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뜸은 술자 자신이 먼저 위험을 지니고 죽어가는 생명의 치료에 임하기도 하는 것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권한을 주지만 술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항상 정신과 손을 편하게 하여 주지 않는다. 술자에게 주는 것이라면 병낫는 재미인데 그 재미는 벼슬과 돈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비할 수 없으며 미치지 못할 것이다. 술자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하는 침통 하나 쑥 한줌만 가지면 못 갈 곳 없이 세계 아무 곳이라도 갈 수 있는 것이다.
갇혀 살면서 웃음보다는 긴장을 주는 환자와 나날을 보내다 보면 때로는 다른 세상을 보고 싶은 생각이 날 때도 있다.
하루는 강원도를 향하였는데 날이 저물 무렵에 잘곳을 찾으러 어느 가게 앞에서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며 안동네 아무개 댁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가게 주인에게 사연을 물어 보았더니 의원님이시냐고 반가워하며 사람 좀 살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지 않고는 말할 수가 없어서 보여줄 수 있느냐고 말한즉 하던 일을 팽개치고 5분 정도 거리의 안동네로 같이 갔는데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것 같아 보였다. 같이 간 사람이 들어가서 무어라고 하였는지 주인이 쫓아나오면서 반가히 맞아 주었다. 그리고 사랑으로 들어가서 자기 부인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이제는 죽을 것만 같아 마음 둘 곳이 없다 하며 살려만 주면 땅을 몇 천 평이라도 주겠노라고 하였다.
나는 환자들이 보통으로 하는 말로 듣고 환자를 보러 안방으로 들어 갔다. 환자는 오랫동안 앓았기 때문에 피골이 상접하여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다. 치료가 가능하여 보여서 며칠 치료 하였더니 차차 좋아져 죽지는 않겠다는 정도로 되었다. 화제거리가 되어 너도 나도 환자들이 몰려 오기 시작하였으나 주인집 환자는 기동을 하고 죽음을 면하게 되어 내일이면 떠나게 되었다. 술자가 자는 방은 사랑방 위 아래 상하로 되어 주인은 윗방에서 자고 술자는 아랫방에서 자는데 새벽에 잠이 깨어서 무슨 소리가 들려 왔다. “죽일 놈, 죽일 놈” 하고 또 조금 있다가도 그 소리가 계속되었다.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병을 고쳐주면 땅을 주겠다고 한 것 때문에 나를 죽일려고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정신 없이 그 집을 살금살금 나와서 도망나왔다. 침과 뜸은 죽을 뻔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술자 자신은 항상 편치 않음을 다시 맛보면서 살아 나온 것이 토끼가 용궁에 갔다 온 것 같은 생각만 들었다.
그 후 그 환자가 항상 궁금하여 그 동네 그 가게를 지나가다 들리는 척 하면서 물었더니 너무도 반갑게 대하면서 병을 고쳐주셔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으며 동네 사람들에게 끊임 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때 간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가셨느냐고 그 집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래서 그 주인에게 말 없이 가버린 사유를 이야기 하였더니 하는 말이 자신이 마음이 변하여져서 자신을 나무래는 말로 “내가 죽일 놈이지 죽일 놈이여” 라고 되뇌인 것을 오해를 하셨다고 말한 것을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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