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베인/히말라야를 넘어서

10장

기른장 2022. 3. 22. 21:40

밤새도록 앉아 있었지만 다음 날 나는 생각만큼 그리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나는 아주 활짝 깨어 있었다. 마음에 즐거운 일들만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나는 앉아서 링쉬라 은자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그러자 녹색의 산 숲 안에 그림 같은 평화로운 호수가 자리 잡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산 아래 부분에는 키 큰 진달래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핑크 색, 흰색, 진홍색이 어우러져 울긋불긋했다.

 

호수 한 가운데는 섬이 하나 있었다. 이 섬 위에 관목과 꽃들로 둘러싸인 특이하고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집이 한 채 있었다. 그런 집은 이제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녹색의 종려나무들이 마당의 푸른 잔디 위에 둘러 서 있었다. 나는 이 멋진 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때 꽃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는 링쉬라 은자님이 보였다.

 

내 곁에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나의 스승이 곁에 있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아스트랄 비행을 한 거 같아요. 호수 한 가운데 섬 위에 사방이 예쁜 꽃들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너무도 아름다운 은거지가 보였어요. 그곳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고 있을 때 은자님이 꽃을 돌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나의 스승이 대답했다. "너는 은자님의 암자를 본 거야. 네가 본 그 장소에 그 분이 살고 있지. 그곳은 창포 강 너머에 있어. 티베트에서 아직도 전인미답인 지역이지.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그 분 혼자서 돌보고 있어. 너는 방금 아스트랄 비행을 체험한 거야. 은자님은 아스트랄 비행의 달인이시지. 그분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지.

 

"그는 오래 전에 간덴 사원의 승원장이었고 철학과 마법을 가르쳤지. 그는 방금 네가 했던 아스트랄 투사를 수련하던 중에 그 아름다운 호수 속의 섬을 발견하게 되었지. 그리고는 그곳을 직접 찾아 나섰어. 몇 달 뒤 그가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하더군. '마침내 내가 살 곳을 발견했어.'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곳의 위치를 말하자 그들은 말했지. '하지만 산 준령 위로 끊임없이 불어대는 폭풍 때문에 이제까지 그 누구도 그 계곡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게다가 거기에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어요.'

 

"그러자 그가 대답했어. '나는 길 하나를 발견했어. 그곳에 나의 암자를 지을 거야. 그곳에는 이제까지 누구도 육신을 가지고 들어 온 흔적이 없었어. 아스트랄 투사를 마스터한 사람들만이 들어올 수 있어. 그러니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곳이지. 이제 나는 자유자재로 아스트랄 비행을 할 수 있으니까.'

 

 그 계곡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는 은자님만이 알고 있지. 그분 말고 육체로 그곳에 간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어."

 

내가 스승에게 말했다. "그런데 은자님은 내가 잠시 그분 곁에 머물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 스승이 대답했다. "거기서 너는 진실로 신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너와 함께 그곳에 가는 특권을 누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랄 뿐이지."

 

다음 날 아침 내 침대 곁의 테이블 위에 두꺼운 양피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그 양피지 위에는 은자님의 암자로 가는 길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고 내가 가지고 가야 할 것들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스승의 테이블 위에도 유사한 양피지가 있었다. 밤사이에 어떤 신비로운 영적인 방법을 통해 이런 가르침들이 전달된 것이었다.

 

내가 나의 스승에게 말했다. "이건 정말 신비하군요."

그가 대답했다. "방법을 아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물체 영송靈送은 아주 쉬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우리는 물질계를 떠난 요기들 중 영송에 통달한 존재들과 접촉할 수 있어. 티베트에서는 영송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은자님이 양피지에 글을 쓰고 그것을 영계의 요기에게 전송하도록 요구한 건가요?"

 

"그래." 그가 대답했다. "그것은 쉬워. 그들은 물현과 환원의 비밀을 알고 있어. 물질은 원래 불가시不可視의 질료가 가시화된 것에 불과 해. 모든 것은 마음이야. 물질은 본래 없는 거야. 물질은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에 붙인 이름이야. 하지만 이름이 사물의 본질은 아니지.

 

명칭은 우리의 마음속에 하나의 관념을 형성할 뿐이고,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이지. 은자님은 그 자신이 이미 위대한 요기야. 소위 물질이라는 질료의 다양한 진동률을 이해하고 있는 은자님과 영계의 요기는 어떤 거리에서도 물체를 영송할 수 있어.

 

"모든 것은 마음속에서 하나의 진동에 불과하고 의식은 지배적인 요소야. 은자님은 이미 물질의 고형성에 대한 관념으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에 물질의 진동 수준을 아스트랄 차원으로 높여서 유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은자님은 영계의 요기와 협력하여 메시지가 적힌 양피지의 진동 수준을 높이고 에테르를 통해 전송한 뒤 물질화 시킨 거야. 그렇게 해서 그것이 네 눈앞에 나타나게 된 거지. 물현과 환원의 법칙을 안다면 이것은 신비로울 게 하나도 없는 일이야."

