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 1 - 28. 완성

기른장 2025. 4. 4. 21:19

28. 완성

사이훙은 자신의 신체 내부를 들여다 보았다. 모두가 투명했다.

명상은 결코 고요함이 아니었다. 신체는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심장은 박동하고, 피는 흐르고, 열정은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또한 기는 영문을 통하여 순환하고, 내장기관은 서로 연관되어 움직이고 있었으며, 폐는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은 계속 움직이면서 변화해 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우주이며 신비한 진화의 산물로 놀라울 정도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훙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몸과 마음을 다해 내면에 몰입하였다. 내부와 외부가 하나가 되었다. 그는 내면 깊숙이 잠겨 완벽한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내부와 외부의 것이 합쳐져 무한이 되었다.

그는 한 점에 이르렀다. 우주의 한 점, 무한함이 운동과 경험의 집적으로 응결된 곳. 기는 오행이 되고, 음과 양이 되고, 한 인간이 되었다.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소우주였다.

사이훙은 북두칠성을 상상하였다.

침묵. 공간. 모든 것이 진실이다. 동시에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다. 양쪽 다 동일하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겹쳐서 쌓여 가고 마침내 각각의 특성이 없어진다. 진실이면서 동시에 진실이 아닌 이 이중성을 누가 뛰어 넘을 수 있겠는가?

북두칠성이 없어져 버렸다.

인간은 우주 속의 소우주이다. 우주와 소우주는 하나이다. 하나는 모든 것이다. 행성은 내장기관이다. 영성의 중심은 바로 초신성(超新星)이고, 각 영문들은 별이다. 그 영문들은 하늘에 이르는 길이다.

 

북두칠성이 그에게 왔다. 사이훙은 그것을 불렀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북두칠성은 높은 구름을 지나 어둡고 매끄러운 밤하늘로 사이훙을 들어올렸다. 별을 제외하곤 모두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우주의 밤 속에서 낮이 폭발하여 불타고 있었다.

그는 하늘에 매달려 떠나갔다.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사이훙은 별들을 자신 속에 집어넣었고 별과 함께 자신에게 몰입하였다. 사이훙의 신체는 하나의 행성이었다. 유성. 태양.

그러나 더욱 깊어져야 하는 상태가 있었다. 그는 아직도 한 신체였다. 왜 그것이 저기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을까?

그의 몸은 소리 없이 폭발하면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완벽한 신체구조가 상처 하나 없이 천 갈래 방향으로 흩어졌다. 신체는 사라지고 없었으나 정신은 남아 있었다. 먼 곳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기억이 있었다. 이상한 한 줄기 빛이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다.

그 빛은 무한한 공간에 놓여 있는 것들을 꿰뚫으며 별과 행성과 모든 차원 너머로, 그리고 주마등 같은 모든 실재 너머로 흩어져 갔다. 사라졌다. 오로지 무(無)만이 있었다.

사이훙은 동굴 속에 앉아 있었다. 그는 왜소함과 초라함을 느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점이었다.

사이훙이 바라는 바는 고독과 묵상뿐이었다. 왜 돌아와야만 했는가? 신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수행해야 할 과업이 있었다. 그 과업을 마칠 때까지 그는 이 세상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들은 그에게 잠시나마 다른 측면을 보게 하였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만약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는 그곳에 머물렀을 것이다.

 

사이훙은 이곳에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실재가 아니다. 문명이란, 즉 완벽을 향한 거대한 문화적 탐색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단지 괴상한 인간의 자아도취를 위한 축제일 뿐이었다. 또한 감정이란 타락을 향한 본능적인 수련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사이훙은 정적의 상태를 유지하며 앉아 있었다. 자신에게 과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바로 그 과업 때문이었다. 그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희미하게 빛났다. 연민이었다. 자신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그리고 남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그는 돌아와야 했다.

사이훙은 기척 소리를 들었고 움직이는 횃불을 보았다. 사부였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사부는 사이훙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미소를 지었다.

사부는 햇빛으로부터 사이훙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가리개를 씌운 다음 사이훙을 밀폐된 사당으로 데려갔다. 사이훙은 약초를 넣은 목욕물에 들어가 굴 속에서 지내면서 광천수로 목욕한 탓에 푸르게 변한 몸을 씻어냈다. 사부는 사이훙의 눈이 햇빛에 적응할 수 있도록 눈에 약을 넣어 주었다. 한 달이 흐르는 동안 사부는 사당 천장에 있는 채광 창문의 폭을 서서히 넓혀 갔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이라곤 푸른색뿐이었다.

