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 41

9장 ‘이른바’ 현대 문명

나는 라티오누시와 그의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일행은 나의 도코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 플랫폼을 다시 탔다. 이번에는 다른 루트를 택했다. 대규모 경작지 위로 날아가면서 자주 멈췄다. 큼직한 이삭이 주렁주렁 달린 밀밭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기 위해서였다. 흥미로워 보이는 도시 위로도 날아갔다. 크고 작은 건물이 모두 도코 형태로 돼 있는데 그것들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전혀 없었다. 이유를 알게 됐다. 그곳 주민들은 어디를 갈 때 라티보크가 있든 없든 ‘날아서’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니 정식 도로가 필요 없었다. 우리는 거대한 도코 안팎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지나쳤다. 우주공항에서 봤던 도코들과 규모가 비슷했다. “이 도코들은 ‘식량 공장’ 입니다. 타오..

8장 심령권 여행

우리는 라티오누시를 따라 도코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양실이었다. 외부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라톨리와 장로 2명은 떠났다. 라티오누시, 타오, 비아스트라, 그리고 나만 남았다. 타오는 나의 영력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어떤 중요한 체험을 하려면 특수한 약물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1만 4,500년 전 무 대륙이 사라질 당시 지구의 심령권(心靈圈, psychosphere)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이었다. 내가 이해하는 ‘심령권’ 이란 이런 것이다: 모든 행성은 생성 시부터 심령권에 둘러싸여 있다. 심령권은 거대한 누에고치 같은 것으로 광속의 7배로 돌면서 진동한다. 심령권은 행성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흡수하는(‘기억하는’ 저자의 동의를 얻은 편집자 주..

7장 무 대륙과 이스터 섬

도코를 떠나기 전에 타오는 내게 마스크를 씌었다. 전에 쓰던 마스크와는 다른 것이었다. 훨씬 더 선명하고 빛나는 색깔들을 볼 수 있었다. “미셸, 새 보키(‘마스크’를 뜻하는 그들의 단어)를 써보니 어때요? 빛을 견딜 만한가요?" “네……. 좋아요……. 너무 아름답고 기분도……. ” 그 말과 함께 나는 타오의 발쪽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나를 안아서 비행 플랫폼으로 데려갔다. 깨어나 보니 놀랍게도 내가 숙소로 사용하는 도코 안이었다. 어깨가 쑤셨다. 본능적으로 손을 갖다 대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 미안해요, 미셸.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타오의 표정에서 약간 후회하는 기색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죠?” “당신이 기절했어요. 적합한 표현은 아니지만. 뭐라고 할까, 아름다움에 압도됐다고나 할까요...

6장 7인 지도자와 오로라

큰 불꽃이 파란색을 태웠다. 주황색과 붉은색 불꽃이 그 주위에서 타올랐다.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불꽃 사이에서 나와 나를 향해 기어왔다. 난데없이 거인들이 달려와 구렁이를 잡으려 했다. 구렁이가 내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고 7명의 거인이 달려들었다. 갑자기 구렁이가 몸을 돌려 불꽃을 삼키더니 마치 용처럼 거인들에게 내뿜었다. 그러자 거인들은 구렁이의 꼬리 위에 올라탄 채로 거대한 석상으로 변해 버렸다. 그 파충류는 혜성으로 변해 석상들을 이스터 섬에 옮겨다 놓았다(이스터 섬: 칠레에서 수천km 떨어진 태평양상의 외딴 섬. 나무가 없는 그 섬에는 거대한 석상들이 수없이 많다. 일부 석상은 높이가 50m나 되며 오래 전부터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간주됐다. 석상의 존재는 여러 세기 동안 고고..

5장 다른 행성에서 사는 법 배우기

타오는 이곳에서 인기가 좋은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의 각종 질문에 그녀는 특유의 자연스럽고 환한 미소로 자세히 대답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 중 몇몇은 자신들의 업무로 되돌아가야 했다. 우리도 떠날 때가 됐다는 신호였다. 나는 마스크를 다시 썼고, 다정한 작별 인사말이 오가는 가운데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 타오와 나는 플랫폼(일종의 쟁반형 비행체)에 다시 올라타고는 멀리 보이는 숲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플랫폼은 지상 5~6m 높이에서 시속70~80km 정도로 비행했다. 공기는 따뜻하고 냄새가 좋았다. 다시 행복감을 느꼈다. 지구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숲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나무들의 거대한 크기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늘로 솟은 높이가 200m 정도는 되..

