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유혹
처음 동굴에 들어올 때는 그곳에서 9개월 동안 머물 예정이었다. 그러나 9개월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고, 이제는 언제 떠나느냐고 더 이상 묻지도 않았다. 사부의 대답은 늘 같았다.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았다.」
사부는 매주 동굴을 방문하여 사이훙을 계속 수련시켰다. 사부는 사이훙에게 도덕경(道德經), 황제내경(黃帝內經), 다경(茶經)등을 읽게 하고, 보다 깊은 명상법들을 소개하였다. 그는 사이훙에게 자신의 힘으로 끊임없이 내면의 세계와 맞닥뜨릴 것을 강조하였다. 사부는 마음을 열고 영적 경험들을 받아들일 것을 지시했으나 진정한 인식과 수련에 방해가 되는 경험은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사부는 종종 사이훙에게 무엇이 문제인가를 상기시켰다. 사이훙은 사부의 말을 통해 동굴 생활에 대한 긴장감으로 정신을 잃고 일생을 동굴 속에 갇혀 사는 몇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고독과 그릇된 명상법으로 정신적 균형을 잃었는지, 혹은 말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에 의하여 균형을 잃었는지는 모르지만 몇몇은 자살을 했다고도 하고 또 다른 몇몇은 미로의 터널을 헤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부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사이훙을 격려하였다.
1년 반이 조용히 흘러갔다. 사이훙은 그 사이 동굴 안에서 친구까지 사귀게 되었다. 사이훙은 음식을 아껴 새들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녁식사인 과일을 아껴 원숭이를 친구로 삼았다. 그들은 매우 가까워졌다. 원숭이는 사이훙의 넓은 어깨를 차지하고 앉아서 있지도 않은 이를 잡는 흉내를 내곤 했다.
어느 날, 사이훙은 단상에서 명상을 하다 단 아래의 물을 쳐다 보았다. 그곳에는 한 남자의 얼굴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길쭉하고 빗질도 하지 않은 머리카락과 수염이 덥수룩한 그 얼굴은 도교 관상학자들이 〈음상(陰相)〉이라 부르는 얼굴이었다. 얼굴 한쪽은 초록빛이었으며 눈은 비정상적으로 크고 검어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으나, 다른 한쪽은 인간의 모습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상은 초자연적인 훈련을 거쳐 인간의 형태에서 진화된 동물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창조물도 그 원래의 형태를 벗어날 수는 없었으므로 일부는 사람의 얼굴로 있고 남은 반쪽은 파충류의 형상을 지니게 된 것이다. 사이훙은 그 얼굴이 유령일 뿐이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이훙을 쳐다보았다. 사이훙 역시 고집스럽게 그를 마주 쳐다보았다.
그 얼굴이 말했다.
「나는 이 동굴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너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나는 금욕을 수련하는 수도자입니다.」
「네가 어떻게 금욕을 수련할 수 있어? 너는 어린아이일 뿐이야. 너는 별로 알고 있는 게 없어. 나는 여기서 벌써 5백 년을 수련해 왔는데 아직 5백 년을 더 수련해야 해.」
「나를 유혹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한 방에 너를 납작하게 해줄 테니까.」
사이훙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기이한 얼굴의 눈이 놀라 더 커졌다. 그 사람은 연못에서 솟아 나오더니 단숨에 바위 위로 올라앉았다.
그의 몸은 작고 야위었으며, 덜렁덜렁하게 붙은 팔에 손가락이 길게 나 있었다. 머리카락은 무릎까지 덮여 있었다.