드디어 사이훙이 사당 밖으로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는 사부가 봉인을 뜯어 내고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어두컴컴한 오두막 속에서 사이훙은 사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는 완벽한 시험을 거쳤고 오랫동안 단식을 하였다. 오늘에서야 도(道)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되었구나.

도인의 유일한 과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본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사람은 하늘과 땅같이 넓으며, 해와 달같이 밝으며, 사계절과 같은 규칙성을 지니고 있다.

도를 깨달은 사람이 하늘보다 앞설지라도 하늘은 그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하늘이 행하려는 것처럼 행하기 대문이다. 도의 순환을 따라 공격적인 성향을 피하고 과다한 기의 방출을 피하면서 행한다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 힘과 역량을 얻기 위한 노력은 작은 성공은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그런 성공은 결국 죽음만을 재촉할 뿐이다.

도덕경(道德經)은 분명히 말했다. 어떤 사물이 절정에 다다르면 노쇠하기 시작한다고. 지나친 힘은 도와는 반대되는 것이며, 도에 반대되는 것은 금방 끝을 보게 된다.

이런 연유로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의 힘을 기르려 하지 않고 도와 결합하려고 한다. 그 사람은 공격적이지도 않고 힘이 세지도 않으며 오히려 겸손하고 평화스럽다. 그 사람은 세상 사람의 길을 가지 않고 자연의 순환을 좇으려 한다.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은 재생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 사람은 되돌아옴과 앞으로 나아감, 팽창과 수축을 통해 무한함과 불멸을 알게 된다. 이때 그 사람은 도와 결합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생명력에 집중하며, 가장 유순한 방법으로 반응한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은 새로 태어난 갓난아이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부는 문을 열었다.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사당 안이 눈부시게 빛났다. 사이훙은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저자의 말

 

어느 날 친구 두 명이 찾아와 〈관〉이라는 무도인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런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친구들은 65세 된 그 무술사범을 찾기를 원했고, 나 또한 5년간이나 중국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던 터라 호기심이 생겨 〈관〉이라는 무도인을 찾아 나섰다.

우리 일행은 수소문 끝에 시내에서 뚝 떨어져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그의 도장(道場)을 찾아냈다. 우리가 도착해 보니 연무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우리는 덤불 속에서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는 비교적 몸집이 큰 남자를 하나 발견했다. 우리는 그를 지켜보다가 이내 그의 동작에 넋을 잃고 말았다.

남자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길게 기른 검은 머리칼이 우람하게 벌어진 어깨를 덮고 있었다. 그 남자는 회색 도복에 갈색의 땀옷을 걸치고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을 발견하자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우뚝 서서는 우리 일행을 무표정한 얼굴로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우리들은 무안을 당한 느낌이었다.

그 남자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철부지 대학생같이 보였다. 나는 그가 〈관〉의 수련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사부에게 달려가 손님이 왔다고 알리지는 않고 덤불 속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이 이상하고 짜증스러웠다.


잠시 뒤 그 남자가 사라지고 얼마 안 되어 나이 어린 여자 수련생 하나가 달려와 사부님이 연무장에 오셨음을 알려 주었다. 언덕을 따라 연무장으로 내려가면서 그 여자 수련생은 사부님이 훌륭하신 분이기는 하지만 매우 보수적이고 기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귀띔을 해주었다.

 

 

연무장에 도착해 보니 수련생들은 기공(氣功)을 연마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한눈에 그들의 동작이 아주 강렬하고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수련생들의 동작은 힘차면서도 절제된 균형을 지니고 있었다. 수련생들의 대열에 가까이 다가서니 놀랍게도 아까 덤불에서 본 젊은 남자가 그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사범인 모양이지?」

나는 나이 어린 여자 수련생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우리 스승님이신 관 사부님이에요.」

「그분은 나이가 육십 줄이라고 들었는데······.」

「네. 그래요.」

나는 놀란 눈으로 그 남자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머리카락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로 약간 세었을 뿐이고, 넓적한 얼굴에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듯한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 등 어느 모로 보아도 나이 지긋한 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련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우리는 관 사부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관 사부는 처음 보기와는 다르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 그는 우리에게 수련 모습을 보도록 안내를 해 주었다.