 

"그렇군요." 내가 대답했다. "나는 시드니에서 베일리 씨의 교령회에서 영송 현상을 본 적이 있어요. 아직도 저는 그렇게 영송된 물건들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은자님을 뵙게 되면 이 현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듣게 될 거야." 나의 스승이 말했다. "그 분은 밀라레파 만큼이나 위대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어."

 

"우리는 얼마나 빨리 출발할 수 있죠? 당신도 알다시피 제게는 많은 시간이 없어요.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어요."

"우리는 내일 출발하게 될 거야."

"당신과 같이 가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당신 없이 저 혼자만은 정말이지 불가능해요. 게다가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썩 즐거운 일은 아니잖아요. 특히나 미답의 티베트 오지라면 더욱 그렇죠."

 

"너와 같이 가게 되어 나도 기뻐. 우리는 많은 짐을 가지고 갈 수 없어. 최대한 가볍게 하고 여행해야 해. 우리의 여정은 험난할 거야. 만일 그것이 쉬웠다면 다른 사람들이 벌써 거기에 다녀왔겠지. 그곳은 사실상 티베트에서 가장 가기 힘든 오지야. 은자님이 그곳을 택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

 

다음 날 우리는 출발했다. 단 둘이서만 길을 나섰다. 왜냐하면 길도 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그 지성소에 발을 들이는 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식량은 되도록 길 위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신에게 맡겼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갼체를 향해 출발했다. 구름 덮인 초몰하리로부터 얼어붙을 듯한 바람이 울부짖으며 불어 닥쳐 오고 있었다.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지방은 황량하고 돌투성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야크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뭘 먹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나의 스승은 에베레스트 등반 코스 길을 가리켰다. "하지만 우리는 갼체까지 나 있는 무역로를 계속 따라갈 거야." 그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서 파동 지방의 위대한 브라마푸트라인 창포 강에 도착하게 되고, 거기서 야크 가죽으로 만든 고리배를 타게 될 거야." 내 생각에 스승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리는 도첸에 도착했다. 우리는 맑은 호숫가로 내려갔다. 호수 너머로 눈을 이고 있는 웅장한 산맥이 보였다. 맑고 잔잔한 수면 아래로 물고기들이 보였다.

 

"이 잔잔함이 얼마나 지속될까?" 나는 의아스러웠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이건 광풍이 불어 닥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날 밤을 보내기 위한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 밖으로 나가 일몰을 지켜보았다. 호수 속의 반영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고요한 수면 위로 산줄기가 그대로 반사되었다. 나는 작은 포켓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어찌나 맑게 비쳤는지 반영과 실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우리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나의 스승이 다시 입을 여는 것이 몹시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했다. "만일 이곳이 미국이라면 1년 안에 계발되었을 거예요."

 

"그렇지." 그가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 규제, 신조, 도그마들을 만들어내는 객관 세계만을 알아. 그들은 인공적인 세계 속에 살고 있고 오직 인공적인 것만을 알지.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의 수준에 맞추어 자연을 변화시키기를 원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들 속에 갇힌 채 신의 창조성을 잃어버렸어."

 

이제 그는 게쉬 린포체와 닮아 있었다. 그는 내가 그의 말의 의미를 놓치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어떤 형태로 표현되든 생명은 그 자체로 여전히 남아있어. 이 점을 완전히 인식하게 될 때 창조성은 너의 안에서 실재가 돼. 형상은 이 살아 있는 에너지의 현현이야. 그것은 한 송이 꽃 속에도 있고 한 줌의 흙 속에도 있어. 그때 세계는 감옥이 아니야. 왜냐하면 공기, 하늘이 그것의 살아있는 실재를 드러내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네게 어떤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너는 보다 깊은 의식의 상태 속에서 그것을 체험해야만 해. 그것은 단순한 심적 구성이 아니라 하나의 생생한 생명이야. 그것은 네가 마음속에서 모든 장애들을 깨끗이 맑혔을 때 오게 돼.

 

그것은 네가 거짓을 보았을 때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돼. 그렇게 되면 너는 심적 구성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뿐만 아니라 만일 우리가 이것을 단순한 지적 토론으로 만든다면 그 내적 체험과 변화를 놓치게 된다는 것을 너는 알게 될 거야.

 

"물질에 대한 너의 심적 구성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너는 그 고형성을 운반하거나 걸려 넘어 질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바라보지 않게 돼.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의 현현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너는 네 자신을 제한하고 있는 이 심적 구성으로부터 해방되게 돼. 과거에 우주는 너에게 한정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제 너는 해방된 우주 속에서 자유를 알게 될 거야."

 

나의 마음속에서 자동적인 변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여기서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윽고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는 창조적인 생명을 저절로 작동케 하는 의식 상태에 도달하고 그 자체로 완벽함을 이룰 수 있어. 너는 전 우주를 통해 하나의 생명이 무위의 완벽함으로 계속 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왜냐하면 너와 나의 생명 사이에 분리란 없기 때문이지.