4장 황금빛 행성

타오의 얘기가 끝날 무렵 내 관심은 그녀의 좌석 부근에서 빛나는 상이한 색상의 빛들에로 쏠렸다. 그녀는 이야기를 마치고 손짓을 했다. 휴양실의 벽면중 하나에 문자와 숫자들이 나타났다. 타오는 그것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잠시 후 빛이 꺼지고 문자와 숫자도 사라졌다. “타오.” 내가 말했다. “방금 환각과 집단 환상에 관해 얘기 했는데, 어떻게 수많은 사람이 환영을 보게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군요. 눈 속임수 아닌가요? 마치 무대 위에서 마술사가 10여 명의 ‘미리 선택된’ 동조자를 이용해 관객을 현혹시키는 것처럼?” 타오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감돌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당신 말이 옳아요. 요즘엔 지구에서 특히 무대 위에서 진정한 마법사를 찾기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는 온갖 심령 현상의 ..

3장 지구 최초의 인간

앞서 묘사한 휴양실 할리스에 도착해 편하게 자리를 잡자 타오는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셸, 정확히 135만 년 전 켄타우루스 성운의 바카라티니 행성에서 지도자들이 수많은 회의를 열고 여러 차례 정찰대를 파견한 뒤에 어떤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곳 주민들을 우주선에 태워 화성과 지구로 이주시킨다는 결정이었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그들의 행성이 내부적으로 식어가고 있었고, 500년 안에 거주가 불가능해질 것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주민들을 같은 범주에 속하는 젊은 행성으로 대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린 거예요. “ ‘같은 범주에 속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나중에 설명 할게요. 지금은 너무 일러요. 그들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들은 매우 지능이 높고 고도로 진화된 인간들이었어요...

2장 핵전쟁과 파멸

화면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한마디로 ‘황폐함’ 이었다. 거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흙더미’ 들로 어지러웠다. 흙더미들 중 일부는 건물들 입구에 파여진 구멍의 한가운데 놓여 있고, 일부는 떨어진 곳에 있었다. 카메라가 아주 서서히 그것들을 확대해 보여줬다. 그 ‘흙더미’들이 너벅선(船) 같은 운반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승무원들은 각자의 데스크에 앉아 있었다. 각 구체로부터 길다란 관(管)이 뻗어 나와 지표면을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관이 땅에 닫자 먼지가 약간 일었다. 그 때에서야 그 운반체들의 형태가 뚜렷이 드러났다. 흙먼지가 두텁게 쌓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천 상공의 구체도 물속에 관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 흥미로워 나의 시선은 화면에 고정돼 있었다..

1장 타오

갑자기 잠이 깼다. 얼마나 잤는지는 몰랐다. 졸음이 완전히 달아났고 정신은 맑았다. 도대체 몇 시나 됐기에 이럴까? 리나는 두 주먹을 쥔 상태로 옆에서 자고 있었다. 아내는 늘 그렇게 잔다……. 다시 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벌써 새벽 5시는 된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시계를 봤다. 아니, 겨우 오전 12시 30분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잠이 깬 적은 별로 없었다. 잠옷을 벗고 바지와 셔츠로 갈아입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책상으로 가서 종이 한 장과 볼펜을 집어든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그러고는 글을 쓰는 나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마치 내 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스스로 움직이는 듯 했다. ‘여보, 10일 정도 어디 갔다 오겠소. 절대로 걱정하지 말아요.’ ..

서문

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차례 1장. 타오 2장. 핵전쟁과 파멸 3장. 지구 최초의 인간 4장. 황금빛 행성 5장. 다른 행성에서 사는 법 배우기 6장. 7인 지도자와 오로라 7장. 무 대륙과 이스터 섬 8장. 심령권 여행 9장. 이른바 현대 문명 10장. 또 다른 외계인과 나의 전생 11장. 예수의 정체 12장. 성자들의 무덤 13장. 귀향 역자 서문 “지구에는 핵전쟁의 위협보다 더 위험한 것들이 있어요. 첫째는 배금주의(拜金主義), 둘째는 정치인, 셋째는 언론인과 마약, 넷째는 종교예요.” “영혼이 여러 육신을 거치며 윤회하는 목적은 더 많은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성전(聖殿)은 마음속에 있습니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했다. ..