그 사람은 서서 웃고 있었다. 사이훙은 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금세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원을 그리며 돌아서서 즉시 도교의 법복으로 자신의 몸을 덮었다. 그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나는 박해받는 두꺼비 도인이다. 너는 누구냐?」
「나는 관 사이훙이며 화산정일파의 제자다.」
「정일파라고? 네 스승이 누구지.」
「화산의 대사이다.」
「누군지 알고 있어.」
두꺼비 도인이 웃었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늙은이지. 너는 왜 이런 멍청한 짓을 그만 두지않고 계속하고 있지?」
「닥치지 못해? 너는 존재하지 않잖아!」
두꺼비 도인은 발작하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이훙은 그를 무시하고 경전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두꺼비 도인은 네 시간 동안이나 사이훙을 조롱하고 웃어댔으며 모욕하였다. 그렇게 떠들면서도 전혀 숨가빠하지 않았고 오히려 목소리가 바위에 부딪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두꺼비 도인
아무리 해도 사이훙이 요동을 않자 그는 점차 물러나기 시작했다. 사이훙이 마지막 암송을 마치자 두꺼비 도인은 그에게 회유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어느 누구도 운명이 정해 놓지 않는 한 나를 만날 수는 없어. 너는 무엇을 원하지?」
「아무것도 없어.」
사이훙이 대답하자 두꺼비 도인은 다시 웃었다. 그는 두꺼비 같이 물 위를 뛰어넘더니 사이훙 바로 앞에 내려앉았다. 사이훙은 일어섰다. 두꺼비 도인은 그의 뒤로 다가섰고 사이훙과 같은 자세로 서서 다시 조롱하기 시작했다. 사이훙은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따라했다. 사이훙은 원을 그리며 걸었다. 그 사람은 그림자처럼 정확히 따라했다. 사이훙이 걸을 때마다 그 두꺼비 도인도 사이훙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했다. 화가 미친 사이훙이 뒤를 돌아보자 두꺼비 도인은 히죽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사이훙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꺼비 도인은 사이훙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쳐다보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얼마 뒤 그가 다시 말했다.
「너는 잘 배운 애로구나. 내가 인정하마.」
그렇게 말하면서 두꺼비 도인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쨌든 정일파가 똘똘한 놈을 제자로 두었구나. 잘 들어 둬, 꼬마야. 너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느냐?」
「아니.」
「수세기 전 나는 큰 싸움을 벌였지. 그래서 벌로 이 동굴에 천년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단다. 이제 벌을 반 정도 마쳤는데 아직도 나는 끊임없이 수련을 하고 있다. 자, 너는 어떠냐? 뭘 수련하고 있지?」
「나는 도교의 비법과 명상을 수련하는 중이다.」
「그래?」
두꺼비 도인은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천천히 말했다.
「그러면 반드시 영구 명상을 해야 한다.」
「나는 벌써 그렇게 하고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성부에 정해지지 않는 한 그 어느 누구도 나를 만날 수 없다. 너는 나를 만날 운명이었던 게 틀림없지. 내 그 선물로 말해 줄 것이 하나 있다.
네가 도교 명상의 수도자라면 영구 명상이 수련을 진보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너는 명상으로 기를 보내는 그 영문(靈門)들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그것들은 사실 네 신체 어디쯤에 있으리라고 추측한 형태에 불과하다. 그것들은 네가 알고 있듯이 어떤 영성의 중심이 아니고 단순한 상상에 불과해.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겠어? 사람에게는 정신이 전부야.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정신이 모든 것이라는 말이지.」
그는 사이훙에게로 다가와서 부드러운 동작으로 손을 사이훙 앞으로 내밀었다.
「자, 여기 그릇이 있다. 그리고 과일이 있다. 귤, 포도, 복숭아. 보이지?」
사이훙은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과일들을 만져 보았다. 진짜였다. 그렇지만 의심이 들었다. 두꺼비 도인이 사이훙에게 선물한 것은 수수께끼였다. 사이훙은 다시 되돌려 생각했다. 잠시 자신의 얼이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이훙은 머리를 흔들어 두꺼비 도인의 형상을 지워 버리려 했다. 두꺼비 도인이 다시 허리를 굽혀 사이훙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사이훙은 도인을 향해 말했다.
