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도인(道人)

도인(道人) 1 - 1. 타이산의 축제

기른장 2025. 2. 27. 20:34

제 1 부 유년 시절

 

1. 타이산의 축제

 

1929년, 관 사이훙은 가족들을 따라서 가파른 타이산(泰山)순례 길에 올랐다. 그들은 도교의 최고신인 자미대제(紫黴大帝)의 축제에 참석하기 위하여 정상에 있는 자운궁(紫雲宮)을 향하고 있었다. 수주일 동안이나 계속되는 그 축제는 자운궁 마당에서 헌물을 바치는 종교의식이었다. 부유한 무사 가문인 관씨 집안의 식구들은 도교의 독실한 신자이자 후원자였기 때문에 그들의 고향인 산시성(山西省)에서 산둥성(山東省)의 타이산까지 8백 킬로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것이다. 그들은 자운궁에 한 달간 머무를 예정이었다.

 

타이산으로 오르는 가마의 속도는 대단히 느렸다. 하늘을 찌를듯한 타이산의 절벽들은 하루 만에 올라갈 수 없는 곳이었다. 소나무 숲속에 있는 산골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한나절을 올라 갔을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목욕 재계할 수 있었다. 여인숙에서는 채소로 만든 음식들만 제공했다. 동물의 살코기 냄새를 씻어 버리고 명상을 해야 마음을 평화로이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산은 이미 그 자체로도 순례자들의 마음을 개끗이 씻어 주는, 중국의 오악(五嶽)중에서도 으뜸가는 명산이었다. 타이산은 다른 모든 산과 골짜기들을 우습다는 듯 내려다보면서 넓디넓은 산둥성의 하늘을 향해 우뚝 치솟아 있었다. 구름은 산봉우리 중턱에서 한가롭게 흘러가고, 하늘처럼 넓고 큰 타이산은 황제와 같은 고고함과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사람의 기척은 보이지 않고, 차갑고 희박한 공기만이 절벽의 바위들을 감싸고 있었다. 참으로 자미대제가 거처할 만한 곳이었다.

 

중국인에게 「황제」란 하늘의 천제(天帝)뿐만 아니라 지상의 천자(天子)도 보통 사람들은 결코 보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황제」는 신비한 존재였으며, 기(氣)였고, 접근할 수 없는 지배적인 「힘」이었다. 그러나 매년 한 번 열리는 이 축제에서만은 그 「황제」가 세속으로 내려와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어린 사이훙은 장난꾸러기에다 호기심이 강한 소년이었다. 그는 종교 의식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할아버지 관 주인과 할머니 마 쓰싱, 그리고 고모인 관 메이홍은 사이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사이훙이 도교 순례자의 경험을 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사이훙의 가족들은 타이산의 사찰로 향하는 마지막 진입로에 다다랐다. 이제부터는 18번을 굽이쳐 돌아가면서 올라가야 하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남아 있었다. 그 길은 7천 개의 돌로 짝을 맞추어 놓은 좁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기암괴석들 사이의 거대한 틈을 따라 길이 나 있었지만, 관목들과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울퉁불퉁하고 험악한 절벽에 비하면, 그 오솔길은 대체로 다닐 만 했다. 그 길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대자연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 타이산은 보잘것 없는 오솔길을 간신히 참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른들은 가마를 타고 갔고, 사이훙은 하인의 등에 업혀서 갔다. 사이훙은 수많은 돌로 만들어진 층계를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차가웠다. 사이훙은 긴 갈색 무명옷 위에 깃이 높은 호랑이 가죽 외투를 입고 있었다. 다리에는 각반을 하고, 무릎 부분에 단추가 달린 짧고 헐렁한 바지를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외투자락 밖으로 살짝 보이는 사자 모양의 돈주머니는 비단으로 만들어 섬세하게 수를 놓은 것이었다. 신발도 역시 비단으로 만들어 수를 놓은 뒤 펠트로 밑창을 댔고, 양쪽 옆엔 하얗고 파란 구름 모양의 장식을, 코끝에는 사자머리 모양의 장식을 달아 놓았다. 사이훙이 입고 있는 옷들은 인격을 함양시켜 주고 그를 악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남성적인 면이 돋보이도록 세심히 신경을 쓴것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그러한 호신용 물건에 각별히 신경을 썼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사이훙에게는 부적으로 호랑이 이빨을 목에 걸어 주었다.