 

그리고 우주적인 생명은 그 자체로 편재하고 전능하고 전지하기 때문이지. 완벽함이 있는 곳에 절대자가 있고, 구성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을 통해 그것이 표현되지. 절대자는 그 자신의 피조물을 통해 표현돼. 이것은 오로지 너의 지속적인 자각을 통해서만 가능해. 오로지 고요하고 능동적인 자각을 통해서만 절대자는 기능하게 되는 거야.

 

"따라서 마음이 자신의 구성 작용, 신조,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시간을 초월한 고요가 다가오게 돼.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너는 네 존재의 실재를 의식하게 되는 거야. 이 자유 속에서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의식적인 운용력과 더불어 창조적인 에너지의 해방을 얻게 돼.

 

"산업이나 예술, 기예, 치유, 웅변 등의 분야에서 천재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생명의 창조적 지성과의 협력이 존재해. 그것을 통해 모든 이들이 경이롭게 바라보는 업적이 성취돼 왔어. 그것은 조건 지어지지 않은 마음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되는 내면의 창조성이야. 자기 자신의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을 통해 미현자, 절대자는 현현하는 거야.

 

"이점을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해. 신이 아니라 인간이 어제와 오늘을 만들었어. 그것들은 네 마음속의 구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주목하도록 해. 어디에 어제가 있고 내일이 있지?"

 

내가 감히 말했다. "그것들은 오로지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 알겠습니다. 신은 바로 지금 여기에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기억이고 내일은 희망에 불과합니다. 지금이 유일한 시간입니다."

 

"훌륭하군!" 그가 소리쳤다.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 우리 더 나아가보도록 하지." 그러고 나서 그가 말했다. "영원한 현재에 사는 것이 자유야. 과거와 미래, 선과 악, 성공과 실패, 건강과 불건강 등은 존재하지 않아. 영원한 현재 속에는 그러한 대립물들은 존재하지 않아. 그것들은 단지 대립 속에 갇혀 있고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는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거야."

 

"아!" 내가 소리쳤다. "사람들이 투쟁하고 있는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그래. 사람들의 투쟁은 더 큰 짐이지. 아버지의 독생자,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 안에 존재하고 나이를 먹거나 죽지 않아. 순간순간의 자각을 통해 네가 그것을 알게 될 때 영원한 그리스도가 드러나게 돼."

 

"'너희가 나를 알진대 너희도 나와 같이 될 것이라.'" 내가 인용구를 말했다.

"그래." 그가 말했다. "2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도 그리스도는 존재해. '하늘과 땅 위의 모든 권세가 나에게 주어졌노라.'"

 

나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은 변했어요. 지옥과 악마처럼 우리를 한정하는 오래된 관념들은 모두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 그런 거짓들은 조건 지어진 마음속에만 존재하지. 모든 조건화가 녹아 사라질 때 우리는 우리를 자유케 하는 진리를 소유하게 될 거야. 그때는 여러 상이한 신조들, 적대감, 특정한 의식儀式이나 형식의 추종 등이 존재하지 않게 될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따라야 할 하나의 형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 하나의 형식을 따른다는 것은 모방한다는 거야. 하지만 모방은 이해가 아니야. 자기 자신의 조건화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를 자유케 하는 진리를 발견할 수 없어."

 

"그렇습니다." 내가 말했다. "인간들은 아직도 선악과를 먹고 있어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발견할 때까지 우리 인간은 유일한 구원인 생명나무에 매달릴 수 없을 거예요."

 

"그래, 맞아." 나의 스승이 맞장구쳤다. "선악의 지식 나무가 인간의 마음을 통해 자라는 것에 반해 구원의 생명나무는 영원하며 항상 지금 존재하는 신을 통해 자라지. 생명나무는 선과 악에 대해 알지 못해. 그럼에도 인간들은 선과 악, 지옥과 악마에 대해 설교하고 있지. 장님이 장님을 이끌고 있는 거지. 우리는 영원한 현재인 존재와 하나임을 인식해야만 하고 선과 악, 두려움과 믿음, 신과 악마 사이의 투쟁에 사로잡혀서는 안 돼.

 

"실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이 아니야. 실재는 지금 여기에 있어.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게 돼. 그것은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달라. 왜냐하면 그 평화는 전쟁과 투쟁을 통해 오기 때문이지. 하지만 진정한 평화는 신으로부터만 오고, 그것은 영원하고 항상 지금 존재해. 그렇게 되면 우리의 관계는 이해를 통해 행복하게 될 거야."