「그 포도는 나뭇가지다.」
사이훙이 이렇게 말하자 포도가 즉시 나뭇가지로 바뀌었다.
「귤은 바위이고 나머지 과일들은 잎사귀이다. 그 그릇은 널찍한 바위에 지나지 않아.」
그러자 과일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고 두꺼비 도인의 손에서 떨어졌다.
「네가 영리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두꺼비 도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정신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게다. 너는 그 과일들을 먹을 수도 있었다. 정신이 그것을 결정하지. 이 동굴도 그 자체로 인식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 동굴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우리의 정신이 강력하게 그렇지 않다고 여기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둘에 무슨 차이가 있지? 영문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야!」
두꺼비 도인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머리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몸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그는 사이훙에게 말했다.
「명심해라, 꼬마야, 무(無)만이 참된 실재다.」
그 뒤 두꺼비 도인은 사이훙을 규칙적으로 방문하곤 했으나 늘 이상한 방법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어느 날 사이훙은 방을 나와 물 위에 있는 돌다리를 건넜다. 다리 건너편에 노인과 늙은 여인이 서 있었다. 옷차림이 시골 사람 같았다. 노인은 흰 머리카락은 상투를 틀어 올렸고 손에 긴 담뱃대를 쥐고 있었다. 여자는 발목까지 머리카락을 늘어뜨렸으며 짚으로 엮은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사이훙이 다가가자 그들은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2천 년이 넘은 대나무들이야.」
「2천 년된 대나무는 있을 수 있지만 2천 년이 지났다고 대나무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사이훙의 말에 여인이 대꾸했다.
「네 옷차림과 부적을 보니 도교도로구나. 도교도들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해.」
이번에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아득한 옛날에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모든 사물이 고정되어 있을 필요가 없었던 거지. 너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해.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 수 있겠어? 백 년? 아니, 150년? 너는 옛날에 존재했던 것들의 힘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말을 건넸다.
「너는 도인이지? 우리는 도교도가 불멸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네게 불멸을 줄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너는 고대에 존재했던 것들의 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 속에서조차 할 수 없던 것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이다.」
「그 대가는 무엇이죠?」
사이훙의 질문에 노인이 탄성을 질렀다.
「그래, 정직한 친구로군! 우리가 보살펴 줄 테니 잠시 동안만 대나무가 되어 주면 된다. 너는 건강하기 때문에 커다란 대나무가 될 수 있을게야. 그 대나무는 다시 대나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온 땅을 대나무 숲으로 덮을 수 있을 거야. 네가 대나무를 도처에 증식시키고 나면 너는 불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형체를 바꿀 수도 있으며, 눈에 안 보일 수도 있지. 다른 크기로도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신의 경쟁자도 될 수가 있지. 우리를 따라와. 그러면 너는 불멸할 수 있어.」
사이훙은 웃으면서 조롱하듯이 응답했다.
「저를 즐겁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기간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장수는 신이 주는 선물이지 흥정거리가 아니지요. 난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것들은 단지 환상일 뿐입니다.」
노인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면서 달려와 사이훙을 공격했다. 사이훙은 노인의 공격을 물리치면서 반격을 하였으나 노인은 사이훙의 주먹을 피했다. 잠자코 있던 여인도 사이훙에게 뛰어올라 얼굴을 할퀴려 들었다. 사이훙은 다리에서 뛰어내려 그의 앞에 있는 모래에서 부적 하나를 꺼냈다.
격노한 노인은 담뱃대에서 기다란 빨대를 꺼내더니 사이훙에게 뿌연 연기를 내뿜었다. 여자는 비를 휘둘러 연기를 사이훙 쪽으로 보냈다.
「너희들은 악마로구나! 내 악마 잡는 경을 암송할 것이다!」
사이훙은 그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사이훙의 말에 화들짝 놀라 동작을 멈추더니 경소리가 입에서 나오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석달 뒤, 사이훙이 다시 그 다리를 건너는데 방망이 같이 생긴 커다란 물체가 다리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사이훙이 가까이 가서보니 그 물체는 소년이었다.
