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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족적[4] 5. 소위가 치른 베트남전(1)

당신과 나 사이에 1967년 7월, 부산항에서 2만 톤짜리 미군 수송선이 올랐다. 아파트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수송선에 오르는 장병들의 얼굴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눈물만 반짝였다. 배 아래 부두에서는 ‘맹호는 간다’, ‘달려라 백마’ 음악이 연주되고, 꽃다발을 든 시민들과 여학생들이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 아래에는 구둔의 그 여선생님도 와 있었다. 이윽고 뱃고동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부두의 인파가 점점 더 작아 보였다. 장병들의 얼굴에 이별의 감정과 공포감이 교차했다. 몇몇 병사의 라디오에서 구성진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가사와 멜로디가 장병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항구가 수평선 저 멀리 사라지면서 또 다른 현실이 밀려왔다. 뱃멀미와 ..

지만원 족적[4] 4.육사 1년 선배

1년 선후배는 원수지간 사관학교에서는 2학년은 1학년의 적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2학년들 중에는 심성이 고약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각 학년은 200명이 채 안됐다. 이 200명을 8개 중대로 나누다보니 각 중대에는 1, 2, 3, 4학년이 각 20~25명씩 혼합돼 있었다. 3, 4학년은 1학년생들을 예뻐해주지만 2학년은 1학년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는 듯 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8시~10시 까지 정해져 있는 자습시간이 이어졌다. 식사 후 8시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그런데 2학년들은 이 자습시간에 1학년들을 괴롭혔다. 덩치가 좀 크거나 좀 뻣뻣해보이는 후배에게 트집을 잡았다. 자유시간에 자기네 방으로 불러 주먹으로 샌드백 치듯이 배를 때리고(후크를 치다) 엎드려 뻗쳐, 원산폭격을 시키거나 완..

지만원 족적[4] 1~3

1. 아군에 퍼부은 포사격 포사격 과정 전쟁에서는 늘 억울한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포대장을 하고 있을 때 내 나이는 19세였다. 내가 지휘했던 백마 30포병 제2포대는 여느 포대처럼 105밀리 곡사포 6문을 운영하기 위한 포대였다. 인원은 130명, 백마 포 사령부에는 966 포병 대대가 있었다. 155밀리 포를 운영하는 대대다. 이 155밀리 포 2문이 내 포대 기지에 배당되어 제2포대에는 105밀리 6문, 155밀리 2문이 함께 사격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155밀리 2개 포반은 중위가 따로 지휘했고, 105밀리 포가 사격할 때 위력을 보태는 사격 임무만 공동으로 수행했다. 하루는 포대에서 1km 앞에서부터 전개된 정글 산에서 보병 연대가 작전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파견된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