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베인 63

03장

춤비 협곡의 푸른 벌판을 내려다보니 많은 야크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 안개 속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슬이 매달려 있는 풀이 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방이긴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것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에서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걸 보고는 했다. 때로는 야생 사슴이 언덕으로부터 내려와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먼저 야생 사슴이 왔는지 살펴보고는 했다. 이곳의 풍경도 흡사했다. 털북숭이 머리를 한 야크는 하일랜드의 소들과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라면 야크는 목과 어깨가 만나는 곳에 혹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내가 물었다. "이 모든 야크들은 누구 소유죠? 어제 밤에는 저기에 없던데." "저..

02장

캐러밴이 준비를 마치고 나니 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필수품들만을 챙겼을 뿐이다. 내가 추가한 거라곤 51 파운드 가량의 비스킷 통들뿐이었다. 티베트인들, 특히 라마승들이 이 비스킷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비스킷으로 사원의 승원장 라마들의 환심을 사곤 했다. 티베트인의 기호를 아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일반인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또한 실크 스카프들을 많이 장만했다. 그것은 티베트의 전통적인 의식용 선물이었다. 나는 미리 이 전통 예절에 대해 숙지했다. 실크 스카프를 상대방의 목에 걸쳐주면 그것은 당신이 그를 당신과 동등하게 여긴다는 표시이다. 만일 스카프를 그냥 넘겨주면 상대방을 아랫사람으로 본다는 표시이다. 나는 항상 스카프를 상대방의 ..

01장

나는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Highlands에서 태어나 거기서 자랐다. 나는 일찍이 7살 때부터 많은 심령 체험들을 했고, 어린 소년이었지만 그것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질계만큼이나 분명했다. 그 세계는 단 한 개의 베일에 의해 우리 세계와 분리돼 있을 뿐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걸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할 뿐, 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나의 심령체험들에 대해 부모님께 말하곤 했다. 그러나 두 분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의 말이 너무 척척 들어맞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호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 학교에 갔을 때 몇 권의 책이..

역자 서문

본서의 1부 는 국내 최초의 영어 번역본이다. 이 책은 1986년 박영철 님에 의해 일본어에서 중역되어 출판된 바 있다. '밝은 생활사'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나중에 '정신세계사'에서 라고 제목만 바꾸고 다시 출판되었다. 하지만 맥도날드 베인의 티벳 여행기 시리즈는 원래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리즈가 완간된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쯤 나는 정신세계사의 의뢰를 받아 이 책의 2부 를 번역하게 되었는데, 그때 1부 를 영어로 다시 번역하는 문제를 편집부장과 의논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비용 문제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는 사람 이름이나 지역명, 사원 명칭 등의 단어만을 통일시켜 주기를 바랬다. 즉, 2부를 기준으로 해서 1부에 나온 일본식 발음의 명사들만을 다시 바꾸어 출간하려는 의도였다...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제11장

모닥불 둘레에 앉아 잠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 받노라니 서로 완전히 조화되어 있는 느낌이 아련히 솟아났다. 막상 육체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이지만 전혀 아무런 어색함이나 긴장됨이 없었다. 어느 때보다도 크고 깊은 계시가 내릴 것만 같았다. 우리는 엿새씩 걸려-그래도 보통 소요되는 시간의 반도 못된다고 한다-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피로는 없었다. 그만큼 말할 수 없는 평화의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던 것이다. 오히려 나는 새로운 기운이 솟는 느낌이었다. 이런 때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상쾌할까……. 은자님은 나의 이런 생각을 느끼신 듯 호수로 나가는 소로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 길을 따라가면 호수로 나가니 거기서 목욕을 하게나. 물이 따뜻하지. 섬 끝에 온천이 있다네. 호수 가장자리에 목욕할 곳을 ..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제10장