 

그가 잠시 생각하듯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개인적 자아를 통해서는 관계 속에서 항상 고통과 갈등만이 생기게 돼. 하지만 자신의 환영들을 식별할 때 우리는 내면속에서 무한자를 발견하게 돼.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사랑은 집착과 소유로부터 해방되어 찬란하게 표현되게 돼. 왜냐하면 우리는 타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지. '너희가 이들 중 가장 하찮은 자에게 한 행동은 바로 나에게 한 것과 같나니라.'"

 

침묵이 우리 둘을 둘러쌌다. 그 침묵 속에서 나의 내면에 변성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내가 아니었다. 진정한 표현을 방해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녹고 있었다. 그 순간에 내가 체험하고 있던 것은 바로 그 변화였다. 비할 바 없는 행복감이 내게 밀려왔다. 나는 더 이상 염려 속에서 추구하거나 모색하지 않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를 짓누르고 있던 짐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날 밤 나는 자유의 잠을 잤다. 당신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잠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것은 체험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가 떠오를 무렵 우리는 이미 길 위에 있었다. 나는 티베트의 일출과 일몰에 전율하곤 했다. 그날 아침도 나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였다. 하늘은 푸르고 고요한 구름장이 계곡을 덮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지만 날씨는 추웠다. 비록 언제든 바람이 일어 돌풍으로 변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우리 둘은 모두 라마의 법복을 입고 있었다. 많은 라마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럴 때면 관습에 따라 서로 축복의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존경하는 고위 라마의 법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타인의 눈총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나의 스승이 물었다. "오늘 평소보다 두 배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거 같나?"

"예." 내가 대답했다. "지금 힘이 아주 넘칠 것만 같아요." 나는 그동안 군살이 빠져 야위긴 했지만 근육은 강철 같았다.

"그래. 무척 강인해진 것 같이 보이는군."

"그럼요. 이제까지 저 산들을 넘어 여행해 왔는데 약해질 수 있나요. 이젠 거의 전문가가 되었는 걸요."

 

우리는 모든 짐을 오크 협곡에 놓아둔 채로 가볍게 여행하고 있었다. 몇 가지 필수품들만 배낭에 넣어 등에 지고 다녔다.

 

우리는 수백 마리의 야크와 염소들이 아침 풀을 뜯고 있는 호숫가를 따라 이동했다. 호수 끝에 이르자 강이 나왔고 그 너머에는 광대한 협곡이 있었다. 여기저기 커다란 검은 천막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것은 유목민들의 천막이었다. 그들은 베두인족과 같이 용맹하게 보이는 타입의 사람들이었다. 그들 주위에는 야크와 양 떼들이 있었다.

 

계곡 바닥에 이르자 이 유목민들이 다가와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나의 스승이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우리는 관습대로 그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었다. 촌락을 지나가거나 유목민 무리와 만날 때마다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환영을 받았다. 우리가 그들의 지붕 아래서 하룻밤 머물면 그곳은 거의 성지가 되었다.

 

스승이 내게 말했다. "이 유목민들은 티베트 전역을 방랑해. 그들은 이 커다랗고 검은 야크 가죽 텐트 속에서 살아. 텐트가 불에서 나온 연기로 검게 그을러 있지? 불은 텐트 안에서 대개 야크 배설물과 마른 풀로 지펴."

 

"그러면 텐트에 불이 붙지 않나요?"

"아니. 불은 텐트 한 가운에서 지피고, 사람들은 그 주위에서 잠을 자지."

우리가 긴 여행 중이고 앞으로 계속 길을 가야만 한다고 스승이 말하자 유목민 우두머리가 어떤 맑은 액체를 가지고 왔다. 내 눈에는 물처럼 보였다. 그것을 마시자 불에 타는 듯 했다. 그것은 옥수수와 보리로 만든 술이었다. 나는 손끝까지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내가 스승에게 말했다. "저걸 좀 얻어 가면 어떨까요?"

 

"아니야." 그가 대답했다. "길을 가는 도중에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 게다가 네게 익숙지도 않은 술을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나는 혼자 생각했다. '이 술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위스키보다 더 나은데.' 그리고 나는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위스키를 마실 때는 물과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위스키와 함께 물을 갖다 주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미 이 안에 충분한 물이 있잖아."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스코틀랜드인이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가 그를 진찰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맥퍼슨씨, 충고하건대 위스키를 끊으셔야 하겠는데요."

그러자 맥퍼슨이 일어났다. 그가 문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의사가 그를 불러 세워 말했다. "맥퍼슨씨, 잊어 버린게 잊지 않나요?"

"아니요, 없는데요."

"아, 이런. 당신은 제 충고에 대한 비용 3기니(금화)를 잊어먹었어요."

그러자 맥퍼슨이 외쳤다. "오, 저는 당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유목민들에게 있어서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이 검은 천막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들이 입은 옷은 야크 머리털과 양털로 손수 짠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털이 있는 양가죽 한 장 만을 걸치고 있기도 했다.

