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 1 - 22. 상승명상법

기른장 2025. 3. 21. 19:43

22. 상승명상법

사이훙이 배운 명상법 중 최상의 단계는 몸의 모든 영문(靈門)을 여는 영구(靈求) 명상법이었다. 엉치 위의 천골문(薦骨門)에서 시작하여 척추를 따라 생식문(生殖門), 단전문(丹田門), 심문(心門), 후문(喉門), 삼안문(三眼門), 황문(皇門)등의 영문이 있는데, 그 영문은 각기 고유의 치유기능과 영력(靈力)을 가지고 있었다. 영구 명상법은 모인 기를 일직선으로 끌어올려 각각의 영문을 통과시켜 황문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인도의 쿤달리니 명상과 마찬가지로 도교도들도 적정(寂靜)에 이를 때까지 영문을 여는 명상을 지속했다. 힌두교에서는 사마디(Samadhi)라 하고, 불교에서는 열반이라 일컫는 상태를 도교도들은 적정이라고 했다. 사이훙도 적정에 이르기 위한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

영구(靈求) 명상

 

해부학적 구조로 보면 각 영문은 영력을 일으키는 동시에 위치에 따라 인접한 기관, 즉 생식기, 배꼽, 심장, 목, 눈, 뇌를 제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명상을 통해 영문이 단련되면 관련된 기관들은 무한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부는 사소한 성취로 이루어진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줄곧 사이훙에게 경계하였다. 많은 고행자들이 영구 명상에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영력이 아직 완전하게 개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의 수련으로 얻어진 힘을 남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영문을 열기 위한 명상에 몰입하기에 앞서 사이훙은 우선 도해를 보면서 영문의 구조를 살피고 생김새를 관찰하는 한편, 기도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구했다. 기도가 계속됨에 따라 연꽃의 봉오리로 연상되는 영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꽃봉오리들에는 저마다의 색깔과 형태가 있었다. 사이훙이 각각의 꽃봉오리에 정신을 몰입하고 명상을 시작하자 봉오리의 윗부분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봉오리마다 향기를 내뿜었다. 사이훙은 몸 전체에 소용돌이가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기가 영문을 지날 때마다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사이훙이 명상을 마치자 영문들은 다시 닫혔고 몸을 들썩거리게 하던 기운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척추가 끝나는 부분에 있는 첫번째 영문은 외부의 기를 받아들여 내공으로 바꾸는 기의 원천이었다. 그곳을 통해 모여진 기가 천골과 생식문을 거쳐 가면 단전문에서는 활력을 불어넣었다. 명상이 계속되면 육신이 가벼워지면서 몸에서 힘이 솟구치고 성적 욕구도 강해졌다. 사부는 사이훙이 그 상태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었다. 많은 수련생들이 천골과 생식문에 비정상적으로 기를 모아 두기 때문에 힘과 성욕이 용솟음쳐 진정한 명상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문을 열기 위해 명상을 거듭하면서 사이훙은 사부의 말이 사실임을 경험했다. 두 곳의 영문에 기가 모이면 성에 대한 깊고 강렬한 욕망과 상승무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유혹이 끊임없이 생겨나 수련을 방해하고는 했다.

일단 단전문이 열리자 욕망을 참아야 하는 고통도 그쳤다. 몸에는 활력이 샘솟았으며 병에 대한 치유 능력이 생겼다. 본초학을 강의하던 펑쉰 사부가 병의 치유와 단전문의 관계를 말했었는데 그 말이 옳았다.

심문은 미적 감각과 관련이 있는 영문이었다. 사부는 아름다움을 지각하는 능력과 창조성이 심문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사이훙의 사형인 린 쭝우가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지니게 된 것도 모두 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후문을 여는 것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통찰력과도 관련이 있다.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은 후문과 삼안문이 상호작용을 하며 발달되는 것이다.

 

삼안문, 즉 상단전(上丹田)은 다른 차원의 세상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시키는 곳이었다. 사부의 말대로 사이훙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의 눈으로 보는 것, 즉 실재하는 것만을 인식한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 세상은 여러 차원의 세계가 마구 뒤섞인 환영에 불과할 따름이다. 사이훙은 삼안문이 열리자 환상의 세계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존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명상이 깊어질수록 사이훙의 수련은 도가 깊어졌다. 사이훙은 육신의 힘을 길러 무공을 연마하고, 문학과 예술과 과학에 대한 안목을 넓혀갔다. 또한 마침내 존재의 실체를 인지해 정신적 지혜를 한껏 늘렸다.

사이훙의 명상은 이윽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많은 세월에 걸친 수련생활과 고통의 연속은 황문을 열기 위한 걸음마였던 것이다. 마침내 수천 수만의 연꽃잎들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사이훙의 정신은 아득한 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곳에는 외부의 존재도, 내부의 존재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는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이훙의 완전한 무(無)의 경지에 몰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