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베인/그리스도 요가

그리스도 요가(Christ Yoga) 13장

기른장 2020. 3. 15. 15:28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수백만 개의 별들이 가득히 반짝이고 있었다. 협곡과 산들에는 겨울눈들이 덮여 있었다.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매혹적인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짙푸른 아침 하늘을 배경으로 흰 산들이 거대한 보초병처럼 크게 한 눈에 들어왔다. 산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너무도 가까이 있는 느낌이었다. 전체 협곡과 빙하는 미광의 베일을 드리운 듯 눈 담요로 덮여 있었다.

 

나는 거기 서서 일출의 첫 햇살이 니블룽리충 봉우리에 반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 주 전 자랑스럽게 정상에 섰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저 봉우리 위로 햇빛이 점점 더 밝아지면서 별들이 희미해져갔다. 태양이 서서히 산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머지않아 햇살이 암자의 정문을 비출 것이다. 나는 깊은 상념에 젖었다. 이곳에서 있었던 그 모든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진홍색 햇살이 오렌지 빛으로 변화되는 놀라운 광경을 나는 지켜보고 있었다. 온 산봉우리들이 불타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햇살이 막 암자를 비출 때 누군가 내 곁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스승이 서 있었다. 그가 팔을 내 어깨에 두르며 말했다. “항상 이 아침만 같으면 좋겠다."

 

내가 말했다.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내게 그토록 큰 의미를 지닌 이곳을 떠나 당신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슬퍼집니다.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내가 저 멀리 세상에 돌아가더라도 당신이 항상 영적으로 저와 함께 계실 거라는 겁니다.”

 

바로 그때 익숙한 징소리가 울렸다. 노르부가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음을 우리에게 알리는 소리였다. 징소리가 협곡 아래로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마치 산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메아리 소리가 마치 '가지마. 가지마.' 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노르부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녀의 얼굴이 맑게 빛났다. 알싸한 공기로 연분홍 장밋빛이 된 그녀의 볼 색깔이 몸에 착 맞는 붉은 스웨터와 잘 어울렸다.

 

내가 말했다. “오늘 일출 봤니?”

 

“그럼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 뒤에 서 있었는걸요. 깊은 사색에 잠긴 거 같아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구나, 노르부. 하지만 너도 이 모든 풍경의 일부야. 너는 이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걸. 산, 계곡, 은빛 달, 별, 일출과 일몰, 그리고 노르부. 내 가슴 속에서 너를 항상 기억할 거야.”

 

사랑스런 그녀의 파란 두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이 행복감으로 환하게 빛났다. 그녀의 가슴은 사랑으로 충만했다. 그녀가 가슴으로 하는 말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아침 식사 후, 촌장 다스체링이 조랑말들과 나의 '검은 왕자'를 끌고 왔다. 이제 나는 그 놈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게 될 것이다. 노르부의 아버지도 그녀의 말을 끌고 왔다. 그놈은 노르부가 라사에 갈 때 탔던 예쁜 밤색 암말이었다. 팔팔한 그놈은 노르부를 보자 고삐를 주억거렸다. 스승은 그의 흰색 조랑말을 탔고, 페데종에서 고른 여분의 짐말을 뒤에 끌었다. 다스체링은 커다란 갈색 조랑말을 탔고 뒤에 짐 노새를 끌었다.

 

그가 말했다. “뭐 도움 드릴 일이 있나 해서 왔습니다."

 

내가 그에게 티베트어로 물었다. “부인과 아기는 어떻습니까?”

 

“건강합니다.” 그가 아기를 받아준 나의 스승을 감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티베트어로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스승이 앞장섰다. 노르부와 내가 차례로 그 뒤를 따랐고 다스체링이 후미에 섰다. 출발할 때에는 날씨가 추웠지만 해가 오르면서 날씨가 무척 더워졌다.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두 눈이 따끔거렸기 때문에 나는 가지고 있던 선글라스를 썼다.

