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구당 김남수의 침뜸 이야기

구당 김남수의 침뜸 이야기 25.“여기 좀 놔주시요 저기 좀 떠주시요”

기른장 2020. 8. 9. 16:29

평생을 침과 뜸으로 정상 아닌 이상과 싸우며 살창없고 감시하는 간수도 없는 감옥에 갇혀 살아 온 나는 나의 권리는 무엇이며 어느 때 있는가 생각하여 본다. 

 

단 한 가지 외에는 없다. 그 한 가지는 병과 싸워 이겨내 그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권리 밖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고통을 없게 하여 달라는 말에 나는 아무 권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말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병에 대한 말을 할 때는 다 들어 주는 수 밖에 없다. 

 

치료를 하는 데는 나에게 권리가 있지만 때로는 치료에 있어서도 환자 권리가 많을 때 의료인이란 아무 권리도 없는 사람이 될 때도 있다. 이것은 환자가 여기 침 좀 놔주시요, 여기 뜸 좀 떠주시요 또는 큰 침으로 놔주시요, 뜸을 몇 장 더 떠주시요, 더 크게 떠 주시요 할 때에 환자가 의료인의 권리까지 다 하고 있으니 나는 무엇을 하나 하다가 아니다 이 환자는 나의 선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환자는 경험이 있는 환자임에 틀림 없다 하여 요구대로 다 하여 준다. 그리고서 어떠냐고 물어보면 이제 치료한 것 같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좋아진 것인지 정신까지 측정할 수는 없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치료 효과를 알지 못하였고 환자가 더 알고 왔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었다. 

 

침뜸이란 이런 것인가, 아마도 어느 환자나 다 같이 아픔을 싫어 하기 때문에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부 다 이렇게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고 보면 처음 침구 치료를 하러 왔다고 하는 사람은 침 한 구멍 뜸 한 자리라도 덜 하였으면 하지만 이 사람도 얼마 동안을 치료하여 침뜸에 익숙하여지면 무서워 하면서도 여기도 아픈데 이런 것도 침으로 나을 수 있느냐고 하며 시술을 하여 주기 바란다. 그러다가 그것이 좋아지면 또다시 다른 곳을 말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인체는 떨어져 있는 곳이 한 군데 없이 전부 연결되어 있으며 침구 의학이란 전체 치료로서 근본이 나으면 줄기와 가지 또는 잎파리까지 낫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잎에 물만 발라 달라고 하는 식인 것이다. 뿌리에서 물이 올라 오기 전에 마르지 않게 잎에 물을 바르는 법도 효과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을 발라 주면 싱싱하게 보인다. 이 맛에 여기 좀 저기 좀 하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