사이훙이 쳐다보자 소년은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소년은 동물과 식물을 합쳐 놓은 듯한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키는 120센티 정도였으며, 창백한 얼굴에 가느다란 눈과 뚜렷한 콧구멍, 날카롭게 벌어진 입을 가지고 있었다. 소년은 입술만을 달싹달싹 움직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이빨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소년은 무인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옷이 너무나 잘 어울려 사이훙은 소년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소년은 비단으로 짠 옷과 푸른색 바지를 입고, 흰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그림을 그린 곤봉을 지니고 있었으며 별과 꽃을 수놓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 위에 진한 청색 망토를 입고 있었으며 옥구슬과 단백석(蛋白石)부적을 가지고 있었다. 사이훙은 아름다운 구름을 수놓은 소년의 파란 신발을 황홀한 듯 쳐다보았다.
신비의 소년
「나는 놀고 싶어요. 나와 같이 놀아 줄 수 있어요?」
소년이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나는 할 일이 있어.」
「제발 나와 함께 놀아 주세요. 나는 당신이 놀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나는 숲속의 모든 곳을 알고 있어요. 어떤 인간도 보지 못한 장소를 당신에게 보여 줄 수 있어요. 상상할 수도 없는 보물들을 당신에게 줄 수도 있구요. 제발 내 놀이 상대가 되어 주세요!」
「미안해, 오늘은 놀 수가 없구나.」
소년은 낙심한 듯이 바위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양손에 묻은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신은 몰라요.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이해 못해요. 어떤 때는 몇십 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나는 여기에 몇 세기 동안 있었어요.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당신은 상상할 수 있어요?」
사이훙은 떠나려고 일어섰다.
「기다려요, 기다려! 당신은 무술을 좋아하지 않나요?」
사이훙은 그 말에 흥미를 느꼈다.
「보세요.」
소년은 사이훙이 전에 보지 못했던 특이한 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소년의 장력은 사부와 견줄 만 했고, 공중회전과 곡예기술, 경신술은 마치 나는 듯이 가벼웠다.
소년은 시범을 마무리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보고 싶어한다면 어떤 무술도 보여 줄 수 있어요! 나의 동료가 돼주세요. 그러면 당신은 경쟁자가 없는 영웅이 될 겁니다.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항상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 나는 어둠 속에서도 악마를 볼 수가 있어요. 나와 함께 있어요. 우리는 친구가 되어 영원히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흥미 있지요?」
「흥미가 있다면?」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당신이 유한하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내게는 꿀을 바른 사과가 하나 있어요. 그 사과를 먹으세요. 그러면 당신은 영원할 거예요.」
「사양하겠어.」
소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소년은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그럼 이것은 어때요? 시합을 합시다. 내가 이기면 당신은 이 사과를 먹고 나의 놀이 상대가 되어야 하고, 내가 지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겠어요.」
그가 사과를 꺼냈다. 사이훙은 그것을 차서 소년의 손에서 떨어뜨렸다.
소년은 성이 나 소리질렀다.
「이래선 안 되는데. 내 요청을 거절한 사람은 누구든지 목숨을 잃지!」
소년은 뛰어오르면서 사이훙을 공격했다. 소년의 기술이 사이훙보다 훨씬 나았다. 사이훙은 한 번도 반격할 수가 없었다. 사이훙이 돌아서는 곳마다 소년의 손바닥이 막고 있었다. 사이훙은 발놀림조차 제대로 못하고 소년에게 보기 좋게 반격당했다.
「자, 이제 사과를 먹는게 좋을 거야.」
소년은 사이훙의 몸을 팔로 죄면서 말했다.
