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 년동안 좋아하며 친히 써오던 침과 뜸인데 현대에 와서는 그 아름다웠던 가치를 바르게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많은 역사적 경위에 의해서 침뜸이 현대 의료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이 원인이다. 침과 뜸을 무엇인가 기묘한 것을 보는 것 같이 호기심의 눈으로 보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이와 같은 침과 뜸의 역사에서 메커니즘 효과까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침과 뜸은 비과학적, 비합리적이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와 같은 오해도 해소하도록 될 수 있으면 과학적인 이면에서 가름하려 한다. 이것을 읽어보고 난 뒤에는 반드시 침뜸의 참됨을 이해하시리라고 믿는다. 지금 프랑스를 비롯하여 미국 등 구미 여러 나라에서는 침의 큰 붐이 일어나고 있다. 서양 의학의 본고장인 구미 여러 나라들이 단지 호기심에서만이 아니고 실제로 동양에서 나온 훌륭한 의학, 침뜸을 배우고 써오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국가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말살하여 버리려고 실오라기만큼 남았던 법을 없애버려서 도태를 면치 못하게 하여 놓았으니 민간에서 열을 내어 이어져 온 데 비하면 참으로 조그마한 파문에 다름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은 책자를 보시고 침뜸의 빛나는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셔서 병을 예방하여 주고, 병이 들었을 때에 고통을 없애 주는 침과 뜸에 친하여지시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과거와는 달리 전세계 의학계가 침과 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체의 이상을 정상으로 조정하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의사라고 하면 서양에서 온 의학으로 현미경을 이용하여 세균을 찾아 균이 죽는 약을 투여하여 치료하고, 전기의 발명에 의한 이공학(理工學)의 발달로 인체 내부와 세포까지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무엇인가 이물질이 생겼다고 할 때 메스의 수술 기구를 이용하여 끊고 자르고 파괴하여서 고치는 현대 서양 의사들을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년 전 아니 8·15 해방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에서는 소불알처럼 큰 주머니를 허리띠 앞쪽에 매달아 그 주머니 속에 여러 가지 침들을 넣어 두고, 왕진을 요청하여 오면 밤낮 없이 산과 강, 논두렁, 밭두렁 가리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의원의 해야 할 일로 생각하였다.
약방에서는 그 의원의 화제〔處方〕에 의하여 약을 지어 주었다. 환자나 식구들이 가서 말로 병력(病歷)을 이야기 하면 약을 주는 약방은 의원에 비하여 조금은 편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약값은 있어도 침값은 없다고 하여 의원과 약을 파는 약방을 구별하였다. 쉽게 생각하면 뭔가 문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뜻이 아니다. 왜 이러한 말을 하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이 말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사실상 침은 원가(原價)가 없다고 보아야 하는데 옛날에 대침을 쓸 때는 몇 개의 침만 가지면 대를 물려가며 써내려 왔으니 원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뜸하는 데는 우리 나라 산야 아무곳에나 있는 쑥이 필요하므로 큰 원가가 없다고 보아도 틀린 것은 아니어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값이란 물질에 있어서 물질로 말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신으로 말한다면 참으로 값이 없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신, 보이지 않는 술자의 정신이야말로 무한(無限)의 가치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은 약을 취급하는 사람은 처방만 나오면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대행할 수가 있지만 침구술이란 정신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을 고칠 생각보다 물욕이 먼저 생기게 되면 정신이 흐트러져서 병을 고치지 못하고 말기 때문에 정신이 물욕에 사로잡힐까봐 병을 고치는 데만 온 정성을 다 하도록 한 교훈의 말일 것이다. 내가 침시술을 하고 있을 때에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와서 그 말쪽으로 정신이 갔을 때는 시술에 해이해져서 잠깐 무슨 시술을 하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한편 환자에게는 자진하여 주도록 하였다. 공짜로 치료받으면 효과가 없다고 하여 담배를 주었다. 왜 담배를 주는 것일까? 그것은 그 시절에는 가장 귀하고 값 있는 것이 담배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8, 90세 노인들은 꼭 담배를 주어야 효과난다고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술자(術者)에게 물욕(物慾)을 금하였고 환자에게 자진하여 주도록 한 옛날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을 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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