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이 여러 가지 난치병을 쾌속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고 탁효를 믿고 있다. 요즘의 의학으로 검토하여도 훌륭한 치효 원리(治效原理)를 가진 빛나는 의술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막상 뜸이라고 하면 쑥을 피부에 놓고 그것에 불을 붙여 태움으로써 미경험자는 “대단히 뜨겁겠지” 하는 공포를 가지고 있고, 또 젊은 사람들은 흉(뜸자리)이 남는 것을 싫어함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뜨겁기 때문이라는 편벽된 생각이 가장 많다.
뜨거움을 참는 사람은 뜸 독특의 쾌적 효과를 맛보게 되고 소위 애구자(愛灸者)가 되지만 뜨거움에 약한 사람은 한 번의 뜸으로도 뜨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이 보급상 제일 큰 장애이고 뜸이 가진 특수성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일본의 고또오(後藤道雄) 박사는 「헷드씨대와 고래의 침구술에 의하여서」라는 연구에서 피부를 태워서 생기는 열통(熱痛)을 참지 않고 가제 2, 3매를 접어 놓고 온열이 투가(透加)되도록 하여도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고또오 박사의 이 학설에서 무흔구가 일시 주름을 잡았다고 한다.
무흔구라고 하는 것은 꼭 고또오 박사의 창안이 아니고 고래의 "천금방" 중에도 그 방법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만능이 아니고 어느 한정된 특정의 병증(病症)에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흔구라고 하는 것은 된장, 소금, 마늘, 생강 등을 피부 위에 올려 놓고 그 위에서 쑥을 태워 온열을 투입하는 것으로서 격물구(隔物灸)라고도 한다. 고또오 박사는 이 수단을 헷드씨대 자극에 이용한 것이다. 다시 그와 같은 수단으로 애(艾)나 가연물(可燃物)을 기구 속에서 태워서 기구를 온하게 하여 기구를 신체의 일정 부위에 대고 온열을 투입한다는 방법까지도 고안되었다. 소위 온구기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흔구는 유흔구보다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원래 뜸의 효과라고 하는 것은 단지 경혈을 자극하는 것에서 뿐만 아니고 피부에 소화상(小火傷)을 입혀 그 결과의 가열단백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일본의 오오사와(大澤) 박사는 이를 히스도도기신의 혈청흡수이행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구효(灸效)의 일단으로 보아 넘기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또오 박사는 이 단백체 요법을 낮추어 보았다. 단지 경혈자극면에서만 보고 구효의 본태라고 하였다. 구흔을 남겼다고 하여도 그것은 구경혈(灸經穴)을 자극한다는 것만은 아니고 지금 말한 바와 같은 것의 상승적인 효과가 생긴다는 것을 생각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일본의 하라(原志免太郞) 박사는 뜸의 화상처의 단백체 요법적 효과만을 보고 경혈자극면을 낮추어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하라 박사는 족삼리라든가 하라 박사가 고안한 요부팔점구로 만병을 고친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하면 뜸은 어디에다 하더라도 결국은 피부에 소화상을 주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족삼리라든가 요안(腰眼, 자라눈)에 띠지 않는 곳, 노출이 되지 않는 곳에 뜸하면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어느 것이나 실제로 경혈을 구사하여 보면 틀림을 알 수 있게 된다.
간접구(무흔구)가 이론과는 달리 효과가 없고 기대한 결과가 없다고 한다면 환자는 뜨거움을 참고 직접구를 하지 않으면 뜸 독특의 효과는 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직접구를 수 천년동안 변함 없이 하여 내려온 것이기에 나도 이 방법을 써서 세상에 알리면서 나 자신에게도 해왔다. 지금 환자들이 유효무해(有效無害)하다고 대단히 좋아하는 소리가 높아져서 애호가가 날로 늘어만 가는 것으로 보아서 나 자신을 힘나게 하여 주고 연구 발전을 거듭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뜸은 뜨거움을 참기도 하여야 하지만 덜 뜨겁게 하는 방법 몇 가지를 말한다. 난치병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으면서도 뜸의 혜택을 입지 못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뜨거운 감을 적도록 하여 많은 난치병자가 구제될 수 있도록 말하여 본다.
뜨거움은 쑥의 뜸봉을 살갗에 놓고 불을 붙여서 쑥이 다 타고 불이 꺼질 무렵에 안다. 이 때에 손가락 세 개 즉 엄지와 둘째, 셋째 손가락을 삼각으로 벌려서 뜸봉 주위를 살그머니 눌러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원래 피부각이라고 하는 것은 피하의 진피중의 끝인 신경 말단에서 생기는 피부각기에 의해서 감각되는 것이므로 피부의 어느 부분이건 아프다든가 차다든가 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통(痛), 촉(觸), 랭(冷), 온(溫) 등의 각기 다른 감각점이 피부면에 분포되어 있어서 각각 감각을 수용하는 것은 생리학에서 말하는대로이다. 그러므로 뜸을 할 때에 쑥이 다 타고 꺼질 무렵에 그 주위를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여러 가지 감각이 혼동되어 뜨거움을 완해하여 줌으로 이 방법을 써서 뜨거운 고통을 적게하여 주는 것이다.
우리 인체에는 자동조절기와 같은 것이 있어서 어떠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자동으로 조절하여 적응하여 주기 때문에 살 수 있을 것이고 만일에 이것이 없다고 한다면 큰 일이 나고 말 것이다. 예를 들면 시차가 있는 곳을 가고 왔을 때에 몇날은 고생을 하다가 차츰 정상으로 적응하여 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도 여름과 겨울의 밤과 낮의 시간도 차이가 나지만 적응하여 준다. 이 시간의 변화가 오는 시작이 봄과 가을의 환절기인데 이 때는 반드시 노곤함을 느낀다든가 병이 있는 사람은 통감(痛感)을 아는 것이다. 이 괴로움도 적응될 때까지이고 만일 자동 조절이 안 되고 적응하여 주지 못하면 길게 앓게 될 것이다.
뜸을 할 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처음 며칠간은 뜨겁던 것이 나중에는 쾌감으로 변한다. 이 또한 적응하여 주고 자동조절하여 주기 때문이다.
뜸은 이 자동 조절하는 기능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여 준다. 이 말은 아무리 뜸이 그러하다고 말하여도 소용이 없고 뜸을 하여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뜸을 항상 뜬 사람은 언제나 정상으로 유지하는 힘이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빨리 적응한다.
뜸집(구당, 침술원)을 찾는 환자는 봄이 시작할 때면 많아져 달력을 보지 않고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6월이면 가장 많아졌다가 7월이면 줄어진다. 식물도 봄이 되어 싹이 틀 때는 “아야 아야”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 소리가 들리지 않기는 하지만 사실일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사람도 봄철이 되면 모든 병이 머리를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앓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한다. 이 때에 많이 생기는 병은 주로 류마치스, 요통, 관절의 상하지의 신경통과 천식, 위장병 등이다. 병이 있는 사람은 기후 변화가 있을 때에는 평상시와 같이 유지하려고 자동으로 조절하여 주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이고 만일에 이와 같이 안 된다면 큰일 날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해 속에서 살고 있는데 별로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적응력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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