「그게 뭐 그리 잘못됐어? 먹으면 불멸하는데!」
사이훙이 강력하게 뒷발질을 해 소년을 떼어냈다. 소년이 다시 공격해 오자 사이훙은 옷 속에 있는 팔괘경을 꺼내 들어 소년을 비췄다. 거울을 본 소년은 흐느끼면서 얼굴을 가리고 도망쳐 버렸다.
거처로 돌아온 사이훙의 몸은 땀에 젖어 싸늘했다. 그는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전에 들었던 낮은 목소리가 다시 부드럽게 윙윙거리며 들려 왔다. 사이훙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젠가 저 윙윙거리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밝혀 내고야 말겠어.」
기회는 곧 왔다. 사이훙은 물살로 가려진 동굴의 입구를 발견했다. 그 앞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물을 헤엄쳐 건너보니 위쪽으로 가파르게 뚫린 통로 하나가 보였다. 사이훙은 위쪽에 있는 작은 원형 동굴로 기어 올라갔다. 눈부신 방이었다. 천장에 뿌리를 박고 있는 거대한 산삼이 보였다. 산삼은 천장에서 밝은 빛과 함께 윙윙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산삼의 몸체는 황갈색이었고 머리카락만큼이나 많은 잔뿌리가 달려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자 잔뿌리들이 가늘게 떨면서 노래부르듯 윙윙거리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이훙은 뿌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산삼이야. 네가 와서 아주 기쁘구나.」
산삼에게서 나온 목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곳에 천 년 동안이나 매달려 있었어. 이렇게 매달려 있는 동안 내 뿌리는 상처를 받았고, 새들은 내 몸통을 쪼아 먹으려 해. 지금까지는 잎과 가지가 나를 보호해 주었지만 이제 그것들마저 벌레들이 갉아먹어 버렸어. 네가 나를 구해 주지 않으면 나는 죽게 될 거야.」
「하지만 내가 어떻게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 당신은 화산의 육중한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잖아요. 더구나 가느다란 뿌리들이 너무 많이 달려 있어 자칫 잘못하면 그것들을 부러뜨릴까 봐 걱정이 돼요.」
「네가 나를 구해 주려고만 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네가 바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단단하다고 생각할 뿐이야. 사실 바위는 많은 틈과 수백 개의 갈라진 줄기를 가지고 있어. 막대기를 하나 들고 내가 말하는 곳을 두드려 봐.」
사이훙은 산삼의 지시에 따라 두 시간 이상 바위를 두드렸다. 바위는 놀랍게도 부드러운 조각들로 되어 있었다. 산삼은 계속해서 사이훙에게 바위의 약한 곳들을 지적해 주었다. 충분한 공간이 생기자 사이훙은 살며시 산삼을 끌어내렸다. 그는 잎과 가지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산삼을 천으로 감쌌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구원을 받은 산삼을 감격스러운 소리로 말했다.
「제발 나를 햇빛이 비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줘. 그러지 않으면 나는 말라 죽을 거야.」
사이훙은 산삼을 어둡고 차가운 곳으로 가져온 다음 산삼의 몸에 둘렀던 천을 풀었다. 산삼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산삼은 생명을 주는 약초야. 네가 나의 생명을 구했으니 나도 너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도인들이 불멸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명상에 들어갈 때 나를 네 머리 위에 놓아 두면 내가 네 몸속에서 자랄 수 있어. 그러면 우리의 삶은 영원히 지속될 거야.」
「식물의 본성은 움직일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인간이고요. 만일 내가 당신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다시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지요.」
「그러나 불멸할 수 있잖아.」
「당신은 인간이 아니지만 나는 인간입니다. 당신은 내가 불멸에 대해서 아무런 욕심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무들은 천 년간을 생존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들은 살아 있지만 움직일 수는 없어요.」
산삼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시간 낭비를 했구나.」
사이훙이 위협하듯이 말했다.
「난 당신을 먹을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산삼은 몸을 떨면서 우는 소리를 했다.
