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신선계에 들다.
다음날 세 사람은 화산 기슭에 당도했다. 깎아지른 듯이 하늘로 치솟아 오른 절벽은 보통 사람들이 감히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였다. 화산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로는 비좁은 길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산등성이들이 서로 만나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속에 위치한 청가평(靑柯坪)에 도달하기까지는 네 시간이 걸렸는데, 두 번이나 높은 산비탈과 깊숙한 골짜기를 넘어야만 하는 길이었다. 거기에는 작은 도관(道觀)이 있었는데, 그들은 거기서 하룻밤을 묵고 기운을 차렸다. 거기에는 다른 도사들과 시자들도 머무르고 있었으며, 린 쭝우와 칭 수이셩은 그들과 친밀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청가평의 도관은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노송들의 그림자 너머로 보이는 화산은 마치 하늘에 세워진 성처럼 훌륭했다. 폭포의 물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달래 주는 음악처럼 들렸으며, 차갑고 깨끗한 공기는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화산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대자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인간이 화산을 범한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화산은 태초의 순수한 상태로 서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세 사람은 화산의 다섯 주봉 가운데 첫번째 주봉인 북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날카롭게 솟은 북봉은 화산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서 있었고, 나머지 네 개의 봉우리들이 그 뒤로 펼쳐져 있었다. 그 길만이 화산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었는데, 올라가기가 대단히 힘들었다.
「마음을 바꾸어라.」라는 문구와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라는 문구들이 멋진 필체로 새겨진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린 쭝우와 칭 수이셩은 「부모님을 생각하라.」, 그리고 「용감하게 앞으로 전진하라.」는 글귀가 새겨진 지점을 지나서 회심석(廻心石)이라고 불리는 바위가 있는 곳으로 사이훙을 인도했다.
그들은 너비가 60센티밖에 안되는 좁은 길을 따라 세 곳으로 나뉘어 있는 북봉으로 올라갔다. 그 길은 바위를 깎아 만들어 놓은 돌층계로 길게 이어졌으며, 길 가장자리에 쇠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천척동의 계단을 올라가 백척협을 지나 상천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간이 걸렸으며, 그들은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북봉은 수직으로 뻗어 솟아오른 칼날 같은 바위산이었다. 깨끗하게 깎은 듯한 측면에는 아주 작은 틈새가 하나 있었는데, 그 틈새로 드문드문 작은 관목들과 소나무들이 나 있었다. 산꼭대기의 길은 발 디딜팀도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건물 입구의 두 개의 돌문으로 이어지는 돌층계만이 양쪽 절벽 위에 좁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암자의 기반은 절벽 경사면의 양쪽을 의지하고 있었고, 폭은 5미터가 좀 넘었다. 암자의 벽은 벽토를 쌓아 회를 바른 것이었으며, 진흙으로 경사지게 만들어진 지붕은 두 개의 붉은 기둥을 떠받치고 있었다. 높이가 각기 다른 암반에 세워진 작은 건물들이 연이어 붙어 있었다. 지붕들은 암반의 차이를 고려하여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어 놓았기 때문에 마치 절벽 위에 걸쳐진 말안장처럼 보였다.
길의 폭이 좁아 그들은 한 줄로 걸어서 암자에 이르렀다. 사이훙은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가면서 가파르게 깎인 양쪽 절벽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주랑(柱廊, 여러 개의 기둥만 있는 복도) 앞으로 가서 사이훙은 손으로 빚어 모양이 제 각각인 벽돌들로 만든 건물의 기초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사이훙은 그 건물이 전혀 안전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간에 이르자 싸늘한 바람이 그들을 감쌌다. 바둑판 모양의 논들이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는 산시 분지는 노을빛 아래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힘찬 도약을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맹수의 잔등처럼 구름이 둥실둥실 피어오르고 있었다. 더 먼 곳을 바라보니 은빛 리본처럼 구불구불 흘러가는 황하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였다. 이제 황혼녘의 태양은 둥그렇게 빛나는 시뻘건 불덩어리가 되었다. 화산이 온통 금빛으로 빛났다. 그들은 신선의 세계의 들어온 것 같은 황홀함을 느꼈다.
화산의 대사부가 그들을 맞아들였다. 세 사람은 모두 일제히 엎드려 큰 절을 했다. 사이훙은 큰절을 하며 타이산에서 만났던 어떤 대사를 떠올렸다. 그때 그 대사는 마치 조각상 같았는데, 지금 이 대사부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대사부는 그들을 일으킨 뒤에 반가운 미소로 답했다.
대사부는 화산파의 도관과 도사들, 수련자들을 관장하는 장문인(掌門人)이었다. 날씬하고 키가 큰 대사부는 새처럼 우아하고 가볍게 움직였다. 그의 꼿꼿한 자세에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으며, 활처럼 휜 그의 흰 눈썹은 마치 백설이 내린 듯했고, 수염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듯 아름다웠다. 눈썹 언저리에는 주름살이 거의 없었고, 두 눈은 안광(眼光)을 감추려는 듯 평안한 모습으로 반쯤 감겨 있었다. 한 쪽 입가에는 찢어졌던 흉터가 있었다. 흉터만이 화려한 그의 무술 경력을 말해 주고 있었다. 대사부는 늙어 보였지만, 여전히 강렬한 영기(靈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화산의 성품을 그대로 담고 잇는 화신(化身)이었다. 마치 태초에 화산과 함께 태어난 듯이 보였다.
린 쭝우와 칭 수이셩은 도관의 무거운 문을 닫았다. 멀리 집을 떠나 도관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으려니 사이훙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두 시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이훙은 대사부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도 역시 침묵하고 있었다. 대사부는 지난 한 달간 독거와 침묵의 생활을 끝내고 막 돌아온 터였으므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호흡은 생명의 기(氣)이기 때문에 낭비해선 안되는 것이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요?」
사이훙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단다.」
칭 수이셩이 대답해 주었다.
「또 나를 속였군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요.」
사이훙은 큰소리로 악을 쓰고는 자신도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전 같으면 두 시자는 사이훙을 놀려 주었을 텐데 지금은 모두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를 집에 데려다 줘요! 집에 데려다 달란 말이예요!」
사이훙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책상이 부서질 정도로 힘껏 걷어찼다. 도관의 가구를 만드는 칭 수이셩은 눈에 띌 정도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이훙은 칭 수이셩의 표정을 보고는 일부러 더 세게 의자를 걷어찼다. 시자들은 도자기와 가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황급히 다가와 얼른 그를 에워쌌다. 사이훙은 비명을 지르고 울면서 그들을 걷어차며 바둥거렸다.
대사부는 시자들이 사이훙을 달래도록 내버려두고 혼자 조용히 방을 나갔다.
사이훙은 목이 쉴 때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울어댔다. 울고 바둥거리느라 완전히 탈진한 사이훙은 모퉁이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오랜 여정과 등산에서 온 피로, 그리고 대성통곡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제 앙탈을 부리기엔 너무나 지친 사이훙은 심하게 채찍질당한 동물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그때 대사부가 돌아와서 그의 앞에 섰다. 대사부는 손을 뻗어서 검지를 사이훙의 이마에 가볍게 갖다 댔다. 그러자 사이훙은 갑자기 마음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사부는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너는 이제 다른 세상에 들어왔다. 오늘부터 너의 인생은 완전히 변하게 될 것이다. 나는 너를 그릇으로 만들어 주겠다. 너는 도교에 들어온 것이다.」
- 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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