 

노르부는 말을 멋지게 잘 탔다. 캬추 강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릴 때 그녀는 말과 하나 된 듯이 보였다. 여름에 캬추 강은 물살이 세었다. 설산의 눈과 얼음이 녹아 흘러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정 반대였다. 강 표면이 낮게 얼어붙었다.

 

오후 4시 경, 우리는 데첸종에 도착했다. 길이 거의 눈으로 덮여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찍 도착한 셈이었다. 한 겨울에 눈 폭풍 속에서 산길을 지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봄과 여름에는 녹은 눈과 얼음으로 강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런 식으로 많은 티베트 인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것은 마치 서양에서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사망자의 친척들 외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리는 데첸종의 촌장 집에서 묵었다. 우리는 귀빈 대접을 받았다.

 

데첸종은 딩가레 강이 캬 추 강으로 흘러드는 곳에 위치해 있다. 딩가레 강 위에는 대나무 다리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리를 이용하지 않았다. 강이 낮고 표면이 얼어붙어 있어 쉽게 건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젠쉬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거대한 협곡이 있었다. (3장에서 묘사했듯이 매우 비옥한 지역이다.) 이 마을에는 노르부의 삼촌과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그 지방의 대표적인 무역상이었다. 그들은 2천여 마리에 이르는 야크와 나귀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티베트 무역상들 중에는 꽤 부유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물품을 운반해주는 대가로 그것의 일부를 비용으로 받았기 때문에 아주 싸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게쉬 린포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트락체 사원까지는 3 마일정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스승과 나는 계속 사원으로 향하고, 노르부는 이곳 친척집에 그냥 머물기로 했다.

 

사원이 가까워 올수록 나는 게쉬 린포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행복해졌다. 그의 면전에서 진주와도 같은 지혜의 말씀들을 듣는 것은 진정한 기쁨이었다. 사원이 자리한 산의 기슭에 이르자 수명의 라마들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사원의 승원장이 우리 짐을 나르는 걸 돕도록 보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조랑말들을 아래 마구간에 남겨 두고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게쉬 린포체와 원장이 우리를 마중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게쉬 린포체가 행복하게 우리를 맞아주는 모습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아들처럼 아꼈다. 그는 오크 협곡까지 돌아가는 길에 나와 함께 동행하기 위해 먼 길을 온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이 육신을 가지고 당신을 만나 뵙고 가르침을 다시 듣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모릅니다. 한 소녀에게 당신 얘기를 했더니 당신을 무척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래. 나도 알아. 그녀의 이름은 노르부지. 그녀를 꼭 데려오도록 해.”

 

“당신도 그녀를 알고 있나요?”

 

“물론이지, 아들아. 나는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단다. 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어.” (나는, 게쉬 린포체가 아스트랄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노르부를 게쉬 린포체에게 데려갔다. 그녀는 그를 보자 꿇어앉더니, 그의 법복 끝자락을 잡아 올려 입술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그가 그녀를 축복해주며 말했다. “일어나라, 아가야. 너를 만나게 돼서 기쁘구나. 너에게는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 요가 마스터는 남자만 되는 것이 아니란다, 노르부."

 

노르부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녕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게쉬 린포체, 나의 스승, 그리고 원장이 보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무의식적인 나의 행동을 보고 게쉬 린포체가 이렇게 말했다. “신께서 나의 자식들을 축복하기를!"

 

그러자 스승이 전에 내게 해주었던 말을 되풀이 해주었다.
“우리 모두를 묶고 있는 것은 신의 사랑이야. 이 모든 것은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이지."

 

이윽고 게쉬 린포체가 우리 모두를 그의 거처로 데리고 간 뒤 놀라운 가르침을 주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가르침을 마치자 아쉬웠다.

 

그가 이런 말로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지위, 빈부, 신분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야.

표면적으로는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에 불평등해 보이지만 실재 속에는,

사랑 속에는 그런 게 없어.

 

우리는 모두 고통과 문제들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걱정, 슬픔, 기쁨, 만남, 이별, 질병, 건강 등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

이것들은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것들이야.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기를 원해.