 

 

그날 수련이 끝나갈 무렵 그의 제자들을 통해 관 사부가 사귀기 어렵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나는 몇 가지를 더 묻기 위해 그에게 갔다. 사실 나의 가장 큰 관심은 관 사부의 스승이 누군가 하는 것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스승의 계보가 바로 그 사람의 실력을 대변해 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관 사부로부터 들은 그의 스승에 대한 대답은 어안이벙벙해질 만한 것이었다.

관 사부가 말하는 그의 스승들은 모두 중국의 최고수로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태극권의 양 청푸(楊澄甫: 양징보), 천 웨이밍(陳衛明), 형의권의 쑨 루탕(孫陸塘), 팔궤장의 푸 정쑹(輔正松)과 장 자오동(張照童)이 모두 그를 가르쳤다. 게다가 관 사부는 내공삼가(內功三家) 외에도 소림권(小林拳), 도권(道拳), 후권(候拳), 응조권(鷹爪拳), 백학권(白鶴拳), 사권(蛇拳), 대호권(大虎拳) 등을 두루 섭렵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인도와 티베트 등 세계 각처를 편력하며 요가와 다른 명상법들을 익혔다. 한때는 군인, 또 한때는 서커스 흥행자, 경극(京劇) 연출자로 생활했으며, 베이징대학의 정치학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고, 중국 전 수상 저우 언라이(周恩來: 주은래)의 정무차관을 지내는 등 숱한 경험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의 편력은 나의 구미를 끌었다. 요즘 무술을 지도하는 사범들은 양 청푸나 천 웨이밍 등의 제자가 다시 배출한 제자에게서 무술을 배웠지만, 관 사부는 당대 최고수에게서 직접 배운 1세대라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켰다. 나는 지체없이 관 사부의 제자가 될 것을 청하며 수업료는 얼마인지를 물었다.

관 사부는 순간 당황했다. 돈에 관한 문제가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달 수업료는 35달러 라고 말했다. 우리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그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그 수업료는 일주일에 두 번에서 다섯 번 자신과 만나는 비용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관 사부는 35달러를 받는 것에 대한 설명이 아직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그 돈의 쓰임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35달러에서 10달러는 자신이 갖고, 10달러는 신축할 도장의 건립 비용으로 적립되며, 나머지 15달러는 중국에 있는 자신의 사부를 도와주는데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사부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가 가르침을 받았다는 무림의 고수들은 모두 죽었으므로 나는 그가 말하는 자신의 사부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했다.

「화산에 계시는 도가(道家)의 사부입니다.」

「도가의 사부요?」

 

나는 흥분으로 인해 가슴이 몹시 뛰었다. 내가 중국 무술을 배우려고 달려든 것은 바로 관 사부와 같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수련을 통해 영적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바로 그런 무술을 원했지만 여지껏 몇몇 태극권이나 기타 권법의 사범들에게서는 그런 면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나는 여전히 무도(武道)와 철학(哲學)을 함께 가르쳐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럼 그분은 연세가 많으시겠군요?」

자신의 스승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 듯 관 사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관 사부는 내 질문에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답변을 했다.

「그렇습니다. 긴 백발과 수염을 기르셨고 올해로 142세가 되셨습니다. 요즘은 오로지 명상에만 몰두하고 계시지요.」

「142세요? 그게 도대체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도인(道人)이시니까요.」

「그럼 당신은요?」

「나도 마찬가지로 도교의 금욕주의자입니다. 무술은 그냥 과외로 가르치는 것이지요.」

우리의 얼마간 더 대화를 나누고 난 뒤 헤어졌다.

 

 

그 뒤로도 나는 몇 차례 그의 도장에 더 들렀고 곧 그의 제자가 되었다. 나는 아주 희귀한 도교 무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관 사부의 제자가 된 것과 그를 「사부」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의심스러운 부분과 불확실한 점에 대해서 사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대개의 경우 그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나 혼자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가르쳤다. 그것은 사부가 그 문제를 회피한다거나 대답을 해줄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도교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지만 도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도교가 책을 통해 얻는 이론적인 지식을 통해 터득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도교는, 특히 관 사부에게 도교는 종교나 철학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바로 삶이었다.

관 사부가 말하는 도교의 핵심적인 원리는 영적 승화를 위한 자연적 삶과 자기정화의 과정이었다. 그런 까닭에 도가의 전통에는 삼라(森羅)의 만신(萬神)에 대한 다소 주술적이고 제의(祭儀)적이며 종교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관 사부의 주안점은 금욕생활과 극기를 통해 얻는 자유에 주어졌다.