 

그들의 옷은 온통 두꺼운 수지獸脂로 덮여 있었다. 새 옷을 마련하면 그들은 악취가 나는 야크 버터로 옷을 문질렀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야크 버터로 몸도 문지른다. 그러니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옷이 어떤 상태일지. 그들은 마실 때를 제외하고 물을 사용하는 법이 없다.

 

그들의 음식은 대개 말린 고기이다. 그것은 남아프리카에서 흔히 먹는 빌통biltong과 유사하게 햇빛에 말린 것이다. 말린 육포들은 천막 안에 걸어 놓는다. 유목민들은 콩, 옥수수, 보리를 재배한다. 그리고 많은 무리의 야크, 양, 염소, 나귀, 티베트 조랑말 등을 기른다.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다음 날 우리는 갼체 시에 도착했다. 갼체 시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 너머 산허리에 커다란 벽으로 둘러싸인 사원이 보였다. 꼭대기 우측면의 거대한 벽에는 성스러운 융단이 일 년에 한 번 몇 시간동안 걸린다. 이 융단을 만드는 데는 11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것은 대략 가로세로 1백 피트의 크기로 그 한 가운데는 거대한 붓다상이 그려진다.

 

나의 스승은 갼체 사원의 승원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우리의 체류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사원에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우리는 그날 밤 거기서 묵었다.

 

이 사원은 다른 모든 사원들과 비슷했지만 한 가지가 특이했다. 사원 중앙에 높이 60피트에 이르는 거대한 초르텐이 세워져 있는 것이 그것이었다. 초르텐은 흙, 물, 공기, 불, 에테르의 오대五大를 상징하는 탑이다. 이 초르텐의 정상부는 황금으로 도금돼 있었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 라마들이 옴마니반메훔을 영창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의 안전을 위해 붓다의 축복을 받았다. 이곳을 떠나면 우리는 곧 인간의 문명을 뒤로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길은 라사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쉬가체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 두 길은 정상적인 무역로이다.

 

 우리가 밟아갈 루트는 해발 1만 8천 피트의 융령嶺을 넘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축복을 받고 출발했다. 그리고 '퉁가'라 불리는 기도 깃발도 받았다. 계곡 아래로 내려갈 무렵에도 우리의 귓가에 라마들의 영창 소리, 거대한 징과 총가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마치, 2천명도 넘는 라마들이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 낮이 되어 우리는 융령을 넘었다. 준령 위에는 눈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어떤 부분에는 눈이 6,7피트 깊이로 쌓였다. 어떤 곳은 우리 허리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만일 내게 이전 경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고개에서 죽어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개 저쪽에 이르자 야크페오라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우리는 그 마을의 가장 좋은 농가에 머물 수 있도록 환영받았다.

 

그 집의 흙바닥은 야크, 나귀, 가금 등의 우리로 사용되었다. 우리의 잠자리가 마련된 다락 한 가운데는 화덕이 있었다. 그것은 독특한 체험이었다. 남자나 여자 모두 마루 위에서 함께 잠을 잤다. 밤새도록 나귀가 울어대었고 야크들의 되새김질 소리가 들려왔다.

 

다락 저 끝에는 식구들이 앉아서 볼 일을 보는 네모난 구멍이 있었다. 아래로 떨어진 배설물을 야크와 나귀들이 밟고 다녔다. 당시 나는 냄새와 소음을 막기 위해 코와 귀를 마개로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스승에게 다음부터는 차라리 밖에서 잠을 자겠노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오지로 오는 여행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여행자를 위한 움막들은 없었다.

 

나는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어서 기뻤다. 이곳의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불쾌한 경험들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몇 개의 강들을 건넜다. 얼음과 눈이 섞인 물들이 거대한 급류를 이루며 창포 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들을 건널 때는 얕은 부분을 골라 그 쪽으로 넘어갔다.

 

이제 나는 습기와 추위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것들은 매일 발생하는 것이었고,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위대한 현자 링쉬라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나의 여정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날 우리는 창포에 도착했다. 창포는 달리 '위대한 브라마푸트라'로 불리기도 했다. 브라마푸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성스러운 강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가파른 산허리에 있었다. 저 멀리 아래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창포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 속에는 장구한 세월을 통해 대 히말라야로부터 내려온 눈과 얼음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강의 폭은 약 1/4 마일정도 되었고, 포효하며 계곡 사이를 돌진하는 물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길은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한 발만 잘못 헛디디는 날이면 포효하며 흐르는 저 아래 깊은 물속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우리는 강 아래에 이르렀다. 좌우 강변에는 야생화가 덮여 있었다. 비탈에는 인간의 눈이 거의 지켜 본 적이 없는 야생 장미, 진달래, 양귀비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내가 스승에게 말했다. "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기 온 가치가 있군요."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우리는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도 위험한 길이라 줄곧 스승은 앞에서 걷고 나는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강변에서 야영을 했다. 날은 저물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여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파동까지는 아직도 몇 마일이 남아 있었다. 파동에서 우리는 창포 강을 건널 예정이다.