모든 사람들이 탈출구를 찾고 있어.

우리는 모두 같아. 아무 차이도 없어.

 

슬픔과 고통 속에 있을 때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면 짐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야.

도피를 통해서는 우리는 결코 슬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 없어.

오로지 사랑과 이해를 통해서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어.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를 사랑해야만 돼.

어떤 것을 사랑할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그러나 마음이 계속 중얼거리고 있고 가슴 속에 사랑이 없이 비어 있을 때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휘둘리게 돼.

 

네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거기에 국적이 문제가 되던가? 어떤 불평등이 존재하던가?

가슴이 비어 있을 때 타입이란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 돼.

우리는 사람들을 계급으로 국적으로 나누지.

하지만 사랑에 빠져 있을 때 거기에 어떤 차별이 있던가?

가슴이 친절로 가득할 때 거기에 차별은 없어.

왜냐하면 진리는 사랑이기 때문이지.

그러나 만일 네가 하나의 길을 계속 추구한다면 거기에는 사랑이 있을 수 없어.

왜냐하면 길은 배제를 의미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진리는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어.

타인과 대립하며 분파를 조장하는 행위는 정치인이나 미성숙한 자들의 유치한 장난에 불과해.

 

우리가 어떤 것과 도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어.

도피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해하게 돼.

행복하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분리도 분열도 사라지게 돼.

왜냐하면 사랑은 시간과 거리를 매개해 주기 때문이지.

우리가 사랑할 때 거기에는 풍요감이 있게 돼.

우리는 기꺼이 모든 것을 나누려고 해.

가슴이 충만할 때 우리를 나누고 있는 마음속의 모든 것들이 녹아 사라지게 돼.

 

마음이 세계 개혁의 청사진, 종교 의식, 순결, 미덕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사랑이 없다면 진정한 관계는 불가능해.

사랑은 유일한 해결의 열쇠이기 때문이지.

산 속에 칩거 하고, 산꼭대기에 앉아 명상하고, 홀로 은거한다 할지라도

관계를 이해하지 않는 한 너는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없어.

문제는 관계야.

자기 인식이 없으면 관계는 불가능해.

관계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어.

정글이나 산속으로 들어간다 할지라도 너는 여전히 관계 속에 있게 돼.

관계 속에서 너는 너 자신을 이해할 수 있어.

그 속에서 너는, 네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우리는 사고를 통해 자신의 활동과 행동을 반드시 인식해야만 해.

 

참된 종교 속에 순결이 있어.

그리고 거기에 사랑이 있지.

진정한 사랑이 있을 때 순결은 문제가 되지 않아.

사랑이 없을 때 너는 순결의 관념을 추구하지.

순결의 관념은 마음에 속한 거야.

사랑이 있을 때 순결의 문제는 풀리게 돼.

 

가슴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마음의 과정이 아니야.

우리가 마음의 작용을 이해할 때 사랑이 현현하게 돼.

사랑은 말이 아니야.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랑이 아니야.

네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너는 그것이 단지 마음에 속한 거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단어는 그것이 지시하는 사물 자체가 아니야.

네가 이것을 인식할 때 마음은 방해 작용을 그치게 돼.

그러면 사랑이 현현하게 되지.

그것은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그것은 항상 새롭고 신선하지.

그 속에서만 미덕이, 순결이 현현하게 돼."

 

그가 눈을 뜨고는 말했다. “지금 내 말이 이해되니?"

 

내가 말했다.

“예. 확실히 이해됩니다. 사랑이 항상 새롭게 샘솟을 때 문제는 없습니다.

마음이 사랑에 대한 관념들을 형성하려고 애쓸 때 사랑은 그 실재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래, 아들아. 너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바로 진리란다.”

 

나는 게쉬 린포체의 위대한 지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단순히 그 모든 억압과 덕목들로 가득 찬 사랑에 대한 관념이 아니라, 사랑의 실재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음의 순결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이해가 결여된 성적인 충동의 억압에 불과하다.

