 차별이 없지요. 실제로 어느 것에는 가치를 인정하고, 어느 것에는 인정치 않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비뚤어진 사랑을 보십시오. 그것은 오로지 지구인이 자신에 대해서나 <성스러운 아버지>에 대해서도 아주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이 무지 때문에 <전쟁>이란 것에 돌진하고, 다른 국민이나 유색인종, 게다가 종교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이 어떠한 짓인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들 다른 세계에서 사는 주민들에게는 아주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지구인들은 어째서 알지 못하는지요, 서로 살육을 해도 아무런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지구에 괴로움을 더가져다 줄뿐입니다. 이런 일이 쭉 계속되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되겠지요.

 

지구인의 과학지식은 일반사회와 인간성의 발달과정을 훨씬 넘어서 있습니다. 이 틈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메우지 않으면 안되지요. 지구인들은 그들이 서로를 겨냥해서 쌓아 올리고 있는 폭탄 속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잠재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지각없이 세계적 규모의 대량학살이라는 심연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우리들에게는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입니다.」 한 남자가 맞장구를 쳤다.

 

「당신네들 행동은 우리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지만,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당신은 지구에 혈육인 아버지가 계시겠지요?」

 

「네」하고 나는 대답했다.

 

「당신에게 이른바 혈육인 두 아들이 있다고 생각합시다. 그 하나가 무슨 까닭에서인지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역시 당신의 아들인 또 하나의 형제를 죽이려고 결심했으니 축복해 달라고 청하면, 제아무리 그가 옳고, 다른 형제가 옳지 못하다고 해도 당신은 그의 요구를 허락할 것입니까?」

 

내 대답은 뻔하다. 「물론 허락할 수 없지요.」

 

「그럴 것입니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와 아주 똑같은 일을 지구인은 몇천 년 동안이고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네들은 모두 각자가 이해하는 대로 <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형제애(兄弟愛)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물의 <영원한 아버지>에게 요구하는 것이란 뭐냐 하면, 기껏 당신네들 자신이 하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요. 서로 교전상태에 들어가면 지구인은 더럽혀진 기도를 위해 무릎을 꿇습니다. <성스러운 아버지>에게 피를 나눈 형제를 때려눕히고, 심지어는 몰살시키려는 노력을 축복해달라고 빕니다.

 

우리는 당신네들과는 다른 별의 주민이지만, 같은 인류로서 지구를 분단하고 있는 각 집단을 공평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주>에 걸쳐서 작용하고 있는 <아버지>의 법칙을 좀더 잘 알고있으므로 우리는 결코 차별은 하지 않습니다. 이 차별감이야말로 언제나 당신네들을 동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의 상황을 보면 우리도 슬퍼집니다. 전 인류의 동포로서 우리는 우리의 손이 미치는 데까지, 또한 우리의 도움을 바라는 데까지 누구나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우리의 생활방식을 지구의 주민에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사실이지, 지구에는, 아니 <우주> 어디를 가나, 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당신들의 인생을 지구인은 <산 지옥>이니 뭐니 하고 표현하고 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탓은 당신네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당신네들의 별도 모든 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성스러운 창조주>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그 자체로서는 신성한 것입니다. 만일에 전 인류가 갑자기 지구 표면에서 일소되고, 공생하는 길을 찾지 않은 탓으로 사람들이 가져온 싸움, 괴로움, 슬픔 따위가 모두 사라져 없어졌다면, 지구는 아마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우주>의 모든 것을 형제로 알고 서로 우애로 사는 세계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잘 모른다고 하여, 인간끼리 서로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거나, 죽이거나 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네들은 해마다 한차례 <인류는 모두 형제>라고 해서 축제소동을 벌이고 <아버지이신 창조주>에 대해서 떠들어댑니다. 그러나 이러한 빛 좋은 선언이 내세운 행동의 실천은 온데간데없이 잊혀지고, 지구의 동포를 한 시각이라도 빨리, 대규모로 불구를 만들거나 멸망시키거나 하는 데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신>에게 이러한 무자비한 파괴를 위해서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비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지구의 각 사원에서, 정부 지도자에게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속삭여지는 이러한 기원을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정신나간 짓인지 당신은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당신네들은 실지로 자신의 아들들에게는 원치 않았던 일을 <신>에게는 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떠한 자기기만인지 모르시겠지요. 이는 지구인이 자신들의 <신>의 의지에 반(反)해서하고 있는 많은 일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삶을 살고, 제멋대로 분열되고 돌아가는 한 슬픔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당신이 형제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 때, 그 누군가가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옛날 나사렛의 예수가 말한 이야기는 이 뜻을 가리키고 있지요. 예수가 이렇게 말한 일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마태복음 26:52). 이 말이 얼마나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지구의 오랜 인류역사가 증명해 왔습니다.」

 

그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내 눈앞에는 지구의 현실과 인류에 관한 난제가 끊임없이 어른거려서 지구인으로서, 동포와 자신을 위해 비통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을 할수록, 지구의 현실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지구인들은 그들을 움직이고 있는 배후의 진짜 동기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충심으로부터 참된 자기에 눈뜨고, 개인의 아집과 남보다 우월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자신을 고치려고 마음먹지 않는 한, 파멸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국가, 세상의 어느 일부에게만 내가 언급한 바와 같은 상태에 대한 죄를 물을 수는 없다. 또한 어느 한 문명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이 상태를 바꿀 수도 없다. 책임은 저마다 누구에게도 있다. 그러나 누가 남을 강제적으로 딴 사람을 만들 수 있겠는가. 사람을 속박하고 있는 쇠사슬은 몇천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오해와 분열과 권력욕의 결과인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란 참으로 어렵기 짝이 없다.

