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사이에 1967년 7월, 부산항에서 2만 톤짜리 미군 수송선이 올랐다. 아파트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수송선에 오르는 장병들의 얼굴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눈물만 반짝였다. 배 아래 부두에서는 ‘맹호는 간다’, ‘달려라 백마’ 음악이 연주되고, 꽃다발을 든 시민들과 여학생들이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 아래에는 구둔의 그 여선생님도 와 있었다. 이윽고 뱃고동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부두의 인파가 점점 더 작아 보였다. 장병들의 얼굴에 이별의 감정과 공포감이 교차했다. 몇몇 병사의 라디오에서 구성진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가사와 멜로디가 장병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항구가 수평선 저 멀리 사라지면서 또 다른 현실이 밀려왔다. 뱃멀미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