「나는 살아 있어. 제발 나를 먹지는 마. 나는 도인들이 살아 있는 것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해! 내 요청을 받아들여. 우리는 영원히 같이 살 수 있어.」
「안 되겠어요. 나는 수련을 하고 있어요. 이제 그 시간도 거의 끝나 가고 있답니다. 사부님이 곧 올 거예요. 그가 당신을 발견하면 아마 당신을 먹는 것을 별로 주저하지 않을 거예요.」
「너의 스승이 누군데?」
산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산의 대사입니다.」
「뭐라구? 그 늙은 여우가 아직도 돌아다녀?」
「그래요. 그러고 보니 사부께서 산삼 하나를 어딘가에 잘못 두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세상에! 이럴 수가! 제발 나를 자유롭게 해줘! 내가 천 년 동안 봐왔던 일들을 너에게 말해줄게. 그리고 본초학의 역사도 얘기 해 줄께. 그러니 제발 나를 살려 줘.」
사이훙은 산삼의 제의에 동의하였고 그들은 그날 밤을 얘기를 하면서 날을 지새웠다.
아침에 사이훙은 풍부한 토양과 햇빛, 작은 샘이 있는 동굴을 찾아가 산삼을 심었다. 그는 가끔씩 찾아와 물을 주었고, 산삼이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어느 날 저녁, 사이훙은 명상대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동굴속에서 2년 동안 지내자 이제는 경전 전체를 거의 외울 수 있었다. 밝은 등불 아래서 묵상에 몰두하고 있던 사이훙의 눈에 갑자기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명상대의 반대편 둑에 바구니를 든 여인이 하나 나타났다. 여자는 가냘퍼 보였고 복숭아 빛 비단옷에 투명한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여자의 존재는 거친 동굴과는 대조적으로 풍요로워 보였다. 사이훙은 더 자세히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커다란 갈색 눈을 가졌는데, 눈에서는 최면이라도 걸 듯한 요염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여자의 살갗은 비단같이 부드러웠고 홍조 띤 뺨이 붉은 입술과 함께 야릇한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말끔하게 단장한 윤기나는 여자의 검은 머리카락에 금비녀가 구름에 걸린 듯 꽂혀 있었다.
사이훙을 보자 여자는 바구니를 옆으로 내려놓으며 소매에서 장미빛 스카프를 꺼냈다. 여자는 몹시 부끄러운 듯 코와 입을 가리고 물가로 다가서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당신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군요. 길을 잃을까 봐 두려웠어요.」
사이훙은 놀라서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수도자임을 알리기 위해 손을 수도자의 가슴에 모았다.
「선생님,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여자가 계속 말을 걸자 사이훙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경전을 암송하였다. 여인은 뒤로 물러나면서 풀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경전을 외죠? 그럴 필요 없어요.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 춤으로 당신을 즐겁게 해주겠어요. 아마 춤을 추게 되면 당신도 내가 순수한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여자는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우아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노래와 춤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그녀는 여성 자체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자가 정중한 인사와 함께 춤을 마쳤을 때까지도 사이훙은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경전을 암송하고 있었다.
「아, 당신은 금욕주의자군요. 당신이 그런 데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이룬 성취를 말해 주겠어요. 나는 다섯 원소를 조절할 수 있어요. 바람과 비도 움직일 수 있지요. 나는 무한한 부를 갖고 있으며 항상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리고 끝없는 사랑의 기쁨을 즐길수 있고요.
그런 것들이 당신이 지키는 전통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요? 도교도들은 항상 가난하고, 가까스로 불멸을 성취하였다 해도 아름다움과 젊음을 잃게 되지요. 당신들의 또 다른 못된 전통은 독신주의를 내세운다는 것이에요. 금욕생활이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믿으면서 말이죠. 그러나 나는 사랑으로 병약해지는 것을 이길 수 있어요. 나의 연인들이 그랬듯이 말이에요.