우리가 관계를 이해할 때 마음은 자신의 공식을 인식하고 방해 작용을 그치게 된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아니라 가슴에 속한 항상 새롭고 상큼한 사랑이 현현하게 된다.

 

우리는 사랑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사랑은 항상 현존한다.
사랑이 마음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할 때 사랑이 현현하게 된다.
마음은 사랑을 만들 수 없고 사랑에 대한 관념들만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고요해지고 사랑이 현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사라진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는 사랑 속에서 풀리기 때문이다.

 

사랑은 신이고 신은 사랑이다. 그 밖의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단지 마음의 환영에 불과하다.
우리가 마음을 이해할 때 환영은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사랑이 완벽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사랑은 그 자체로 영원이기 때문이다.

 

게쉬 린포체의 가르침은 항상 여느 가르침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흔한 가르침이 아니었다. 그는 막 바로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우리는 모두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의 말 속에는 뼈가 있었고 듣는 이의 마음에 변성 작용을 일으켰다.
설령 예전에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할지라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여전히 변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진리의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언제나 새롭다.

 

원장의 방 안에 우리 모두를 위한 식사가 마련되었다. 우리는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원장이 식탁 중앙에 그 우측에 게쉬 린포체가, 좌측에 나의 스승이 앉았다. 노르부와 나는 원장 맞은편에 앉았다.

 

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게쉬 린포체가 노르부에게 말했다. “여기 며칠 더 머물지 않겠니?”

 

그가 허락을 구하는 눈빛으로 원장을 쳐다보았다. 사원에 여자를 머물게 하는 것은 관습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나는 원장이 동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르부가 티베트에서 가장 위대한 현자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뻐했다. 그것은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노르부는 우리와 함께 나흘 동안 머물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게쉬 린포체는 최고의 상태에 있었다. 나는 그가 그토록 영적으로 높이 고양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침내 스승과 노르부가 잠사르로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왔다. 게쉬 린포체와 나는 조랑말을 타고 그들을 젠쉬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날 아침 노르부가 나를 포옹해 주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녀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미소 지었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게쉬 린포체가 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는 말했다. “이 사람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야. 나 역시 육신으로는 이별해야만 해. 너는 나의 사랑하는 딸이란다, 노르부."

 

그러고 나서 그가 그녀의 손을 잡더니 내 손에 얹으며 말했다.
“신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우리 모두를 한데 묶었어. 그의 생명은 영원한 사랑의 고리로 우리를 묶었어. 그 안에는 분리라는 건 없어."

 

나는 오크 협곡에서 스승을 다시 보게 될 것이고, 칼림퐁까지 나를 바래다 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팔로 내 어깨를 감싸더니 예의 그 사랑스런 태도로 말했다. “아들아, 우리는 다시 곧 만나게 될 거야.” 그러고 나서 스승과 노르부는 잠사르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나는 뒤에 남겨둔 무엇, 아침 이슬처럼 항상 새로운 무엇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꼈다.

게쉬 린포체가 나의 상념을 읽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신이고, 신이 사랑이야. 신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아. 그의 사랑은 항상 신선하고 새로워. 그의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있어."

 

오후 늦게 사원에 도착해 보니 원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밝게 빛나는 노르부의 아름다운 혼에 대해 말했다.

 

게쉬 린포체가 말했다.
“아시아 전체에서 그녀보다 더 나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군.”

 

노르부의 영향은 그녀를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시간의 흐름에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남겨주었다.

 

다음 주 내내 게쉬 린포체와 나는 매일 함께 산책하며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순간순간 즐겼다. 그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양감을 주었다.

 

어느 날 내가 그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야만 하죠?"

 

그러자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신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거짓을 보고 진리를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아들아, 너는 마스터 중의 마스터 예수가 말했듯이 세상을 사랑해야만 해.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자는 신의 아들과 딸이 되는 거야.
육으로부터 난 것도 인간의 의지로부터 난 것도 아닌 신의 영원한 현존인 영으로부터 난
그런 신의 자식이 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