꼬박 앉아서 밤을 세웠지만, 별로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이 훨씬 상쾌하고 가벼웠다. 그도 그럴 것이 거룩한 빛과 맑은 기쁨에 싸인 시간들을 가졌으니까. 점심 식사 후에 잠시 쉬기로 하고 편안히 누웠다. 린시라 은자님 생각이 났다. 눈을 감았다. 끝없이 뻗어 있는 푸른 숲에 뒤덮인 산허리가 보인다. 산기슭 일대는 키가 훨씬 큰 민들레들이 어떤 것은 연분홍, 어떤 것은 짙은 주홍색으로 한창 꽃을 피워 어우러져 있다. 산허리의 그 푸른 바탕을 도려내고 끼워 놓은 그림 처럼 선명한 호수가 있다. 호수 한 가운데에 조그만 섬이 있고, 섬 위에는 관목과 화초로 에워싸인,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집이 한 채 서있다. 이런 경치를 나는 아직 상상도 못했었다. 집이 서 있는 푸른 잔디 둘레에는 또한 푸른..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제9장

우리는 매일 학습을 계속했고 마침내 나의 마음은 수정처럼 투명해졌다. 나날이 나의 힘은 강해져 갔다. 감도는 분위기와 공기는 그저 맑고 고요하기만 했으며 우리들 사이에는 어떤 조화롭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도 없었다. 잇따라 학습에 열중하기 때문에 조금 피로를 느낄 때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과로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과로는 오직 진보를 늦출 뿐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혼자서도 수련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왔다. 나의 훈련이 끝날때까지는 나 스스로가 자기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린포체 대사가 어떤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린포체 대사는 다추안 대사와 더불어 얀탄 승원으로부터, 머라파 대사는 건사카 승원으로부터, 토운라 대사는 다코우 승원으로부터 오셨으며, 나..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제8장

오크의 승원은 모든 점에서 만토운과 비슷했다. 나는 나의 스승 바로 옆에 방이 주어졌다. 그것은 원래 승원장의 예비실이고 침실에 조그만 거실이 딸려 있는 아주 아늑한 방이었다. 바닥에는 티벳 융단이 깔려 있었다. 먼저 몸을 씻었다. 물론 이 승원이 서 있는 산 꼭대기에 쌓인 만년설이 녹아 승원 옆을 흐르는 강에서 얼마든지 퍼올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몸을 씻고나자 한 사람의 티벳 청년을 소개받았다. 나이는 25세쯤 되어 보였고 이름은 추안타파라고 한다. 매우 지적인 얼굴이고 이 승원의 영매(靈媒)이다. 린포체 대사가 이 청년을 처음 발견하여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대사 자신이 내게 들려주신 일이 있었다. 린포체 대사는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 같은 경위로 그를 만났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전..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제7장

다음날 아침 잠을 깨어서도 나는 아직 전날의 린포체 대사님의 이야기에 매료된 상태 그대로였다. 대사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창문으로 다가가보니 대사께서 발코니에 서 계시는 것이 보였다. 곧 해가 떠오를 동녘을 바라보고 계셨다. 주변은 아직도 어둡고 시커먼 담요 같은 검은 구름이 골짜기를 뒤덮고 있었으며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티벳에서 이런 모습은 여태껏 본적이 없었으며 대체 이제부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을 하는 찰나에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골짜기 속에서 전후상하로 메아리 치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겹겹이 둘러싼 산들에 부딪쳐 마치 거대한 포탄이 차례차례 터지는 것처럼 울려퍼졌다. 비는 아직 내리지 않는다. 나는 대사가 계시는 발코니로 나가 보았다. 대사는 깊은 ..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제6장

얀탄 승원의 제전 때에 나는 건사카 승원의 머라파 대사와 다코우 승원의 토운라 대사를 만났는데, 두분이 다 매력있는 인품이고 각기의 전문분야에 정통한 분들이었다. 또 두 분이 다 힌두어가 능숙했다. 내게는 그것이 특히 기뻤다. 그분들의 가르침을 받는데 있어 통역없이 직접 대화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추안 대사에게 청하여 함께 두 승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함께 가 주기를 청한 것을 다추안 대사는 오히려 더 좋아했다. 까닭은 다추안 대사와 머라파 대사 그리고 토운라 대사는 서로 절친한 사이이고 깊은 유대가 있으며, 각자의 제자들이 얼마나 진보하고 있는지를 서로 정답게 지켜보고 돕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다추안 대사와 더불어 나는 건사카 승원으로 갔다. 그곳 승원장 전용실 가운데 하나가 나의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