당신 자신을 보세요. 당신의 근육은 강건하고 얼굴도 미남이에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누더기 회색 장삼을 걸친 수도승보다는 멋진 왕자가 분명히 당신의 운명일 거예요. 내게 와서 연인이 되어 줘요.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당신의 사부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게 될 거예요.」
사이훙은 암송을 계속했다. 여인은 한숨을 지었다.
아름다운 여인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나요, 선생님? 저를 믿지 못하나요? 아니면 당신은 오로지 자신이 보는 것만을 믿는 그런 사람인가요?」
사이훙은 땀을 흘리며 힘겨운 암송을 계속했다. 그는 두려운 눈길로 여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결심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여자는 그에게서 뒤돌아서더니 비녀를 뺐다. 비녀가 어둡고 깊은 폭포로 떨어졌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매혹적인 향수 내음을 풍기며 가까이 다가오자 사이훙은 그 향그러움에 흥분되어 나머지 숨을 들이쉬었다. 여자는 망토를 벗더니 속옷만 남을 때까지 나머지 옷들을 벗었다. 이윽고 여자는 시선을 사이훙에게서 떼지 않으면서 천천히 속옷 끈을 풀었다. 사이훙은 여자의 목 아래로 길게 뻗은 나체의 투명한 살갗을 보았다.
여자의 몸은 완벽했다. 부드럽고 완만한 어깨로부터 풍만한 가슴, 날씬한 엉덩이를 넘어 길고 모양새 있는 다리까지, 여자는 마치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렸으나 그것은 장막이 아니라 대담하게 열려져 있는 문이었다. 여자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듣곤 했어요.」
여자는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남자들은 모든 종류의 여성을 원한다구요. 어떤 여인이 당신이 가지고 있는 환상에 딱 들어맞을까요? 어떤 여인이 당신 육체의 갈망을 폭발하게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어떤 여자로도 될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의 모든 환상을 만족시켜 줄 수 있어요. 보세요!」
여자는 자신의 모습을 힌두 여자로 바꾸었다. 가느다란 타원형 눈은 마치 마노 같았고 피부는 매끄럽게 빛났다. 여자의 가슴은 욕망으로 충만해 있었다.
「아니면 당신은 이런 쪽을 좋아하나요?」
여자는 다시 긴 머리와 풍만한 모습의 페르시아 여인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녀의 피부는 희고 보드라웠으며 움직임은 빛과 그림자처럼 부드럽고 유혹적이었다.
「모든 남자들은 힌두 여인과 페르시아 여인과 사랑을 나누길 원하죠. 그들이 대단한 사랑의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자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모든 형태의 사랑을 알고 있어요. 이리 와서 나를 안으세요. 영원한 젊음을 가지세요. 사랑해 주세요. 당신은 왕자가 될 수 있어요. 나를 가지세요. 당신은 굉장한 힘을 휘두를 수 있어요. 나를 소유하세요. 나는 영원히 당신 것이에요. 내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를 사랑해 주고 또 사랑해 주세요. 당신은 언제나 처녀처럼 순수한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느낄 거예요. 또 최대한의 기교를 발휘해 당신을 즐겁게 해드리겠어요. 당신께 타오르는, 내적인 갈망을 만족시켜 주는 사랑을 드릴게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여 당신 자신까지 잊게 하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겠어요.」
사이훙은 고집스럽게 목석같이 앉아 양손을 마주잡고는 입으로 끊임없이 경전을 암송하고 있었다.
사이훙이 꼼짝도 않는 것을 보고 여자는 버럭 화를 냈다.