 

이러한 생각을 절실히 느끼면서 나는 절로 <성스러운 아버지>에게 겸허한 몸가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스러운 아버지>는 지구의 난제를 이해하고 있는 다른 우주세계의 자식들을 우리에게 보내서 사랑과 연민의 손길을 펼치게 한 것이다. 그들은 강제적으로 우리 지구인을 변화시키거나, 적극적으로 간섭을 할 수는 없어도, 우리들 가운데 이를 받아들이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을 도울 수는 있다. 우리는 서로 적대해서 싸우거나, 이로 말미암아 더욱 사분 오열하는 대신에, 힘을 모아 단결해서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혁이 일어나기에는 그 전에 숱한 시간의 경과가 필요함을 나는 통감했다. 인류는 괴로움과 슬픔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큼 성장해 왔지만, 이제까지의 경위에서 벗어나려고는 결코 원치 않기 때문이다.

 

생각에서 깨어나면서, 나는 여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있음을 알았다.

 

「조종사복으로 갈아입어야 하거든요.」 하면서 상냥스러운 검은머리의 여자가 말했다.

 

「다음에는 기계장치실에 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여러 가지를 보여 드리지요. 놀라실 거예요.」

 

여자들이 나간 뒤에 나는 그 아름다운 방안을 차분히 관찰할 수가 있었다.

 

눈앞의 벽에는 큼직한 천체도가 붙어 있다. 그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태양계의 12개의 행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태양계 주위에는 다른 태양계의 항성과 행성이 함께 그려져 있어, 그 도면은 내게는 아주 신기한 것이었다. 우주 전체에 걸쳐서 각 행성간에는 우주에 존재하는 각종 대기의 상태가 자세히 기입되어 있었다. 이것은 지구인인 우리들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천체도의 지식은 우주여행의 안전을 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도면에는 여러 가지 기호가 표시되어 있었으나, 어느 하나도 해독할 수가 없다. 이 도면의 목적은 단지 지구에서 말하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휴대하는 여행용 도로 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그렇다고 말해 주었다.

 

이 거대한 지도 저편에, 같은 벽이지만 라운지 뒷면 가까이에 이 우주선 내부를 그린 정밀한 도면이 있었다. 거기에도 나로서 전혀 알 수 없는 각종의 기호가 표시되어 있었다.

 

다른 벽에는 이 우주선이 방문했던 여러 행성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액자에 끼워진 그림이 아니고 오히려 벽화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림이 매우 생생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풍경이 그대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 인상은 내가 깨달은 바이지만, 그들의 회화나 초상의 어느 것에나 해당되는 특징이다. 이에 대해서 이러한 설명이 있었다. 우주인은 무슨 일을 하든지 온 정성을 그 일에만 쏟기 때문에 실지로는 그 일이 그들의 생명력의 파동이나 개성과 일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 풍경은 지구의 경치를 그린 회화나 사진과 매우 흡사했다. 산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작은 내라든가 넓은 바다도 있었다.

 

여섯 명의 여자들이 조종사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여자들이 들어오자 남자들은 테이블에서 일어났고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이제 연구실로 가십시다.」

 

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로 갔다. 전에 타고 온 것이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내가 보고 있어서 알지만, 아무도 단추를 누르지를 않았었다. 이것은 현대의 광전지(光電池)의 작용과 비슷했다.

 

우리 열 다섯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주울이 운전을 했다. 그는 아까 언급한 조종반의 반대편에 있는 별개의 조종반 앞으로 가서 거기서 단추를 하나 밟았는데, 엘리베이터는 소리없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남겨 둔 정찰원반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선체의 후미 저편에 펼쳐져 있는 광대한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구역의 중앙부를 지나서,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수직공간과는 직각으로 두 개가 한 조가 된 레일이 뻗어 있었다. 거기에서는 네 대의 정찰원반이 대기하고 있었다. 크기로나 형으로나 지구에서 우리를 실어 온 원반과 같다. 여기가 격납고임에 분명했다. 이 거대한 모선이 행성 사이를 날고 있는 동안, 정찰원반은 여기서 쉬고 있는 것이다. 원반의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서 레일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폭이 1.8m 가량 되는 좁은 통로가 나 있었다. 그 통로의 바깥은 벽이었다.

 

우리는 라운지로 통하는 층에서 아래로 두 개의 발코니를 통과했다. 발코니 하나하나는 이 거대한 모선의 각각 다른 갑판으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라운지로 통하는 갑판에서 세 번째 층의 발코니에 이르렀을 때 엘리베이터는 멈추었다. 그 커다란 수직공간의 바닥에서 올려다보니까, 하나, 둘, 셋‥‥ 이 모함에는 일곱 층의 갑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멈추자 동시에 난간이 흔들거리며 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면서 안 일이지만, 한 조의 레일은 우주선의 선수(船首) 바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레일은 우리의 정찰원반이 착선(着船)했을 때의 레일과는 V자형으로 교차하고 있었다. 모선을 떠나 지구로 돌아갈 때, 이 레일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이 사실로 이 구역 전체가 이착선(離着船) 터널과 수직공간과 정찰원반의 격납고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같은 부분의 어딘가에-격납고에 인접하던가 혹은 떨어진 곳에-정비·수리공장도 있을 것 같고 또한 그 너머에 선수 부분의 조종실이나 승무원실도 있을 것이 뻔하다. 나는 이러한 거대한 모선에는 선수와 선미 양쪽에 조종실이 있다고 듣고 있었다. 우리는 이때 엄청나게 큰 방으로 안내되었다. 여기가 연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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