관 사부는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자연에 대한 순응과 경전에 대한 이론(異論) 없는 복종이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또한 정화와 자아의 완성을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부의 기본원칙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과 육신, 타인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타락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신들의 시험을 거치게 되어 있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모든 신들께서는 우리가 탐욕에 굴하고 타락에 빠져 들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고 깨달음에 도달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시험하시니까.

우리의 육신은 신의 거처이고 정신은 신 바로 그 자체야. 자신의 육신을 타락시키고 정신을 피폐시키면 자연히 신은 그곳을 떠나지. 하지만 욕망을 희생할 수 있는 수준의 배움을 얻게 되면 신으로부터 보답을 받는 단계에 이르게 돼. 그때가 되면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좋고 즐거운 일만을 따라다니지 않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육신을 정화하게 되는 거야. 육신을 깨끗이 만드는 것은 신의 강림을 위해 신전을 닦고 단장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야.」

 

 

타락에서 멀어지는 일이란 절식과 금주, 금연, 금욕을 의미했다. 물론 도시의 소음과 더러운 공기 속에서 얻는 스트레스도 금기였다. 사부는 타락에서 멀어지는 것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그는 독신이었으며 철저한 절식을 했고 금연은 물론, 어떠한 경우라도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육신을 단련했으며,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남모르게 제자들을 보살피는 속정을 지니고 있었다.

사부는 50년이나 수련생활을 해왔지만 자신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는 자신이 아는 것을 남에게 아낌 없이 주고자 했다. 나는 아직 완전한 고행(苦行)이나 내공(內功) 무술에 이르지 못했지만 사부에게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고 그에 따라 건강도 좋아졌다. 나는 흡연, 음주 등의 나쁜 습관도 버리고 정적과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을 조망하고 시련과 동화한다는 철학을 통해 나는 육신의 건강과 겸손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도 과연 영적인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다. 전쟁과 핵무기의 공포, 공해, 범죄, 인종차별, 부패, 맹목적인 광신, 나태 등이 만연된 세상에는 더 이상 영적인 실체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도교(道敎)는 아주 질서있고 체계가 정연한 철학이다. 도교는 아주 신축적이며, 모든 사물을 광범위하게 포용한다. 육신의 수련을 통해 정신적 완성에 이르는 과정에서 종교는 세속적 생활을 통해 절로 우러난다. 사람에게 필요한 심성이란 오직 진지함을 가지고 생활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견지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세상에서 숨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도교도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뒤로 물러나 담담하게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하는 것을 싫어한다. 단순하고 진솔하며 원칙대로 살아가는 삶 그자체가 바로 도교인 것이다.

관 사부가 전수받은 도교는 혼란기 중국 사회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는 전쟁과 속세를 넘나들며 진정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관 사부야말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사람은 영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징표였다.

 

 

관 사부는 제자들을 북돋워 주고 일깨우기 위해 종종 자신의 경험들을 자세히 얘기해 주곤 했다. 자신이 배운 무도와 그를 가르친 사부들, 그리고 자신이 이기고 진 싸움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가 언제나 강조하는 부분은 사부들의 지혜와 능력, 그리고 엄격함이었다. 사부들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든 일, 마술의 시연 또는 기이한 무술로 도전자들을 물리치던 일,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계율하던 일······. 우리는 자연히 수수께끼와 같은 관 사부의 말에 빠져 들었으며 그 흥미는 점점 사부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하는 데까지 미쳤다.

그러나 관 사부는 우리가 그의 개인적인 실체를 물고 늘어질 때마다 그 공세를 아주 교묘히 피해 갔다. 도교(道敎)의 사부는 절대 자신의 생일(生日)이나 출생지 같은 개인적 이력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는 사부가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얘기해 주던 과거사를 이리저리 묶어 궁금해하던 부분의 일부를 스스로 해결해 가기는 했지만, 어찌 보면 사부는 아주 천천히 자신의 과거를 들추어내 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 대답들은 나의 수련 초기 기록으로 모아졌으며, 나는 이 기록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있는 것들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아마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노력과 보상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 줄 수도 있을 것이며, 좋은 스승의 필요성도 보여 줄 것이고, 도교의 자기인식 방법(方法)도 알려 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영적인 성취를 이루어 가는 영감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비록 그것을 안다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도인 1권 THE WANDERING TAOIS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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