「어떻게 감히 나를 경멸할 수 있어! 어느 누구도 그러진 않았어. 너는 멍청한 수도승이야. 모두 네 것인 세상의 부와 권력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이 다 차지하는 동안 너는 거기에 앉아 헛소리나 중얼거리고 있어라. 그 모든 바보 같은 지껄임은 너를 어떤 곳에도 이르게 하지 못할 것이며 너를 보호하지도 못할 거야.」
여자는 춤을 추며 사이훙의 주위를 빙빙 돌았고, 관능적인 여자의 나신이 서 있던 곳에는 이제 기분 나쁘게 떨고 있는 녹색 기둥 같은 물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기둥은 천천히 원을 그리기 시작했고 기둥의 꼭대기엔 여인의 얼굴이 있었다. 여자의 얼굴도 녹색으로 변하면서 길어지기 시작했다. 눈이 점차 튀어나오고, 머리카락은 비늘로 변해 갔다. 발이 나타났다. 여자는 180센티나 되는 도마뱀으로 변하였다.
도마뱀은 뒷다리로 서서 쇳소리를 내면서 혀를 내둘렀다. 도마뱀은 위협적으로 사이훙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경전의 힘을 침투할 수는 없었다.
사이훙은 두려움과 무능으로 인해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 그의 손은 땀에 젖었으며 옷도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나 암송만은 계속 하였다. 경전 암송을 그치는 것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도마뱀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둠 속에서 한 점이 나타났다. 그 점이 점차 여자의 얼굴로 확대되었다. 아름답던 그 얼굴은 이제 잔인하게 웃고 있었다. 여자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이제 뱀처럼 여자 주위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여자는 쏘는 듯이 그를 쳐다보며 주위를 돌았다. 여자가 주변에 다가올 때마다 사이훙은 단전에 통증을 느꼈다. 여자가 한 시간 정도 공격을 계속하자 사이훙은 열이 올랐다. 독경 소리와 울부짖음이 석실을 가득 채웠다. 그는 메스꺼움으로 한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갑자기 여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이훙은 감히 암송을 멈추질 못했다. 여자가 사라진 곳에서 바람이 일더니 기름등이 일렁거렸다. 곧 등의 유리가 깨지고 기름이 흘러 걷잡을 수 없는 불로 번졌다.
불기둥이 세차게 솟아올라 동굴 주변에 퍼졌다. 그것은 파도처럼 사이훙의 주변에서 일렁거렸고 그의 보호막을 계속 공격하였다. 사이훙은 불기둥의 공격이 명상대 앞의 원을 침투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옴을 느꼈다. 신경은 머리끝까지 곤두서고 두려움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불기둥이 사이훙 앞에서 폭발하더니 여자의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밤 공기 속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여자는 조롱하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어댔다. 여자는 그를 향해 다가서며 입을 점점 더 크게 벌렸다. 여자는 그를 삼키려 들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도관의 종소리가 들려 왔다. 새벽이 오고 있었다. 여전히 여자는 그를 압박해 오고 있었다. 사이훙은 동물의 체취와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줄기 서광이 내려와 여자의 얼굴을 강렬하게 내리비쳤다. 여자는 물러섰다. 여자의 얼굴은 처음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바뀌었다. 동굴을 밝아졌고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사이훙은 환한 대낮이 되어서야 독경을 멈추었다. 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일어섰다. 팔이 몹시 아팠으며 다리는 마비될 정도로 굳어 있었다. 사이훙은 깜짝 놀라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부끄럽게도 바지가 젖어 있었다.
사이훙은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쪽 구석에서 뭉툭한 코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두꺼비 도인이었다. 두꺼비 도인은 사이훙쪽으로 헤엄쳐 다가와 말했다.
「여자가 너를 가지려고 하는 것을 봤지.」
사이훙은 자신이 시련을 극복했음을 상기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꺼비 도인은 낄낄거리며 물을 그에게 튀겼다.
「너는 강인한 정신을 가졌더라.」
두꺼비 도인은 사이훙을 물 속에 처박으며 축하했다.
「좋은 일이지. 언젠가는 세상 전체를 휩쓰는 위기가 올 것이다. 선과 악의 대립이지. 살아남으려면 힘이 필요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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