외투 외에도 사이훙은 두 가지를 더 걸치고 있었는데 너무 거추장스러워 짜증이 날 정도였다. 막 계단을 뒤어올라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이훙은 너무 더워서 모자를 벗어 던졌다. 모자 역시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것으로 양쪽에 귀덮개가 달려있고, 정수리 부분에는 사자 귀모양의 장식물이 달려있었다. 사이훙은 그 장식물을 가장 싫어했다. 또 하나는 벙어리 장갑이었다. 그러나 그건 벗어 버릴수 없었다. 장갑은 외투 소매끝에 비단실로 튼튼하게 꿰매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자를 벗어버리고 장갑까지 벗은 뒤 사이훙은 이제야 해방되었다는 듯이 층계를 뛰어올라갔다. 정수리 가운데만 남겨놓고 깨끗이 밀어 버린 그의 머리가 잠깐씩 보였다가 사라지곤 했다.

 

층계는 끝없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사이훙이 먼저 올라와 쉬고 있자 집안의 종복들이 뒤따라 올라왔다. 행렬의 선두에 선 가마의 창을 통해 할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른어른 비치고 있었다. 가마 안에서 사이훙을 유심히 살펴보시던 할아버지는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이훙, 네 모자는 어디 있느냐?」

사이훙은 순진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여인숙에 두고 왔나 봐요, 할아버지.」

가마안에서 가벼운 탄식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때 하인 한 사람이 모자를 가지고 왔다. 사이훙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면서 하인의 정강이를 걷어차려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다시 날카로운 목소리로 사이훙을 불렀다. 사이훙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모자를 뒤집어썼다. 앞으로 뛰어가면서 사이훙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있으며 할아버지가 엄격하기는 해도 정이 깊은 분이라는 것을 사이훙은 잘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그를 용서해 주셨던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도관의 정문 앞에 이르렀다. 주지스님이 직접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주지스님은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다. 주지스님은 가족들이 머무는 동안 거처할 사찰을 별채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가마에서 내렸다. 할아버지는 이미 70대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180센티미터나 되는 장신이었기 때문에 체격만으로도 남들과 쉽게 구분되었다. 의복에서 드러나는 신분과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할아버지의 비범한 위풍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소매없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장삼과 바지는 가죽을 대서 만든 것이었다. 수를 놓은 검은 조끼, 사과색의 옥장식이 달린 검은 갓, 백설같이 하얀 수염, 그리고 단정하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 .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진중하면서도 날카로운 무사의 풍모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할머니 마 쓰싱은 할아버지보다 한 살 연하였으며 키도 아주 커서 할아버지보다 약간 작은 정도였다. 할머니도 주지스님에게 인사했다. 할머니는 전족을 하고 있었으나 보조도구 없이도 잘 걸었다. 할머니 역시 가죽을 대서 만든 장삼과 바지를 입고, 긴 앞치마와 승모(僧帽) 모양의 머리덮개를 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밝은 색깔의 금속사(金屬絲)로 독특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할머니의 옷은 장미, 국화, 작약, 그리고 붓꽃을 복잡하게 수놓은 눈부신 것이었다. 길고 숱이 많은 하얀 머리카락은 뒤로 넘겨 보석이 달린 비녀로 단장하였다. 높은 광대뼈와 달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강조해주는 머리 모양이었다. 둥글고 커다란 두 눈은 사슴의 눈처럼 온화하게 빛났으나, 그 눈빛속에는 강렬한 정신력이 숨쉬고 있었다.