 

야영 장소를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스승이 한 동굴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기에는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나의 스승이 그에게 물었다. "여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살고 있었죠?"

그가 대답했다. "오늘이 딱 25년째 되는 날입니다."

마침 바로 그날 우리가 거기에 도착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내가 물었다. "뭘 먹고 살았죠?"

"그거야, 물고기나 식물 뿌리를 먹고 살았겠지." 나의 스승이 대답했다. "창포 강에는 물고기들이 많아서 쉽게 잡을 수 있어."

 

이 사람은 나의 스승이 살아 있는 성자들 중의 한 분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우리를 따라오고 싶어했다. 그는 잘 생긴 남자였다. 그는 어찌어찌하여 오컬트 과학을 알게 된 유목민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나의 스승은 그의 태도와 진실함에 감동을 받았다. 스승은 그에게 우리가 지금 특별한 일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25년 동안 자네는 무엇을 성취했지?"

 

그가 대답했다.

"창포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인가?"

"예."

"이런, 그게 무슨 시간 낭비인가!"

 

그렇게 말하고 난 스승은 그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다. 그것은 나도 짧은 시간이지만 그로부터 배운 바 있는 그런 가르침이었다. 그 가르침으로 인해 그의 마음속에는 구도에 대한 더욱 뜨거운 열정이 불타올랐다. 그는 결심을 굳힌 듯 가까운 장래에 나의 스승 밑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그의 소망에 동의를 표했다. "자네가 정말로 준비되면 내가 자네를 찾아오도록 하지. 내 암자는 라사 너머 캬추 강 인근의 잠사르에 있어. 언젠가 자네는 무가보의 진주를 발견하게 될 걸세."

 

우리는 그를 떠났다. 그는 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진리를 알고자 하는 갈망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길을 나섰다.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 앞에 음식과 쉴 곳이 계속 주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스승은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종종 의심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의심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했다. "저도 당신처럼 태산이라도 옮길 강한 믿음을 가지고 싶어요." 때로 그는 나의 상념을 읽고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도 그렇게 될 거야."

 

이 짧은 말이 나의 귓가에 강하게 울려왔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진정한 마스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강변에서 1마일 정도 더 내려와 휴식을 취했다. 우리는 물고기로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날까지 나는 스승이 어떻게 음식을 구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에게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파동까지 5마일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출발한지 4시간 만에 그곳에 도착했다. 길은 험하고 위험했다. 일반적인 길이라면 우리는 하루에 약 20마일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시간에 1마일 정도밖에 나아갈 수 없었다.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떤 곳에서는 길 자체가 아예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창포 강을 건넜는지 놀랍기 그지없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의 스승이 대답했다. "모든 것이 다 주어지고 있어!"

 

아마도 그는 나의 믿음이 부족한 것에 대해 실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더욱 강해져 갔다. 사건들을 하나하나 겪어가면서 모든 것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물의 이면에는 하나의 절대 지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절대 지성이 심지어 지극히 세밀한 부분까지 우리를 돌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서서히 마음속으로 그것을 믿기 시작하게 되었고, 마침내 확신을 갖기에 이르렀다. 나는 우주를 지배하는 하나의 절대 지성이 존재하며 동일한 지성이 우리들 역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절대 지성은 자체로 완벽하며 어떤 세밀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나의 이런 믿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계획을 하지 않고 그 절대 지성에게 모든 것을 맡겨 두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스스로 계획을 짜는 것보다 모든 일이 천배는 더 잘 되어나갔다. 계획을 세울 때 나는 계속 다시 계획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만물의 흐름을 알고 있는 절대 지성이 나를 이끌 때처럼 모든 것이 술술 풀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이 기도문과 같다. '자비의 빛이여, 저를 이끄소서. 저는 보기를 원치 않나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저를 이끄소서.' 예수의 말이 종종 떠오른다.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보고 나도 그와 같이 하노라.' 이 말은 완벽한 지성이 지극히 세밀한 부분까지 모든 움직임을 인도하고 있는 데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일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파동에 도착했을 때 아무리 봐도 창포 강을 건널 수 있는 수단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강폭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스승이 말했다. "이곳에 앉아 있어!" 몇 분 동안 침묵에 잠겨 있던 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잠시 후면 고리배가 여기 올 거야."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한 티베트인이 어디선가 갑자기 고리배를 머리에 이고 나타났다. (고리배는 야크 가죽으로 대나무를 촘촘히 동여매어 만든 정방형의 배로, 깊이 3피트, 폭 5피트, 길이 7피트 정도된다. 이 배가 실어 나를 수 있는 양은 놀라울 정도다. 티베트인들이 사용하는 또 다른 형태의 배는 통나무배다. 통나무 안을 깎아내 만든 이 배의 바닥은 평평하다. 썩 탈만한 훌륭한 배이다.)

 

이곳의 강은 유리판처럼 미끈했다. 마침 불어온 미풍으로 잔잔한 파문만이 일고 있었다. 나의 스승이 그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를 강 저편으로 건네주실 수 있나요?" 그가 대답했다. "예. 링쉬라 은자님이 제게 당신들이 오늘 이곳에 올 거라고 말해 주셨어요. 그래서 당신들을 보자마자 고리배를 이고 막 오고 있는 거랍니다. 제 이름은 페데동입니다." 나의 스승은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우리가 고리배 안으로 들어가자 페데동이 있는 노를 힘껏 저었다. 비록 수면은 고요했지만 강물은 조용히 그러나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물의 흐름은 무척 강했다. 우리는 반 마일 정도 강 아래로 내려가서 반대편 기슭에 닿게 되었다.

 

이 고리배들은 가볍고 크기도 다양하다. 어떤 것은 길이 10피트, 폭 8피트짜리도 있다. 고리배는 무게가 85 파운드에서 95 파운드정도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머리 위에 이거나 등에 지고 쉽게 운반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여태껏 탐사된 적이 없는 티베트의 처녀지를 밟게 되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수많은 야크, 염소, 양떼가 있었다. 유목민들이 커다란 매스티프(털이 짧고 덩치가 큰 맹견)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밤이면 설표와 늑대들이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기 때문에 매스티프가 무리를 지켰다. 이 사나운 매스티프들은 이 습격자들을 공격해 죽였다.

 

이 개들은 낯선 자들을 주저 없이 공격해 죽였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했다. 마침내 우리는 높은 준령을 넘을 수 있는 길에 접어들었다. 페데동의 말에 의하면 그 준령은 해발 1만 9천 피트나 되고 바람이 너무 거세서 그 너머 계곡에 사는 은자님을 빼고는 아무도 살아서 넘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계곡은 티베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나의 스승은 항상 그래왔듯이, 그러나 이번에는 결연한 표정으로 앞장서서 나아갔다. 그는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런 곳에는 으레 전설들이 있게 마련이지. 어떤 것들은 진실이고 어떤 것들은 말 그대로 전설에 불과하지. 하지만 이 준령에 대한 전설 속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는 그가 소리쳤다. "저기를 봐!" 준령의 꼭대기에서 눈 소용돌이가 마치 허리케인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나 혼자만이었다면 나는 결코 이 여행을 감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승의 믿음이 이 모든 장애들을 극복할 것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우리는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터벅터벅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다. 얼마나 더 올라야 하는 지 의아했다. 이제 우리는 산림대를 넘어섰고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산지에 있었다. 눈 속을 헤치고 갈 때 바람이 더욱 사납게 몰아쳤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살아서 이 준령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는 길을 골라 더듬어야 했다. 이곳저곳에 염소가 다닌 흔적만 있을 뿐 우리를 안내해 줄 진짜 길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염소 길들은 이쪽 저쪽으로 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스승은 항상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

 

눈은 아주 깊었다. 하지만 그 표면은 계속 누적된 결빙으로 딱딱해져 있었다. 나는 눈 표층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저 멀리 아래 눈 더미 속으로 떨어질 것이다. 물 위에 선 베드로처럼 나는 의심하는 마음이 일었다. 나의 스승은 내 생각을 읽었음에 틀림없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네 발 아래 눈은 바위처럼 단단해!"

 

바람이 끔찍할 정도로 거세게 불었다. 양쪽 산비탈 사이에서 바람이 위로 솟구쳤다. 두 개의 산벼랑은 깔때기 구실을 하였고 그것 때문에 바람은 더욱 거세어졌다.

 

탑처럼 솟은 두 개의 산 사이 허공을 통해 눈보라가 거대한 힘으로 연이어 불어 닥쳤다. 그 광경은 멋지긴 했지만 두려움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었다. 거대한 빙하들과 얼음 강들이 산허리 아래 계곡으로 우드득거리며 떠밀려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길가의 동굴 같은 곳에서 잠시 동안 쉬면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장관을 지켜보았다. 그때였다. 천둥 같은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오, 이런! 거대한 눈사태가 일어나 그 앞의 모든 것을 삼키고 있었다. 수백만 톤의 눈 더미와 얼음 덩어리들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산 표면에서 저 아래 깊은 계곡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세상에 이런 장관은 어떤 인간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아무도 이 준령을 넘은 적이 없으니까요." 나의 말에 스승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가 걱정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지 않았다. 그는 긍정적인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계속 가자."

 

우리는 준령 꼭대기까지 2/3 지점에 이르러 멈추었다. "저기를 봐!" 스승이 소리쳤다. 저기 2백 피트 아래 바위 위에 은자님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우리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우리가 더 위로 오르지 말고 아래 바위로 내려와 오른 쪽으로 돌면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나온다고 말해 주었다.

 

그의 말대로 하자 산비탈을 따라 약 2백 야드 정도 돌출된 암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기서 아래로 계곡이 내려다 보였다. 그 광경은 내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멋진 대 장관이었다.