할머니는 비록 나이가 들었으나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축제기간 동안 할머니를 훔쳐본 다른 여인들은 모두 할머니의 아름다움에 질투를 느꼈을 게 틀림없다. 할머니는 은으로 만든 허리띠와 옥팔찌외에도 언제나 가죽으로 만든 긴 채찍을 왼쪽 어깨에 말아서 갖고 다녔는데, 그 채찍은 할머니의 무기였다.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이훙의 고모 관 메이홍은 할머니보다도 훨신 더 평범한 외모였다. 50대에 접어든 고모는 푸른 벨벳 옷을 입고 있었다. 고모의 머리덮개와 앞치마에도 수가 놓여져 있었지만, 고모는 단순한 것을 좋아해 어두운 색조의 옷을 즐겨 입었다. 고모는 최근에 와서야 전족을 풀었는데, 목발을 짚고 걷는 일조차도 대단히 고통스러워했다.

사이훙은 주지스님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렸다. 주지스님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사이훙은 살며시 빠져 나와 사찰의 대문을 지나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사찰의 마당은 밝은 색깔로 꾸며져 있었으며 사람들이 매우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청동 기와로 덮인 사찰의 지붕과 다채로운 처마가 보였고, 비단으로 만든 수천 개의 등과 풍차들, 그리고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음악가, 곡예사, 인형극단의 사람들, 마술사, 그리고 힘을 자랑하는 역사들이 마당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다 해어져 여기저기 기운 회색 도복을 입은 도사들이 향과 부적, 봉납물 따위를 팔여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도사들은 조언을 해주고 있었고, 또 어떤 도사들은 점을 쳐주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이훙의 관심을 끈 것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신선한 음식들과 맛나고 달콤한 사탕들이 진열되어 있는 음식상이었다.

사이훙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군것질과 장난을 치며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난치는 것보다도 군것질이 훨씬 더 좋았다. 돌아다니며 축제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맛난 음식 냄새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그는 사탕을 여러개 사서 그 자리에서 몇 개를 먹고 나머지는 주머니에 넣었다. 때마침 꿀을 발라 구운 사과가 보였다. 그것은 사이훙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사과까지 사 먹고나서야 축제들은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이훙은 사람들을 헤치고 마당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갔다. 높은 단상위에서는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은 음악가들이 가극과 대중적인 노래, 고전음악을 번갈아 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류트와 하프, 바이올린, 플루트,심벌즈 등 여러가지 악기들은 연주하고 있었다. 막강해 보이는 그 악단은 축제분위기에 들떠 함성을 질러대는 사람들의 소음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항상 선전이 있었다. 공연을 펼칠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환상의 묘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큰소리로 외쳐 대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이훙은 마술사에게 마음이 끌렸다.

「오세요! 오세요! 아저씨들 아주머니들! 형제 자매 여러분! 노인장도 어린이도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와서 놀라운 묘기들을 보시라. 신도 놀라고 질투할 마술, 당신이 믿지 못할 마술입니다! 오세요! 오세요!」

사이훙은 눈썹을 과장되게 치켜올리고 있는 키가 크고 거무튀튀한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붉은 비단 옷을 입은 마술사는 무대 가장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관중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손에서 비단 손수건들을 꺼내 보였다가는 이내 사라지게 했다. 뒤에 놓여 있던 작은 꽃다발에서 부채와 사발과 화분들을 꺼내는가 하면, 옷소매에서 불길을 뿜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지금까지 한 짓들이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는 듯 무대 위의 마술 상자를 팽개치듯 치워 버리고는 관중들에게 소리쳤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어린이 여러분! 저는 50년간 마술사 노릇을 했습니다. 저는 불사신과 도사들, 마법사와 은사(隱士)들과 사귀며 지내왔소이다. 그래서 신비로운 비밀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최면술만큼 신비로운 것은 없소이다.」

 

마술사는 관중들 가운데서 지원자를 물색했는데, 의심스럽다는 듯이 반문하던 한 뚱뚱한 사내를 앞으로 불러냈다. 마술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있는 그 사내의 두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관중들은 조용해졌다. 팔짱을 끼고 있던 사내의 두 팔이 천천히 풀려 아래로 떨어졌다.