 

저 멀리 호수가 보였다. 그 호수 한 가운데는 섬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섬 위에는 집이 한 채 있었다. 그것은 내가 환영 속에서 본 것과 꼭 같았다. 계곡은 연두색이었고 다양한 색상의 야생화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호수 역시 연두색으로 보였다. 호수에는 계곡과 만년설을 인 주위 산들이 비쳤다. 산 아래에는 만개한 야생 장미와 진달래들이 덮여 있었다.

 

"정말로 놀라운 광경이군요!" 내가 스승에게 말했다. "은자님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소를 가지고 있군요. 그분 외에 아무도 볼 수 없는 그런 곳을요."

 

계곡 이곳저곳에 야생 야크와 나귀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그때 은자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조심해. 서두르지 마.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낙석을 조심해. 때때로 염소들이 돌을 건드려 버리면 산사태가 발생해서 바위들이 비탈 아래로 떨어져 내리지. 너는 보호받고 있으니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이제 우리는 은자님이 있는 곳으로 쉽게 내려왔다. 육신으로 그를 만나볼 수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었다. 내가 말했다. "이곳은 어떻게 바람 한 점 없죠?" 그가 대답했다. "바위들의 형태를 봐. 저 위에 돌출된 거대한 바위들이 보이지? 저것들 위로 바람이 비껴가게 되고 덕분에 이 지역은 고요하지. 엄청난 눈보라 때문에 아무도 저 준령을 넘을 수 없어. 이곳은 내가 사는 계곡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비밀 통로야."

 

"다른 쪽은 어떤가요?" 내가 물었다.

"그곳은 들어오기가 훨씬 더 어려워." 그가 대답했다.

"이 계곡 전체가 은자님 것이라니, 정말 놀랍군요!"

"언젠가 계곡에 사람들이 거주할 날이 오겠지. 결국 사람들은 이 길을 발견하게 될 거야. 하지만 아직 이곳은 성역이야. 이곳에서 하늘과 땅은 하나로 결합돼 있지. 오로지 영적인 존재들과 아스트랄 비행을 할 수 있는 자들만이 이곳에 올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정도는 네게 말해줄 수 있어."

 

우리는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나머지 길은 쉬웠다. 우리는 호숫가에 이르렀다. 그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었다. 수풀은 내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전체 색조는 이끼빛 연두색이었다. 호숫가에는 고리배가 하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배에 올라탔다. 은자님이 노를 저어 우리를 그의 섬으로 건네주었다.

 

나는 그 광경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수풀들이 섬을 가득 덮고 있었다. 녹색의 천연 잔디밭 위에서는 양과 염소 몇 마리가 먹음직스럽게 풀을 뜯고 있었다. 덕분에 잔디는 계속 짧은 상태를 유지하였다. 잔디밭을 지나자 종려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것들은 사람 손으로 식수되고 특별히 관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것들을 보니 자연의 수풀 속에 점점이 자라고 있는 것들과 동일한 종이었다.

 

은자님의 말에 의하면 이 나무들은 그가 심었던 삽목으로부터 자란 것이고, 그것들이 자라자 그가 규칙적인 형태로 배열하였다고 한다. 종려나무들 아래에는 야생화들과 청색 빛의 커다란 중국 양귀비들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 한 가운데에 매력적인 돌집이 지어져 있었다. 지붕은 대나무 골격 위에 종려 잎들을 덮어 만든 것이었다. 집 내부 마루는 인근 바위로부터 채취한 고운 사암으로 아름답고 깨끗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가구는 대나무와 풀을 엮어 만든 것으로 디자인이 훌륭했다.

 

그곳에는 요리 도구들도 갖추어져 있었다. 그것들은 그가 수차례의 여행을 통해 갼체에서 구입해온 것이었다. 침대와 의자들은 대나무와 풀을 단단히 엮어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중 하나에 앉자 이런 소리가 절로 내 입에서 나왔다. "야, 이거 정말 편안한데."

 

은자님이 섬에서 모아온 마른 나뭇가지에 부싯돌로 불을 피웠다. 마른 나뭇잎에 불을 붙인 뒤 '후'하고 불자 불길이 일어났다. 그러자 그가 그 위에 나무를 놓았다. 몇 분이 지나자 따스하고 편안한 모닥불이 되었다.

 

내가 말했다. "은자님은 무엇이든 혼자 척척 잘 하시는군요!"

"그럼."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지. 오크 협곡에서 네가 나를 본 것처럼 그렇게 나는 아스트랄 비행으로 모든 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치유하고 그들의 마음이 평화와 행복으로 향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지. 아들아, 너는 이곳에서 나와 함께 머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거야."

 

그의 회색빛 긴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지성으로 반짝이는 그의 깊은 두 눈이 감히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할 위험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 속에는 오랜 연륜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는 180센티가 넘는 장신이었다. 그는 육체적인 거인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거인의 느낌도 주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분은 전 아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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