「이 멍텅구리 같은 촌뜨기!」

마술사는 저주하듯 소리쳤다.

「너는 촌닭으로 태어났어야 했어!」

그러자 사내는 갑자기 양팔을 닭처럼 퍼덕거리며 모이 쪼는 시늉을 하며 돌아다녔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다른 무대에서는 또 새로운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여러분, 와서 몽고의 장사들을 보십시오! 와서 힘의 경연을 보십시오!」

 

사이훙은 사납고 난폭해 보이는 장사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장사들은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면서 뭐가 그리 우스운지 폭소를 터뜨렸다. 그때 그들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거한이 앞으로 나왔다. 붉은 가죽 조끼와 하얀 팬티만을 입고 큰 장화를 신은 그는 근육을 꿈틀거려 보이면서 구릿빛 팔과 가슴을 기괴하게 부풀려 보였다.

그는 단단한 철봉을 하나 주워서 엿가락처럼 비틀었다가 다시 펴 보였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장사는 부러진 누런 앞니를 드러내면서 의기양양하게 웃더니 조용히 팔을 치켜들었다. 그는 여러 층으로 쌓아 놓은 한 무더기의 벽돌 앞으로 가서 자세를 잡았다. 기합을 지르며 머리로 벽돌을 들이받자 벽돌들은 모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사이훙은 힘차게 박수를 치면서 하나 남아있던 사탕을 마저 깨물어 먹었다. 다음에는 무엇을 구경할까? 사이훙은 잠시 망설였다. 아직 곡예사들의 공연과 서유기 인형극, 삼국지 공연이 남아 있었다. 안 먹어 본 것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훙의 머리를 누군가가 쥐어박았다. 그는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렸으나, 낯익은 지팡이를 보고는 얼른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 도망가더니 여기 있었구나!」

고모였다.

「아, 고모님도 저 장사들을 보셨나요?」

「사이훙, 말 돌리지 마라.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아무리 멍청이라도 네가 부잣집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이다. 귀족 집안의 아이라는 것을 말이야. 건달 패거리들도 있고, 너 같은 아이를 유괴하려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다.」

 

사이훙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모를 쳐다보았다.

「좀 얌전히 굴어라, 사이훙. 아마 칼을 가진 사람들은 무섭지 않겠지. 그러나 마귀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고모가 다시 야단쳤다. 사이훙은 고모를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고향에 계신 숙부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고모는 그의 표정을 재치있게 간파했다.

「알겠지, 사이훙? 마귀들은 너같이 통통하게 살이 찐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그늘 속에 숨어 있단다. 너 같은 아이가 가까이 오면, 마귀들은 아이를 자루에 담아서 동굴에 거꾸로 매달아 놓는단다. 큰 가마솥에 넣어 요리할 준비가 끝날 때까지 말이야.」

사이훙은 얼른 고모 옆에 바싹 달라붙었다. 다행히 아직 낮이었다. 사이훙은 고모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렇게 순순히 길들여질 사이훙이 아니었다.

「고모님, 저는 축제를 마저 보고 싶어요.」

사이훙은 고모를 애처롭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시간은 많이 있단다, 사이훙. 우리는 여기서 며칠 묵을 거란다.」

「하지만 저는 지금보고 싶은걸요.」

「할아버지께서 너를 찾으신단다. 돌아가야만 해. 하지만 돌아가는 도중에 조금은 볼 수 있을 게다.」

「좋아요. 고모님?」

「왜?」

「먹을 게 없는데 뭐 좀 사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